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매달린 원숭이
헤르만 요세프 초헤 지음, 박병화 옮김 / 열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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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자들은 나무를 오르내렸지. 털이 무성한 험상궂은 낯으로.

그러다가 원시림에서 빠져 나오라는 유혹을 받고는 세상에 아스팔트를 깔고

30층까지 건물을 쌓아 올렸다네.

그자들은 머리로 입으로 인류의 진보를 기록했지.

그러나 진보를 빼고 자세히 보면 근본에 있어서는 여전히

옛날의 그 원숭이라네."  ~~ 220-221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

 

독일의시인 에리히 케스트너는 털복숭이 원시인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걸어온 길을 시로 묘사한다.

인간은 문명의 진보를 이룩했지만 무수한 악행들로 나무를 오르 내리던 석기시절과 똑같은

원숭이로 살아가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원숭이' 제목을 생각하며 내가 매달린건지. 신이 나를 매단건지.

한참을 고민한다. (독일어 원어 제목이 궁금하지만 번역한, 주어진 그대로를 생각해 본다.

책을 다 읽은 뒤로도 제목이 뜻하는 바가 정확하게 무엇을 가르키는지 모르겠다.)

신이 차마 인간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 못해 매달고 있는지...

더 이상 갈 곳이 없이 막다른 곳에 다다른 인간이 십자가 끝에 애원하며 매달린건지...

철학, 신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인문학을 광범위하게 공부한 초헤 신부는  종교적이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의 죄의 속성들을 지적한다.

쾌락과 음란, 탐식, 무관심과 나태, 시기, 분노, 자만심, 탐욕 등은 행동이나 의식의 정도가

지나칠 때 죄로 빠져들 수 있는 특징들이다.

이른바 일곱 가지 성격 특성은 인간에게 죄를 강요하는 셈이다.

인간이 아무런 저항없이 악습과 악덕을 반복적으로 행하고 방치할 때 죄는 성립한다.

초헤 신부는 일곱 가지 죄를 새롭게 해석하여 전통적인 죄악의 특징들이 현대사회의 정신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나아가 이런 특징들을 어떤 미덕으로 대체하여 인간이 회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1. 쾌락 - 왜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은 의미를 찾지 못하는가?

20세기 문명은 새로운 우상숭배를 만들었다. 그것은 자본과 이윤 그리고 성공에 대한 맹신이다.

성공을 위한 현대인의 노력은 쾌락 추구라는 대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공이라는 탐욕에 대응하는 수단은 겸양과 검소한 생활이다.

본질적인 것만이 무자비하게 밀어 닥치는 이 시대의 소비 지향적 흐름에 견딜 수 있다.

삶에 대한 검소한 태도는 성공에 대한 욕구를 덜어 줄 것이며 의미를 찾는 자유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 사람의 성공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신도. 인간도.

2. 탐식 - 왜 우리는 지나치게 경험을 탐해서는 안되는가?

이 시대는 많은 경험을 쌓는 일이 인생의 핵심 프로젝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욕심껏 경험을 채워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와 경험을 삼키려는 현대의 탐식증은 육체적인 탐식증과 비슷하다.

육체적인 탐식을 다이어트나 금식으로 치료하듯이 명상이나 기도, 스포츠 혹은 문화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좀 더 인생을 의식하고 일상생활의 속도를 늦춘다. 느리게 가기. 금욕하기.

3. 무관심 - 왜 한없는 자유가 우리를 혹사시키는가?

무관심은 미세한 여과장치처럼 우리의 사고에서 현실세계를 차단하고 정신을 움직이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무언가에서' 자유롭다는 말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이 '위한'을 끊임없이 주시해야 하며 '위한'은 구체적인 현실이 되어야만 자유는 상징성을 벗고

본질적인 의미와 통하게 된다. 무관심과 나태는 인간이 자유의 문제에 매달리는 것을 가로막는다.

나태한 생활을 좇는 것이 편안해 보이는 한 인간은 자유를 누릴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무관심의 반대는 열정이다. 열정의 미덕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얻을수 있다.

허위 열정과 참된 열정을 구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은 열정과 벅찬 감동으로 삶을 헤쳐 나가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4. 시기심 - 왜 우리는 타인의 질투에서 행복을 느끼면 안되는가?

