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법에 따라 산다. 주인공은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이다. 법률가는 그들의 권리의무를 밝히는 
전문직이다. 법학(jurisprudence)은 법(ius)에 관한
지혜(prudence)의 체계이다. 여기에서 지혜는 공동체의 
지혜를 말한다. 그 발견을 위하여 법률가는 때때로 법적 
양심(legal conscience)에 의지한다. 그것은 법률가로서 훈련된 법률가가 법률직역의 일원으로서 전문적 직능을 
수행할 때, 가슴에 손을 얹고 마음속의 영성의 소리에 
귀기울임을 의미한다. 개별 법률가가 자신의 개성이나 
불만을 내세워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일은 법률가의 몫이 아니다. 정치가로서 법을 만들 
때에도, 정치적 과정을 통해야한다. 이런 공적 과정을 
우회하여, 법률가(특히 판사)의 위치에 있음을 기화로 
개인적 생각을 집어넣으려 해서는 안 된다. 법률전문가는 
우선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 P10

물론, 법적 확실성(legal certainty)내지 법적 안정성이 
궁극적 정의와 충돌할 때에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기존의 법(현행법)이나 
과거의 선례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면 유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적이다. 사람들은 ‘전(前)부터 그렇게 해 왔다‘는 말을 대개 납득하고 받아들이며, 기존의 규율이 유지되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최선에 못 미치는 차선의 규율이라도 일관되게 적용하면, 같은 사안유형을 같게 
규율하는 일관성(내지 평등)과 예측가능성은 고도로
보장될 수 있다. 예측가능한 규율 하에서 개인의 자유는 
확보된다. - P10

법적 안정성은 법적 평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평화는 전쟁을 불사하는 의지와 
전쟁수행의 능력이 가지는 전쟁억제력에 의존한다.
법적 평화도 입법 단계에서의 세력균형과,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권리주장 및그 가능성에 의하여 유지되고 
회복된다. 법률가는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논란의 해결에 
기여하고, 그럼으로써 법적 평화에 기여한다.  - P10

그렇지만 법적 평화가 자동적으로 도달,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쓸만한 법과 실무가 마련되었으면, 
한편으로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법과 실무의 
안정적 활용에 힘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 안목에서 
비교법적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 입법부도 신중해야 한다. 대증요법식으로 수시로 입법하는 것은 금물이다.  - P11

법이 항상 어김없이 관철되기는 어렵지만, 법에 의하여 
정해지는 권리의무가 중시되어야 하고, 권한과 권리의 
행사가 부적절한지를 판단할 때에도 법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법이 어디까지, 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는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법칙(法治)의 개념은 영미법과 대륙법에서 
조금 다르다. - P11

영미법에서 말하는 "법의 지배" (rule of law)는 용어상으로 완벽히 표현되지않는 역사성을 가진 개념이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법을 수단으로 한 지배(법에 의한 지배)" (rule 
by law)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법의 지배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영미법계의 법률가들은 "법의 지배"와 "법에의한 지배가 아주 이질적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법에 의한 지배"와 "법의 지배"는 비슷한 것이 
아니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지배" 의 진정한 특징은 무엇인가? 
영미법계의 법률가들이 법의 지배를 설명할 때, 
법이 국왕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유달리 강조한다. 
이렇게 말할 때, 그들은 법이 국왕처럼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 P11

영미법에서 "법의 지배"는 "국왕의지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을 의미한다. 법은 국왕의 자의 통제한도다. 
"법의 지배"로써 국왕의 권리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국왕보다 위에선다는 데 초점이 있다. 국왕의 자의가 
있던 자리에 법이 들어선다. 그 법은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국왕에 대응되는 기능도 해야 한다. 

