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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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과학책이지만 역사서에 가까운 책이다. 현재의 과학 발전에 오기까지 이를 위해 공헌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주, 지구, 생물학, 화학 등 과학 전반에 대한 역사를 훑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빌 브라이슨의 재치있는 언변이 두꺼운 책을 읽게 만드는 동력을 준다. (난 두꺼운 책이 정말이지 싫다. 웬만한 두꺼운 책들은 얇게 만드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쓴 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경우 아주 두껍고 무식하게 크며 표지가 정말 못생겼기 때문에 나 같은 30대 초의 여자 사람에겐 너무나 매력 없게 느껴지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완독한 것은 물론이고, 이 거대한 두께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심지어 지금 추천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인간 역사의 재밌는 부분들이 다루어졌다.

과학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과학적 사실이 우리와는 다른 천재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을 거라는 추측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때로는 우연에 의해, 그리고 아주 할 일 없는 사람들에 의해, 혹은 논쟁과 반박의 과정에 의해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현재는 많은 과학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새로운 사실을 얻는 과정이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그리고 일반인에 의해 밝혀질 부분들 또한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나 뉴턴같은 천재들에 의해 이미 대부분의 과학이 밝혀졌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위대한 발견은 항상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은 것들을 의심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시간은 절대적일 것이라는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었고 또 양자역학은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고전 물리학의 원리를 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미 밝혀지고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심해보는 과정을 거친다면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그간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는 것이고, 생명의 비밀이, 지구 구조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인간이 비교적 가까운 해양이나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지식보다도 저 멀리 우주에 있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바다 깊숙한 곳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지도는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지구 내부에 대한 이해 또한 그렇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천재지변에 완벽하게 대비하기 어려운 것도 무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질이나 해양학보다 우주론에 관심을 갖는 과학자가 더 많은 걸까.
어쩌면 과학자들의 허영심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가까운 것을 연구하는 것보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일이 더 신비롭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문제야말로 천재들의 학구열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이겠지만, 어쩌면 우리 곁에 있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아 방치된 것일지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좋아한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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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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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p.30
‘맙소사, 뇌졸중이야! 내가 뇌졸중에 걸렸어!’
그리고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아, 이거 멋진데!’
일시적으로 황홀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 책을 읽게 만들어준 장면이 30쪽의 저 내용이다. 뇌과학자가 직접 겪은 뇌졸중은 일반인들이 겪는 뇌졸중과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는 뇌졸중을 극복하고 뇌의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하여 이렇게 책까지 써낸 것이다. 물론 ‘정말로’ 저자가 이 모든 것을 다 서술했을까 라는 의구심은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믿기로 한다. 믿지 않으면 억울하고 슬플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믿는 쪽이 좀 더 희망차기 때문에,

p.56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지만 현재까지 내 삶이 누려왔던 풍성한 감정적, 인지적 연결 능력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나일까?

이 책은 뇌의 손상으로 인해 결여된 저자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이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나’라는 개인이 특별하고 유일한 개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뇌졸중에 걸린 저자는 일반적인 속도로 말하는 간호사의 말에 잘 반응하지 못한다. 아니, 반응은커녕 제대로 듣는 일 조차 어렵다. 그리고 사실은 제대로 듣는 일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뇌의 손상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훼손하고 환경과 소통하게 만드는 일을 어렵게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녀는 ‘그녀’일까?

p.63
크게 소리 지른다고 해서 내가 말을 더 잘 알아듣지 않아! 날 두려워하지 마! 좀더 가까이 와. 부드럽게 대해줘. 천천히 말하라고. 또박 또박 명료하게. 한 번 더! 제발 천천히 또박또박. 거칠게 굴지 마. 안전한 장소가 되어줘. 나는 우둔한 동물이 아니라 상처 입은 동물이야.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어.
p.69
여러분의 타고난 능력이 체계적으로 하나씩 의식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보라.

