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이은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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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데 어떤 애기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저자 이은희는 과학 저술가,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신경 생리학을 전공했다. 고려대학에서 과학 언론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다가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2002년 『하라하라의 생물학 블로그』 『하라하라의 생물학 카페』 등 다수의 과학 시리즈를 출간하며 본격적인 저술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과학 책방 갈다’ 의 이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일한다. 최근에는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시리즈와 『하라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등을 저술 했다. 제 21회 한국과학 기술 서상 저술 부문을 수상했다. 저자도 우리 엄마처럼 박사이고 지적인 엄마이다.

아이를 낳는 데는 별문제가 없던 이들이라고 모두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젖이 잘 돌지 않아 아기에게 충분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이도 있었으며, 젖은 도는데 함몰 유두나 유두 균열로 젖을 물릴 수 없는 이도 있었으며, 흔히 젖몸살이라 불리는 유선섬이 심해서 엄마가 열이 펄펄 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아기가 모유를 거부하고 젖병만 찾아 유축기로 짜낸 모유를 젖병에 담아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아기를 만나는 엄마들은 이런 상황에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된다. 이럴 때 위로보다 상처를 더하는 이들은 주로 가족과 친구 같은 가까운 이들이었다. 가뜩이나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위축된 초보 엄마 앞에서, 자연분만을 해야 혹은 모유 수유를 해야 엄마 몸도 금방 회복되고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데 그러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한다. ‘자연스런’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이들을 통해 확인하게 되면, 아직 산고에서 회복되지 않은 산모의 몸과 마음은 쉽게 바스러지고 만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과 상황과 상대에 둔다면, 즉 상대가 원체 나쁜 사람이거나 혹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으로 안 좋아서 이런 일을 겪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감정의 결은 굴욕감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일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말해 내가 힘이 없어서 내가 쉽게 보여서 내가 뭔가 빌미를 줘서 이런 일을 겪게 된다고 여긴다면 정당한 분노지만, 수치심은 내가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정당했다는 절망적이 수용에 가깝다.

그래서 굴욕감을 느낀 이들은 화를 내고 이를 갈며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으려 하지만 수치감을 느낀 이들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겨 자신의 내면을 더욱 할퀴어 상처를 내곤 한다. 아이를 가지고 낳고 젖을 물려 키우는 일은, 여성에게 있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심지어 숭고한 일이라는 사회적, 문화적, 전통적 가치관과는 달리 실제로 이 과정은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며, 나아가 힘들고 괴롭고 지난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자연스런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한마디 뭉뚱그려 입을 막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불편하게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감정들이 명확해지자, 과거에 했던 정확한 대응이 떠올랐다. 저자는 아이를 원했고, 그 아이를 얻기 위해 합리적으로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내했다. 그 과정에서 의학적 도움을 받은 것은 현대 과학 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런’ 행동이다.

우리는 폐렴에 걸렸는데 자연치유를 해야 한다고 산속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 먹거나 공기 좋은 곳에 산다는 정령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폐렴에 걸렸으면 병원에 입원해서 항생제를 사용하고 산소 공급을 해주면서 의학적 치료에 몰두 하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보조 생시술을 써서 아이를 가지거나 제왕 절개를 하거나 혹은 인큐베이터에서 첫날을 맞이하거나, 모유 대신 조제분유를 먹이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현대 사회에서 아이의 생존을 위해 제공할 수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최적화된 것을 적용한 적절하고 적합한 판단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선택과 노력을 부정하고 폄훼할 권리가 자신에게는 없다. 누구도 그에 상처 입은 상대에게 마음을 휘저어도 된다는 권리를 준적은 없다. 상처를 입히면서 깨닫지 못하는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최적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생명체가 지닌 자연스러움의 본질이다. 적어도 ‘자연스런 ’생물학적 과정이 무엇이든, 어떤 방식도 현재 합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루진다. 그게 바로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방광과 연결된 요관, 자궁과 연결된 질, 곧은창자와 연결된 항문은 수직 방향이라기보다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이는 직립 보행을 하는 인체의 특성상 아주 당연한 ‘구조 역할적’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임신 한 번에 아이 1명을 낳는다. 그래서인지 의학적 임신은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한다. 월경 시작일이 며칠 늦어질 수는 있지만, 애초에 여성의 월경주기라는 것이 신체 내외적 환경에 매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월경 예정일 전에 혈액 검사를 통해 호르몬의 양을 측정하면 수정란이 만들어졌다는 걸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월경이 시작되는 경우 생화학적 임신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이 임신을 인지하는 것은 월경 예정 일이 지난 후, 소변 속 hcg의 농도를 측정하는 간이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서인데 이때 즈음이면 이미 의학적 임신이 시작된 이후인 경우가 많다. 수정란이 만들어졌는데,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시험관 아기 시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폐경이란, 여성의 난소 기능이 퇴화되며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로 40-60세 사이에 나타난다. 난소의 기능이 멈추면서 에스트로겐의 분량이 줄어들므로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가장 극적인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월경이 사라지는 현상이므로 월경이 닫현 것이 아니라 충분히 지속되어서 완결된 것이기에 이를 완경이라 부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동조하는 입장이다. 아직 공식 단어가 바뀌지 않아서 이 논의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월경이 멈추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2~10년 전부터 신체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주기성이 사라지다가 완전히 멈춘다. 폐경기는 여성의 인생에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는 시기이다. 하지만 여성의 일생에서 가장 요란스럽고 가장 서글픈 형태로 세상에 알려진 시기이기도 하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을 특징적으로 발달시키고 임신에 관여하는 것을 넘어서, 여성의 몸 전체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이것을 조정 하는 일종의 스위치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체온 조절에도 관여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역시 체온을 가진 태아를 품어야 하므로, 체온 조절에 훨씬 더 잘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폐경기 여성에게 가장 흔한 증상인 혈관 운동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로 얼굴과 목, 가슴 등의 상체에서 갑가지 화끈한 열감이 느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땀이 쏟아지는 흔한 핫 플래시라고 하기도 한다.

원인은 폐경기에 일어나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카테콜 에스트로겐은 노르에피네프린 이라는 호르몬과 길항 작용을 하며 체온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폐경기가 되어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이 높아져 체온조절 구역이 좁아지는 현상이다. 생물에게는 항산성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 혈압, 혈액 내 산성도, 혈당량 등은 일정한 수준 내에 유지되어야 하므로 우리 몸에는 늘 이수치들이 너무 높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체크하는 감지 장치와 이상 수치가 감지되었을 때 이를 정상 범위로 되돌리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열감을 느끼고 몸을 식히기 위해 땀을 내며, 카타콜 에스트로겐은 그 반대 작용한다. 다만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의 양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 신체가 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 열이 난다고 느끼고 과민 반응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래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므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골다공증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이런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폐경기에는 우울증, 무기력증, 기억력 및 집중력 감소, 지나친 감정 변화 및 정서적 불안정 등의 심리적 증상도 나타난다. 실제로 월경이 끝난 이후의 삶을 인터뷰한 기록에 따르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월경을 더 이상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따르는 생활의 위협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적 기반이 확실하고 학력이 높은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우울증을 덜 느낀다거나, 폐경을 일종의 질환이나 장애가 아니라 자연스런 노화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권일수록 폐경 증상을 덜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의학이 더 발전해 여성이 죽을 때 까지 월경을 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해서 여성의 일생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에 따라 아이를 꼭 낳고 싶어서 폐경을 늦추고 싶은 것이고 장수를 하는데 행복하고 역노화 저속노화가 된 건강한 몸을 갖고 싶어서 이런 책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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