결국, 영미권에서 "법의 지배"는 ‘의인화된 법‘의 지배를 
뜻한다. 왕이 국토와 신민을 지배하듯이 법이 국토와 
신민을 지배한다. 국왕도 법 아래에 있다. 
- P11

이처럼 법은 사람, 통치자에 비유된다. 이런 의제적 요소는
독일의 법치국가(Rechtsstaat) 개념에는 없다. 
독일의 법치국가 원리가 순수한 헌법원칙이라면 영미의
 ‘법의 지배‘(법치)는 정치철학의 색채를 함께 가진다. - P12

법을 자애로운 지배자에 비유하는 사고방식은 이론적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땅에 부착되어 사는 존재로 
생각하고, 땅(영토) ("this land")을 국가의 가장 본질적 
요소로 여겨 온 영국인들의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지배자이자 지배원리인 법은 인간현실을 굽어살피고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부응할 것이 기대된다. 법은 영생하는 
국왕에 비유되어 의인화된다. 그래서 과거,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법은 일관되는 것이 좋다. 민주적 입법이 기존의 
법을 개혁하는것을 인정하지만, 판례는 시간을 통하여 
일관되어야 한다. - P12

영미법계에서 ‘법률가집단의 자율이나 지배‘를 이야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법이 왕정 하에서의 국왕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점에도 주목을 요한다.
 
영미법은 법의 형성과 운영을 전문가 집단에만 맡기지 
않는다. 오히려 보편적 전문가(generalist) 내지 비전문가
(아마추어)가 특수직 전문가(specialist)의위에 서서, 
중요한 원칙을 정하고 까다로운 사안에서 최종적 답을 
정한다. 영국법은 법조직역 내로 수용된 근대화된 
원님재판을 특수적 전문가의 재판보다 높이 산다. 
영국의 법칙에서는 이것도 가능하며, 또 여기에 묘미가 있다.

법치의 전통이 취약한 국가에서 섣불리 흉내내었다가는 
폭정으로 직결될 만한 일이지만, 영국에서는 유연한 
법발달의 실무로서 행해지며, 영국 법률가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 P12

이와 달리, 대륙법계에서는 전문가가 법의 형성과 운영에서 주도적 역할을한다. 제도적으로 법률가직역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법의 자율성‘을 이야기한다.

국가도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즉, 나랏일 즉 국사도 법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법의 입법, 해석, 
적용을 담당한 사람이 전단적이거나 인간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독일어권의 법치국가(Rechtstat) 개념이다. 
여기에서는 법과 법률가집단의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 있고, 법학계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히틀러가 패권을 잡고 법치주의를 
마비시키는 과정에서 법학자들의 대대적 숙청(purge)이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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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제도와 권리감각의 조화

내가 이러한 그림자를 하늘에서 불러와 보여주는 것은, 
이념적인 차원에까지 높아진 강력한 권리감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법제도로 인해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경우, 
바로 그러한 권리감각 때문에탈선할 위험이 생긴다는 
것을 하나의 감동적인 실제 사례를 통해명백하게 밝히기 
위해서였다.  - P112

여기서 법률을 위한 투쟁은 법률에 대한 투쟁이 된다. 
자신을 지켜주어야 할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은 권리감각은 스스로 법률이라는 토대를 떠나서 법률을 실행해야 할 
사람의 무이해와 악의와 무력으로 인해 인정받지 못한 
것을 자력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그때, 국민적 권리감각이 그러한 법과 권리의 상태에 대해 
행하는 고발과 함의의 담당자가 되는 것은, 특별하게 강인한 성격이나 저돌적인 성격의 사람만이 아니다. 

그러한 고발과 항의는 모든 사람에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반복되고, 그것은 그 목적으로부터, 또 국민 전체나 해당 
계층이 받아들인 실행 방식으로부터도, 국가적 제도의
민중적 대체물이자 보완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113

그러한 것으로 중세의 유혈재판과 결투권이 있었다. 
이러한것들은 당시 국가차원의 형사법원이 무력했고 
당파적이었으며, 국가권력이 약했음을 웅변한다. 
현대에는 결투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국가가 명예훼손죄에 부과한 형벌이, 사회의 일정 
계층이 갖는 민감한 명예감각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사실로 증명하는 사례다. - P113

나아가 코르시카 특유의 혈투, 북아메리카의 국민재판
소위 린치재판도 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국가적 제도가 
국민이나그 특정 계층의 권리감각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 P114

여하튼 그것은 국가에 대한 비난(국가가 그것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이나 국가가 그것을 허용한다는 
비난)을 포함하는 것이다. 

