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2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의 기발한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아름다운 시들이 적혀 있었다.

그 후 전철을 놓치는 것이 예전처럼 낭패로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 전철을 기다리며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음이 닿는 주제나 구절을 발견하면 중얼거려도 보고 오래도록 머물러

가슴에 새기게 된다.

지하철 역사에 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해지고 서울이 문화도시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마저 산뜻해진다. 

책 <사랑의 레시피>는 두 번째 지하철 시집이다.

희망을 주는 시들을 엮어 첫 번째 시집을 냈는데 미처 수록하지 못한 좋은

시들이 많아 두 번째가 나왔다고 하니 앞으로 계속 후속편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엮은 이의 인터넷 닉네임이 '풀과 별'이다.

닉네임도 멋지고 지하철 시집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 것도 무척 창의적이다.

그는 하루 대여섯 시간씩 지하철 역마다 내려서 라이카 똑딱이로 찍어 모은 시

3000 여 편 가운데 사랑을 주제로 한 시 88편을 엮었다고 한다.

시인 이름 옆에 시가 있는 역의 이름을 밝힌 것이 독특하다.

이 책에서 읽었던 시들을 역사에서 발견한다면 반가울 것 같다.

<사랑의 레시피> 안에 담긴 시들은 사랑하는 마음, 그리움과 설레임,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달픔 등을 노래하고 있다.

제목 아래 '외로움은 양념, 절망은 조미료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절망 대신 그리움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본다.

 

사랑 ~ 김승동  (6호선 효창공원 앞)

당신의 가슴을 향해 

던지다 던지다 못 다 던진

내 가슴에서 한 평생

치우다 치우다 못다 치운

 

감자 ~ 안차애 (5호선 마천)

내 사랑은 심심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농염이다

내 사랑에 온갖 맛이 들어있다는건 깊이 다가와 본 사람은 안다

춘궁(春窮)이거나 춘궁같은 허기거나 허기보다 더 아득한 마음일 땐

심심하고 둥근, 둥글고 부드러운 내 몸에 당신의 이빨자국을 찍어보라

단신이 가진 온갖 맛 떫거나 시거나 쓰거나 짠 맛, 맛들을

순하고 착하게 껴안아 주리

내 살 깊이 묻었다가 온전한 농염으로 다시 당신께 돌려보내리

 

제목을 보고 시를 읽고, 그 다음에 제목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두 번째 읽었다.

제목을 가리고 남편에게 제목을 맞추라고 하니 '사과'라고 한다.

감자라는 제목이 딱이다.

그런데... 왠지 '감자'가 사랑보다 더 사랑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 ~ 박남희 (4호선 숙대입구)

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가 있습니다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 편지를 저는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그리운 이름 ~ 배홍배 (5호선, 오금)

흔들리는 야간열차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저장된 이름을 하나 지운다,

그렇게 내 사소한 사랑은 끝났다

막차는 서는 곳마다 종점인데 더듬거리며 나 어디에도 내리지 못하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넘어졌네

일어나지 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 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비밀 ~ 이 경 (7호선 상도)

소가 똥을 누고 간 자리에 쑥부쟁이 꽃이 피었습니다

웃음이 소똥처럼 향기롭습니다

하늘을 보고 소가 웃습니다

 

후회는 아름답다 ~ 심재휘 (7호선 반포)

햇빛을 향해 몸을 뒤척이는 창가의 꽃들 그들의 맹목은 또 얼마나 무섭습니까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때늦은 후회밖에 없다 할지라도

후회는 늘 절실하였으므로 이름다웠습니다

어떤 그리움보다도 나의 후회 속에서 그대는 늘 보고 싶었습니다

 

푸른 상처 ~ 이정란 (6호선 행당)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여라

상처가 아무리 깊은들, 오랜들 사랑의 크기만 하겠는가

상처를 두려워하는 사랑아, 니 속을 들여다보면 알게 되리라

사랑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을

 

무명도 ~ 이생진 (2호선 신림)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시인이다 - 시인 김규동의 자전적 에세이
김규동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 김규동은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나 경성고보, 김일성 종합대학을

다니다 문학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고향을 떠나 월남한다.

책 <나는 시인이다>는 와병중인 그의 구술을 받아 쓴 자전 에세이이다. 

