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 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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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의 배우자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남자라면 내가 가진 자원을 가장 먼저 돌아보았을 테고, 여자라면 나의 신체적 자질을 스스로 평가해 보았을 것이다. 자원이 풍부한 남자이거나 아직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라면 안도의 숨을 쉬었거나 혹은 우쭐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많은 자원을 가진 남자와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가 결합하는 것은 인간의 번식을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라고. 유선방송에서 지겹도록 보여주는 영화 "귀여운 여인"이 실은 인간이 번식을 위해 수백만 년 동안 적응해온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절망은 금물, 위의 두 가지 자질만이 좋은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니까.

  진화심리학, 아직은 생소한 분야다. 진화심리학이란 인간의 짝짓기 전략과 인간 행동의 유연성을 설명할 수 있는 심리기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아직 낯설지만 그의 다른 저작 "이웃집 살인마"는 그 동안 꼭 읽고 싶었던 책 중의 하나였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나이, 야망과 근면성, 신뢰성 안정성, 지능, 적합성, 몸집과 힘, 건강, 사랑과 헌신의 정도를 따져서 배우자를 선택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하며 이는 세계 모든 문화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들의 선택이 기회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안전하게 제공받기 위한 수백만년 동안 내려온 전략일 따름이다. 이런 여성의 욕망에 맞춰 남성들은 자신이 가진 자원과 지위로, 신뢰감으로  혹은 배우자에게 충분히 헌신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며 여성을 유혹한다. 여성이 위의 어떤 자질을 더 중요한 것으로 보는지는 그 여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의 젊음, 신체적 아름다움, 몸매, 순결과 정절 등을  따져서 배우자 등급을 매긴다. 더 젊은 여성이, 신체적으로 더 균형 잡힌 여성이 남자의 번식에 더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순결한 여성을 원하는 건 순결한 여성이 결혼 후에도 정절을 지킬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남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에게 자신의 귀중한 자원을 제공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이런 욕망을 아는 여성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는 것으로, 순결한 척(?)하는 것으로 남성을 유혹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남자들이 하룻밤의 정사에 쉽게 유혹당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더 많은 번식을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하룻밤의 정사에 보수적이다. 그 관계가 여성의 배우자 가치에 치명적인 하락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이 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번식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룻밤의 정사에 쉽게 매혹당하는 남성과 하룻밤의 정사를 꺼리는 여성은 당연히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자신의 배우자 가치를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을 하룻밤 정사의 대상으로 본다고 불쾌하게 여기며, 단순히 성적인 접촉만을 원하는 남성은 여성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군다고 불평한다. 여성은 언제나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 남자의 행동이 나의 배우자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하는 행동일까, 아니면 하룻밤 정사를 위한 제스쳐일까. 배우자가 외도를 했을 때도 여성과 남성의 반응이 다르다. 남성은 배우자가 성적인 외도를 했을 때 가장 분노를 느끼는 반면, 여성은 일시적인 성적 외도보다는 다른 여성과의 정서적 교감에 더 강한 분노를 느낀다. 만약 이 책을 읽은 남성이 바람을 피웠다면 절대로 플라토닉 러브니 하는 말들은 입 밖에도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그냥 의미 없는 하룻밤 정사였다고 고백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대처 방법인 것이다. 물론 모든 여성에게 이 방법이 다 통하지는 않겠지만. 아내의 성향을 잘 파악하시기를.

  그렇다고 해서 남자만 바람을 피우라는 법은 없다. 여성의 외도도 진화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놀라웠던 부분인데 여성이 하룻밤의 정사를 시도하는 시기는 배란일에 가까운 시기라는 것이다. 하룻밤의 외도를 감행하는 여성은 배우자로부터는 안정적 자원을 얻고 외도의 상대로부터는 훌륭한 유전자를 얻는 전략을 썼던 조상 여성의 전략을 진화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란다. 비록 외도를 하는 여성이 이런 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들. 진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무 이득이 없는 동성애는 왜 사라지지 않았는가. 남성에 의한 강간이 진화적으로 적응된 행동인가. 진화의 역사 속에서 남성에 의한 강간은 수없이 있어 왔으므로 여성 또한 강간에 대응하는 방어기제를 진화시키지 않았을까. 

