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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평점 :
누군가가 나에게 스파이 일을 하라고 한다면, 아니 스파이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약간의 흥신소 역할이라고 해야 더 맞는 듯한 일을 하라고 하면 선뜻 하겠다고 할까? 나라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돈을 벌 수도 있고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흥미진진함도 있어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은 내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체보씨는 나랑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앞 건물에 사는 ‘캣’이라는 여성이 부탁한 일을 선뜻 받아들인다. 그녀가 부탁한 일은 자신의 남편을 감시해달라는 것.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제 만체보씨는 캣의 남편을 감시하기 위해서 늘 보아오던 일상의 모습들을 조금 더 세세히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족의 이상한 행동들. 그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에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비밀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비밀을 알게 된 만체보씨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소설의 한 축이 만체보씨라면 다른 한 축은 ‘나’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 또한 묘하다.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냐는 낯선 남자의 말에 자신이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한 후 낯선 일을 맡게 된다. 호, ‘나’는 또 누구인 걸까? 선뜻 낯선 일을 맡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이 여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되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결말 자체는 기대와는 달랐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참 재미나다.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데, 도대체 작가들은 이런 능력을 갖추는 걸까?
색다른 소재에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소설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