제목에서 일편단심 시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평생 시쓰기를 업으로 살았고 끝까지 시인으로 남고자 하는 노시인의 지극한

순정에 깊이 고개숙여 존경의 념을 보낸다.

시인 이시영은 "선생은 눈부신 시적 성취는 없는지 몰라도 시쓰기와 민주화 운동에

오래 복무하며 후배들을 따뜻하게 챙겨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그를 표현한다.

 

시인의 인생역정을 들여다 보니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전쟁 전후, 70~8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썽을 피우던 개구쟁이 모습들, 공부하기를 싫어해 1학년을 두 번 다녀야 했던

대목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말과 당나귀, 소 등에서 고루 넘어지고 까치알을 꺼내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져 다친 일, 자전거를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넘어져 다친 일 등은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지만 그토록 추억 많은 어린 시절이야말로 시인이 시인으로 살 수

있었던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글을 써서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문학을 하리라 결심하는 부분은 사람의 기나긴 일생이 한 순간 결정되는 

일이라 무척 드라마틱하다. 그는 경성고보에서 시인 김기림 선생님을 만나고

그것을 계기로 후일 김일성 종합대학을 중퇴하고 월남을 결심한다.

그와 김광림 시인이 같은 대학 출신으로 행여 남들이 알까 모른체 쉬쉬했다는

사실은 분단의 상처를 안은 그시절의 아픔이 느껴진다.

전쟁 전후로 그가 만났던 동료, 선후배 시인들은 우리나라 시의 역사에서

계보를 잇는 대가들이다.  

책속에 영화감독 신상옥과 최은희를 비롯,  김기림, 이용악, 이봉래, 조향, 김차영,

김경린, 박거영 등의 수없이 많은 문인들의 이야기 보따리가 가득이다.

경어체의 글들이 시인의 이야기를 옆에서 직접 듣는 듯 정겹다.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문학과 예술의 유행,

문단의 변천사 등을  알 수 있는 점은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재미중의 하나이다.

노시인의 기억에 의하면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가난하지만 양복 차림에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고 명동에 나와 연예인과 어울려 다녔다고 한다.  

늘 백수이던 그가 모처럼 경향신문에 취직이 되었다가 일주일만에 잘렸는데

그 이유가 서울 시내에 불이 난 기사를 "야밤에 화산 뿜듯 치솟은 불기둥이

서울 하늘을 장식했다."라고 썼기 때문이었다.

해방 후에 서점을 하던 박인환은 적자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 

손님이 시집의 가격을 물어오면 팔기 아까워서 "그 책 비매품인데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은 길에서 친구를 만나면 손을 내밀어 100원, 200원을 받아

막걸리를 마시고 새까만 옷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즐겁게 웃으며 하루 종일

술에 취해 돌아 다니면서도 어느 틈엔가 시를 써서 발표했다고 한다.

시인이 죽고 어머니가 부조금을 잃어버릴 까 봐 신문지에 싸서 아궁이 속에

두었는데 시인의 부인이 여름에 비가 와서 눅눅해진 방을 덮히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돈다발이 다 탔으니 죽어서까지 훌륭한 시 한 편을 남긴 셈이다.

노시인은 소 눈알 같은 눈동자를 가진 김수영 시인이 겁먹은 듯 하지만 뭔가

궤뚫어보는 듯한, 신에게 하사받은 특별한 눈의 소유자였으며 시다운 시를 쓰기

위해 많은 책을 깊이있게 읽었으며 시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언제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살다 갔다고 회고한다.

 

시인은 강물처럼 멀리 달아나버린 세월일 망정 뜨겁게 포옹하고 싶다고,

시인으로 살아온 60년 세월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김아무개라 칭하며 시다운 시를 쓰지 못했다는 시인의 겸양이 좋다.

"혼돈과 무질서, 허위와 광기의 시대를 용케도 시라는 무기가 있어 그나마 오늘에

이르렀어요. 시는 존재 이유였고 삶의 목적이었어요. 시인임을 자처했으나 영혼을

뒤흔든 아름다운 시 한 편 출산하지 못했음은 순전히 김 아무개의 책임이예요.

소원이 있다면 세상 떠나기 전 꿈속에서처럼 고향 땅에 한 번 다녀 오고 싶어요.

그나저나 고향 집 우물가 느릅나무는 안녕한지 모르겠어요.