  인간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정말로 진화심리학이란 잣대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짝짓기에서부터 인간의 불가해한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달착륙 이후 달에 대한 동화적 상상력이 사라졌듯이 과학적 분석으로 파헤쳐진 인간의 심리에서도 비밀스러운 영역이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때로는 진실보다 환상이 더 아름다워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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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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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하는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들리는 법이다. 푸셀도 그렇다.

  일요일, 저녁 푸셀은 엄마, 아버지한테 당당히 선언한다. 내일 월요일 하루는 잔소리 없는 날로 정할 거예요.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엄마의 말.

  월요일 오전, 양치질도 세수도 안 하고 자두쨈을 잔뜩 퍼 먹어도 엄마는 잔소리를 않는다. 학교에서는 짝꿍 올레한테 자랑을 하고 무단 조퇴를 감행한다. 학교에서 나온 푸셀은 엄마가 자신의 행동을 정말로 받아들일지 테스트를 하고 싶다. 전자 상가에 가서 오디오를 돈 없이 사기(물론 실패), 수업 빼먹었다고 솔직히 말하기, 설거지 안하기. 모두 무사 통과.

  월요일 오후, 푸셀은 더욱 과감해진다. 4시에 깜짝 파티를 열겠다고 통보를 한다. 엄마는 당연히 케익과 콜라와 코코아를 준비해야 한다. 엄마는 흔쾌히(케익 값을 조금 아까워하며)받아들인다. 그러나, 올레도 남 몰래 좋아하고 있는 탄야도 올 수 없단다. 푸셀은 파티에 올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롤러 스케이트를 탄 아이들이 오기로 하고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도 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아직 파티를 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다. 마침 공원 벤치에 술에 취한 젊은 남자가 있다. 술취한 남자는 파티에 기꺼이 참석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주정뱅이 남자를 본 아이들이 파티 오겠다는 약속을 취소한다. 결국 주정뱅이 남자만 데리고 집에 오지만 남자는 파티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양탄자 위에 쓰러져버린다. 실망한 푸셀. 실망하는 푸셀을 위해 엄마가 파티에 참석하고 엄마와 푸셀만의 파티가 된다. 그런데로 재미있는 파티가 되었다.

  월요일 저녁, 잔소리 없는 날이 끝났다고 엄마가 한숨 돌리려는 찰나, 푸셀이 폭탄 선언을 한다. 아직 월요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공원에서 잠을 자겠다고. 푸셀은 올레와 함께 가기로 하고 텐트, 침낭, 허클베리핀의 모험 한 권, 시계, 막대과자 한 봉지를 준비한다. 공원에 도착한 푸셀과 올레는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텐트 바깥은 인디언들이 사는 아마존의 원시림이라는 그럴 듯한 상상도 하며. 푸셀이 올레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공원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 푸셀이 꺼낸 귀신 이야기에 겁먹은 올레가 집으로 가겠다며 나가버린다. 하지만 곧 되돌아온 올레. 저쪽 벤치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용감한 푸셀이 확인하러 나간다. 올레가 보았다는 귀신은 다름 아닌 푸셀의 아빠였다. 아빠는 아이들을 몰래 따라와서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 감동한 푸셀. 아빠도 텐트로 들어왔다. 텐트 속에서 아빠와 아이들은 1시간쯤 자기들이 아는 귀신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게 놀다 12시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푸셀은 엄마한테 오늘 숙제를 못한 것에 대해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써달란다. 엄마는 당연히 거절. 푸셀은 직접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존경하는 메르켈 선생님. 숙제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오늘 우리 집은 "잔소리 없는 날"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추신: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추신2: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일 겁니다. 

  푸셀의 내 맘대로 하루 보내기는 양치질 안하기에서 공원에서 잠기로 끝이 났다. 단순한 게으름에서 뭔가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는 행동까지. 똑같은 집, 똑같은 학교, 똑같은 거리, 똑같은 공원이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그곳은 푸셀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였을 것이다. 예전에는 엄마의 잔소리에 의해서 차단되었던 세계가 그 차단막이 없어지면서 뭐든 모험이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아마도 푸셀은 그날 하루 낯선 세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다행히 푸셀은 엄마의 잔소리 없는 세상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찾아냈지만 조금만 길을 잘못 따라가면 위험하고 나쁜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푸셀은 깨달았을까. 엄마의 잔소리가 게을러지려는 나를 일깨우는 소리이며 어디엔가 있을 위험을 감지해서 그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경고등 같은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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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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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주택 공급 굶주림 후원자 행운 타인의 시선:지적 폭력 봉건 제도 법 총 성급함과 압력 소외 정부 이웃들 집주인 빈민 소외 가정폭력 낙서 마약 감옥 범죄 타인의 시선:미디어 타인의 시선:인종차별 경찰 판매 학대 인종 대립- 빈민들은 이런 종류의 포위망 속에서 살아간다. 포위망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자멸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가난은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부자는 더욱 더 많은 부를 축적할 테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더 가진 것이 없게 될 테니까.

