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의 이야기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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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은 성경을 읽는다. 비코도 평생 수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읽지 않는다. 책을 읽으려면,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많이는 아니고 어느 정도. 비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전에 어땠는지 생각해봐요. 비카를 달래기 위해 내가 말한다. 지갑은 텅 비었고, 동전 하나 구할 수 없었을 때. 온통 걸어야 할 계단 뿐이던 때. 발에도 계단, 주머니 안에도 계단, 단추가 떨어진 카디건에서도 계단이 느껴지던 때. 그 말이 절로 나왔잖아요. 기억나요? 큰 고통은 아직 안 온 거야, 라고 했던! 그렇게 말하고나면 생각은 바뀌었고, 비카 당신은 이를 악물며 이렇게 말했죠. 오라고 해! 오라고 해! 곧 닥칠 거야, 킹! 큰 고통이! 빨리 오면 빨리 올 수록 더 좋아!

 

존 버거의 책을 좋아한다. 몇 권 읽었나 세어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휴에 <킹>을 읽었다. 이제 만날 사람이 별로 없는 고향 동네, 카페에 앉아 집 없는 자들의 낡은 소매같은 것을 보고 있자니 침착해지는 기분. 존 버거의 소설은 이상하게 따뜻하다. 이상한 느낌 없이 따뜻했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무너지는 중이거나 무너졌거나 무너진 자리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그들의 동행자 킹은 개다. 대놓고 개다, 라고 써놓으니 이상하지만. 여튼 개다. 개입니다.

 <킹>은 노숙 무리의 하루 동안 이야기를 킹의 시선으로 담은 이야기다. 킹은 북돋아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자, 함께 움직여주는 자, 지켜주는 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곁에 있음에도 그들을 생각하기. 킹은 최선을 다한다. 최선.

 

 읽는 동안 존 맥그리거의 <개들조차도>가 생각났다. 집없는 자들의 이야기라는 같은 웅덩이를 가지고 있지만 흐르는 방법은 꽤 다른 편이다. <개들조차도>를 아주 좋아하는데 <킹>을 읽고 좋았던 사람이 있다면 <개들조차도>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바로 읽지 말고 몇 권의 텀을 둔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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