법률이 이를 금지하는 만큼 실제로 금지될 수 없는 경우,
개인에게 는 심각한 모순의 원천이 된다. 국가가 명령하는 
바에 따라피의 복수를 거부하는 코르시카인은 자신들의
동료로부터 멸시를 받고 제외된다. 반면 민중이 갖는 법과 
권리 관념의 압력에 양보해 피의 복수를 하는 사람은 이를 
처벌하는 사직당국에 체포된다. - P114

우리나라에서 보는 결투에서도 마찬가지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결투를 하는 것이 의무인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자신의 명예가 침해되고, 결투를 하는 사람은 처벌된다. 이는 당사자에게도, 재판관에게도 마찬가지로 
곤란한 상황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유사한 현상을 찾을 수 
없다. 그곳에서는 국가적 제도와 국민의 권리감각이 완전히 합치되었기 때문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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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폰 사비니 (Carl von Savigny)를 탁월한 대표자로 
하는 역사학파는 실정의) 법은 항상 역사와 관련을 맺으며 그 시대의 사고방식이나 사회적 · 정치적인 환경 및 다른 
많은 요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파악함으로써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 학파는 실정법의 제반 규율을 연구하고 그것을 보다 
높은 차원의 추상(Abstraktion)으로 드높이며 그로부터 
법내적인 관련에의 동찰을 얻어 내는, 말하자면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진 구획을 벗어남이 없이 실정법에 ‘정신을 
불어넣는‘ 법교의학(Rechtsdogmatik)의 기초를 쌓았다.  - P6

이 교의학은 19세기 중에 판결과 법적거래를 통한 법의 
발전을 저해하는 편협한 개념학으로 퇴화하였다. 
이것은 ‘법실증주의‘ (juristischer Positivismus) 또는
‘법률실증주의‘(Gesetzespositivismus) ㅡ
이는 법률 및 그것에 초점을 맞춘 교의학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한편 판례, 법감정, 직관, "법률해석 이전의 가치판단에 
있어서의 명증가능성에의 추급" (에써의 표현)의 
각기 창조적인 모멘트를 과소평가하는 태도라고 이해된다―에 반대하는 여러 가지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P6

한편 슈타들러가 반대한 바 있는 법에 대한 다른 하나의 
기본태도인 법철학상의 실증주의는 이와는 다른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실증주의적인 학문 개념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에 따르면 논리학과 수학 이외의 분야에 있어서의 
순수한 인식은, 관찰 특히 실험을 통하여 경험적으로 
증명 · ‘검증‘ㆍ ‘반증‘될 수 있는 자연과 사회생활의 
법칙성에 관하여만 가능하다. 

이러한 순수한 인식이 윤리적인 명령, ‘가치‘나 어떠한 
법이 ‘정당한 법‘ 인가를 판단할 준거에 관하여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간주관적인 인식이 불가능한 순수히 주관적인 것 또는 각자의 의견에 따르는 것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어떠한 사회계층에 널리 퍼진 의견을 경험적으로 조사하고, 통계로써 파악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그 ‘정당성‘ 또는
 ‘부당성‘에 관하여는 아무것도 발언하는 것이 없다. 
그 결과로 ‘정당함‘에 대한 물음은 윤리의 영역에서도 법의 
영역에서도 답할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학문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P7

정당화에 대한, 따라서 법의 효력주장의 근거에 대한 물음, 자연법론의 근저에 놓였던 이 물음은 폐기되고, 수천년의 
철학적 전통은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이제서야 슈타믈러가 금세기 초에 이 물음을명백하게 제기하고 이를 ‘회피할 수 
없는‘ 문제로 선언한 것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 이후로 
이 물음은 비록 소수가 이를 제기했더라도 더 이상 
묵살되지 않는다. - P8

실증주의적인 학문개념은 측정가능한 양들과 그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에 입각하여 형성되었다. 
‘정밀한‘ (exakt), 극단적인 정확성을 요구하는 인식이 
양적인 것에 대하여만 가능함은 즉각 시인할 수 있다. 

