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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비즈니스 - 화이트 독 카페 창업자 주디윅스가 전하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자연훼손으로부터 벗어나 모두가 잘 사는 방법!
주디 윅스 지음, 박여진 옮김 / 마일스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참으로 부끄럽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화이트 독 카페를 설립한 주디 윅스라는 사람의 삶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면서 ‘세상에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어린 시절의 주디 윅스는 말괄량이 삐삐같은 느낌이었다.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고 소프트볼 팀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상황에 어이없어 하는 왠지 선머슴아 같은 소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인간과 자연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체포나크의 이누잇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화로움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후 체포나크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온 그녀는 프리 피플스 스토어를 열지만 남편과 이혼한 후 라 테라스에 취업해 10년 동안 직원으로, 총지배인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서 펼쳐 나간다. 이때 그녀는 비즈니스란 결국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임을 깨닫는다. 라 테라스를 떠나 화이트 독 카페를 연 그녀는 지역 생산업체들과 연계하여 보다 건강하고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한 후 눈을 돌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식탁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주디 윅스에게서 도전받는 부분이 아마도 서로 다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움과 도전을 받은 부분은 사업체를 이끄는 대표가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기업의 이윤이라는 부분이다. 화이트 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친구들과 사업을 하다 보니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아니 어렵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우리 회사가 막 시작했을 때 친구들과 이익의 10% 이상은 꼭 사회에 환원하자는 약속을 했지만 막상 수익이 생겨도 이러저러한 핑계로 우리의 몫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 우리 같은 소규모 회사도 그럴진대 대기업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눔은 단순한 기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디 윅스가 실시한 실질 최저임금, 최고경영자와 신입사원의 월급 비율(5:1)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주디 윅스가 마음속에 품었던 블개 엘크의 글이 다시금 내 맘을 뒤흔들었다.
부족의 경계선이 무너지기 전, 우리 부족과 달리 와시추(백인)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차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면 아무것도 갖지 못해 굶주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p.93)
누군가의 굶주림은 결국 내가 가진 욕심이 원인이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어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나와는 달리 주디 윅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굳이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일과 이윤의 조화입니다...”(p.252)
또 한 가지 나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내용은 주디 윅스의 눈이 그녀 주변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디 윅스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화이트 독은 단순히 한 가지 봉사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포괄적인 봉사’를 하는 곳이다. 고객에게 봉사하고 직원들이 서로에게 봉사하고 지역사회와 자연 환경에 봉사하는 그런 곳!(p.248)
이런 생각을 가진 그녀였기에 치아파스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일과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 나는 어떤가? 아무리 좋게 봐준다고 해도 내 주변을 벗어난 일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코요테라는 중개상들에게 자신들의 피땀으로 수확한 커피를 헐값으로 넘기는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였던 적이 있던가?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어도 나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행동하지 않는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나에게 도전거리로 던져졌다. 공동체와 함께 하는 즐거움, 경쟁이 아닌 협동, 분리가 아닌 연결, 또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등 수많은 도전과제가 주어졌다. 이런 과제를 마음에 품은 채 눈을 감고 변화된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뷰티풀 하트(아름다운 마음)를 가진 뷰티풀 피플(아름다운 사람들)이 운영하는 뷰티풀 비즈니스(아름다운 사업)!!!
주디 윅스가 내게 보여준 진정한 삶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