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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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번디, 로버트 픽턴, 조지 해드너, 존 웨인 게이시, 테드 카진스키, 키플랜드 킨켈, 헨리 리 루카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들이 세상을 뒤흔든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을 가리켜 연쇄살인범이라고 하는 걸까? 연쇄살인범을 특징짓는 세 가지 중요 요소는 ‘세 건 이상의 살인, 서로 다른 장소, 살인과 살인 사이에 여유를 두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연쇄살인범으로 분류되는 53명을 대상으로 범행 수법, 범행 동기뿐 아니라 그들이 연쇄살인범이 된 출생과 성장 배경 등을 설명한다. 또한 그들의 생활상, 사회적 또는 심리적 특징들, 범행이 미친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법률적 영향까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53명의 연쇄살인범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소 중 하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다(물론 모든 연쇄살인범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 혹은 성적 피해자였다.

 

물론 어린 시절에 받은 폭력만이 이들이 연쇄살인범으로 변한 이유는 아니다. 성장하면서 그들에게 가해진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 그들을 변화시킨 주요 원인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분명 타고나면서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채 태어나기도 했다.

 

이들 중 어떤 이들에게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 극에 달한 집착이 그 원인인 경우도 있고, 사회적 불만이 쌓이고 쌓여 그렇게 된 이도 있다. 삶의 모범생이 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고 했고, 타인의 관심을 고대한 마음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이 연쇄살인범이 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 근본에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 혹은 성장해서도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이들은 누군가에게 아무런 가책 없이 범죄를 저질렀던 것은 아닐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된 소년법을 다시 돌아본다. 청소년들이 저지를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주장도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범죄에 노출되어있던 이들에게 범죄는 그저 하나의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것만이 능사일까? 그 벌이 오히려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키우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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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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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게르니카>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그렸는지 한참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이 작품의 첫 인상이 강렬했다. 작품에 담긴 그 무언가가 끝없이 끌어당기는 느낌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낙원의 캔버스>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하라다 마하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소재로 한 <암막의 게르니카>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작가 하라다 마하는 뉴욕현대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으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요코라는 인물을 내세워 소설을 이끌어간다.

 

소설은 두 인물을 축으로 이어진다. 앞서 말한 요코라는 인물을 내세워 9.11 이후‘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가 UN본부에서 암막에 가려지는 사건을 이어나가고 또 다른 인물인 ‘도라’라는 피카소의 연인을 내세워 ‘게르니카’가 그려진 과정 20세기 초반의 시대상과 ‘게르니카’에 담은 피카소의 정신을 묘사하고 있다.

 

“예술은 장식이 아니다.

적에게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다.”

 

피카소의 이 한 마디를 극명하게 표현한 게르니카. 9.11 사건과 연계해 이 정신을 되살린 작가의 상상력과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전쟁 그 자체를 반대했던 피카소의 생각은 남북이 대립된 상태에서 전쟁의 위험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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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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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스파이 일을 하라고 한다면, 아니 스파이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약간의 흥신소 역할이라고 해야 더 맞는 듯한 일을 하라고 하면 선뜻 하겠다고 할까? 나라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돈을 벌 수도 있고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흥미진진함도 있어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은 내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체보씨는 나랑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앞 건물에 사는 ‘캣’이라는 여성이 부탁한 일을 선뜻 받아들인다. 그녀가 부탁한 일은 자신의 남편을 감시해달라는 것.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제 만체보씨는 캣의 남편을 감시하기 위해서 늘 보아오던 일상의 모습들을 조금 더 세세히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족의 이상한 행동들. 그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에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비밀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비밀을 알게 된 만체보씨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소설의 한 축이 만체보씨라면 다른 한 축은 ‘나’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 또한 묘하다.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냐는 낯선 남자의 말에 자신이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한 후 낯선 일을 맡게 된다. 호, ‘나’는 또 누구인 걸까? 선뜻 낯선 일을 맡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이 여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되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결말 자체는 기대와는 달랐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참 재미나다.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데, 도대체 작가들은 이런 능력을 갖추는 걸까?

 

색다른 소재에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소설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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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부의 대절벽 -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붕괴가 시작된다
해리 덴트 지음, 안종희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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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붕괴가 시작된다.

 

2019년이라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거대한 붕괴가 시작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불황의 모습보다는 호황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라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저자가 말하는 부의 대절벽이 무엇인지,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는 무엇인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저자 해리 덴트는 전작 <2018년 인구 절벽이 온다>에서 ‘인구 절벽’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는데 이 책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경제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경제 주기라는 것이 결국은 인구의 증감에 따라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지표를 사용해 경제가 점점 하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양한 주기를 통해 버블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 후 버블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의 경제 흐름을 무엇을 보고 예측해야 할까? 저자는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는데 아주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남성, 여성의 오르가슴과 버블을 비교해서 설명한 부분이다. 조금 황당한 느낌도 들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저자는 버블을 확인하는 방법을 설명한 금융 버블의 역사와 버블 붕괴를 예측하는 법, 제2의 대공황에 대해 설명한 후 이런 대폭락에 대비해서 어떤 투자 전략이 올바른지를 설명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의 주장이 모두 옳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미래를 예측하는데 다양한 지수와 의견들을 수렴해 자신만의 대비책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내용들이다. 특히 5부에서 주식, 사업, 부동산 등 각 분야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어서 각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마지막 5장을 집중해서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구와 관련해 예전에 읽은 책들은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 인구 감소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그 어떤 상황도 미리 대비하고 있는 자에게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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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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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동네에서 굿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굿은 동네 축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공통의 일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함께 모여 굿하는 이를 위해 마음을 쏟는 모습은 내가 믿는 신앙과는 다르지만 그 마음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굿, 무당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오늘날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으로 선정된 정미경 작가의 <큰비>는 잊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아주 어렸을 때 굿을 하는 모습을 몇 번 본 것이 전부라 소설에서 묘사한 장면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옛날 보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묘한 추억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한 원형을 통해 그려낸 <큰비>는 단순히 무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속에 억눌렸던 여성들의 모습이, 또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민초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 숙종 때 경기도 양주의 무당들이 도성에 입성하여 미륵의 세상을 맞이하려 했다는 역모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용녀인 원향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실제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왜 역모를 꿈꿨을까? 그들은 왜 큰비가 온 후에야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원형과 여환은 왜 동상이몽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신앙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원형이 만난 하랑의 이야기는 모든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수는 너의 방편이 아니다. 원망과 분노가 너를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아니 된다. (p.240)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분노에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런 분노가 사회를 향해 혹은 다른 이들을 향해 폭발하면서 점점 더 세상은 흉흉해진다. 하랑의 말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복수는, 원망은, 분노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 세상이 원망과 분노의 세상이 아니라 베옷을 짜는 노동과 보살핌의 세상이길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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