만약 그녀가 뇌를 회복하기를 거부하고 우뇌의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우리는 뇌졸중이 걸린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치료를 했고 자신의 원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며 심지어 강연에 오르기까지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이 책으로 출판했다. 그런 그녀 존재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다른 뇌졸중 환자를 가르는 기준은 그녀가 회복을 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회복을 하지 못해 여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혹 그들도 저자의 어머니처럼 아주 정성스러운 간호인을 통해 회복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너무 빠르게 그들의 가능성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간호사인 어떤 분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저자처럼 극복하는 케이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 간호사에게 배정되는 환자의 비율이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사실 저자의 경우 훌륭한 어머니가 1:1로 그녀를 전담하여 치료하고 가르쳤기 때문에, 더군다나 그 어머니가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으로서 가르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특별한 어머니를 두지 않은 일반인에게 뇌졸중을 극복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환자의 치료를 돕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는 환자의 스트레스에, 그리고 끝없는 실패와 좌절에 내몰리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사람을 회복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p.157
내가 끈질기게 다른 것에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이 회로는 힘을 얻어 어느덧 내 마음을 점령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 나는 필요할 때마다 의식을 집중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사항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1.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더 찬찬히 살펴보고 싶은 것.
2. 내게 대단한 기쁨을 안겨주는 것.
3. 내가 하고 싶은 것.

뇌가 자꾸만 원치 않는 회로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때 쓰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는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인 줄 알았던 지인이나 친구, 가족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내게는 스트레스 단계별로 내가 취하는 행동이 있다.
1단계: 책 읽기, 음악 듣기, 커피 마시기, 글쓰기, 맛있는 것 먹기(치킨 같은 거..)
2단계: 연주하기, 맛있는 것 먹기(좀 더 많이, 좀 더 비싼 것을 먹는다), 친구 만나기
3단계: 엄마와 통화하기, 웃긴 예능보기(뒹굴거리면서), 엄청 많이 잠자기.
이런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뇌는 내가 원하지 않는 회로로 움직일지도 모른다.

p.180
다행히도 오늘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는 어제의 모습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180쪽의 이 문구는 꽤나 희망찬 이야기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못났고 아무리 후회되고 실망스러운 일을 했더라도 오늘의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 희망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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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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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주변인들에게 몇 번 접한 작가여서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책들에 밀려 읽지 못하고 또 아니에르노의 ‘세월’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한 반발심에 읽지 않다가(요상한 고집...) 추천으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최근 재발간된 ‘진정한 장소’나 ‘세월’이 아니라 ‘집착’이라는 이름의 제목. 글씨체만으로도 제목이 느껴지는 기분.

1. 별점 6개는 없나요
요즘 별점을 후하게 주게 된다. 독서력이 늘어서 웬만해선 재밌게 읽히는 것도 있겠지만 나름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늘어서 그런 것 같기도? 그래서 별점 5개 짜리 책이 늘어가고 있었는데 이건 5개도 모자란 느낌. 이 책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거나 큰 변화와 깨달음을 주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말 그대로 ‘집착’하는 여자의 마음을 글로 썼으니 내용도 찌질하고 더군다나 자전적 소설의 느낌이 강해서 매력적인 인물이 있지도 않고, 뛰어난 소설가들이 늘 그러하듯 탄탄한 배경을 구축한 것도 아니고 뭐 대단한 거라곤 하나도 없다. 천천히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다가 빵 터지는 그런 대목조차 없다. 그냥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나갈 뿐이다. 그런데 그게 뭐? 그래도 난 6개를 주고 싶은걸. 이유라면..음...

