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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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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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내 마음과 유사한 누군가의 마음이 활자로 남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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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기를 모순적으로 태어난 모양이다.
행복안에서도 불행을 만들며 불행안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존재.
소소한 불행 앞에서 이미 휘청거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땐 악을 쓰고 버티다가, 거대한 불행 앞에서 그를 핑계삼아 크게 울어버리고 싶은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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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들에 포스트잇을 붙이다가 언젠가 포스트잇 붙이기를 멈추었다. 너무나 좋은 구절이 많았기에 포스트잇 투성이가 될 것 같아서. 아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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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p.95
아마도 아버지는 슬픈 일몰에조차 꿈쩍하지 않을 내성을 갖게 된 모양이었다.
p.152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p.173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6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일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p.188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p.191
나는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p.218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p.219
지금 그가 품고 있는 나에 대한 사랑의 부피가 감소될 그 어떤 말도 절대 하고 싶지 않다.
p.229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책책책책을읽읍시당📖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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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죽이기 1,2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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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작소 모임의 마지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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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을 사실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로는 개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많이 벌어지니 말도 안되는 것 조차 개연적이지 않으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현실이 아니니까 더더욱, 억지로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것이다. 소설에서 개연성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소설가의 능력 부재처럼 여겨진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았다. 이건 뭐, 독서에 대한 순수성을 잃은 탓이라고 나를 원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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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소 몽상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이번 책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현실에 나타난 이데아의 존재라거나 메타포로서 또 다른 현실이 창조된다는 내용은 삶의 판을 더 크게 키워주고 우리들의 행위나 작품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현실을 매개하는 장치로서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특히나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관념을 ㅡ그들이 기억력조차 가지지 못한 존재라고 하더라도ㅡ 하나의 표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길가다 맨홀 뚜껑을 열고 메타포가 내게 인사한다면 그 하루는 참 멋진 하루일 것이다 어감도 메타몽같은게 유난히 귀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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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술을 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글을 쓰면 그 글에는 어떻게든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경험이 녹아들기 마련이고 노래를 부르면 음악에 대한 선택에서 혹은 곡 그 자체에서 부르는 사람의 애절함이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그림을 그리며 나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할 것이다. 결국 내가 하는 행위와 예술은 나의 퍼스낼리티가 되어 객관적 실물로서 내 앞에 마주하게 된다. 그런 마주함으로부터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다시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그게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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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떨어지는 야구공을 받으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하루키는 생각했고 그때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에세이에서 말한 바 있다. 이번에 현현하는 이데아를 부제로 낸 것도 그때의 경험이 토대가 됐을 것이다. 나 또한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다. 논리와 정황을 떠나서 돌연 직감적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들. 객관의 눈으로 보면 하찮아보이는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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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재밌기에 추천. 하지만 개연성을 기대하지 않기를.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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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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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감정수업 #강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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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가지 감정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와 함께 관련 문학작품 48가지를 소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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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중층적이어서 나조차도 내 감정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소 복합적인 감정들을 세부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었다. 다만, 수만가지 감정이 이는 장면을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하려다보니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과 문학작품 사이의)대응관계도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사람마다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를테니 감수해야하는 단점이겠지.(나는 강신주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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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대가 컸던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감정에 대한 깊은 고찰을 원했건만 아직 읽지 않은 작품에 대한 스포를 당한 기분도 든다. 이왕이면 책에 실린 많은 책들을 읽은 뒤에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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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끝날 때마다 한페이지로 적힌 작가에 대한 소개가 좋았다. 작가의 인생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보며 하나의 인생이 곧 하나의 작품이란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예전이라면 내 인생작품이 해피엔딩이길 바랐을텐데 지금은 엔딩따위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현재 행복한 인생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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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이제야 작가가 왜 자신의 소설에 ‘레미제라블‘, 그러니까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된다. 내 삶이 가장 비참해질 때, 인생이 바닥까지 떨어질 때, 그만큼 모든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278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의 종류 중 하나가 아니다.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있고, 반대로 그럴 수 없는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우리 자신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된다.
