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차주(借主)가 
돈을 갚지 않으면 살 1파운드를 떼어내기로 한 약정을 
실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재판정에 법복을입고 나타난 
포샤(Portia)는 살만 떼어내야지 피는 한 방울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여 원고 샤일록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것은 최선의 재판과 거리가멀었다. 신체적 상해를 정한 
위약벌적 담보약정만을 무효로 판단할 수도 있었다. 
차주를 대신하여 대위변제하겠다는 밧사니오(Bassanio)의요청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 해결방법이 입법이나 선례로 분명히되어 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규율이나 일반적 법원칙에 기대어 법적 
흠결의 보충을 시도할 수 있었다. - P7

그러나 포샤는 그렇게 하지 않고, 극도의 기계적 사법만을 
고집했다. 이것은 보통법의 경직성을 풍자한 것일까? 
혹은 이탈리아에는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이 
따로 없지만 영국에는 있음을 자랑한 것일까? 

셰익스피어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포샤는 
계약에서 정한 대로 대주(貸主)에게 법적으로 실행불가능한
(실행하면 상해죄를 저지르게 되는)구제방법을 부여한 채 
재판을 종결해 버렸다. 결국, 대주(主)의 권리를 적절히 
보호할 방법을 찾는 데 소홀했다. 대금업자의 횡포에 
일침을 놓겠다는 생각에 치우친 나머지 법적 판단을 
그르쳤다.  - P8

예링은 살에 피가 포함되므로 이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Ibid. 포샤의 해결책은부당하므로 위약벌적 
담보약정을 무효화하는 해결만이 타당했다는 지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포샤가 샤일록에게 ‘피를 가져가서는 
안된다‘고 한 것은 ‘피흘려 죽게 할 권리는 없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은 호소력이 있다. 

소비대차법과 담보법은 소비대차를 원활히 하고 당사자의 계약상 권리와 담보권을 적절히 보호하는 데 있지, 사람을 
죽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법리의 풍부함과 발달가능성에 무관심한 덕택에 이 희극에 이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정의의 면에서 보아도, 포샤의 잔꾀로 
대주를 통쾌하게 골탕먹이는 이야기가 얼마나 호소력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리의 논리적 연쇄에서 극적 반전을 
찾아 문학적 클라이맥스로 삼기란, 아주 경험 많은 법률가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 P8

가구와 같은 유체동산의 양도담보로대여금반환채권을 
담보하는 일이 많았던 현실에 대한 풍자로서 얼마나 
호소력있는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다.  - P8

후대의 디킨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도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묘사력과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Charles Dickens, Old Cunosityshop, 1840~1841 에서 대주는 양도담보권을 정상적으로 실행하고, 차주인 골동품 주인 할아버지는 따로 남겨둔 비상금을 가지고 손녀와 함께 합법적으로 비상금을 마련하여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나선다. 만약 대주가 대여금반환채권의 실행을 늦추었다면 이자가 불어나 그 비상금도 채무변제에 써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차주는 그 비상금의 존재를 숨겼으므로, 대주는 차주를 하루빨리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신속히 양도담보권을 실행했다. - P8

윤리학자 샌델은 법과 국가의 역할이 과도해져ㅈ철학의 
영역을 잠식하는 현상을 염려한다. 
그래서 "정의(justice)"에는 사법(司法)적 정의 외에도
윤리적 정의가 있음을 역설한다. 샌델의 문제의식과 샌델
선풍에는 두 가지 사회적 배경이 있다. - P8

하나는 미국의 고도화된 소송문화이다. 민사소송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의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적 문제로 
다루어진 것 외의 문제들까지 소송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만사가 손쉽게 50 대 50의 불확실성 하에 놓인다. 
소송은 강제력 있는 판결을 낳을 것이다. 피소당한 사람은,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위험앞에서 종종 타협하게 된다. 
이런 현실 앞에서 샌델의 외침은 반향을 가진다. - P9

샌델은 소송과 권리주장이 앞세워지는 가운데 윤리학과 
정치철학이 기여할수 있는 부분이 잊혀지는 일을 염려한다.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힘을 실어 소송과 법적, 정치적 투쟁에 치우친 미국의 현실을 타개하려 한다. 그리고 내실 없는 
법치와 민주정이 남긴 빈 공간을 공동체주의로 채우려 한다. 그렇지만 샌델은 철학자이므로, 법률가처럼 구체적 대안 
제시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결국 현재의 법상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업은 
법률가의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정책입법의 바탕이 될 
정책형성은 사회과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화 등의 
임무로 남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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