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셸리 킹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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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기에 헌책방에 갈 일이 많았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가면 가게마다 쌓여있는 책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이 바로 헌책방이다.

 

친구들에게 헌책방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반응이 동일하다. “미친 거 아냐라고. 헌책방이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헌책방을 하는 그 날을 꿈꾼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서 골랐다. 헌책방이라는 그 말 한 마디에. 게다가 모든 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함이 예상되는 사건들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고.

 

역시나. 제목에서 받았던 따뜻한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헌책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매기. 그녀가 헌책방에서 찾아낸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그 속에 적혀 있는 헨리와 캐서린의 대화. 그리고 또 다른 사랑 이야기.

 

내가 꿈꾸는 바로 그런 헌책방의 모습에 푹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정이 쌓이고, 즐겁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는 그런 장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언젠가 드래곤플라이와 같은 책방을 꼭 열고 말리라.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그런 책방을. 그 날이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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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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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몇몇 장소가 있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장소는 사하라 사막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주는 이미지가 그렇게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그곳을 다녀온 후배의 생생한 이야기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장소 1순위로 사하라 사막을 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알래스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그곳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지만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어렸을 때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였다. 이 책이 내 눈길을 끈 이유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눈앞을 가리는 눈보라가 먼저 떠오르는 열악한 환경의 알래스카에 정착한 메이블과 잭은 쓸쓸함과 패배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그들의 외로움은 환경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아이를 유산한 후 서로 간에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이기에 더욱 외롭고 아팠던 것이다.

 

그러던 그들에게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소녀 파이나. 이들 부부에게 파이나가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지 상상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주변 지인들 중에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아이가 없었던 이들이 있어서 아이를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 때 문득 메이블에게 떠오른 동화 <눈 소녀>. 동화의 결말은 눈 소녀가 녹아 사라지는 비극이었다. 파이나를 보며 눈 소녀를 떠올린 메이블이 동화의 결말처럼 아이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연 파이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는 동화의 결말처럼 어느 날 그들에게 왔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질 것인가?

 

설원의 알래스카를 매력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글솜씨에 알래스카가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그 곳을 개척하며 삶을 이어간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 곳에 가면 파이나를 만날 것 같은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요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많이 출간된다. 이 책도 그런 추세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이 소설에 담겨있다. 동화와 역사와 환상이 어우러진 또 다른 세상을 펼쳐낸 그런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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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소설, 사진과 만나다 해외문학선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한민 옮김 / 청년정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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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노인과 바다>는 읽을 때마다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책을 읽는 그 순간 고통 중에 있든지, 시련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든지, 모든 일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든지 간에 또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힘.

 

이번에 다시 읽은 <노인과 바다>도 역시 그러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던 청년의 시절은 지나가고 중년이라는 또 다른 시간에 들어서면서 도전이란 단어는 어느 순간 내 삶 속에서 사라졌다. 가늘고 길게 살자. 도전은 나를 죽음으로 모는 마약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중심 생각이었다.

 

도대체 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려움이 나를 온통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만큼 아내를,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나쁜 것일까? 그렇지는 않지만 또한 그렇다.

 

행복이란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오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시선으로 내 행복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꿋꿋이 바다로 나갔던 노인이 더욱 멋지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노인은 그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찾지 않았다. 바로 자신의 끝없는 도전에서 행복을 찾았다.

 

그런 노인의 모습이 소년에게 꿈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소년에게 행복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끈질긴 상어의 추적에도 강인함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노인의 모습은 소년에게 영웅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제 변명은 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삶의 역경이 너무 커서 그렇게 되었다고. 나를 둘러싼 가족, 친구, 삶의 환경이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다고. 모든 인간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불굴의 의지와 강인함이 숨어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읽는 <노인과 바다>는 한 박자 쉬어가면서 소설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이끌어준다. 마치 독자가 노인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물결 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글자가 주는 매력에 사진과 그림이 주는 매력이 더해져 더욱 깊이 책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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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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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다. 장르의 특성상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가정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사건들을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끔찍함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내용이 그렇다. 결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런 사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연쇄살인을 쫓는 왠지 조금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형사와 미모의 여변호사. 사건을 쫓아가면서 드러나는 끔찍한 과거의 진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어질 듯 말 듯한 사랑의 연결고리. 이 정도면 독자를 소설에 풍덩 빠뜨릴만한 모든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았나 싶다.

 

사건의 내막이나 범인을 찾는 과정이 엄청 복잡하게 꼬여있는 소설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예상하였지만 마지막 순간 예상치 못했던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나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실체를 접했을 때 나름의 예상을 넘어서는 반전에 놀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두 명의 주인공이다. 부인과 사별한 후 딸아이를 위해 스스로 한직을 선택한 풀라스키. 어렸을 때 당한 사건의 기억 속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에블린. 무기력해 보이는 이 두 사람이 진실을 위해 끝까지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다(아마 앞으로도 이 두 콤비에 관한 소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이 소설에 빠져드는 또 다른 매력은 에블린이 당한 어렸을 때의 사건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어렸을 때의 겪은 사건의 기억이 그녀의 삶을, 생각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1998년 그 여름에 벌어진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중반 이후로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게다가 두 번 다시 입에 올리기도 싫은 사건의 전말에 역겨움, 불쾌함 감정이 가시질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엄청난 반전의 재미는 아니지만 마지막 결말을 읽지 않은 채 책을 덮을 수 없는 그런 아기자기한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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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도성 - 신국론 세계기독교고전 26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조호연.김종흡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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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흔든 강대국들을 보면 모두 흥망성쇠의 과정이 있다. 이는 특정한 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진리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흥망성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학문적인 답을 제시할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도 나름대로 한 나라의 역사가 흥하고 쇠하는 이유를 말할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답이 어느 면에서는 분명한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은 결코 온전한 답이 될 수 있다. 그들의 답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님의 도성>을 읽으면 이에 대한 확고한 깨달음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로마가 이교도들에게 파괴된 책임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은 로마인 자신에게 있고, 그 배후에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가 413년에서 427년에 이르는 장장 14년에 걸쳐 쓴 대작인 만큼 책의 분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 인쇄된 분량은 1100페이지 정도지만 한 페이지에 수록된 글자수가 보통의 책보다 훨씬 많기에 실제 분량은 1500-1600페이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지간한 책으로 따진다면 거의 4권 정도의 분량이다.


책의 분량이 엄청난 것에 비해 읽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물론 시간은 많이 걸린다). 이 많은 분량에서 저자는 로마의 흥망성쇠를 역사적인 관점, 신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지만 온전한 하나님의 나라는 아니다. 로마인들 중에는 하나님의 백성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천상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면서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예정하신 뜻에 따라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완전하다.


이 책에서는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진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하나님의 뜻은 예정하신 그대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진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견고해 보이는 그 어떠한 지상의 도성도 반드시 무너져 내린다. 인간이든, 나라이든지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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