  얼마 전, 세계화가 빈부의 격차를 더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IMF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난다.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추세일 테고 그렇다면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이상 가난한 사람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얼 쇼리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문학이 가난한 사람들을 록펠러 못지 않는 부자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록펠러 가문이나 상류층 사람들 못지 않은 인문학적 부를 가난한 사람들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직업을 얻기 위한 훈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인문학적 교육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철학, 문학, 논리학, 역사, 음악, 미술 등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변화시킨 다음에야 진정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 얼마동안은 작가의 주장에 왠지 의구심이 들었다. 작가도 종종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죽은 유럽 백인 남자들이 만든 사상을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읽히려 하는가? 25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왜 필요한가.작가가 살고 있는 미국 땅에서 가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 백인을 제외하고는 흑인이거나 동유럽, 중남미, 아시아인들일 텐데. 그들이 보기에 파괴적이고 위험한 빈민을 재사회화 교육을 통해 체제 속에 동화시키려는 것인가. 당장 먹을 빵이 없는 사람들에게, 오늘밤 잠잘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철학이 음악이 박물관에 걸린 그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의 생각에 동화되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중범죄 교도서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시작하게 된다. 작가는 그때 만난 여성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사람들이 가난한 것 같나요? 한 참 후 그녀가 말한 대답의 요지는 이렇다. 거친 환경에서 자란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받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닐 수 있는 교육을 받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을 데려가고 연극을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더는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은 뭔가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대신에 깊이있게 성찰하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는 그 여성과의 만남 이후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코스를 개설하게 된다.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가난 때문에 폐쇄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아테네의 철학자나 시민들처럼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소외된 개인으로부터 벗어나서 보다 정치적이 될 때 그들은 무서운 힘을 지니게 될 것이므로. 작가는 지역단체의 도움을 받아가며 인문학을 수강하기를 원하는 사람들(10대후반부터 30대초중반까지인 그들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이민자이거나, 마약 중독자이거나, 에이즈에 걸린 여성이거나, 타고 올 버스 토큰비도 없는 사람이거나 그야말로 빈민들이었다.)을 면담하고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교수진을 확충하고 자금도 모금한다. 그렇게 해서 30여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클레멘트 코스가 시작된다. 몇몇은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졸업을 한 수강생들은 그 후 정규대학에 들어가거나 전일제 일자리를 얻게 된다. 대학이 클레멘트 코스의 목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강생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이후로 더 많은 클레멘트 코스가 생겨난다. 그 후 개설된 클레멘트 코스에는 그 지역의 문화적 기반에 맞는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을 한다. 알래스카에서는 알래스카의 유핏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고,유카탄 반도에서는 마야의 신화와 언어 문학적 전통을...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도 클레멘트 코스가 개설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클레멘트 코스가 생겨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테고 어쩌면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바꾸는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르므로. 누군가는 직업 교육(작가는 훈련이라고 말한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필요한 교육이라고 끝까지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업 교육이 그들의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바꾸지는 못한다. 그들은 인문학이 때로는 지배계층의 위치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했음을, 또한 세계를 비판하는 역할도 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클레멘트 코스의 목표이며 작가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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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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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몽고 마오쑤우 사막 한가운데 징베이탕이라는 버려진 사막 마을이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 떠난 그 곳, 한 남자 21살의 바이완샹만이 마을에서 떠나지도 못한 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온 습관대로 사막에 머물러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토굴 하나, 그저 사막 건너편에 있는 먼 마을로 나가 품을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사막, 사막 뿐이다.

