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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평점 :
“사람이 사람임을 인정받는 데 필요한 조건은 없다.”(p.108)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독자에게 끼친 영향은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저자의 한 마디에 수많은 이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내 주변에도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의 한 마디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의 저서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을 넘어 이제는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삶과 죽음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주장은 저자 이외에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미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라 별반 새로운 주장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별다른 조건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죽은 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과 죽음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NHK 교토 교실에서 개최했던 철학 강좌를 정리하여 엮은 책이라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행복의 의미, 타인과의 관계 등을 차례대로 설명한 후 나이 듦과 질병,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철학적 사고를 끌어내는 저자의 인도에 늘 어렵고 힘들게 느꼈던 철학이 성큼 내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물론 저자의 말을 100% 이해한 것도 아니고 100% 공감하는 것도 아니기에 머릿속이 여전히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도 있지만 저자가 던진 화두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철학의 유익함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한 행복의 의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행복은 생명과도 같기에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는 말은 행복의 의미를 성공에서만 찾았던 이들에게 그 어떤 도전보다 강하게 다가갈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다. 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만 찾았던 행복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그렇기에 유한한 삶에서 이룬 행복으로 죽음을 넘어 사람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