금요일엔 퇴근 후 노리터플레이스로 향했다. 와우북페스티벌 낭독회 <시인은 살아있다 _ 김수영> 에 가려고 느긋이 찬바람 맞으면서 걸었다. 백자의 무대도 좋았지만 단편선의 무대가 압도적. 으아 세상에 저런 발벗고 미친 사람처럼 노래부르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 엄청 좋았다. 머리가 펄럭펄럭 눈이 번뜩번뜩 노래 부르니 좋아. 중간에 김수영의 <성>을 짧게 낭독하기도 했다. 답다, 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이영광 시인의 말들이 좋아서 또 한참 좋다좋다 이런 생각. 다음달에 산문집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해야겠다. 이날은 친구에게 술을 샀다. 밤거리 쏘다니며 동네와 애매한 거리에 있던 바에 가서 만오천 원짜리 육포와 채소 안주를 시켜먹......아......그릇이 비쌌겠지......
토요일엔 <이 시대의 어른에게 묻는다> 황현산 평론가의 강연을 들었고 홍대 중심거리를 장악한 책들을 구경구경했다. 언제나 사고 싶은 것은 많다. 금요일 밤 종일 돌아다녔기 때문인지 홍대 인파에 질려서인지 공차 밀크티 빨면서 털레털레 집 걸어갔다. 집에서 뜬금없이 <뷰티 인사이드> 봤는데 그 영화의 제목은 아무래도 <뷰티 아웃사이드>가 되어야할 것 같았고 나는 두 시간동안 되게 예쁜 한효주와 가구를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예쁜 거 보려고 재생한 거라 많은 후회는 없었지만 뭐랄까, 한효주의 마지막 대사가 <건축학개론>이 담고 있던 남자들의 판타지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괜히 시큰둥해졌다. 우에노 주리가 나온 장면이 참 따뜻하고 예뻐서, 음 좋았다. 그게.
일요일엔 <몸의 일기>를 읽다가 신나는 걸 보자! 신나는 걸! 이런 마음으로 <끝까지 간다>를 보았다. 조진웅 대다냉. <암살>도 보았는데 영화가 이렇게 길줄 몰랐다. 제발 좀 끝났으면 좋겠는데 계속 안끝나. 엄청 안 끝나네, 이거. 중간중간 해야만 한다는 듯한 대사들이 이 영화를 아쉽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재미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