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박정희가 꿈꾸었던 발전 모델을 오늘날 다시 추진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과거 중국의 정치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재 중국 국민들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때, 정치 참여의 문을 개방하면 오히려 혼란이 발생하고 국가 공동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국 특수론’을 내세우곤 했다. 이후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한편, 좌익 포퓰리즘의 득세로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을 ‘능력주의’ 국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국 공산당은 엄격한 선발과정과 장기간의 교육 및 훈련과정을 통해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엘리트들을 양성하며, 이들이 중국의 사회∙경제적으로 공정한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중국 사회 전반에 걸친 극심한 불평등과 부패, 비효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반세기 전 한국에서처럼 박정희식 발전 모델이 중국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권과 부패를 멀리하고 공동체의 사회적∙경제적 자유와 공정을 위해 헌신하는 엘리트의 지배라는 이념은 한때 플라톤이 ‘수호자’ 개념으로 구상했지만, 결국 자유주의 시대에 와서 포기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통제라는 원칙으로 대체되었다. 박정희식 모델은 대한민국에서만 박정희가 잘해서 성공하는 것이지 중국은 성공 못할거다.
서구의 ‘지혜’가 중국을 포함한 어느 사회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성장의 열쇠일 뿐 아니라 공동체를 통합하는 근본적인 토대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요인들을 대의제 붕괴, 내각제 강화, 진연논리의 확산, 관료조직의 과도한 영향력과 일탈 등이 그 주요원이다. 물론 이외에도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때론 개별적으로, 때로는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친다.
국가들의 쇠퇴와 몰락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거울이 될 수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다. 세게에서 우리나라를 좌파가 집권하면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얘기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좌파 권위주의의 등장, 그 안에서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패의 사슬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베네수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지지하는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때문이다.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국유화와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국가를 망쳤다. 좌익 포퓰리즘의 사채는 그렇게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전면적 붕괴였다.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9년,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월 7달러에 불과해 겨우 4일을 버틸 수준이었다. 생필품은 물론 기본 의약품마저 부족해 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24년에도 전체 인구의 82퍼센트가 빈곤상태에 있고, 53퍼센트는 극빈층에 속한다. 이렇게 경제가 붕괴되면서 사회인프라도 심각하게 붕괴되었다. 무엇보다 치안이 무너져서 갱단이 판을 치고 공권력이 이를 누르기는커녕 함께 공모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경제 정책도 이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민주주의와 경제는 같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