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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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장기는 가끔씩 두지만 아직 체스는 해 본적이 없다. 장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수가 장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은 후 바로 체스 앱부터 깔았다. 도대체 체스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에 말이다.

 

앱으로 체스를 두는 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규칙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 이게 생각보다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라고 깔 본 마음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앱으로 체스를 둔 후 체스의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소설을 읽다보니 내가 진짜 제대로 체스에 대해 배운 게 맞나 싶다. 소설 속 노아와 국화가 체스의 규칙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화가 잘못된 규칙을 말한 거였지만.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나의 상태. 어쩌면 저자는 바로 그런 내 모습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노아라는 선배를 안다고 생각한 나도,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한 노아와 국화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혹은 자신의 생각에 담긴 그 모습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다보니 밀란 쿤데라의 <농담>의 내용이 떠오른다. 농담 한 마디로 인생의 뒤틀림을 겪었던 루드비크의 모습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내용은 서로에 대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알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두 소설은 모든 것에 대해 말하지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춰낸다.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노아와 국화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생각에 빠졌던 나도.

 

K-Fiction Series는 이번 소설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각 소설이 모두 매력적이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화두가 제법 무겁게 내 가슴을 내리 누른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 번역본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 시리즈 참 마음에 든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를 그려낸 작가의 창작노트와 소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를 들려주는 해설 부분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이 책에 꽉 붙들리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들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이 나를 붙들까? 이 소설처럼 낯선 작가의 친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친숙한 작가의 낯선 작품일까? 어떤 식이든 기다림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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