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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 팩션을 주로 집필하는 김탁환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방대한 역사 지식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걸작들을 선보였던 작자가 이번에는 고종 독살의 개연성을 언급한 많은 국내 자료중에서 모티브를 발견하였다.
고종이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것은 러시아대사관에서 이었다. 1896년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던 즉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거의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커피를 즐겼는데 1898년에 국정을 농단하다가 유배형을 받아 암심을 품은 '김흥록'이란 사람이 하수인을 시켜 고종과 황태자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 독을 넣은 독살미수 사건인 고종 독살 음모사건에 희대의 여자 사기꾼이자 조선 최초의 커피 바리스타인 ‘따냐’를 만들어 냈다. 소설 '노서아 가비'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유쾌한 사기극을 담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커피애호가인 고종에게 직접 커피를 끓여올렸던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라고도 할 수 있는 주인공 따냐는 역관의 딸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러시아로 달아난 ‘따샤’는 그곳의 사기꾼 일당에게 포섭되어 활동하다가 연인 이반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온다. 이후 고종의 바리스타가 된 따샤는 자기 아버지를 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등장 인물 상호간에 얽히고 얽힌 관계를 잘 그리고 있다. 특히, 커피 끓이는 사기꾼이지만 고종과 커피를 통해서 교감하게 된 ‘따냐’는 그 시기의 어려운 조국의 왕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반이 자신까지 속이고 있다는 갈등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주인공 따샤의 인간적인 고뇌부분 등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여지없이 발휘하며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사기극이라는 경쾌한 소재를 들고나온 작가의 책을 읽기전 노서아라는 단어와 가비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관시켜 '러시아 커피'라는 뜻을 음역한 책의 제목을 통해 책의 내용을 미리 상상해 보며 읽는맛에 푹빠진 흡입력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