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Russell is not guilty of the unspeakable crimes for which he was convicted; nonetheless, he is scheduled to be executed for them in one hour and forty-four minutes. As always during these dreadful nights, the clock seems to tick faster as the final hour approaches. I’ve suffered through two of these countdowns in other states. One went full cycle and my man uttered his final words. The other was waved off in a miracle finish. - P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카밀리아는 홀로 남아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어떤 미소가 떠올라 보일 듯 말 듯 깜박거리다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본 것도 같았다.

그녀는 달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39

달이 떴다.

달이 더 높이 떠오르자 골목길이며 뒷길이며 거리를 바라보는 카밀리아의 눈도 더 커졌다. 한밤중이 되자 달은 그녀의 머리 위로 떠올라 고대의 무덤 꼭대기에 서 있는 대리석 조각상처럼 그녀를 비추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카밀리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희미한 가락이 공중을 떠돌았다.

골목 그늘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카밀리아는 숨을 죽였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40

"아무도 못 봤을 거예요. 그저 태양이 떠오를 뿐이죠. 자, 저와 함께 춤을 춰요."

그들은 춤을 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축하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은 춤을 추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남자는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주위를 흘끔거리며 자신이 혼자 있음을 확인하고는 아름다운 만의 바닷물과 지는 해가 흩뿌리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잠깐 몸을 돌렸을 때 모래 위에 작은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녹아버린 라임 맛 아이스크림의 가느다란 막대였다.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막대를 주워들었다. 남자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 있음을 확인하더니 몸을 숙이고 막대 쥔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움직여 이 세상에서 그가 가장 잘 아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래 위에 굉장한 형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17

편편한 모래밭에 그리스의 사자와 지중해의 염소, 금가루 같은 모래로 살집이 이루어진 처녀, 손으로 깎은 뿔피리를 부는 사티로스, 어린 양 떼와 함께 뛰놀며 바닷가를 따라 꽃을 뿌리고 춤을 추는 아이들, 하프와 리라를 연주하며 깡충깡충 뛰는 악사들, 저 멀리 초원과 숲과 버려진 사원과 화산을 향해 내달리는 젊은이들과 유니콘이 그려져 있었다. 남자의 손과 나무 막대는 단 한 군데도 끊기지 않는 선으로 해변을 따라 열정적으로 몸을 굽히고 땀을 비처럼 쏟으며 휘갈기다가, 매듭을 짓다가, 원을 그리다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안팎으로 움직이다가, 한땀 한땀 새기다가, 속삭이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마치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기기 전에 이 떠들썩한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듯 이내 서둘러 다시 움직였다. 님프와 나무의 요정들이 이삼십 미터가 넘는 길이로 펼쳐지고 여름철 분수는 해독할 길 없는 상형문자를 그리며 솟구쳤다. 사위어가는 빛을 받은 모래는 이제 녹아내린 구리색이 되어 어느 시대, 어느 인간이 읽어도 오래오래 음미할 수 있을 어떤 메시지를 새기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각자의 바람과 중력 속에서 회오리치다 균형을 잡았다. 춤추는 포도주 상인 딸들의 포돗빛으로 물든 발 아래서 포도주가 짓눌려 흘러나오는가 하면, 꽃으로 꾸민 연들이 나부끼는 구름 위로 꽃향기를 흩뿌렸다. 그런가 하면 무럭무럭 김이 솟아오르는 바다에서 황금 칼집에 싸인 괴물이 태어났다. 그리고… 또… 이제….

화가가 동작을 멈추었다. - <멜랑콜리의 묘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39784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악마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경 인간이 창조해 낸 것이라면,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게 창조해 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61

「이봐, 수도사 나리, 어리석음이란 이 지상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야.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 쌀·금·돈의 붕괴
김석원 지음 / 한길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년 전 역사책읽기로 독서모임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초심을 많이 잊어버린 듯 한 차에 흥미로운 근현대 역사서를 접하게 되었다.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쌀 금 돈의 붕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 (농업)경제학, 통계학의 기초를 세운 고 김준보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조선 개항 이후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경제사적 관점으로 정리한 책인데, 저자 김석원교수(경영학)는 그의 손자이다. 할아버지의 사료를 바탕으로 손자가 책을 펴낸 이유는 에필로그에 잘 드러나 있다.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논리는 원래 일본 학자들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그것이 '과학적 방법'을 썼다는 미명하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어려웠다.” 282p 에필로그 중에서

아직까지도 식민주의 사관이 버젓이 역사학회와 그것을 추종하는 자들에 의해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정당화의 포장을 입고 결과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미화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1백여년 전의 개항과 식민지화 및 자유시장경제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저자는 조곤조곤 할아버지의 사료를 갖고 반박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개화기, 침략기, 강점기 세 부분이다. 여기에 쌀, 금, 돈이라는 화폐가치를 갖고 있는 재화의 관점에서 이 시기 어떻게 일본에 의해 조선(한국)의 경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일제 식민지 시대의 종속적 수탈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지를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한다. 

