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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의 40대 남성의 현실은 참담하고, 자기 인식은 비루하다. 한국의 40대 아저씨는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무섭거나 우습거나, 혹은 모두 누리거나 가장 비참하거나. 이들은 겉으론 자신감이 넘쳐 보이지만 속으로 자신이 없는 존재다. 집에선 가부장, 밖에선 상사로 군림하는 존재지만 사실은 여기저기서 왕따당하는 영혼이다. 이런 40대의 자화상을 잘 표현한 '부라보마이라이프'라는 영화가 있었다. 대부분은 자신의 꿈.이상과 다른 현실적으로 되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탈을 꿈꾸며 과거의 꿈으로 가고 싶어하고 현실이 어려울수록 .심리적압박을 받을 수록 더욱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30년을 하루같이 성실하게 일해온 그는 이제 퇴임을 30일 남겨두고 있다. 주변머리 없어 승진이라고는 모르고, 기어오르는 후배직원들에게 어느순간 밀려나고, 오로지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일념하에 버텨온 그에게 한가지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으니 바로, 드러머의 꿈이었다.
1960년대에 태어난 40대 남성은 ‘회사 인간’이다. 회사는 그들에게 단순한 직장을 넘어선 존재의 근거다. 주인공들은 한창 일 할 수 있는 나이.준비되지 않는 퇴직.경제적인 압박 등에도 퇴직해야만 하는 상황-경쟁에서의 도태-에서 과거의 좋아했던 음악-악단을 만들어 멋지게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게 된다. 간간히 직장에서 생기는 일들을 재미 있게 묘사한 영화였다.이런 중년들의 향수를 소재로 제 2의 인생을 그린 영화들이다. 실제로 최근 이러한 영화속 중년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밴드용 악기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쇼핑몰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이 책은 치열한 삶에 지친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들이 인터뷰한 8명의 중년 남성들의 공통점은 타성에 젖은 익숙함을 떨쳐 버리고 무언가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제2의 취미생활은 뒤늦게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설레임과 열정으로 충만해있다. 그들은 록밴드를 만들었고, 자전거로 유럽일주를 했으며, 색소폰을 불고. 패러글라이딩과 스쿠버 다이빙, 플라이 낚시, 요트를 즐기는 취미를 가지고 산다. 이 사람들은 그래도 성공한 40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취미는 한낮 호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들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고 허무하다. 분명 이들에게도 낭만과 꿈과 재미와 활력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을 게다. 하지만 20~30년 세월을 가족 부양에 매진하며 쭉 한길만을 보고 달려오다보니 어느 순간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시라. 다시 꿈과 낭만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부디 힘내라고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