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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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단어가 갖는 의미가 정말 묘하다. 옆에서 보면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하게 살기도 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커다란 반전이 숨어있는 경우도 많다.

 

선재와 해인. 이 둘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사도세자가 죽은 뒤주에서 만난 그들의 관계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퍼주는 듯한 선재와 자신의 삶을 너무나 하찮게 여기면서 자신을 아버지의 손에서 구해준 선재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해인. 무엇이 이 둘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는 걸까?

 

해인의 자학하는 듯한 인생에는 님포마니아라 불리는 질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님포마니아라는 질환에 걸린 과정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자책감과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의 뒤틀린 사랑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선재의 눈에는 해인의 이런 아픈 모습이 보였던 걸까?

 

평범한 나의 눈에는 선재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해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선재와 해인의 사랑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달콤한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옆에만 있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상대방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

 

소설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상상도 못했던 반전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한 번의 반전이 아니라 두 번에 걸친 반전. 이 두 번의 반전이 독자에게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구조라 조금은 아쉬웠고, 선재와 해인의 접점을 이루는 개연성이 너무나 소설적이라 오히려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어보면 작자 소개에 나온 소설다운 소설이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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