시기심의 의도는 소유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기심과 질투는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상대가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싹튼다.

그러나 시기심이 설정한 목표는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진정한 기쁨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시기심과 질투를 상쇄할 미덕은 자비와 베품,기쁨을 나누는 삶의 태도이다.

진정한 인생의 이벤트는 의미에 기초한 순수한 기쁨이고 그 의미를 나누는 체험에 있다.

5. 분노 - 왜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없는가?

"바라기만 하면 당신은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절망적인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허황된 약속은 인간의 욕구를 놓치지 않는다.

광고 전략가들은 상품을 이상과 결합시켜 판매한다. 광고하는 상품들은 제품 본래의 단순한

기능을 뛰어넘어 제품과 관련된 약속을 믿게 만든다.

가구는 가구로서라 아니라 생활의 편의를, 난방기가 아니라 따뜻함을, 세탁기가 아니라 깨끗한

빨래를 약속한다.

오늘날 TV와 방송매체, 인터넷, 버스, 지하철... 넘치는 광고. 쏟아지는 광고.

광고의 문구들은  언제나 달콤하다.

여자들은 더 예뻐지고 더 럭셔리하고 더 젊어지고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서,

남자들은 더 몸짱이고 고운 얼굴을 가져야 해서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원하기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약속은 결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분노한다.

분노를 물리칠 수 있는 미덕은 침착성이고 부동심이다.

침착한 사람은 결코 시류에 따라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변화를 위해 동기부여 세미나도, 광고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동심을 갖춘 사람은 유행을 따르지 않으며 언제나 그 중심에 서려고도 하지 않는다.

또한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한다.

6. 자만심 - 왜 우리는 아무에게도 고마워하지 않는가?

아마도 저자인 초헤 신부가 현대인들의 대죄 가운데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인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인식은 데카르트적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몸마저도 단순한 기계의 부속처럼, 영혼이나 정신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살덩어리의 기계로 묘사한다.

이런 사고는 현대인들이 점점 자신의 몸에서 소외를 느끼는데 일조했다.

데카르트의 사고세계에서는 인간을 부품으로 조립하는 일도 가능하게 본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세계관은 18세기의 자유주의 (국가의 간섭을 일체 배제하고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김)에서

19세기의 고전적 자유주의( 제한된 형태의 자유주의, 일부분 공동번영의 보장)을 거쳐 오늘날

터보 자본주의 (세계화, 다국적 기업,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돈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 든다는

자본주의의 공격성을 비판하는 표현) 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계론적 사고관은 인간적인 문제에 관련할 때 한계를 드러낸다.

인간관계는 사랑과 이해가 오가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긴장과 오해를 빚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받는다.

다른 사람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의 능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파악될 수 없는 영역이다.

작은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기뻐할 줄 아는 미덕이 자만심을 치료할 것이다.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위대하고 놀라운 본질 앞에서 초라한 자신의 실체를 본다.

신에 대한 순수한 순종...

 

저자는 자만심에 차 있는 사람으로 경제학 관련 상을 수상한 경제학 교수를 예로 든다.

외관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진지한 학문의 의상을 걸치고 모습을 드러낸다고 표현한다.

과연 그럴까.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과 신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굳이 경제학 교수를 ?)

자만심에 관련된 저자의 분노는 이해가 간다.

영적인 세계와 신을 믿는 저자로서는 오늘날 철저히 분해되고 해체된 신관, 그 배경이 되는

기계론적인 세계관과 이에 바탕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용인한다는 것이 신의 이름으로,

아니 그 자신에게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7. 탐욕 - 왜 우리는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하는가?

모든 사물을 돈으로 계산하고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정신적인 인식의 폭을

축소시키다. 돈이 유일한 가치척도가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위험이 발생한다.

다행히도 사랑이나 고통, 어쩌면 성공도 아직은 측정할 수 없거나 수량화할 수 없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가슴 설레게 하며 아름답게 하는 질적인 가치는 수량화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저녁 바다에 펼쳐지는 완벽한 일몰의 풍경을 보는 사람은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 아름다운 것에 대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체험 속에서 신의 영역으로 들어 간다.

유일성, 진실성, 선함과 아름다움은 존재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의 속성이다.