죽기 전에 그 느릅나무를 만나봤으면! 아름드리 그 나무에 기대어 그가 하는

그리운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섰으련만... " 8-9쪽

 

"나무 너 느릅나무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 시 '느릅나무에게'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도에서 깊이로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0년 동안 인류는 더 빠르고 빈틈없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시켜 왔다. 포만감을 모르는 사람들의 갈망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며 여러가지

일상생활을 손쉽게 해결해 주는 반면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실시간으로

타인과 함께 공유하며 살게 만든다.

책 <속도에서 깊이로>의 저자 윌리엄 파워스는 디지털이 가져다 주는 마법과도 같은

일로 인해 세상은 더 가까워졌지만 우리 내면의 중요한 것은 잃어 버렸다고 말한다.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내면의 깊이이다.

 

앨빈 토플러가 70년대에 이미 <제 3의 물결>에서 언급한대로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 있거나 홀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익명의 다수에 의해 둘러 싸여 있고

찾고 싶은 수많은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마치 아편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처럼 디지털 기기들의 편리함에

중독되어 가는 듯하다.

단란한 저녁 식사 자리가 "띠리링..."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방해를 받고

마음이 가는 벗과 깊이있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울리는 핸드폰 신호음에 분위기가

식는 것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와 더불어 바쁘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일이지만 

기기들과 시간적인 공백과 적절한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디지털 기술에

압사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든다.

 

디지털 기기들의 노예가 된 나의 모습들이다.

행여 내게 오는 문자와 전화를 놓칠세라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한다.

대체 언제부터? 10년 전 쯤에 그렇지 않았다.

중요한 연락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외출했다가 핸드폰을 놓고 온 기억이 나서 가던 길을 되돌려 가지러 들어간다.

딱히 연락할 곳이 있는 것도, 연락올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행지에서 숙박할 곳에 인터넷 설치가 되어있지 않으면 마치 절해고도에

갇힌 것처럼 서운하다.

운좋게 인터넷 시설이 갖춰져 있으면 숙박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감수한다.

하루에도 여러 계정의 메일함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확인한다.

메일의 대부분은 대출, 상품 선전 등의 스팸메일이고 읽지도 않고 삭제한다. 

습관적으로 켜둔 인터넷에서는 수십 개의 기사들이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여러 개의 광고들이 동시에 커서를 반짝거리면서 빨리 클릭하기를 재촉한다.

 

저자는 디지털 세상에 필요한 철학을 과거의 현자들에게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혼란과 격변의 시기는 과거의 매순간 존재했으며 사람들을 더 쉽고 빠르게 연결해

주는 도구는 역사의 어느 순간에나 있었다.

새로운 네트워크 도구의 등장으로 인간은 창조성을 발휘하고 번영할 수 있었으며

인류 전체가 진보했다.

하지만 내적인 삶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 또한 언제나 존재했다.

일곱 철학자들은 지혜와 통찰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세상을 바라 보았다.

그들은 분주함을 멀리 하고 만족스럽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내면의 깊이를 추구했다.

플라톤의 <대화>에서 소크라테스와 파이드로스는 성벽 밖을 거니는 것으로 아테네의

분주함을 뒤로 했다. 저자는 휴대전화를 잠시 멀리 하고, 즉 물리적 거리를 가지고

산책하거나 여행하라고 조언한다.

세네카는 한 가지 생각이나 한사람에게 집중하고 나머지 세상을 무시함으로써

내적 거리를 확보했다. 저자는 친구, 가족과 대화를 나누거나 장작 패기, 뜨개질,

요리, 자전거 손보기 등의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구텐베르크는 성찰을 위한 위대한 도구인 책을 보다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필기구인 '테이블'로 새로운 도구가 야기하는 정보의 홍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미래학자들은 종이가 곧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종이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용한 도구이다.

가상의 삶이 우리를 짓누를 때 책을 읽으며 기록하고 사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깊이있는 삶에서 중요한 일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긍정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규범으로 혼란스러운 삶에 질서를

부여했으며 삶의 균형을 찾았다.

19세기 중반을 살았던 소로는 분주함을 극복할 방안으로 평화의 장소를 만들었다.

저자는 누구나 자신만의 '월든존'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맥루한은 분주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개인이 각자의 경험을 통제할 수 있으며

디지털 분주함이 자기 삶에 어떤 소용돌이를 일으키는지 연구하고 자기만의 창조적인

탈출 방법을 마련하라고 제안한다.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은 선택의 문제이자 철학의 문제이다.

