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죽이기 1,2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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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작소 모임의 마지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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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을 사실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로는 개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많이 벌어지니 말도 안되는 것 조차 개연적이지 않으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현실이 아니니까 더더욱, 억지로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것이다. 소설에서 개연성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소설가의 능력 부재처럼 여겨진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았다. 이건 뭐, 독서에 대한 순수성을 잃은 탓이라고 나를 원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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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소 몽상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이번 책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현실에 나타난 이데아의 존재라거나 메타포로서 또 다른 현실이 창조된다는 내용은 삶의 판을 더 크게 키워주고 우리들의 행위나 작품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현실을 매개하는 장치로서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특히나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관념을 ㅡ그들이 기억력조차 가지지 못한 존재라고 하더라도ㅡ 하나의 표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길가다 맨홀 뚜껑을 열고 메타포가 내게 인사한다면 그 하루는 참 멋진 하루일 것이다 어감도 메타몽같은게 유난히 귀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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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술을 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글을 쓰면 그 글에는 어떻게든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경험이 녹아들기 마련이고 노래를 부르면 음악에 대한 선택에서 혹은 곡 그 자체에서 부르는 사람의 애절함이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그림을 그리며 나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할 것이다. 결국 내가 하는 행위와 예술은 나의 퍼스낼리티가 되어 객관적 실물로서 내 앞에 마주하게 된다. 그런 마주함으로부터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다시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그게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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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떨어지는 야구공을 받으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하루키는 생각했고 그때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에세이에서 말한 바 있다. 이번에 현현하는 이데아를 부제로 낸 것도 그때의 경험이 토대가 됐을 것이다. 나 또한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다. 논리와 정황을 떠나서 돌연 직감적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들. 객관의 눈으로 보면 하찮아보이는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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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재밌기에 추천. 하지만 개연성을 기대하지 않기를.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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