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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그간 이 리뷰는 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쓴 리뷰 중에 가장 허접한 리뷰가 될 것이다. 제르미날, 에밀 졸라, 자연주의와 내가 궁합이 맞지 않아서 책을 애정 있게 읽지 못했다. 예전에는 책장을 펼치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책이 재밌듯, 재미없듯, 잘 읽히든, 잘 읽히지 않든 다른 책으로 외도하지 않았다. 그 당시 책을 읽다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번역상의 오류나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내 지식이 빈곤하고 독서력이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었다. 취향이 생길 만큼 다양한, 또 많은 작품들을 읽지 않은 상태였다. 


 에밀 졸라의 작품은 읽은 적 있다. 목로주점. 딱히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부분이 없어 시간만 투자하면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제르베즈의 핍진한 생존기와 삶의 눅진한 냄새가 베어나오는 노동자들의 삶 묘사를 흥미롭게 읽혔다. 


 약 4년 만에 제르미날로 다시 만난 에밀 졸라. 알고 보니 그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격, 그러니까 서사의 리듬이 너무 촘촘해 지루하게 느껴졌다. 노동자들의 힘겨운 생애를 따라 읽고, 체험하고, 공감하는 작업들이 분명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을 들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다루게 될 보르헤스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의 '구라', 가짜 사실주의, 마술적 리얼리즘, 추리소설적 기법, 형이상학적-신비주의적 정신사적 편력에 완전히 심취했기 때문에 거의 정반대의 위치하고 있는 에밀 졸라의 소설이 시시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제르미날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방안으로 맑스와 겹쳐읽기를 계획했다. 맑스가 봤을 풍경들을 에밀 졸라의 텍스트의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소설 텍스트가 관념과 추상의 세계에 생생한 색과 냄새, 사람들의 표정을 부여해주리라. 최근 파주북소리축제에 갔다 창비를 구독하게 되었다. 주머니가 가벼워 고뇌하는 중생에게 직원 분이 자비를 베풀어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와 표도르 쏠로구쁘의 <허접한 악마>를 선물로 받았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문제점, 심각성에 공감한 사람들의 요구에 힘입어 맑스 관련 책들이 몇 권 출간되었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경향시민대학에서 강의를 하신다고 했다, 양자오의 <자본론을 읽다>. 개인적으로 알랭 바디우의 공산주의 개념을 비판했다고 하는 브루노 보스틸스의 <공산주의의 현실성>과 최근 방한했던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를 읽어볼까 한다. 그렇게 읽다 보면 소설과 시의 품으로 자연히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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