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창비아동문고 19
정채봉 지음, 이현미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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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재가 가득한 탄광 마을을 첫눈이 하얗게 덮어주는 것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투정을 부리지만...

  분명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이고 이런 것들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고학년 정도의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을 듯하다.

  위문 편지를 받은 군인이 가방 하나를 들고 휴가를 간다. 그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연다. 그 속에서 나온 건 매미들... 얼마 후 휴가에서 돌아온 군인은 위문 편지 한 장을 받는다.  군인 아저씨, 이제 우리 학교 운동장에 있는 나무들에도 매미들이 살아요.  

  고아원이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가 결혼을 한다. 용돈도 갖지 못한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풀꽃 꽃다발을 선물한다.

  신호등 위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는다. 사람들은 혹시라도 제비가 다칠까봐 신호등을 꺼버리고 경찰은 수신호로 자동차들의 길을 안내한다. 드디어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는 날.  거리에 밴드가 울리고 강남 가는 제비 환송연이 열린다.

  언제나 자신의 소원만을 빌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힘드실 부처님을 위해 피리를 불어 주는 아이가 있다.

  동물원에 잡혀온 앵무새는 사람들에게 길들기를 거부한다. 전설 속의 새처럼 언제가는 동물원을 탈출하리라는 꿈을 꾸면서...

  천사의 집 우물 속에 사는 물방울은 문둥병 소녀의 목을 축여주고 오라는 천사의 명령을 거부해 추방된다. 폭포를 지나고, 강을 지나고, 더러운 강물을 지나고, 개울을 지나 작은 옹달샘에 도착한다. 그곳은 결국 물방울이 가야하는 곳이었다.

  모두 이런 잔잔하고 행복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슬픔도 있으면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표제작인 오세암이다. 길손이라는 아이는 이미 마음 속에 부처를 넣고 있는 아이다. 장난꾸러기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깨어 있다. 스님, 부처님의 눈에는 바람이보여? 누나는 눈을 감았으니까 감이지. 내가 있는 곳엔 어디고 감이 누나 마음이 따라와 있어. 관세음보살을 엄마라 부르는 아이. 아이는 결국 관세음보살의 품에서 열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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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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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익숙해서 손이 가지 않던 소설. 게다가 내가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미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있던 소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일본 탐미문학의 정점에 있다는 소설이라는데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 정점에 함께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몇 년 전에 읽었던 단편 "우국"이 훨씬 더 신선하고 탐미적인 소설 같았다. 비록 섬뜩한 아름다움이기는 했지만. 충성과 신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 중위와 그의 아내가 자살을 결심하고 할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내었던 작품. 아름답지만 무서웠던... 일본 작가가 아니면 결코 쓸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바로 그 작가가 쓴 작품이기에 금각사 또한 군국주의적인 색체가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일 거라는 생각에 읽기를 꺼려왔던 게 사실이다. "우국"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던 듯하다. "금각사"는 주인공 미조구치의 내면을 충실히 따라 가는 작품이다. 나(미조구치)는 "우국"에서의 중위처럼 집단 속의 나가 아니라 철저한 개인으로서의 나로 존재한다. 조용하고 또래들과 외따로 떨어져 있고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때로는 잔혹한 공상을 즐기는 소년. 이런 소년은 결코 현실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고 어딘지 기묘한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 기묘한...근래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이 단어를 자주본다. 일본 사람들이 그대로 쓰는 한자어인지 아니면 우리말로 번역할 때 가장 가까운 의미로 번역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기묘하다. 이 단어가 참 기묘하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행동이나 특성을 생각할 때도 이제는 이 기묘하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참 잘 어울린다 싶달까) 

  못생기고 말더듬이인 나의 저편에 완벽한 미의 상징인 금각사가 존재한다. 작은 절의 주지인 나의 아버지에게서 금각사에 대해 들은 이래로 금각사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폐결핵을 앓았던 아버지가 죽고 나는 금각이 있는 녹원사에 맡겨 지게 된다. 녹원사의 도제가 되어 나는 다른 동료들의 웃음거리가 될 만큼 금각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 이전 나의 탐미의 대상은 우이코라는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경멸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후 탈영병의 여자가 되어 나의 눈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나는 점점 더 금각사에 대한 아름다움에 도취된다. 그건 금각사가 언제가는 불타없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쿄에서처럼 금각사가 있는 교토에도 미군 배행기가 폭격을 하게 되면 완벽한 아름다움 자체인 금각사도 불타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금각사의 아름다움에 버금가는 기묘한 장면을 보게 된다. 화려한 기모노 차림의 여인과 군복을 입은 군인이 마주 앉아 있다. 아름다운 여인은 문득 기모노 속에서 하얀 가슴을 드러내고는 찻잔에 따뜻하고 하얀 젖을 몇 방울 떨어뜨린다. 찻잔 속에서 하얀 거품이 인다. 그 찻잔을 들어 젊은 군인이 마신다. 나는 이 여인에게서 우이코의 모습을 연상한다.

  나는 주지의 배려로 대학에 들어간다. 거기서 안짱다리에 가학적인 성격을 가진 가시와기를 만난다. 그는 내 안에 있는 어두운 면을 부추기는 인물이다. 안짱다리라는 불구를 이용해서 여성의 마음을 흔들고 농락하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에 끌리는 인물이다. 그 아름다움이란 짧게 끝나버리는 음악, 꽃이 시들지 않을 동안만 완벽할 뿐인 꽂꽂이 등이다. 이 가시와기라는 인물을 통해서 화려한 기모노 차림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나의 앞에서 그녀는 예전처럼 기모노 속에서 하얀 젖가슴을 드러내었지만 그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저 살덩이일 뿐이었다.