 



 

인간은 기술문명의 발달로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

그러나 죄악은 옛날, 중세, 현대로 시대를 달리 하면서 약간씩 다르게,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형태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 죄악들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믿음. 소망. 사랑. 지혜. 정의. 용기. 절제의 삶. 선을 향하는 삶... )

초헤 신부는 책 전체를 통해 말하는 것 같다.

신은 인간이 원하고 추구해야 하는 의미이며 본질이고 자유이다.

신은 죄악들에 대한 해결 방법이다.

 



 

"모든 것이 하느님께 달린 것처럼 기도하라.

그리고 모든 것이 그대 자신에게 달린 것처럼 행동하라!" ~~ 75쪽 이냐시오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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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 -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오정화.최복현 지음 / 책든사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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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돈 콜레오네의 리더십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돈 끌레오네.

그는 책 제목처럼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리더이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을 잘 경영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돈 꼴레오네로부터 자기경영의 원칙과 삶의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간단 명료하게 요약은 되지만 실천하고자 하면 무척이나 어려운,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의 청을 들어 주며 우정을 약속받고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둘째, 그는 어떤 경우에도 상대에게 화를 내지 않고 흥분하지 않는다.

간단한 비결 같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할 때 언제나 이성적인 입장이 되기는

어렵다. 무수한 자기훈련의 노력이 없이 거저 주어지는 처세술은 아닐 것이다.

또한, 간단하다고 했지만 남을 사심없이 돕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가 오랜기간 리더로 군림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것은 분명한 자기관리와 리더로서의

자질, 따뜻한 품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조직은 언제든지 하극상이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들을 통솔하는 방식이 협박이나 위협, 권력이 아니라 존경과 권위, 우정이 근간이 되었기에

오랜 세월 리더의 자리에 있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바라지 않은 그는 인간관계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무엇을 주는 행위는 일시적으로는 손해인 듯 해도 그 이상의 열매가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도움을 받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을 보는 이들에게도 충성해야겠다는 마음의 발로가

일어나게 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에 투자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의 카리스마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권위에서 나왔기에 진짜이다.  

물론, 폭력과 살인 그리고 불법 등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폭력적인 행동방식이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남을 위하는 대의에서 출발한다 해도 폭력과 불법이 행해져서는 안된다.

내 집단과 내가 살고자 남을 해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정보화사회는 개인의 공동의식,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이 약화되는 사회이며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회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세분화되며 다양한 사회에서 요구되는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오래 전에 본 카톨릭 잡지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에서  어느 선배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은

후배 신부들에게 한 말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후배 신부들이여. 마음을 사로잡는 사제가 되기를 ..."

돈 꼴레오네가 가장 귀중하게 생각했던, 얻으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출현하기를 희망해 본다.

 



 

"우정은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한 가치다.

한 사람의 영혼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영혼을 내편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인격이

이미 갖추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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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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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의 저자로 근대인의 이기심을 경제행위의 동기로 보았으며 경제행위는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에 의해 조절된다고 생각하였다.

아담 스미스는 생산과 분배에 자연적인 질서가 작용, 저절로 조화되어 간다고 하는 자연법에 의한

예정조화설을 주장하였다.

아담 스미스 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저자 이몬 버틀러는 30년간 세계 시장경제의 국유산업 민영화,

공공부문 개혁에 힘써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풀어 놓는다.

그는 시장이 올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경쟁이 필요하고 자율적인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경제학 교과서의 '완전경쟁' 부분은 찢어 버리라고 충고한다.

이 부분은 아주 많은 개별 판매자가 아주 많은 개별 구매자에게 동일한 제품을 팔면서 모든

거래 가격을 알고 있다는 완벽한 균형을 전제로 서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불완전과 불균형으로 본다.

예를 들면, 싼 가격에 가정용 컴퓨터를 많이 내놓는다고 해서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고 집에 컴퓨터가 한 대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상품을 사도 될 만큼 부유해지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싼 제품은 사지

않게 되고 오히려 비싼 가격을 매겨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들이 생긴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치와 기대가 변화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구매 역시 시간과 장소,

일시적인 기분 등에 달려있다.