2. 이런 감정 묘사의 달인같으니라고
그 이유라면 그녀의 묘사때문에. ‘집착’이라는 감정의 표면과 그 밑바닥에 있는 찌질함, 그 찌질함을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심리를 너무나 잘 포착하여 글로 써냈기 때문이다. 집착이 뭘까, 라고 생각하면 고작 상황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그 찌질함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철학책이나 심리학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소설이 이 책 같았으면 좋겠다. 물론 서사가 한참 이어지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변화 또는 태도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만들면서 무언가를 자연스레 느끼게 하는 교훈적인 소설도 아름답다. 하지만 그보다는 매순간 인간 내면의 감정에 귀기울이고 나도 몰랐던 내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도록 일깨워주는 소설은 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집착’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착하는 여자의 구차함을 아주 세밀하게 나타낸다. 그게 마음에 든다. 좀 이상한 취향인가.

3. 그놈의 자극적인 표지와 글귀. 그놈의 못생긴 글씨체.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출근중이었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왜 쳐다보지 싶었는데 직장에 거의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문제는 그놈의 뒷쪽 표지. 표지에 자극적인 문장이 적혀있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문장이 이 책의 주요한 구절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 앞의 글들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것이다. 그 구절만 따로 떼어내서는 그냥 싸구려 야한 소설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표지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우리나라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흑흑. 독자를 유혹하기 위해 그 문장을 나름 야심차게 새겨놓은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출판사는 그 문장을 적음으로써 아니에르노의 글을 진지하게 접해보고 싶은 독자도 잃었을 것이고 야한 소설을 기대하고 이 책을 집었던 독자 또한 잃었을 것이다. 그 문장 하나로 이 책은 예술이 아니라 외설, 소설이 아니라 야설이 된 셈이다. 이런 바보같은 출판사!
심지어 집착의 느낌이 뿜뿜하는 글씨체는 정말이지 이 책을 사고싶지 않게 만든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매할 수 없어서 어렵사리 중고책을 찾아서 구매했는데 표지때문에 이걸 정말 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뒷표지까지 세트로 대환장파티..) 책표지를 만든 사람은 이 책을 제대로 읽긴 한걸까? 안 읽고 만든 거겠지..?

4. 야한 이야기의 본보기
프랑스에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 19금 스러운 탓에 이슈가 되었었다고 하는데 의미있는 19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여작가가 멋지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종종 어떤 의미로 넣은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19금 장면들을 본다. 야하냐 안 야하냐를 떠나서 (그게 별로 야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런 책들은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따지게 만드는데 그 장면의 목적이 어디를 향해있는가,가 혼란스러운 탓이다. 더더군다나 그 장면이 필요한 이유가 단순한 인과관계 때문일 때는 그게 정말로 소설가가 말하고자하는 바인가 싶어 좌절스럽다. 단순한 능력 부족이 아니고? 작가라면 삶의 행복과 비참함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해야지. 그것이 비참할지라도 아름다워야지. 그저 19금 장면만 넣으면 프리패스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어쨌거나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의 본보기가 된다고 느꼈다. 필요한 묘사와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그 구절이 그렇다뿐이지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기대하고 읽는다면 무조건 실망할 것이다.

대체 그놈의 대환장 문장이 뭔지 궁금하다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시기를. 종이 표지를 떼어내면 그래도 봐줄만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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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듣는 밤 - 밀려 쓴 삶을 매듭짓는 시간에 대하여 철학 듣는 밤 1
김준산.김형섭 지음 / 프리렉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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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간만에 괜찮은 철학책을 읽었다. 앞부분만 보고 괜찮겠다 싶어 구입했는데 읽다보니 너무 많은 고민들과 생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팟캐스트에서 철학 이야기를 하는 두 남자의 대화를 책으로 낸 것이라는데 팟캐스트로 들으면 내용을 이해할 겨를도 없이 혹은 좋은 구절에 밑줄칠 겨를도 없이 지나갈 것을 책으로 엮어 꽤나 좋다.(아직 팟캐스트는 안 들었지만. 나는 배움이 좋다기보다는 무언가 읽어내는 것이 신나는 활자 중독자니 언제 듣게 될지 장담은....그래도 꼬옥 들어야지....)

