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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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굿맨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무언가 반어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좋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굿맨이 왠지 모르게 좋은 사람을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책을 읽기 전 아내한테 물어보았는데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걸 보면.

 

나다니엘 호손의 영미소설 <굿맨 브라운>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소설이다이 책에서는 Faith를 신념으로 번역했지만 평범하게 해석한다면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적절하고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들에 담긴 청교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고려한다면 종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굿맨 브라운이라는 청년이 자신의 아내 신념을 떠난 후 겪은 일들을 그린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악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신념을 벗어난 굿맨 브라운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고그가 신앙적으로 의지했던 목사장로권사들의 본모습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신념(믿음)을 벗어나 다시 그 품에 제대로 안기지 못하는 굿맨 브라운의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한다가벼운 마음으로 신념을 떠난 굿맨 브라운그의 모습은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자기 스스로 믿음을 지켜낼 수 있다는 그런 어리석음을그렇게 가볍게 떠났던 신념을 다시 만났지만 결코 그 속에 온전히 녹아내리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그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온전한 구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마지막으로 월간내로라에 대해 말하고 끝마치고자 한다한 달에 한 편영문 고전을 원어와 함께 담아낸 단편 시리즈인 월간내로라는 원어와 함께 본다는 장점에 더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도 꽤 매력적인 시리즈이다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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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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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이 땅의 독립을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수많은 우리의 선조들이 있기 때문이다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이들도 있고이름 석 자도 남기지 않은 채 이 땅을 위해 산화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의 이 땅을 향한 사랑의 무게는 결코 다르지 않다그렇기에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찾는 일에 우리 모두가 더욱 힘을 쏟아야한다권비영 작가의 이번 작품처럼 말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재조명한 권비영 작가가 이번에는 <하란사>라는 작품으로 이 땅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독립 운동가이자 대한제국의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페미니스트인 김란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란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기에 책을 읽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김란사라는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성이 달라 다른 인물인가 했는데 그녀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하란사와 동일인이었다하란사는 감리서 책임자인 남편 하상기의 성과 선교사가 지어준 낸시라는 영어 이름을 한자로 바꾼 란사를 합친 이름이다.

 

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이기에 역사적인 사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의친왕 이강과의 인연이나 유관순의 스승이라는 설정처럼 소설로서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역사적 기록과는 조금은 다른 흐름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하지만 그 속에는 역사적 인물로 이 땅과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하란사의 본질적인 면 또한 분명하게 그려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하란사라는 인물이 뿜어내는 강렬한 기운에 휘둘렸다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간 그녀의 의지와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단 한 사람이었지만 그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변에 끼치는지를 보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그녀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꺼진 등에 불을 밝히라고 했던 그녀의 말처럼 꺼져가는 조국에 한 줄기 빛을 밝힌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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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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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무언가 남다르다명상 살인이라니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초능력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의 이력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독일 텔레비전 상과 독일 코미디 상을 여러 번 수상한 방송 작가라는 이력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닐 테니까.

 

남다르다는 느낌은 첫 페이지를 읽을 때에도 이어졌다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을 들려준 후 주인공 비요른 디멜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기발하다고 해야 할지아무튼 독자의 눈길을 바로 사로잡기에 충분한 문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리 말해두자면나는 결코 난폭한 사람이 아니다오히려 그 반대다일례로 나는 평생 동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없다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현재 업무 환경에 비추어보면 도리어 늦은 감이 있다인정하건데일주일 뒤 여섯 건이 추가되긴 했다(p.9).

 

이 문장만 보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싶은데 주인공의 직업은 변호사이다이런변호사와 연쇄 살인마말도 안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지만 변호사와 살인마는 무언가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은 아니다조폭 변호사라면 말이 되긴 하겠지만..

 

딸아이와의 여행에 동행한 의뢰인인 조폭 두목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명상과 살인과의 관계말 그대로 상상하지도 못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유머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유머러스한 설정들이 소설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 책이 끝이 아니라 2권과 3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이 드는 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은 나랑 같은 마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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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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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임을 인정받는 데 필요한 조건은 없다.”(p.108)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독자에게 끼친 영향은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남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저자의 한 마디에 수많은 이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내 주변에도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다그의 한 마디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그의 저서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살아있는 자들을 넘어 이제는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삶과 죽음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주장은 저자 이외에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미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라 별반 새로운 주장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별다른 조건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죽은 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과 죽음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NHK 교토 교실에서 개최했던 철학 강좌를 정리하여 엮은 책이라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행복의 의미타인과의 관계 등을 차례대로 설명한 후 나이 듦과 질병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철학적 사고를 끌어내는 저자의 인도에 늘 어렵고 힘들게 느꼈던 철학이 성큼 내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물론 저자의 말을 100% 이해한 것도 아니고 100% 공감하는 것도 아니기에 머릿속이 여전히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도 있지만 저자가 던진 화두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철학의 유익함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한 행복의 의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진정한 행복은 생명과도 같기에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는 말은 행복의 의미를 성공에서만 찾았던 이들에게 그 어떤 도전보다 강하게 다가갈 것이다물론 나에게도 그랬다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만 찾았던 행복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그렇기에 유한한 삶에서 이룬 행복으로 죽음을 넘어 사람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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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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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시간만큼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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