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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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 프랑스 소설을 읽고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다. 이 책을 주저함 없이 골랐던 이유는. 프랑스 소설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

 

마르탱 파주. 작가들이 넘치는 시대라 이름도 낯선 프랑스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 전 예의라는 생각에 작가의 이력을 먼저 살펴보았다. 그런데 놀라웠다.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책을 쓰고 싶다

 

. 자신만의 색깔을 가득 품은 이 한 마디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썼기에 이런 말을 했던 걸까?

 

소설로 들어가기 전 작가의 말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내 삶이 놀랍고, 아름다우며 기묘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소설을 읽기도 전에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비슷비슷해져 가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힌 글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작가도 몰랐으니 이 책이 어떤 소설인지는 당연히 몰랐다. 그저 책표지를 보면서 상당히 기괴하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책을 펼쳐 든 후에야 이 책이 7편의 단편을 실린 모음집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첫 번째 소설부터 강렬하다. ‘대벌레의 죽음이라는 제목도, 자고 일어난 후 살해를 당한 피해자가 되어버린 라파엘에 관한 이야기도, 소설 중간 중간에 실린 이미지도. 심지어는 위쪽으로 쏠린 듯 아래 부분을 비어놓은 구성도 모두가 독특하다.

 

첫 번째 소설만 그런 건가 했더니 마지막 소설 세계는 살인을 꿈꾼다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 한 작품이 매력적이다. 물론 정서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작가 소개, 작가의 말에서 이미 보았듯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이 또한 이 책의 매력임은 분명하다.

 

내용의 독특함에 인간과 사회에 대해 던지는 작가의 화두도 독자의 깊은 사색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쩌면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야 할 정도의 화두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마르탱 파주, 매력적인 작가를 만나 너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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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 라틴어 원전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8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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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성 아우구스티누수의 <고백록>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종교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교회를 다닐 때였다. 모태신앙이었기에 주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래서 제대로 주를 찬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때 <고백록>은 내게 내 삶을 다시 돌아보며 주님을 찬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읽은 고백록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나도 수많은 방황과 고민을 했기 때문일까? 그가 들려준 삶의 여정이 얼마나 가슴 깊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다른 종교에 깊이 빠져든 적은 없지만 다양한 종교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 적도 많고 여러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또한 이성적으로 과연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보고자 했던 적도 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그 때를 회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얄팍한 인간의 지식으로 하나님을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교만한 그 모습에 지금도 엎드려 간절히 회개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도 비슷한 여정을 거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모습을 모두 주님 앞에 내려놓는다.

 

여러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울린 것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이렇게 고백한 저자의 모습이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특히 남들이 신앙적으로 인정하는 주교의 위치에 있다면?

 

물론 우리는 서로의 죄를 고백하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나아가는 형제이자 자매이다. 하지만 나의 죄악된 모습을 고백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구역예배에서 삶을 나누는 내 모습이 그렇다. 너무 적나라하지도 너무 가리지도 않은 어정쩡한 고백. 사람 앞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온전히 죄를 고백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은 그런 내 모습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하나님 앞에 모두 내려놓으라고.

 

저자의 생각 중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은 죽음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내용이었다. 저자처럼 나도 죽음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끝없이 갖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의 고백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던 그 순간에.

 

주님은 우리 곁에 계셔서, 그릇된 길에서 방황하는 가련한 우리를 건져내어, 주님의 길 위에 세워 놓으시고는, 우리를 위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길로 달려가라. 내가 너를 안고 업어서 끝까지 데려다 주리라”(46:4)

 

책을 덮고 글을 쓰는 이 순간 나 역시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의 죄인됨과 나를 이끌어주는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를. 그리하여 죄에서 해방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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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생학교 역경에 맞서는 법 (체험판)
프런티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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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한 번의 역경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역경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거나, 알면서도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초인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거나, 인간이 아닌 절대적인 존재일 것이다.