  어느 날, 한 늙수그레한 남자가 수레를 끌고 사막을 건너 온다. 남자는 그 수레에 타고 있던 20살의 어린 여자를 내려놓고는 사막을 도로 건너가 버린다. 아버지에 의해 사막에 버려진 여자는 사막을 건너가는 아버지를 향해 데려가 달라고 사정하지만 아버지의 수레는 사막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우는 여자. 그 여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함께 따라우는 남자. 여자는 남자의 순한 얼굴을 보자 남자가 아버지가 정해준 자신의 배필이라는 걸 직감한다. 남자가 말한다.

  "제발 울지 말아요, 나도 사막이 두렵다고요."

 여자는 일주일을 그렇게 울었다. 사막에 온 지 40일 째 되는 날 처음으로 낯선 사람이 사막을 지나간다. 사람이 너무 그리워 낯선 사람에게 말을 붙여 보지만 낯선 사람은 유령이라도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도망가 버린다. 여자는 자신이 본 낯선 사람이 혹시 환영은 아니었나 싶어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발자국 위에 대야를 씌워 놓았다. 사막 바람에 의해 그 발자국이 사라질 때까지. 사람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여자 인위쩐이 사막에 혼자 사는 바이완샹에게 시집오게 된 사연은 이랬다. 인위쩐의 아버지가 양떼를 몰고 자주 들르는 마을에 바이완샹의 친부모가 살고 있었다. 바이완샹은 자식이 없는 큰아버지의 양자로 이 사막에 들어왔다가 큰아버지가 죽자 혼자 남겨졌다. 바이완샹의 친부모는 혼자 사는 아들이 늘 걱정이었다. 먹을 양식조차 없이 사막에 혼자 사는 아들에게 시집갈 여자는 없을 테니. 그러자 인위쩐의 아버지가 측은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그렇게 색시감이 없으면 자신의 딸을 주겠다고 했다. 측은한 마음에 그런 약속을 해버리고만 인위쩐의 아버지는 딸을 사막에 보내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딸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징베이탕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이다. 모래폭풍이 집안으로 귓속으로 심지어는 감은 눈속으로까지 파고드는 곳이다. 모래폭풍이 불면 바람과 반대방향으로 가능한 낮은 자세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게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다. 바이완샹은 사막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사막에 대항하는 대신 모래폭풍이 불 때 몸을 낮게 웅크리듯이 항복하며 사막에 적응해 왔다. 인위쩐은 사막에 순응하는 법밖에 모르는 순하디 순한 남편을 설득해서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 한다. 어차피 떠날 수 없는 곳이라면 이 사막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나무를 살 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을 건넌다. 나무 묘목을 파는 가게에서 일을 해주고 나무를 받기로 한다. 마침내 얻은 백양나무 묘목 30그루를 등에 짊어지고 사막을 다시 건너온다. 그때 심은 대부분은 묘목은 죽고 말았다.

 그렇게 사막에 버려지다시피한 지 석달 보름만에 인위쩐은 사막을 혼자 건너 친정집을 찾아간다. 어쩌면 그때 사막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위쩐은 제 발로 다시 사막으로 돌아왔다. 바이완상이 아내가 도망가지는 않았나,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지는 않았나 노심초사하고 있을 걸 알기 때문에. 인위쩐이 친정에 갔다온 지 두 달 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인위쩐은 아버지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스럽다.

  그 해 가을, 인위쩐은 사막을 정부로부터 빌려 남편과 함께 사막언덕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친척들이 마련해준 양 한 마리를 팔아서. 고된 일에 첫아이는 조산을 했고 둘째아이는 9개월째 사막 언덕에서 굴러 유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인위쩐의 나무 심기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고 사막에는 숲이 생겨났다. 사막의 밭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단 과일과 곡식들이 영근다. 양떼며 가축이 가득하다. 바람만 불면 사라져버리던 예전의 사막길 대신 차가 지나는 길도 생겼다. 그 길로 전기도 들어오고 세상 사람들도 들어온다. 20년 전 사막에 버려졌던 그 시절 제일 그리웠던 게 사람이었다. 이제 다른 세상 사람들까지 직접 찾아오고 여기저기에서 편지를 보낸다. 인위쩐과 바이완샹이 만들어낸 기적에 감탄하며. 동화 속 이야기를 그들은 사막 위에서 이루어 낸 것이다.