- P8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는 현실이 측정가능한 것만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사람은 많은 사물, 사건 그리고 그들의 
의사표현과 행위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은 이 의미에 관하여 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고, 
또 그 의미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이로써 
현실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 P8

사람들은 규범적인 것에 관한 진술을 위하여 고유한 
언어를 발전시켰다.  ‘정당화‘, ‘귀책‘, 또 ‘권리‘
(자격부여라는 의미로서의), ‘의무‘와 같은 표현은 사실
과학 술어로 번역될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은 당위 또는 정당함에 관한 간주관적인 
대화를 위하여 일정한 입론방식을 발전시켰으며, 
당위에 관한 경험을 합리적으로 공구할 수 없다고 
인정할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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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헌법의 개념과 과제 - P6

1. 현대적 의미의 헌법의 생성

역사적으로 현대적 의미의 헌법의 탄생은 한편으로는 
헌법의 규율대상인 ‘현대적 의미의 국가의 성립‘과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지배의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계몽주의적 자연법사상‘에 기인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최초의 현대적 헌법은 미국의 
연방헌법 (1787)과 프랑스의 혁명헌법(1791)이다. - P6

가. 현대적 의미의 국가의 성립

헌법의 규율대상은 정치적 지배의 조직인 국가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헌법의 규율대상인
 ‘통일적이고 일원적인 지배권력을 가진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절대국가 · 주권국가의 탄생과 함께 
비로소 법적으로 통일적이고 일원적인 규율을 요청하는 
현대적 의미의 국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절대국가에서 
헌법의 규율대상인 ‘현대적 의미의 국가‘는 존재하였으나, 
절대국가란 바로 ‘법적인 구속의 부정‘을 의미하였기 때문에, 헌법에 의한 규율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 P6

나. 미국·프랑스의 혁명과 자연법적 계약이론

헌법의 탄생에 기여한 획기적인 사건은 바로 1776년과 
1789년의 미국과 프랑스에서의 혁명이었다.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세력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자연법사상에 기초하여 점의로운 질서와 기본적 인권의 
우위를 주장하였고, 이러한 사고를 버지니아 권리장전
(1776), 미연방헌법(1787), 프랑스 인권선언 (1789) 및 
혁명헌법(1791) 등의 형태로 실정법적으로 확인하였다.

자연법사상은 국가에게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봉사하는 
존재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치적 지배의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고, 국가를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 인간 
이성의 창작물‘로 이해하였다. 

자연법적 계약이론에 의하면, 지배를 받는 자에 의하여 
정치적 지배가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이었고, 
정치적 지배의 정당성은 지배를 받는 자의 동의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었다. 이로써 종교적 • 전통적으로 정당화된 군주주권주의는 합리적 이성에 기초하는 ‘민주적 자기지배의 원칙‘에 그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 P6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하여, ‘자연법적 계약이론‘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지배가 없는 상태를 상징하였다. 인간이 ‘자연적 자유와 평등‘을 ‘지배의 상태‘와 교환하고자 하는 이유를 계약론자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자유의 근본적인 불안전성에 있다고 보았고, 조직된 강력한 국가권력의 
설립은 평화와 안전, 자유의 보장을 위하여 합리적인 
이성에 의하여 요청되는 것이었다. 

- P6

이러한 조건 하에서 정치적 지배는 오로지 모든 사람의 
자발적인 합의(모든 사람의 모든 사람과의 국가계약)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었다. 모든 정치적 지배는 
지배를 받는 자의 동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혁명적인 
사고를 실정법적으로확인한 것이 바로 최초의 현대적 
헌법이다. 이제 헌법은 정치적 지배를 법적으로 구속하고 
정당화하는 과제를 담당하게 되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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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차주(借主)가 
돈을 갚지 않으면 살 1파운드를 떼어내기로 한 약정을 
실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재판정에 법복을입고 나타난 
포샤(Portia)는 살만 떼어내야지 피는 한 방울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여 원고 샤일록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것은 최선의 재판과 거리가멀었다. 신체적 상해를 정한 
위약벌적 담보약정만을 무효로 판단할 수도 있었다. 
차주를 대신하여 대위변제하겠다는 밧사니오(Bassanio)의요청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 해결방법이 입법이나 선례로 분명히되어 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규율이나 일반적 법원칙에 기대어 법적 
흠결의 보충을 시도할 수 있었다. - P7

그러나 포샤는 그렇게 하지 않고, 극도의 기계적 사법만을 
고집했다. 이것은 보통법의 경직성을 풍자한 것일까? 
혹은 이탈리아에는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이 
따로 없지만 영국에는 있음을 자랑한 것일까? 