+ 각 챕터마다 어떤 책부터 읽어나가야 그 철학자의 이론을 섭렵할 수 있는지 정리되어 있는데 그게 꽤 유용해보인다.(나는 섭렵할 생각까진 없어서 가장 쉬워보이는 책부터 몇 권만 접근해볼 생각!)

대학생 때 강의에서 푸코에 대한 내용을 배웠을 땐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웬 걸, 이 책은 푸코부터 잘 읽히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앞의 알튀세르나 프롬, 바흐찐이 쉽게 읽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천천히 읽으면 공감도 되고 구절 구절이 하나같이 좋아서 지식을 음미하면서 읽게 되었다고 하면 푸코에서는 음미는 커녕 별로 읽고 싶지가 않았는데 괜한 소시민적 반항심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푸코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저자의 말로 인한 편견인지도? 아니면 저자가 뒤로 갈수록 좀 노력을 안했나..(잘 안되면 남탓)

하이젠베르크,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위대한 과학자, 철학자들의 사유는 그저 기록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시, 소설, 에세이가 되는 것 같다.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그의 이론을 ‘비’에 비유하여 시적으로 쓴 루이 알튀세르의 문장이란. 심지어 그 서문의 시작은 아래와 같다.

비가 온다.
그러니 우선 이 책이 그저 비에 관한 책이 되기를.

아무 것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저런 문장들을 하나라도 더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조만간 2도 읽을 생각이다. 그 전에 1 내용을 조만간 정리해야지.

이쯤되면 나는 조만간병에 걸린 것 같기도.... 빨리 바쁜 일이 끝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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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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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담겨있는 책이다. 화학, 생명과학, 물리학, 수학 등 다양한 과학 내용이 나오며, 의학에서의 발전, 신경학의 발전 현황, 외계인 등 마음과 의식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너무나 많은 주제가 가지를 뻗듯 이어진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주제가 다뤄지기 때문에 이 책을 굳이 이렇게 두껍게 만들어야 했나 라는 생각은 든다. 제발 과학자들이 휴대하기 편한 책을 1,2,3권으로 나누어 내는 편을 택하면 좋겠다. (1권만 사는 인간의 심리를 알기 때문에 이렇게 내는 거겠지만.)

이 책을 모든 국민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이유는
1. 현재의 과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언급된 몇 가지 프로젝트 그리고 다양한 연구소의 연구 주제를 듣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이 진전된 부분이 있기도 했고 생각보다 진전이 없어서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과학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2. 과학과 국고는 뗄 수 없는 사이다.
과학 발전에서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천문학적 수준의 금액이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고가 과학 발전에 쓰인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실현하는 일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찬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부분이 너무나 많은데 관심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국고 운영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저 과학자들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과학자들 조차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3. 과학 윤리를 위해서다.
이 책을 보고 인상이 찌푸려진 유일한 부분이다. 미치오 가쿠는 몇 가지 주제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는데 그 부분을 보고 조금 경악했다. 과학 발전에 따라오는 너무나 많은 부작용에 대해 안일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 사소한 예로 과학 발전이 부익부빈익빈의 계급 분리를 만들지 않을 것라는 것, 과학으로 인해 오히려 빈부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어 더 나은 삶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입장이나 의견에 대한 언급이 없이 그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단언하는 태도에서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예로, 미래에는 두뇌에 간단하게 지식을 탑재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지만 이런 일이 빈부격차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그 골자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매력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저런 것을 근거라고 말한다면 나로서는 ‘가난한 아이들 중 지식을 탑재하고 싶어도 그렇게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반박하는 수밖에 없다. 고작 저것도 근거라면 말이다.

과학 윤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전적으로 반대하는 바이지만, 이렇게 나처럼 반대를 하기 위해서라도 저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언급을 하다보니 이 책이 나쁜 책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자세하고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과학 책으로는 추천하고 싶다. (과학도가 아닌 일반인을 위해 썼다는 확신이 든다.)
특히 과학소설이나 과학영화, 공상과학내용 등을 인용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더 재밌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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