  생각해보니 인위쩐 그 여자는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은 여자다. 20살의 여자가 20여년간 이룩해 놓은 일을 생각하면 난 도대체 그동안 무얼 하며 살아왔나 싶다. 이런 자책감 대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희망 같은 게 생겨야 되는데 사실은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20여 년의 시간은 사막을 숲으로 변하게 했는데 지금의 난 20년 전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마 인위쩐 그녀라면 이런 자책 대신 이 시간에도 풀씨 자루를 들고 사막 언덕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만 개의 풀씨 중 단 하나라도 싹을 틔워 모래 속에 자리를 잡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그렇게 해서 자라난 풀들이 모래를 단단히 잡아주면 그곳에 나무를 심는다. 언젠가는 지평선 저 끝까지 숲이 이어질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사막만은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내몽고에 전해지는 민요 속 가사처럼 아름다운 초원과 그 초원을 가로지르는 강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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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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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나 천체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종종 내가 선 위치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빅뱅으로부터 대략 150억년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숫자이지만)이 지났고, 약 45억(50억)년 전 쯤에 태양계가 형성되면서 지구라는 천체가 생겨났고, 이 천체는 수많은 지질학적 변화와 생물학적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으로부터 200만년 전에 원시 인류가 생겨났다. 이후로 지금과 같은 현대인류가 역사를 형성하기 시작한지 만년(오천년)이 흘렀고 나는 지금 5천년의 끝자락에 최첨단의 문명을 보고 있다. 이후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며 80억 년 후 쯤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태양계를 완전히 집어 삼키면 지구의 시간도 끝이 나게 된다. 아마 태양이 지구를 삼키기 전에 지구 위의 인류는 이미 멸종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종으로 변화를 거듭해서 여전히 지구위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이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할지라도 지금 인류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지구에서의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우주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불을 끄트린 후에도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다가 아득한 시간 저편에서 우주의 팽창도 언젠가는 멈추고 우주를 밝히는 수많은 별들의 불도 꺼지고 우주는 차갑게 식으면서 시간도 멈추게 될 것이다. 그 멈춤 뒤에 또 다시 우주의 시간이 시작될까?

  어쨌거나 우리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건 빅뱅이라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우주적 사건을 겪은 후에 일어난 엄청난 일인 것이다. 저자는 우주의 물리법칙이 인간이라는 한 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인류원리를 비난하고 있지만 내가 하찮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생각을 해보면 가끔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나를 들볶는 문제들이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은 이제 막 태양계를 탐험하기 시작한 인간의 역사를 과학적인 지식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40년 전에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온도가 400도에 이르는 금성의 지형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때는 물이 풍부했을거라 추정하는 화성을 아주 가깝게 보여준다. 저자는 지금 아이들은 어쩌면 화성에 착륙하는 유인우주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 당장은 인간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일이고, 지금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돈을 들이는 대신 경제적인 이익이 없는 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행성에 대한 탐험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적 탐구와 모험심을 즐기는 인간의 본능이 외계행성에 대한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우리가 속한 태양계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저자는 태양계를 넘어 우리 은하까지 그리고 우리 은하 넘어까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생명체를 지니고 있는 행성이며 이 행성이 얼마나 파괴되기 쉬운지를 역설하고 있다. 달착륙이나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이 순수한 과학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대국가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지구가 푸른 대기에 둘러싸인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구 대기권 밖에서 본 지구는 국경선도 인종적 나뉨도 없는 깨어지기 쉬운 푸른 유리공 같은 모습이라는 걸. 이 연약해 보이는 지구를 온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편으로는 지구가 생명을 지키지 못할 날을 대비해서 먼 미래에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 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아직은 제일 가까운 행성인 화성 연구조차 무인우주선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1970년대 지구를 출발한 무인 우주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 행성을 차례대로 지나서  제일 바깥쪽 행성에서 지구를 한 번 흘깃 돌아보고 찍은 한 컷의 사진 속에는 수많은 별들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는 작은 점이 하나 있다. 나와 당신이 살고 있는 지구다. 그 사진은 우리가 유일한 세계라고 믿고 있는 이 지구가 밤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작은 점들 중의 하나이며 특별히 눈에 띄는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보이저호는 이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이 순간도 태양계 외곽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태양계 저편에서 오는 생명체의 신호를 감지하려고 눈을 깜빡이면서.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이 각인된 한 문장이 있다. 이 무한한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면 엄청난 우주적 낭비라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칼 세이건도 이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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