p.424
몇차례 이별을 경험했다고 해서 우리에게 용기나 성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정은 정반대다. 우리는 상처받고 또 상처받아 아직도 아물지 않은 흉터를 가지고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p.428
그러니 더 강한 욕망의 대상을 만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웬만한 욕망의 대상으로는 항상 미래의 실패가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모든 희망과 절망을 염두에 둘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아주 매력적인 그리고 강렬한 대상을 만나야 한다.
p.511
안전한 삶을 위해 현재의 열정적인 감정을 교살하는 삶,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지금은 미래로 보이는 때도 언젠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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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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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일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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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일일연재를 할때 일주일마다 하나씩 올라오는 김연수 작가의 글을 보며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자그마치 2012년의 일이다. 그 얘긴 즉슨 내가 2012년에 방황을 시작했고 아직도 그 방황을 끝내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어쨌든 그때 올라오던 글들을 이제 책으로 읽는데 기분이 묘하다. 자신의 일상적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다른 이에게 읽힌다니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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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문의 인생을 살고싶다. 내 인생을 읽어줄 소중한 독자인 우리 가족, 애인, 친구를 위한. 하지만 개인주의 및 자발적아웃사이더 인생 거진 30년에 미문인생으로 돌아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문은 커녕 상처라도 주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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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와 표현은 앞쪽에 있고,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단어와 표현은 뒤쪽에 있다. 초인적인 염력을 발휘해 남들보다 훨씬 뒤쪽의 단어와 표현을 쓸 수 있다면, 그의 문장은 훨씬 좋을 것이다.
p.128
말은 그 속성상 관계 속에서 속내를 왜곡한다. 진짜 원하는 바가 뭔지 알고 싶다면 ‘표정, 몸짓,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동공도 확장시키지 않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자들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으랴!
p.172
주인공을 사랑하는 소설가라면 구체적인 단어와 낯설지만 창의적인 표현과 색다르나 생생한 경험들로 자신의 문장으로 채우려 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p.174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p.240
대부분의 관점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상관없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p.256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길을 갈 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는 쪽을 택할 때,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이 좌절됐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꿈에 대해서 한번 더 말할 때, 우는 얼굴로 어둠 속에 서서 뭔가 다른 좋은 생각을 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을 때, 바로 그 때 이 우주가 달라진다는 말.
p.262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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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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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시대의소음 #줄리언반스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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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신작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했건만 여간 실망이 아닐 수 없다. 2/3를 읽고 한달의 시간을 묵혀두었다가 오기로 나머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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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가치와 지켜야하는 것들 사이에서 번민하는 음악가의 생이 어떠했을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에서도 지켜야하는 것을 위해 인간은 얼마나 한없이 비참해졌었나. 최근들어 역사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멀리서 바라볼 뿐이기에 그 누구의 비극에 대해서도 쉽게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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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행한 음악가는 소설의 소재로서 매력적이고 반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 또한 너무나 강렬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후반1/5 부분에나 반스가 쓴 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머지 부분은..심지어 기존 자기 소설의 구성을 유사하게 가져온 점이 심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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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인물에 대해 글을 쓸 때의 어려움은 내용이 사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난을 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실제 이야기를 전하기에 소설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반스는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전기를 쓰고자 한 걸까? 아니면 소설을 쓰고자 한 걸까?
반스는 리얼리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독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나 아쉽다. 반스는 분명 더 잘 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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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6
그래서 그는 남은 용기를 모두 자기 음악에, 비겁함은 자신의 삶에 쏟았다.
p.253
말년에 그는 현악 사중주에 모렌도를 점점 더 많이 썼다. ‘사라지듯이‘, ‘마치 죽어가듯이‘. 그가 자기 삶에 붙인 표시도 이것이었다. 포르티시모에 장조로 끝나는 삶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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