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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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소년들 둘이 마주보는 표지그림과 제목을 보면서 두 소년의

성장과정과 우정에 대한 아기자기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약력을 본 후 내 생각이 완전한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저자인 베벌리 나이두는 아라파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 치하의

남아공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는 흑백간의 끔찍한 불평등을 깨달으면서

저항활동에 참여했고 21살에 재판도 받지 않은 채 감옥에 수감된다.

이후 영국으로 망명하여 흑인과 백인 청소년들을 위하여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책의 제목인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 인생에서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과거 뜨거웠던 때가 있었던가? 언제였던가?'

 

아프리카인들은 2차대전 기간에 영국 편에 서서 함께 싸웠다.

그들은 자유의 이름으로 싸우다 죽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 아프리카인들은

조국이 자유를 가질 때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하지만 케냐에 살던 백인 정착민들은 케냐가 영국의 지배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던 키쿠유족은 비밀 조직인

마우마우를 결성하였다.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영국의 탄압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저항의 불길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자신들의 땅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고 굴욕과 부자유의 오랜 세월동안

믿고 의지했던 대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파괴되었을 때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소설은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방화협의로 경찰에 끌려가고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정점으로 치달은다.

백인 주인 밑에서 편안하게 살던 소년의 자의식이 가슴속에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트럭은 우리들을 멀리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바바는 더 많은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미지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오직 땅만이, 키리냐가산만이 우리를 연결해 줄 것이다.

우리들은 파헤쳐졌고...뿌리가 뽑혀서...시든 잡초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아이가 아니다.

우리들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우라는 부름을 받는다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 209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는 흑인 소년 무고의

소리없는 외침은 소설의 맨 앞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발로는 걷지 못한다."는 말과 

 그 의미를 같이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는 수작이다.

 

부당함에 대한 깨달음과 자유를 되찾으려는 의지는 현실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타협하는 마음을 버린 연후에야 가능하다. 

가슴이 시키는대로, 양심과 지성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려움을 떨치고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가... 

역사는.. 두렵지만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지성에

의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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