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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5. #시대의소음 #줄리언반스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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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신작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했건만 여간 실망이 아닐 수 없다. 2/3를 읽고 한달의 시간을 묵혀두었다가 오기로 나머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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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가치와 지켜야하는 것들 사이에서 번민하는 음악가의 생이 어떠했을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에서도 지켜야하는 것을 위해 인간은 얼마나 한없이 비참해졌었나. 최근들어 역사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멀리서 바라볼 뿐이기에 그 누구의 비극에 대해서도 쉽게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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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행한 음악가는 소설의 소재로서 매력적이고 반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 또한 너무나 강렬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후반1/5 부분에나 반스가 쓴 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머지 부분은..심지어 기존 자기 소설의 구성을 유사하게 가져온 점이 심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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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인물에 대해 글을 쓸 때의 어려움은 내용이 사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난을 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실제 이야기를 전하기에 소설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반스는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전기를 쓰고자 한 걸까? 아니면 소설을 쓰고자 한 걸까?
반스는 리얼리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독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나 아쉽다. 반스는 분명 더 잘 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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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6
그래서 그는 남은 용기를 모두 자기 음악에, 비겁함은 자신의 삶에 쏟았다.
p.253
말년에 그는 현악 사중주에 모렌도를 점점 더 많이 썼다. ‘사라지듯이‘, ‘마치 죽어가듯이‘. 그가 자기 삶에 붙인 표시도 이것이었다. 포르티시모에 장조로 끝나는 삶은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