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몇몇 장소가 있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장소는 사하라 사막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주는 이미지가 그렇게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그곳을 다녀온 후배의 생생한 이야기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장소 1순위로 사하라 사막을 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알래스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그곳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지만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어렸을 때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였다. 이 책이 내 눈길을 끈 이유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눈앞을 가리는 눈보라가 먼저 떠오르는 열악한 환경의 알래스카에 정착한 메이블과 잭은 쓸쓸함과 패배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그들의 외로움은 환경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아이를 유산한 후 서로 간에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이기에 더욱 외롭고 아팠던 것이다.

 

그러던 그들에게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소녀 파이나. 이들 부부에게 파이나가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지 상상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주변 지인들 중에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아이가 없었던 이들이 있어서 아이를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 때 문득 메이블에게 떠오른 동화 <눈 소녀>. 동화의 결말은 눈 소녀가 녹아 사라지는 비극이었다. 파이나를 보며 눈 소녀를 떠올린 메이블이 동화의 결말처럼 아이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연 파이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는 동화의 결말처럼 어느 날 그들에게 왔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질 것인가?

 

설원의 알래스카를 매력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글솜씨에 알래스카가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그 곳을 개척하며 삶을 이어간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 곳에 가면 파이나를 만날 것 같은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요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많이 출간된다. 이 책도 그런 추세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이 소설에 담겨있다. 동화와 역사와 환상이 어우러진 또 다른 세상을 펼쳐낸 그런 무언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