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도와 거리가 다양한 오르막 내리막이 나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단련시키니, 남산을 달리면 웬만한 로드 마라톤 코스는 두렵지 않게 된다. 30킬로미터 즈음 연달은 업힐 4개—이 중 마지막은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를 달려야 하는 보스턴마라톤이나, 자잘한 언덕이 많은 춘천마라톤 등을 준비하기에 북측순환로만한 곳은 없다. 남산을 달리면 남들이 공포에 질릴 대회의 오르막 코스에서 여유롭게 달려 올라갈 수 있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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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항상 다른 나라 사람들 간의 싸움인 것은 아니라고, 새끼 돼지의 엉덩이처럼 연분홍빛이 나는 뽀얀 얼굴의 무슈 펠티에는 말했다. 서양인들은 이런 종류의 전쟁, 즉 내전을시빌 워라고 부른다고 그가 말했고, 나는 어린 마음에 백인들의 멍청함을 몰래 비웃었다. 동족 살해에 정중하다는 뜻의‘시빌’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시빌 워가 보통의 전쟁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는 것도 참 어리석은 아이러니로 보였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68

낮에는 먹을 것을 찾아 걸어 다니며 보리죽에서 야생 능금, 쐐기풀에서 나무껍질에 이르기까지, 나날이 먹을 것의 정의를 넓혀갔다. 밤에는 폭격으로 불탄 집에 스며드는 창백한 달빛 아래서 낯선 사람의 온기를 훔쳤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69

포탄의 충격으로 생긴 깊은 틈을 골함석 판이 덮고 있었다. 그러나 함석지붕 아래에서 나는 여전히 창백한 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은 차가운 숨결을 불러들여 또다시 내 몸이 인간의 온기를 몹시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70

포탄의 충격으로 생긴 깊은 틈을 골함석 판이 덮고 있었다. 그러나 함석지붕 아래에서 나는 여전히 창백한 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은 차가운 숨결을 불러들여 또다시 내 몸이 인간의 온기를 몹시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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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동안 우리는 마당 장대에 널려 건조되고 있는 가오리를 올려다보았다. 연처럼 꼬리가 긴 그 생선은 밑에서 쳐다보면 눈코입이 늘 웃는 듯 보여서 문제였다. 마주하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시시해졌다. 바람이 한번 불고 지난 뒤의 모래사장처럼 마음의 표면이 평평하게 균형이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고작 그 시시함으로.

-알라딘 eBook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중에서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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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예술적으로 꿇으면 춤이 된다는 것을. 그 행위는 사과 메일이 지녀야 할 미덕과도 닮았다. 관건은 무릎을 꿇는 속도, 방향, 그리고 각도에 있다.

-알라딘 eBook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중에서 - P175

정리하자면 최대한 빠르게, 내 잘못을 정확히 고백하고, 잘못의 원인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되, 그 설명의 분량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문장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무릎을 시원하게 제대로 꿇을 것…… 이 정도가 좋은 사과 메일의 기본 요소라 하겠다.

-알라딘 eBook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중에서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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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행위엔 상대의 영혼에 종을 울리는 효과가 깃들어 있다. 복희님이 한 일이라고는 상대가 누구인지를 그 자신에게 알려준 것뿐이지만, 그 행위는 마치 깨끗한 거울을 보여줄 때처럼 양심과 책임감, 그리고 되고 싶었던 자기 본모습을 일깨워준다. 그것이 호명의 위력이다.

-알라딘 eBook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중에서 - P35

악수의 역사는 천 년이 넘었다. 네발로 걷다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해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문명을 이룩한 인간들이, 자기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상대에게 손수 보여주다가 고안된 행위로 알려져 있다. 요지경 세상사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악수를 생각할 때면 어쩐지 인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다. 반가움과 악의 없음, 그리고 곧 시작될 만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손짓이므로 중요한 자리에서 나는 꼭 악수를 먼저 건네곤 한다

-알라딘 eBook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중에서 - P63

1. 정중하되 비굴하지 않을 것.
2. 일목요연하되 무례하지 않을 것.

-알라딘 eBook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중에서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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