깊이있는 삶을 위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이전의 세대에서 바보상자로 불리우던 TV가 가족을 불러

모으는 매개체가 되고 구식사양인 핸드폰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 어느 시점에는 더 발달한 기기가 나와 인간을 더욱 분주하게 만든다면 

무엇이 인간의 내면을 보호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을까...

훨씬 더 빠르고 더 다양하고 더 광범위한 기기들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줄줄이 대기상태라는 불길한 소식이 들린다.

일곱 명의 현자들은 충분한 조언을 주었다.

선택은 나자신의 문제이다.

디지털 기기의 홍수 속에서 나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본다.

 

저자는 우리에게 조언한다.

"인터넷을 꺼라. 스크린에서 눈을 떼라. 휴대전화도 꺼라.

멈추고, 호흡하고, 생각하라.

그러면 전세계가 당신의 마음과 함께 속도를 늦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신동화.이은정 지음 / 민음인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균 수명이 100세까지 늘었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잘하면 의료의 발달에 힘입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사람들에 비해

몇 십 년의 세월을 더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 중에 하나, 둘 아픈 사람들이 늘어간다.

아이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모임에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과 보조식품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충만하게 사는가 하는 삶의 질이 중요하기에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원한다. 

매일 먹는 한 끼의 음식이 유전자를 바꾸고 운명을 변화시키고 삼대까지 건강하게

잘 살게 한다고 주장하는 책<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를 만났다.

얼마 전에 TV에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획된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이

3부작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는데 반향이 크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 신동화는 더 많은 사람들과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음식과 유전자, 그리고 생명에 관한 책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를 출간했다.

어려운 유전학의 이론들을 여러가지 예와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은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이라 하겠다.

 

목차

1부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

1. 음식이 유전자를 바꾼다

2. 유전자 스위치를 끄고 켜다

3. 운명을 바꾸는 식생활과 생활습관

 

2부 다음 천년을 위한 약속

4. 화학 물질이 당신을 공격한다

5. 음식 속의 스트레스도 함께 먹는다

6. 유전자 조작 기술의 경고

 

3부 페어푸드, 도시에 실현되다

7. 치유하는 농업의 시작

8. 도시 농업으로 희망을 엿보다

9. 정의를 실현하는 음식, 페어푸드

10. 생명의 기적을 위하여

 

저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들에 의하여 후성 유전학의 연구 성과를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한 생명의 밥상을 차리라고 제언한다.

후성유전학에 의하면 지금 잘못 먹은 한끼의 음식이 나 혼자만의 건강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의 신비한 기억을 통하여 자손 대대로 가혹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후대의 운명마저 바꿔 버린다고 한다.

후성유전학자인 로즈붐 박사는 태아의 유전자가 엄마의 환경과 영양소 섭취 조건에

반응하는 상태를 러시아의 민속인형 마트료시카에 비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의 뼈와 살이 되고 성장의 원천이 되는 먹거리의 중요성,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근본이면서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음식의 중요성,

우리와 후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밥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매순간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식생활을 바꾸지 않는다면, 혀끝의 쾌락에 중독된 생활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의 몸과 후손의 몸을 함께 학대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100년 뒤에 태어날 후손이 지금 조상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우리의 후손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어버린 '저주받은 운명'을

물려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인용된 우화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과 생명을 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옛날 현명한 왕이 명령했다. 

"저 민둥산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해가 될 터이니 지금 당장 나무를 심으시오."

세상 물정에 밝은 신하가 난색을 표했다.

"나무가 자라 혜택을 보려면 백 년 이상은 족히 걸립니다."

왕이 말했다. "그러니 하루라도 더 빨리 심어야지." ' ~ 99쪽

 

자본과 이윤의 추구만을 따르는 기업들의 논리와 간편함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음식에 대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건강한 삶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무너져 버린 상태이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 첨가물들이 섞인 가공식품들,

안전성에 대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

더욱 강한 농약과 화학비료들로 길러진 과일과 채소,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길러지고 도축되는 육류 등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미 적신호들이 지구상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음식에서조차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값싼 패스트푸드를 먹는 흑인들의 비만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땅을 사랑하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농부들은 땅을 살리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일본 농부 기무라 씨의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흙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믿으며 농약과 퇴비를 주지 않고 10년 만에

사과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렸던 그는 기적의 사과가 만든 기적은 사과나무가

만든 것이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 몸으로 쌀 한 톨, 사과 한 개조차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사과나무를 도와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사과나무가 살아가기 쉽도록 거드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169쪽

풀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의 방식과 순환과정을 고려하여 소와 닭들을 방목하는

대안농장, 텃밭과 옥상, 베란다 등의 자투리 땅을 이용한 도시농업의 형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로운 음식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젊은이들의 페어푸드

운동 등은 우리 사회의 음식을 대하는 의식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물질문명은 인간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여유있게 만들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인간의 생존마저도 위협하게 되었다.