 

이처럼 역경은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과정을 보다 지혜롭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인생학교 역경에 맞서는 법>이다.

 

인생학교라는 표현이 무언가 싶어서 봤더니 이미 시리즈로 여러 책들이 출판되었다. 인생학교 시리즈는 철학, 문학, 심리학 등 인문학 전반에서 추려낸 다양한 생각들로 독자가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책들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역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역경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가족, 사랑, 질병,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4가지 주제를 모든 사람이 한 번은 겪는다는 점에서, 또한 저자가 말한 치료 철학서혹은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서라는 의미에서 독자가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각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 중 깊이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는 회의적인 태도로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적이라면 무언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삶이란 저자의 말처럼 불가사의한 것이기에 결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인생의 삶에서 경험하는 불가사의를 체험하라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동감하게 된다.

 

저자의 글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역경은 소중한 깨달음의 원천이다..... 당신은 그 역경을 활용해 최대한 건설적으로 대처하고자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역경이 둘도 없이 가치 있는 사물에 대한 이해력을 부여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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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본질
올더스 헉슬리 지음, 유지훈 옮김 / 해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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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의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핵실험의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핵무기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 모든 나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인류 전체가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제3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나 책들이 적지 않다. 올더스 헉슬리의 <원숭이와 본질>이 바로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이미 그가 그린 미래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이번 작품도 음울한 분위기의 사회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와는 또 다른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들려주는 미래의 모습도 상당히 어둡다. 그런 어두움이 섬뜩한 이유는 그가 그린 미래 세계가 결코 소설 속 허구의 사회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원숭이와 본질>은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도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그렇지만 과학의 이름 아래 무너져 내린 사회의 본질, 정신의 피폐함 속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는 인류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특히 아인슈타인과 패러데이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미래를 파괴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은 무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유용한 과학적 발명이라도 이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북한의 핵실험은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을 이용하는 원숭이처럼 북한의 핵무기도 그 생각을 알 수 없는 폭군의 손에 의해 한반도를, 그를 넘어서 세계의 멸망을 이끌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세계를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도 그런 미래를 꿈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세상을 불러올지도 모를 과학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소설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쉽지 않다. 작가의 상상력을 쫓아가는 것도, 소설 속 비유, 패러디를 이해하는 것도, 대악마 벨리알을 섬기는 신흥 종교로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 멋진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과연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의미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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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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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뭐 이런 책이 다 있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매일 매일을 술과 춤으로 사는 아빠와 엄마.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가 당연히 부모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드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정서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

 

게다가 유머 코드도 그다지 맞지 않는다. 분명히 글의 흐름상 유머를 던지는 분위기인데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짜증스러움만 흘러넘친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 책이었다.

 

점점 흥미를 잃어가던 중 갑작스런 상황 변화가 일어난다. 마냥 흥청대는 부유층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듯한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의 발단은 바로 세금 문제로 인한 파산. 그 뒤를 이은 엄마의 광기.

 

어라, 이게 뭐지 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의 변해가는 모습. 아빠가 쓴 소설로 그려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들의 삶. 기묘하던 이야기가 이제는 모두를 감동의 눈물로 이끌어간다.

 

도대체 이 소설을 쓴 작가는 누구지? 올리비에 부르도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기에 책표지에 실린 그의 이력을 훑어보았다. 상당히 독특하다. 정규 교육을 벗어던지고 집에서 독서를 통해 몽상과 공상을 즐겼다는 그. 사회에 나온 후 부동산, 출판업, 소금 채취업 등 그가 거친 직업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여러 일을 하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결과물이 바로 <미스터 보쟁글스>. 그는 이 책으로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고 35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였다고 한다.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느낌과 너무나 후반부의 이야기가 모두를 울먹이게 만들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것.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는데. 물론 아빠가 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지만.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미스터 보쟁글스는 어떤 노래일지도 무척 궁금하다. 니나 시몬이 부른 노래라는데. 여하튼 오랜 만에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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