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데 어떤 애기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저자 이은희는 과학 저술가,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신경 생리학을 전공했다. 고려대학에서 과학 언론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다가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2002년 『하라하라의 생물학 블로그』 『하라하라의 생물학 카페』 등 다수의 과학 시리즈를 출간하며 본격적인 저술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과학 책방 갈다’ 의 이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일한다. 최근에는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시리즈와 『하라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등을 저술 했다. 제 21회 한국과학 기술 서상 저술 부문을 수상했다. 저자도 우리 엄마처럼 박사이고 지적인 엄마이다.
아이를 낳는 데는 별문제가 없던 이들이라고 모두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젖이 잘 돌지 않아 아기에게 충분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이도 있었으며, 젖은 도는데 함몰 유두나 유두 균열로 젖을 물릴 수 없는 이도 있었으며, 흔히 젖몸살이라 불리는 유선섬이 심해서 엄마가 열이 펄펄 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아기가 모유를 거부하고 젖병만 찾아 유축기로 짜낸 모유를 젖병에 담아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아기를 만나는 엄마들은 이런 상황에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된다. 이럴 때 위로보다 상처를 더하는 이들은 주로 가족과 친구 같은 가까운 이들이었다. 가뜩이나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위축된 초보 엄마 앞에서, 자연분만을 해야 혹은 모유 수유를 해야 엄마 몸도 금방 회복되고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데 그러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한다. ‘자연스런’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이들을 통해 확인하게 되면, 아직 산고에서 회복되지 않은 산모의 몸과 마음은 쉽게 바스러지고 만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과 상황과 상대에 둔다면, 즉 상대가 원체 나쁜 사람이거나 혹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으로 안 좋아서 이런 일을 겪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감정의 결은 굴욕감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일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말해 내가 힘이 없어서 내가 쉽게 보여서 내가 뭔가 빌미를 줘서 이런 일을 겪게 된다고 여긴다면 정당한 분노지만, 수치심은 내가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정당했다는 절망적이 수용에 가깝다.
그래서 굴욕감을 느낀 이들은 화를 내고 이를 갈며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으려 하지만 수치감을 느낀 이들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겨 자신의 내면을 더욱 할퀴어 상처를 내곤 한다. 아이를 가지고 낳고 젖을 물려 키우는 일은, 여성에게 있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심지어 숭고한 일이라는 사회적, 문화적, 전통적 가치관과는 달리 실제로 이 과정은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며, 나아가 힘들고 괴롭고 지난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자연스런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한마디 뭉뚱그려 입을 막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불편하게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감정들이 명확해지자, 과거에 했던 정확한 대응이 떠올랐다. 저자는 아이를 원했고, 그 아이를 얻기 위해 합리적으로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내했다. 그 과정에서 의학적 도움을 받은 것은 현대 과학 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런’ 행동이다.
우리는 폐렴에 걸렸는데 자연치유를 해야 한다고 산속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 먹거나 공기 좋은 곳에 산다는 정령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폐렴에 걸렸으면 병원에 입원해서 항생제를 사용하고 산소 공급을 해주면서 의학적 치료에 몰두 하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보조 생시술을 써서 아이를 가지거나 제왕 절개를 하거나 혹은 인큐베이터에서 첫날을 맞이하거나, 모유 대신 조제분유를 먹이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현대 사회에서 아이의 생존을 위해 제공할 수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최적화된 것을 적용한 적절하고 적합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