셰익스피어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포샤는 
계약에서 정한 대로 대주(貸主)에게 법적으로 실행불가능한
(실행하면 상해죄를 저지르게 되는)구제방법을 부여한 채 
재판을 종결해 버렸다. 결국, 대주(主)의 권리를 적절히 
보호할 방법을 찾는 데 소홀했다. 대금업자의 횡포에 
일침을 놓겠다는 생각에 치우친 나머지 법적 판단을 
그르쳤다.  - P8

예링은 살에 피가 포함되므로 이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Ibid. 포샤의 해결책은부당하므로 위약벌적 
담보약정을 무효화하는 해결만이 타당했다는 지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포샤가 샤일록에게 ‘피를 가져가서는 
안된다‘고 한 것은 ‘피흘려 죽게 할 권리는 없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은 호소력이 있다. 

소비대차법과 담보법은 소비대차를 원활히 하고 당사자의 계약상 권리와 담보권을 적절히 보호하는 데 있지, 사람을 
죽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법리의 풍부함과 발달가능성에 무관심한 덕택에 이 희극에 이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정의의 면에서 보아도, 포샤의 잔꾀로 
대주를 통쾌하게 골탕먹이는 이야기가 얼마나 호소력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리의 논리적 연쇄에서 극적 반전을 
찾아 문학적 클라이맥스로 삼기란, 아주 경험 많은 법률가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 P8

가구와 같은 유체동산의 양도담보로대여금반환채권을 
담보하는 일이 많았던 현실에 대한 풍자로서 얼마나 
호소력있는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다.  - P8

후대의 디킨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도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묘사력과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Charles Dickens, Old Cunosityshop, 1840~1841 에서 대주는 양도담보권을 정상적으로 실행하고, 차주인 골동품 주인 할아버지는 따로 남겨둔 비상금을 가지고 손녀와 함께 합법적으로 비상금을 마련하여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나선다. 만약 대주가 대여금반환채권의 실행을 늦추었다면 이자가 불어나 그 비상금도 채무변제에 써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차주는 그 비상금의 존재를 숨겼으므로, 대주는 차주를 하루빨리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신속히 양도담보권을 실행했다. - P8

윤리학자 샌델은 법과 국가의 역할이 과도해져ㅈ철학의 
영역을 잠식하는 현상을 염려한다. 
그래서 "정의(justice)"에는 사법(司法)적 정의 외에도
윤리적 정의가 있음을 역설한다. 샌델의 문제의식과 샌델
선풍에는 두 가지 사회적 배경이 있다. - P8

하나는 미국의 고도화된 소송문화이다. 민사소송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의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적 문제로 
다루어진 것 외의 문제들까지 소송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만사가 손쉽게 50 대 50의 불확실성 하에 놓인다. 
소송은 강제력 있는 판결을 낳을 것이다. 피소당한 사람은,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위험앞에서 종종 타협하게 된다. 
이런 현실 앞에서 샌델의 외침은 반향을 가진다. - P9

샌델은 소송과 권리주장이 앞세워지는 가운데 윤리학과 
정치철학이 기여할수 있는 부분이 잊혀지는 일을 염려한다.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힘을 실어 소송과 법적, 정치적 투쟁에 치우친 미국의 현실을 타개하려 한다. 그리고 내실 없는 
법치와 민주정이 남긴 빈 공간을 공동체주의로 채우려 한다. 그렇지만 샌델은 철학자이므로, 법률가처럼 구체적 대안 
제시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결국 현재의 법상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업은 
법률가의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정책입법의 바탕이 될 
정책형성은 사회과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화 등의 
임무로 남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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