  나는 녹원사 주지와의 갈등으로 절을 떠난다. 내가 우연히 주지의 방탕한 생활을 보아버린 것이다. 주지는 내가 의도적으로 그를 미행한 것이라 믿었고 나는 주지의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주지의 화를 부추기는 행동을 한다. 나는 이미 주지의 후계자가 되어 이 절의 주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황량한 바닷가에서 나는 금각사를 불태우리라 결심한다. 다시 녹원사로 돌아온 나는 아직은 결정하지 않은 그날을 기다린다. 그 순간 가시와기가 주지를 찾아온다. 내가 절을 떠날 때 빌린 돈을 갚지 않자 받으러 온 것이다. 나의 방에서 가시와기는 내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나는 드디어 실행을 결심한다. 불타는 금각과 함께 죽을 결심을 한다. 아래층은 연기와 함께 불타오르고 나는 나의 죽음의 장소로 정해둔 3층 구경정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긴 채 열리지 않는다. 결국 나는 금각사를 나와 산으로 오른다. 밤의 어둠 사이로 보이는 금각사의 불빛을 보면서 나는 살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살아야지. 검은 하늘 속으로 금빛 같은 불꽃이 일고 나는 살아야지 생각한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아름다움이 불타고 있는 순간에, 완벽한 아름다움이 소멸되는 그 순간에. 책의 말미에 나오는 해설처럼 인식자로서의 나는 금각이 불타는 이 순간과 함께 종결되고 행위자로서의 나로 살아가려는 것일까. 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실을 살아야겠다는 의미였을까. 아직 이 소설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금각사는 일본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 금각사를 불태운 남자 역시 소설 속의 나처럼 금각과 함께 죽으려고 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산으로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서 단도로 자신을 찔렀으나 죽지 않았고 형무소에서 만기 출소한 후 정신병, 폐결핵등을 앓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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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05-2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미친듯이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흉내쟁이 친구들
햇살과나무꾼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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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학년 정도의 동물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을 것 같은 동물이나 식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교묘한 술수까지 부린다는 걸 배우게 된다. 아이들에게 맞춰 이야기 건네듯 재미있게 설명을 하고 있고 삽화까지 그려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소개할 대상을 서너 페이지 정도로 짧게 나누고 있어서 우선 관심 있는 내용만 골라봐도 된다. 

  가장 섬뜩한 묘기를 부리는 녀석으로는 뿔도마뱀이 있다. 이 녀석은 위기의 순간에 눈에서 피를 뿜어낸다. 물론 녀석을 노리고 있던 덩치 큰 녀석들도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달아나 버린다.

  방어의 명수로는 독초를 먹음으로써 감히 새들이 입맛도 다시지 못하게 하는 모나크 나비가 있고, 모래색으로 몸색깔을 바꿔 적의 눈을 피하는 넙치, 나뭇가지인 채 위장하는 쏙독새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그들의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듯하다. 심지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들도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걸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한 가지 예로 미모사라는 식물은 동물이 다가와서 싱싱한 잎사귀를 먹으려고 하면 갑자기 시든 것처럼 잎을 축처지게 한다. 입맛 다시던 동물은 에이 시들었잖아하고 돌아서 버린다. 식물은 결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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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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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는 고백부터 해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제목이 끌리는 책은 내용도 괜찮았다는. 역사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쉽게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것과 관련되는 역사서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난 생각만 하고 실천은 아직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이나 역사적 사건의 숨겨진 면을 파헤쳐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순간을 집중해서 마치 그 장면에 내가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린다.  동로마제국 멸망의 순간에 우연히 열려 있던 쪽문 하나, 태평양을 최초로 발견한 평범한 유럽인, 나폴레옹의 멸망을 초래한 워털루 전투에서의 고지식한 부하 한 사람. 하지만...그 쪽문 하나가 정말로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켰을까? 고지식한 부하 한 사람이 나폴레옹을 멸망케했을까? 어쩌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동로마제국을 나폴레옹을 멸망시키지 않았을까. 쪽문  하나, 고지식한 부하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건 후세 역사가들의 아쉬움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을까. 아쉬운 순간은 두고두고 생각나기 마련이므로.

   톨스토이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와 집을 떠나 비로소 자유로워진 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고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이유가 태어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사실 역사란 드러난 역사보다는 이면이 훨씬 재미있는 법이다.  사실 우리 삶의 모든 면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책도 충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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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책마을 놀이터 9
파울 판 론 지음, 현미정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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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발한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어느 날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며, 절대로 어른들에게는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며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선생님의 머리속에는 어느 순간 불쑥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와서는 자신이 개구리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헤헤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러다 선생님의 얼굴이 푸르죽죽 변하더니 눈만 멀뚱멀뚱 뜬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다. 기겁. 질겁. 황당.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개구리 변신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려고 온갖 생각을 짜낸다. 데니스라는 아이는 매일 비상용 파리 한 마리를 유리병에 담아서 학교에 온다. 선생님이 개구리로 변했을 경우 파리 한 마리를 먹어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은 이것 뿐만 아니다.  우연히 교장실에 숨어 있게 된 선생님반 녀석이 황새로 변하는 교장 선생님을 목격하게 된다. 이 교장 선생님은 평소에 아이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벌점을 남발해서 인기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황새는 개구리 한 마리를 먹어야 원래 교장 선생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아이들은  개구리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 황새로 변한 교장 선생님을 포박해서는 푸른 뭐라는 환경단체로 보내버린다. 불쌍한 황새 아니 교장 선생님.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약자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심리겠지만 황새가 개구리를 먹는 건 당연한 일이고 황새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너무 어른 같은 시각인가?

  재미있다. 작가가 어렸을 적에 개구리에 꽤 관심이 많았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서 만들어진 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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