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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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주년을 맞아 리커버 특별판으로 돌아온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어봤어요.

호랑이가 숲을 지나가고 있는 듯한 표지가 너무 멋지네요~

일제강점기(1918년)부터 해방, 그 후의 이야기(1965년)까지 거의 반세기에 걸친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님이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시대를 살아온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네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생집 견습생으로 들어가게 된 '옥희'는 주인인 '은실'에 의해 교육을 받고 자라게 됩니다.

은실에게는 그녀의 외모를 빼다 박은 '월향'과 그렇지 않은 '연화'라는 두 딸이 있었어요.

원치 않았던 딸이었던 연화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언니가 밉긴 했지만 언제나 밝은 성격을 유지하였는데요.

친화력이 좋았던 성격 탓에 옥희와도 금방 친구가 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일본 군인들이 기방을 급습했고 '하야시' 소좌는 은실의 딸 월향을 지목하게 되는데요.

기생 장부에도 오르지 않은 자신의 친딸이라는 은실에 말에 하야시는 오히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월향을 겁탈합니다.

이 일로 월향은 임신까지 하게 되고 은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사촌 동생 '예단(단이)'을 불러 두 딸과 옥희가 경성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합니다.

창살만 없을 뿐 철저한 보호 아래 감옥처럼 지내던 옥희는 어느 날 집 근처에서 제 또래로 보이는 '정호'를 만나게 되는데요.

거리를 전전하며 사는 듯한 행색과 달리 당참과 용기가 있었던 정호는 첫눈에 반한 옥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세월이 흘러 옥희의 외모는 점점 더 아름다워졌고 한 극장의 연출가가 그녀를 극단에 입단시켜 경성 최고의 이름난 연예인으로 만들어줍니다.

늦은 귀갓길에 언제나 인력거를 이용했던 옥희는 인력거를 끄는 청년 '한철'에게 점점 마음이 쏠리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생활비와 교육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해 줍니다.

한편 정호는 이명보를 스승으로 삼아 그와 함께 독립운동을 계획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면서 목숨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제가 가진 첫 번째 꿈은

우리나라의 독립입니다.

두 번째 꿈은 우리 국민 모두

충분히 잘 먹고 번영하며

인간답게 사는 겁니다."

-284p 이명보의 소망


배경이 일제강점기 시대인 만큼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경성 최고의 기생이었던 단이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 성수, 성수의 유학시절 친구였던 명보가 그 주측이 되어주는데요.

독립운동의 이유와 계기는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엿보였어요.

특히 기생들의 독립운동이 굉장히 적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여성들도 그저 손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구나... 힘이 되어 주었구나...라고 생각되면서 그들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일제 지배하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모든 걸 빼앗긴 삶을 살았는지를 그들의 생활과 생생한 심리묘사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있음 직한 일이었기에 더 몰입해서 보았네요.

그뿐 아니라 10대 초반이었던 옥희의 기생 견습을 시작으로 47년간의 삶은 그녀의 성공과 사랑, 배신, 우정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요.

다만 한 가지, 옥희가 정호와 한철 사이에서 너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좀 답답했어요.

자신은 오직 한사람 한철만을 사랑했다고 하는데 정호와 만나면 또 흔들리는 그녀를 볼 수 있었거든요.

정호와는 우정에 가까워 보이긴 해도 행동은 그렇지 못했기에 그들의 삼각관계가 참 묘하면서 씁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한철 또한 옥희를 사랑하지만 기생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황당한 말까지 하는데요.

아... 고구마 100개..ㅠㅠ

남녀 관계는 알 수 없는 거지만 정말 답답한 부분이었어요.

인상 깊었던 인물로는 일본인 '야마다' 대위가 있었는데요.

그는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상관이나 동료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요.

또 옥희가 성공 대로를 달릴 때 그녀를 취하고자 혈안이 되었던 야마다의 동료 '이토' 또한 훗날 옥희와의 마지막 만남에선 그녀에게 도움만 줄 뿐 예전의 비신사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는데요.

그녀를 정말 사랑했던 걸까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그도 역시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네요.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은 한편의 영화 같은 <작은 땅의 야수들>!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쉽네요.

책으로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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