이제 거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후손들과 우리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을 거부해야 한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살아있는 동식물과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인간이 자멸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적어도 음식은 우리의 아이들이 걸린 문제임을.

이제는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걸린 문제임을 안다.

인류는 늘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물려 줬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이다. 내가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23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카라바조의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다.

그러나 카라바조 때문에,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 ~ 책의 첫 페이지

 

전통과 관습의 굴레 안에 가두기에는 너무도 자유로운 영혼 카라바조...

천재화가 카라바조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사후 400주년인 2010년을 기념하여

역사소설가 틸만 뢰리히에 의해 출간되었다.

저자는 카라바조의 격정적인 삶을 한 편의 다큐처럼 펼쳐 보여준다.

그의 짧았던 삶의 궤적에 맞춰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과 상황을 묘사하고

작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마치 까라바조가 살아나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의 짜임만으로도 재미있으며

당시 사회 문화와 종교적 분위기등을 엿볼 수 있다.

732쪽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그림에 대한 재미있는 추리들이 곁들여져 술술 넘어가고

소설의 주재료인 명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카라바조는 파괴적인 성향과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악마적 천재로 불리우며

광기어린 삶을 살았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양성애자이기도 했던 그는 급기야 사람을 죽이고 쫓겨

다니다가 객지에서 서른 아홉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살인의 이유가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는 변두리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도시에서 유명한 창녀를 모델로 성모 마리아를 그렸으며 거지와 집시, 하인들을

사도들로 표현했으며 성스러운 이야기들을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으로 묘사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단순하면서 움직임을 포착하고 마음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들 속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았다.

그가 그린 인물들은 추하거나 더럽거나 뚱뚱하거나 야위어서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행인이나 술꾼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자들에게 일갈했다고 한다.

"집시와 거지 그리고 창녀들. 오로지 그들만이 나의 스승이며 내 영감의 원천이다."

 

종교화와 성화가 유행하던 르네상스 후기에 접어들어 공포스럽도록 사실적인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갈린다.

당시 실력자였던 델 몬테 추기경의 전폭적인 후원을 입기도 하였지만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무리들은 그의 작품이 반그리스도적이며

악마적이라고 평가하였다. 

19세기의 영국 작가 존러스킨은 카라바조가 추악함과 공포, 죄의 오물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그의 작품속 인물들은 파괴적이고 음습한 기운을

풍기면서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의 얼굴은 이탈리아 화폐에 등장하고 있으며 그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국민화가로 자리잡고 있다.

 

본문에 나오는 카라바조의 23작품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의심하는 토마스'이다.

예수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토마스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의 두 사도들, 옷깃을 잡고 상처를 열어 보이며 힘없이 고개숙인 예수가 있다.

예수의 환부에서는 당장 피고름이라도 흐를 듯... 

토마의 손가락 끝에서는 예수의 몸 속 상처가 만져지는 듯 하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로 주제를 부각시키고 사실감을 더하는 그의 기법은 강렬하다. 

자신을 모델로 한 <병든 바쿠스> 역시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이며 삶에 지치고 찌든 모습이지만 구원을 갈망하는 것 같은

소년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영혼의 구원을 바랐을까...

 

소설의 마지막 장면..

실제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작가가 상상한 결과와 비슷한, 혹은 더욱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을 듯 싶다.

파도에 휩쓸려 죽는 그의 최후는 마음아프다.

바로크 미술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한 획을 그었던 대가의 최후는 참으로 허무하다.

기구했던 삶과 예술혼, 정열적이고 파괴적인 그의 성향이 불세출의 작품들을 탄생시켰다면...

그 자신은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평범한

화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명화를 감상하게 된 행운을 누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의심하는 토마스' 1602~16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