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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그는 목요일마다 온다. 그날이 나의 날이다. 나는 써스데이다. 목요일은 한 주의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정거장이다(p.9)
첫 문장을 읽으면 <아내들>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 문장 뒤에 오는 내용을 읽으면 이 문장이 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써스데이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엿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목요일의 여자라고 해야 할까? 다른 두 여자와 함께 한 남자를 사랑하는 써스데이의 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부일처제라는 개념을 벗어버리더라도 그렇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나만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본성일진대 이를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써스데이와 세스 그리고 다른 두 명의 아내들과의 관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일까?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관계는 서서히 깨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써스데이가 다른 두 명의 아내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세스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부부라고 상대방의 모든 걸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하게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만약 자신이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면 어쩌면 혼란을 넘어 절망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나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속인 게 되는 걸까, 아니면 상대방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되는 걸까?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스릴러 소설인 만큼 마지막 결말의 반전은 기대해도 좋다. 책의 마지막에 덧붙인 토론해볼 만한 질문 9개는 개인적으로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하기에도 충분하고 책을 같이 읽고 함께 나누어보기에도 충분한 질문들이니까 절대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1번 질문부터 마지막 9번 질문까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