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새러 데이비드슨.잘만 섀크터-샬로미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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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2월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내 나이는 한참 어리다(그렇게 믿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인생의 12월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아주 어린 나이도 아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말 그대로 나이순이 아니기에 인생의 12월은 어쩌면 누구나 준비해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아름다운 준비>는 유대인 랍비 잘만 섀크터-샬로미와 칼럼니스트 새러 데이비드슨이 인생 12이라는 주제로 두 해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 지혜롭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나눈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인생 12월 여행을 떠나다인생 12월 여행을 준비하다라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여행부터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가 가슴 속을 헤집는다.

 

이 친구야, 그 혜성이 바로 네 인생이야. 점점 궤도의 끝으로 가고 있지. 그런데 너는 지금 하루하루를 원하는 대로 지내고 있니?’(p.18)

 

죽음은 삶과 이어져있다. 그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지금의 내 모습은 정말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면서 나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 끝을 향해 나아가는지.

 

예수님을 믿는 내게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다. 어쩌면 이 세상보다 더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사는 동안의 삶, 또한 남은 사람들과의 나눔, 내 마음속에 도사리고 앉아있는 뒤틀린 감정의 응어리 등은 분명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랍비 잘만은 보수적인 유대교에 맞서 이슬람교, 가톨릭, 불교, LSD 등 다양한 종교 교리나 방법 등을 받아들이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이다. 그렇기에 내가 믿는 신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각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돌아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랍비 잘만이 말하는 12가지 준비 과정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용서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이 땅을 살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책을 덮으며 돌아보았다. 나는 지금 그 어떤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나를 힘들게 한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길이 아니다. 지금도 한 걸음씩 걸어가며 그 끝을 바라보는 길이다. 그렇기에 랍비 잘만이 말하는 인생 12월을 향해 떠날 준비는 뒤로 미루어도 될 일이 아니다. 지금, 바로 지금부터 준비하며 떠나야 할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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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를 위한 영어 스피치
이진영 지음 / 터치아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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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말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관련된 내용은 영어로 내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영어로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영어로 연단에 서서 청중들에게 연설을 한다면 어떨까? 쉽게 입이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아니 내게 그런 기회가 생기지도 않겠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애초에 시도조차 안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영어 구사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과학 문명이 발전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때때로 언어의 힘은 기기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능력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리더를 위한 영어 스피치>는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성공적인 영어 스피치를 위한 10대 수칙은 연단에서 연설을 하는 경우뿐 아니라 모든 대화에 필요하다. 특히 비즈니스를 위한 대화의 경우에는 이 10대 수칙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명 인사들의 연설을 예로 들면서 각 수칙을 설명하는데, 단순히 영어 표현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의사소통에 중요한 몸짓, 시선, 목소리의 조절 등 대화나 연설에 필요한 모든 부분들을 세세하게 짚어준다.

 

이 책을 본다고 영어 실력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도로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로벌 시대의 리더들에게 단순한 대화를 넘어선 소통의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려주고자 한다. 그것이 글로벌 리더를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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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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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평상시 들어보진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읽었다. 그것도 단편집으로만. 이복구의 <맨밥>과 조지 손더스의 <1210> 바로 그 작품들이다. 특이하게도 두 작품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아마 <맨밥>은 죽음과 현대인의 상실감을 표현하였고 <1210>은 기묘한 인물들의 기묘한 이야기들(손더스의 작품에도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을 표현하면서 둘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맨밥>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달리 <1210>은 어두우면서도 그 속에 유쾌함과 즐거움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의도적인 오자나 약품명으로 쓴 단어들을 보면 조지 손더스라는 작가가 상당한 장난꾸러기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유쾌함과는 달리 작품의 내용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진다. 인간이고 싶어 하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고 싶어 하는 이가 결국은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아이의 모습은 또 왜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슬퍼 보이는지? 일을 하기로 하고, 그 일을 잘하기로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직장 상사의 은근한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공포스럽게 들리는지? 죽음을 결심한 이가 누군가를 구하려 하는 모습이 주는 감동은 또 얼마나 따뜻했는지?

 

보다 보니 모두가 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낯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직장에서 느끼는 압박감이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또한 타인의 아픔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나, 어쩌면 우리 모두에 마음속에 담긴 정체모를 악한 본성까지, 우리네 평범한 이들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손더스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가 보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평소 단편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손더스의 작품들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0편의 짧은 이야기가 이렇게 무겁고 즐거울지 미처 몰랐다. 한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에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래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니. 손더스의 다른 작품들은 얼마만한 무게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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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밥
이복구 지음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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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책들이 출판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에 치중해서 책을 보게 되어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은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 이복구라는 작가도 사실 전혀 들어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 바로 <맨밥>이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쳐 들었다.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단편을 읽을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한 작품을 읽고 한참 뒤에 다시 다른 작품을 읽어도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읽는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르다.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속에 같은 향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6편의 단편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그 느낌이 무겁다. 첫 작품부터 그렇다. 아주 충격적이다. 어른의 죽음도 그런데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21층에서 떨어져서. 그 아이의 부모가 서로 다투다 집을 비운 바로 그 때 일어난 아이의 죽음. 이런 죽음의 이야기는 아이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던 아줌마에게 일어난 일. 아이에게 일어났던 그런 일이 내 아이에게도 생긴다면? 끔찍하다. 괴물 같은 아이를 만든 현실도, 책표지에 담긴 글처럼 멀리 있다고만 생각했던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첫 작품은 아이의 내면에 담긴 악을 그렸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이 떠오르게 한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죽음이 이어진다. 그 중에는 죽음에서 돌아온 이의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죽음에서 돌아온 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나 허무해 보인다. 그는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죽음에서 돌아온 이들이 보인다는 삶에 대한 애착이나 삶을 사랑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그가 살았던 삶이 힘들었던 걸까?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자살을 기도했던 그는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죽음. 아이들의 죽음이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삶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작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한 삶에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는, 오히려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삶에 희망이 없다고, 오직 어둠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걸까? 그런데 문득 맨밥이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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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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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단어가 갖는 의미가 정말 묘하다. 옆에서 보면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하게 살기도 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커다란 반전이 숨어있는 경우도 많다.

 

선재와 해인. 이 둘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사도세자가 죽은 뒤주에서 만난 그들의 관계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퍼주는 듯한 선재와 자신의 삶을 너무나 하찮게 여기면서 자신을 아버지의 손에서 구해준 선재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해인. 무엇이 이 둘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는 걸까?

 

해인의 자학하는 듯한 인생에는 님포마니아라 불리는 질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님포마니아라는 질환에 걸린 과정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자책감과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의 뒤틀린 사랑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선재의 눈에는 해인의 이런 아픈 모습이 보였던 걸까?

 

평범한 나의 눈에는 선재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해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선재와 해인의 사랑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달콤한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옆에만 있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상대방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

 

소설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상상도 못했던 반전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한 번의 반전이 아니라 두 번에 걸친 반전. 이 두 번의 반전이 독자에게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구조라 조금은 아쉬웠고, 선재와 해인의 접점을 이루는 개연성이 너무나 소설적이라 오히려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어보면 작자 소개에 나온 소설다운 소설이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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