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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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나 천체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종종 내가 선 위치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빅뱅으로부터 대략 150억년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숫자이지만)이 지났고, 약 45억(50억)년 전 쯤에 태양계가 형성되면서 지구라는 천체가 생겨났고, 이 천체는 수많은 지질학적 변화와 생물학적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으로부터 200만년 전에 원시 인류가 생겨났다. 이후로 지금과 같은 현대인류가 역사를 형성하기 시작한지 만년(오천년)이 흘렀고 나는 지금 5천년의 끝자락에 최첨단의 문명을 보고 있다. 이후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며 80억 년 후 쯤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태양계를 완전히 집어 삼키면 지구의 시간도 끝이 나게 된다. 아마 태양이 지구를 삼키기 전에 지구 위의 인류는 이미 멸종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종으로 변화를 거듭해서 여전히 지구위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이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할지라도 지금 인류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지구에서의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우주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불을 끄트린 후에도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다가 아득한 시간 저편에서 우주의 팽창도 언젠가는 멈추고 우주를 밝히는 수많은 별들의 불도 꺼지고 우주는 차갑게 식으면서 시간도 멈추게 될 것이다. 그 멈춤 뒤에 또 다시 우주의 시간이 시작될까?

  어쨌거나 우리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건 빅뱅이라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우주적 사건을 겪은 후에 일어난 엄청난 일인 것이다. 저자는 우주의 물리법칙이 인간이라는 한 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인류원리를 비난하고 있지만 내가 하찮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생각을 해보면 가끔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나를 들볶는 문제들이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은 이제 막 태양계를 탐험하기 시작한 인간의 역사를 과학적인 지식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40년 전에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온도가 400도에 이르는 금성의 지형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때는 물이 풍부했을거라 추정하는 화성을 아주 가깝게 보여준다. 저자는 지금 아이들은 어쩌면 화성에 착륙하는 유인우주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 당장은 인간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일이고, 지금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돈을 들이는 대신 경제적인 이익이 없는 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행성에 대한 탐험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적 탐구와 모험심을 즐기는 인간의 본능이 외계행성에 대한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우리가 속한 태양계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저자는 태양계를 넘어 우리 은하까지 그리고 우리 은하 넘어까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생명체를 지니고 있는 행성이며 이 행성이 얼마나 파괴되기 쉬운지를 역설하고 있다. 달착륙이나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이 순수한 과학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대국가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지구가 푸른 대기에 둘러싸인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구 대기권 밖에서 본 지구는 국경선도 인종적 나뉨도 없는 깨어지기 쉬운 푸른 유리공 같은 모습이라는 걸. 이 연약해 보이는 지구를 온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편으로는 지구가 생명을 지키지 못할 날을 대비해서 먼 미래에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 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아직은 제일 가까운 행성인 화성 연구조차 무인우주선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1970년대 지구를 출발한 무인 우주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 행성을 차례대로 지나서  제일 바깥쪽 행성에서 지구를 한 번 흘깃 돌아보고 찍은 한 컷의 사진 속에는 수많은 별들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는 작은 점이 하나 있다. 나와 당신이 살고 있는 지구다. 그 사진은 우리가 유일한 세계라고 믿고 있는 이 지구가 밤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작은 점들 중의 하나이며 특별히 눈에 띄는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보이저호는 이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이 순간도 태양계 외곽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태양계 저편에서 오는 생명체의 신호를 감지하려고 눈을 깜빡이면서.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이 각인된 한 문장이 있다. 이 무한한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면 엄청난 우주적 낭비라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칼 세이건도 이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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