"개항기의 조선 역시 같은 전략으로 1876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당하기 전까지 가능한 한 문을 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오늘날의 많은 한국인들은 개항을 빨리해 자유무역을 했다면 조선이 강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조상들의 무식함과 고집스러움을 탓하곤 한다." 15p

19세기 중반 서구열강에 의해 중국이 사분오열 되고,  1853년 일본도 미국에 의해 강제 개항이 된 후, 한반도 조선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제국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는 선택을 하였으나, 이도 잠시 뿐, 메이지유신(1868년)으로 본격적인 산업화와 제국주의 학습을 한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강화도 조약을 맺게 되면서 결국 한반도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버린다. 이를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복원을 위한 당백전 발행과 쇄국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 이면에 벌어진 일본에 의한 화폐의 혼란, 조선의 주요 산물인 쌀과 금의 헐값 매점의 문제점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에서 쌀이나 금을 헐값에 사서 일본에 거의 7배 넘는 가격으로 넘길 수 있다면 누가 이런 횡재의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결국 일본 군경의 비호하에 일본 상인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리고 마는 한반도.

"그런데 최소 26톤의 금을 조선에서 더 들여왔으니, 일본은 신용 높은 금화를 더 많이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서 무기든 기계든 원료는 얼마든지 사올 수 있었고, 이는 일본 경제가 기존금 보유량 대비 최소 69% 이상 조선의 금을 바탕으로 추가 성장했음을 의미했다26-37.5×100-69.3. 개항기 조선 금만으로 경제 규모가 69% 커진 것이다. 1876년 개항에서부터 자료 마지막의 1904년까지, 일본은 조선의 금으로 30년간 알짜 성장을 누릴 수 있었다." 98p

일본 상인에 의한 백동화 위조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당백전 발행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했다. 여기에 일본의 제일은행(다이이치은행)은 조선의 국책은행 행세를 하며, 당백전과 백동화 발행액(1,300만 원)의 4배가 넘는 5,700만 원의 (일본 엔화와 연동되는) 제일은행권을 뿌려대면서 이후 조선의 화폐를 무효화 하고, 결국 일개 은행 하나가 사실상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되고 만다. 이러한 경제적 예속은 사실상 한일합방의 서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조선에서 성공을 거듭하던 일본인들은 몇 년이 지난 1910년에 한일합병을 성사시키고, 조선에서 열심히 뜯어온 돈으로 '낭만'을 즐기는 시대를 맞았다. 1912년 무렵의 다이쇼 로망이 그것이다." 190p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서구열강의 식민지 플랜테이션 경영을 그대로 답습한 일본의 조선 농장화(소작농화)는 결국 3.1 운동이라는 대대적인 저항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그러나 이후 산미증식계획을 통해 조선인을 희생해 일본 대농장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꾀했고 결국 그들이 말하는 자유시장경제란 이러한 농촌의 식량기지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공고화하는 허울뿐인 경제정책이었다. 다이쇼 로망이라는 황금기를 구가하던 일본 역시 대공황을 피해가지는 못했고, 결국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조선을 수탈해 가는 군수기지화를 획책했고 결국 일본의 패망은 조선의 껍데기 뿐인 독립을 가져올 뿐이였다. 

"일본이 자국의 주머니까지 다 털어가며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식민지 조선에 무언가 남겨둘 여유도 이유도 전혀 없었으니, 전쟁 후 조선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이 패망 때까지 지폐를 마구 찍어 조선에 뿌리는 바람에, 해방 후 조선은 1944년 물가지수 241 에서 3년 만에 4만 926이라는 170배가 오른 인플레이션을 떠안게 되었다."  279p

이 책은 쉽게 읽혀진다. 적절한 지표와 간결한 해설인 듯 하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백여년전의 개항부터 식민지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 까지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해 근현대사를 통째로 도둑맞은 듯 하게 아무것도 배운 게 없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먼 옛날 얘기만 들었던 역사시간과 구한말 한일합방까지의 격동의 시대와 이후 식민지화의 역사는 통편집이 된 것이 아닐까? 불편한 진실을 근대화란 미명의 식민사관으로 덮는 것에 우리는 단지 입시문제에 나오지 않는다고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제라도 역사 바로 알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왜냐면 지금의 무관심이 미래를 볼모로 삼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올해의 같이 읽을 책 중 하나로 독서모임에 한 번 추천해 봐야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