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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신동화.이은정 지음 / 민음인 / 2011년 1월
평점 :
평균 수명이 100세까지 늘었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잘하면 의료의 발달에 힘입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사람들에 비해
몇 십 년의 세월을 더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 중에 하나, 둘 아픈 사람들이 늘어간다.
아이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모임에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과 보조식품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충만하게 사는가 하는 삶의 질이 중요하기에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원한다.
매일 먹는 한 끼의 음식이 유전자를 바꾸고 운명을 변화시키고 삼대까지 건강하게
잘 살게 한다고 주장하는 책<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를 만났다.
얼마 전에 TV에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획된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이
3부작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는데 반향이 크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 신동화는 더 많은 사람들과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음식과 유전자, 그리고 생명에 관한 책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를 출간했다.
어려운 유전학의 이론들을 여러가지 예와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은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이라 하겠다.
목차
1부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
1. 음식이 유전자를 바꾼다
2. 유전자 스위치를 끄고 켜다
3. 운명을 바꾸는 식생활과 생활습관
2부 다음 천년을 위한 약속
4. 화학 물질이 당신을 공격한다
5. 음식 속의 스트레스도 함께 먹는다
6. 유전자 조작 기술의 경고
3부 페어푸드, 도시에 실현되다
7. 치유하는 농업의 시작
8. 도시 농업으로 희망을 엿보다
9. 정의를 실현하는 음식, 페어푸드
10. 생명의 기적을 위하여
저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들에 의하여 후성 유전학의 연구 성과를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한 생명의 밥상을 차리라고 제언한다.
후성유전학에 의하면 지금 잘못 먹은 한끼의 음식이 나 혼자만의 건강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의 신비한 기억을 통하여 자손 대대로 가혹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후대의 운명마저 바꿔 버린다고 한다.
후성유전학자인 로즈붐 박사는 태아의 유전자가 엄마의 환경과 영양소 섭취 조건에
반응하는 상태를 러시아의 민속인형 마트료시카에 비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의 뼈와 살이 되고 성장의 원천이 되는 먹거리의 중요성,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근본이면서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음식의 중요성,
우리와 후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밥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매순간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식생활을 바꾸지 않는다면, 혀끝의 쾌락에 중독된 생활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의 몸과 후손의 몸을 함께 학대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100년 뒤에 태어날 후손이 지금 조상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우리의 후손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어버린 '저주받은 운명'을
물려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인용된 우화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과 생명을 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옛날 현명한 왕이 명령했다.
"저 민둥산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해가 될 터이니 지금 당장 나무를 심으시오."
세상 물정에 밝은 신하가 난색을 표했다.
"나무가 자라 혜택을 보려면 백 년 이상은 족히 걸립니다."
왕이 말했다. "그러니 하루라도 더 빨리 심어야지." ' ~ 99쪽
자본과 이윤의 추구만을 따르는 기업들의 논리와 간편함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음식에 대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건강한 삶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무너져 버린 상태이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 첨가물들이 섞인 가공식품들,
안전성에 대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
더욱 강한 농약과 화학비료들로 길러진 과일과 채소,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길러지고 도축되는 육류 등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미 적신호들이 지구상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음식에서조차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값싼 패스트푸드를 먹는 흑인들의 비만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땅을 사랑하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농부들은 땅을 살리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일본 농부 기무라 씨의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흙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믿으며 농약과 퇴비를 주지 않고 10년 만에
사과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렸던 그는 기적의 사과가 만든 기적은 사과나무가
만든 것이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 몸으로 쌀 한 톨, 사과 한 개조차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사과나무를 도와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사과나무가 살아가기 쉽도록 거드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169쪽
풀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의 방식과 순환과정을 고려하여 소와 닭들을 방목하는
대안농장, 텃밭과 옥상, 베란다 등의 자투리 땅을 이용한 도시농업의 형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로운 음식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젊은이들의 페어푸드
운동 등은 우리 사회의 음식을 대하는 의식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물질문명은 인간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여유있게 만들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인간의 생존마저도 위협하게 되었다.
이제 거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후손들과 우리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을 거부해야 한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살아있는 동식물과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인간이 자멸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적어도 음식은 우리의 아이들이 걸린 문제임을.
이제는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걸린 문제임을 안다.
인류는 늘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물려 줬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이다. 내가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