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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엔 ‘뭐 이런 책이 다 있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매일 매일을 술과 춤으로 사는 아빠와 엄마.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가 당연히 부모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드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정서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
게다가 유머 코드도 그다지 맞지 않는다. 분명히 글의 흐름상 유머를 던지는 분위기인데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짜증스러움만 흘러넘친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 책이었다.
점점 흥미를 잃어가던 중 갑작스런 상황 변화가 일어난다. 마냥 흥청대는 부유층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듯한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의 발단은 바로 세금 문제로 인한 파산. 그 뒤를 이은 엄마의 광기.
어라, 이게 뭐지 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의 변해가는 모습. 아빠가 쓴 소설로 그려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들의 삶. 기묘하던 이야기가 이제는 모두를 감동의 눈물로 이끌어간다.
도대체 이 소설을 쓴 작가는 누구지? 올리비에 부르도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기에 책표지에 실린 그의 이력을 훑어보았다. 상당히 독특하다. 정규 교육을 벗어던지고 집에서 독서를 통해 몽상과 공상을 즐겼다는 그. 사회에 나온 후 부동산, 출판업, 소금 채취업 등 그가 거친 직업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여러 일을 하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결과물이 바로 <미스터 보쟁글스>다. 그는 이 책으로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고 35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였다고 한다.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느낌과 너무나 후반부의 이야기가 모두를 울먹이게 만들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것.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는데. 물론 아빠가 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지만.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미스터 보쟁글스는 어떤 노래일지도 무척 궁금하다. 니나 시몬이 부른 노래라는데. 여하튼 오랜 만에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