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밥
이복구 지음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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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책들이 출판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에 치중해서 책을 보게 되어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은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 이복구라는 작가도 사실 전혀 들어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 바로 <맨밥>이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쳐 들었다.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단편을 읽을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한 작품을 읽고 한참 뒤에 다시 다른 작품을 읽어도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읽는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르다.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속에 같은 향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6편의 단편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그 느낌이 무겁다. 첫 작품부터 그렇다. 아주 충격적이다. 어른의 죽음도 그런데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21층에서 떨어져서. 그 아이의 부모가 서로 다투다 집을 비운 바로 그 때 일어난 아이의 죽음. 이런 죽음의 이야기는 아이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던 아줌마에게 일어난 일. 아이에게 일어났던 그런 일이 내 아이에게도 생긴다면? 끔찍하다. 괴물 같은 아이를 만든 현실도, 책표지에 담긴 글처럼 멀리 있다고만 생각했던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첫 작품은 아이의 내면에 담긴 악을 그렸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이 떠오르게 한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죽음이 이어진다. 그 중에는 죽음에서 돌아온 이의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죽음에서 돌아온 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나 허무해 보인다. 그는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죽음에서 돌아온 이들이 보인다는 삶에 대한 애착이나 삶을 사랑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그가 살았던 삶이 힘들었던 걸까?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자살을 기도했던 그는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죽음. 아이들의 죽음이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삶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작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한 삶에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는, 오히려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삶에 희망이 없다고, 오직 어둠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걸까? 그런데 문득 맨밥이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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