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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평점 :
공공주택 공급 굶주림 후원자 행운 타인의 시선:지적 폭력 봉건 제도 법 총 성급함과 압력 소외 정부 이웃들 집주인 빈민 소외 가정폭력 낙서 마약 감옥 범죄 타인의 시선:미디어 타인의 시선:인종차별 경찰 판매 학대 인종 대립- 빈민들은 이런 종류의 포위망 속에서 살아간다. 포위망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자멸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가난은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부자는 더욱 더 많은 부를 축적할 테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더 가진 것이 없게 될 테니까.
얼마 전, 세계화가 빈부의 격차를 더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IMF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난다.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추세일 테고 그렇다면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이상 가난한 사람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얼 쇼리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문학이 가난한 사람들을 록펠러 못지 않는 부자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록펠러 가문이나 상류층 사람들 못지 않은 인문학적 부를 가난한 사람들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직업을 얻기 위한 훈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인문학적 교육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철학, 문학, 논리학, 역사, 음악, 미술 등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변화시킨 다음에야 진정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 얼마동안은 작가의 주장에 왠지 의구심이 들었다. 작가도 종종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죽은 유럽 백인 남자들이 만든 사상을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읽히려 하는가? 25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왜 필요한가.작가가 살고 있는 미국 땅에서 가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 백인을 제외하고는 흑인이거나 동유럽, 중남미, 아시아인들일 텐데. 그들이 보기에 파괴적이고 위험한 빈민을 재사회화 교육을 통해 체제 속에 동화시키려는 것인가. 당장 먹을 빵이 없는 사람들에게, 오늘밤 잠잘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철학이 음악이 박물관에 걸린 그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의 생각에 동화되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중범죄 교도서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시작하게 된다. 작가는 그때 만난 여성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사람들이 가난한 것 같나요? 한 참 후 그녀가 말한 대답의 요지는 이렇다. 거친 환경에서 자란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받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닐 수 있는 교육을 받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을 데려가고 연극을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더는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은 뭔가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대신에 깊이있게 성찰하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는 그 여성과의 만남 이후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코스를 개설하게 된다.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가난 때문에 폐쇄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아테네의 철학자나 시민들처럼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소외된 개인으로부터 벗어나서 보다 정치적이 될 때 그들은 무서운 힘을 지니게 될 것이므로. 작가는 지역단체의 도움을 받아가며 인문학을 수강하기를 원하는 사람들(10대후반부터 30대초중반까지인 그들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이민자이거나, 마약 중독자이거나, 에이즈에 걸린 여성이거나, 타고 올 버스 토큰비도 없는 사람이거나 그야말로 빈민들이었다.)을 면담하고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교수진을 확충하고 자금도 모금한다. 그렇게 해서 30여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클레멘트 코스가 시작된다. 몇몇은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졸업을 한 수강생들은 그 후 정규대학에 들어가거나 전일제 일자리를 얻게 된다. 대학이 클레멘트 코스의 목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강생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이후로 더 많은 클레멘트 코스가 생겨난다. 그 후 개설된 클레멘트 코스에는 그 지역의 문화적 기반에 맞는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을 한다. 알래스카에서는 알래스카의 유핏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고,유카탄 반도에서는 마야의 신화와 언어 문학적 전통을...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도 클레멘트 코스가 개설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클레멘트 코스가 생겨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테고 어쩌면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바꾸는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르므로. 누군가는 직업 교육(작가는 훈련이라고 말한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필요한 교육이라고 끝까지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업 교육이 그들의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바꾸지는 못한다. 그들은 인문학이 때로는 지배계층의 위치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했음을, 또한 세계를 비판하는 역할도 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클레멘트 코스의 목표이며 작가가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