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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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작품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일단 읽는다. 그의 작품은 이미 수많은 검증을 거쳤기에 읽을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탄탄한 스토리와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 그 속에 담긴 문제의식 등 모든 요소들이 내 마음에 쏙 든다.<브루클린의 소녀>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여행을 떠난 라파엘과 안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라파엘은 안나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한다. 그의 말에 안나는 숨기고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본 라파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나를 떠나버린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라파엘은 안나가 있는 곳으로 바로 돌아오지만 안나는 벌써 파리로 떠나버린 상태이다. 파리로 돌아온 라파엘은 안나가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와 이웃사촌인 전직 형사 마르크도 그를 도와 안나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안나의 과거 이야기. 하인즈 키퍼 사건, 클레어 칼라일 사건, 조이스 칼라일 사건.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연이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한 남자의 바람은 미국과 프랑스를 뒤흔들 정도의 굵직한 사건과 연결된다. 실제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흘러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라파엘과 마르크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중 구조로 사건의 현실성을 높이고 , 클레어, 테드의 고백을 들려주며 사건의 개연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플로랑스 갈로의 이야기들을 덧붙이면서 사실성을 뛰어 넘기도 한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을 통해 독자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재미있는 내용 중 하나는 우리나라 독자를 의식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범죄 영화, 한국계 미국인 수사관 등을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데 그렇게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평상시에 말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과거가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는지, 다시 말해, 라파엘이 새롭게 알게 된 그녀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것이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너무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의 겪어야 했던 고통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테오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너무 조마조마했다. 루이즈의 이야기에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이기에 이런 내용의 소설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짜릿한 기쁨 속에 슬픔이 담긴 소설. 그러면서도 다시 행복을 이야기하는 소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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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하루 끝에 펼친 철학의 위로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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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 100권 읽기 프로젝트처럼 현대인들이 즐겨 읽는 책들 중에는 소설, 역사에 관한 책들 외에 철학에 관한 책들도 적지 않다. 철학이라고 하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이런 현상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요즘 철학 관련 책들이 철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 풀어서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철학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이다.

 

<밤에 읽은 소심한 철학책>은 철학을 어려워하는 내게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다섯 파트에 걸쳐 들려주는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에 대한 소개가 쉽지 않다. 솔직히 어렵다. 철학을 풀어쓴 책들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밤에 읽어보면 좀 달라질까 싶은 마음에 잠들기 전에 한 꼭지씩 읽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어렵다. 책만 피면 잠이 온다는 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공감하게 될 정도였다. 한 꼭지 읽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저자가 그렇게 어렵게 설명해서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때때로 잘 알지 못하는 철학 용어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근래에 읽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책 내용 자체도 다른 입문서에 비해 무거운 편이지만 그보다는 요즘 내가 책을 읽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활자에만 빠져 넘어가는 식으로 책을 읽는데 어떻게 깊은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바다로 빠져들어야 할 화두들을 던진다. 그렇기에 제목에서 말하듯이 밤에 읽는 게 유익하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점심이나 저녁보다는 모든 것을 풀어헤치고 오롯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만 빠져들 수 있는 바로 밤 시간이 이 책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다(물론 나처럼 처음에는 수면제 대용이 될 수도 있지만).

 

철학은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울 때도 있지만 또한 너무나 친밀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그런 학문이다. 저자와 함께 떠난 철학 여행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오지 여행이기도 하지만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살짝 들여다본 시골 마을의 황홀한 여행 같기도 하다.

 

오늘 밤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과 지금 이 순간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이성적이지만 또한 환상적인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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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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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장기는 가끔씩 두지만 아직 체스는 해 본적이 없다. 장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수가 장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은 후 바로 체스 앱부터 깔았다. 도대체 체스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말이다.

 

앱으로 체스를 두는 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규칙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 이게 생각보다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라고 깔 본 마음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앱으로 체스를 둔 후 체스의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소설을 읽다보니 내가 진짜 제대로 체스에 대해 배운 게 맞나 싶다. 소설 속 노아와 국화가 체스의 규칙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화가 잘못된 규칙을 말한 거였지만.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나의 상태. 어쩌면 저자는 바로 그런 내 모습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노아라는 선배를 안다고 생각한 나도,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한 노아와 국화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혹은 자신의 생각에 담긴 그 모습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다보니 밀란 쿤데라의 <농담>의 내용이 떠오른다. 농담 한 마디로 인생의 뒤틀림을 겪었던 루드비크의 모습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내용은 서로에 대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두 소설은 모든 것에 대해 말하지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춰낸다.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노아와 국화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생각에 빠졌던 나도.

 

K-Fiction Series는 이번 소설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각 소설이 모두 매력적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화두가 제법 무겁게 내 가슴을 내리 누른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 번역본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 시리즈 참 마음에 든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를 그려낸 작가의 창작노트와 소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를 들려주는 해설 부분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이 책에 꽉 붙들리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들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이 나를 붙들까? 이 소설처럼 낯선 작가의 친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친숙한 작가의 낯선 작품일까? 어떤 식이든 기다림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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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이후로 다시 펼쳐보지 못한 안데르센 동화전집.

이번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로 현대지성에서 나왔네요.

기대됩니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읽어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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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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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라는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평상시에도 제목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이 책의 제목이 과연 무슨 의미일지 읽기 전부터 궁금했다. ‘고래라는 대상이 의미하는 바, ‘라는 조사가 의미하는 바,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다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처음 본 순간에는 자연을 대표하는 고래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친화적 환경 소설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 전에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 종에 관한 글을 읽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과 자연이라는 부분도 없지 않아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등을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 학이라는 낯선 남자가 세인트피란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알몸으로 떠밀려오면서 이야기가 이어져 간다. 조 학이라는 인물은 주가 예측 프로그램 캐시를 개발하였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회사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의 멸망을 예측하자 런던을 떠나 바다로 간다. 두려움에 빠져 있던 그는 고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다시 그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고래를 구한다. 세상의 멸망에 마주친 조 학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식료품을 비축해간다.

 

실제로 이 세상에 재앙이 몰아닥친다면 인류는 어떻게 대응할까? 다른 사람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만 살겠다고 아등바등 거릴까? 아니면 서로의 공존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서로 도우며 나아갈까?

 

고래도 함께, 라는 제목에서 살짝 엿볼 수 있듯이 재앙이 몰아닥쳤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과 두려움만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에서는 고래도 인류가 살아남는 데 일조한다.

 

단 세 편의 소설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이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를 저자 나름의 위트와 유머로 덧입힌 채 부드럽게 이끌어가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 옆에 희망이 있다고. 바로 당신이 그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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