저자는 시장의 자율기능이 교과서 안의 이론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시장의 가격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으로 시장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규제, 통제, 보조금

등의 각종 정치적 수단들을 언급한다. 또한 하나의 판매자만 있는 독점, 수요자가 하나만 있는

구매자 독점, 담합 등이 어떻게 자유경쟁을 막고 시장의 균형을 깨트리고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놓아두지 않고 자율적인 가격 메카니즘을 방해한다면, 노력과 자원이

가장 필요한 곳을 알려 주고 자율적으로 조절해 가는 시장의 놀라운 능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규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서로 다른 가치를 조정, 균형을 맞추는 시장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하여 몇가지 제안한다.

매연배출권의 예를 들고 있는데 그 지역에서 용인할 수 있는 오염의 기준치를 정해 매연 배출

허가권을 발행, 각 사업체에 배분한다.

허가된 배출량보다 더 많은 매연을 배출하는 사업체는 그렇지 않은 사업체로부터 허가권을

살 수 있고 배출량을 줄일수록 그만큼의 허가권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

이는 각 사업체에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동기를 제공한다고 본다.

교통체증 또한 시장원리를 적용시켜 붐비는 도로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게 한다.

수돗물 사용량의 계량화도 시장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낚시권, 어획권, 사냥권의 예를 들며 시장 원리를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에서조차 시장 원리는 적합하고 효과적이며 도덕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시장 비판론자들은 시장경제가 개발도상국 사람들로 하여금 선진국 근로자에게 주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임금으로 긴 시간 동안 신발이나 옷을 만들도록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에 관한 비판론자들의 지적에 반박한다.

뙤약볕 아래의 물에 잠긴 논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하루 12시간의 육체노동을 하는 것보다 나이키 신발

공장의 일이 훨씬 쉽고 고정적인 수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그렇다고 해서 시장의 논리가 저임금, 장시간의 착취를 합리화 시켜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의 이성적인 논리에 사람을 배려하는 온기를 추가한다면 어떨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해낸 것은 소득의 재분배나 과거의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력, 고객 서비스, 행운, 인센티브, 야망, 모험심 등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장이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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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 - 맛깔나는 우리 명화 감상법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13
장세현 지음 / 길벗어린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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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옛그림들을 그림과 함께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 기법, 그림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사회적인 배경,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소개한다.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라는 제목처럼 우리 그림에 대해 친절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설명한다.

책에서 나오는 그림들은 초.중.고 교과서와 TV 등을 통해 익숙한 그림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그림들과 그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어 무척 흥미롭다.

외부의 대상들을 화려한 색채로 담아내는 서양화에 비해 소박하고 은은한 수묵으로 마음과 정신을

담는데 주력하는 동양화는 보면 볼수록 단아하고 멋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 그림이 보면서 동시에 읽는 그림이고 서양식 가로쓰기가 아닌 한문식 세로쓰기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그림 속에 깃든 화가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 우리 그림의 참맛을 제대로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 책을 보면서 우리 그림이 주는 멋과 묘미에 흠뻑 빠지다 보니 마음이 평화롭고

훈훈해진다.

 



 김홍도 <황묘롱접도>

 

제비꽃(장수꽃)과 패랭이꽃(石竹花;돌처럼 변치 않고 대나무처럼 푸르름, 꽃말이 청춘).

70과 80을 상징하는 고양이와 나비. 수만 년이 지나도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바위는 장수를 상징.

생신을 맞은 어르신께 오래도록 건강하시라는 선물로 추측되는 명품 그림이다.

 



 통구다섯무덤 중 4호 무덤의 <해신과 달신>

 

인간 세상의 중심인 해와 달의 의미는 고구려가 천하의 중심이고 선택받은 신의 자손이라는 것이다.

고구려인들은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김정희 <세한도>

 

<세한도>는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는 논어의 구절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한결같이 그를 돌봐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선물로 준 불후의 명작이다.

 



 이징 <니금산수도>

 

니금산수는 바탕에 검은 천을 사용하고 금가루를 물감으로 사용한다.

엄청난 비용때문에 주로 왕실용으로 그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른쪽 하단에 나오는 나귀를 탄 선비와 동자의 모습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다.

동양의 산수화에서 사람은 자연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부분으로 숨은 그림 찾듯이 작게 그려지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선 <풍악내산총람>

 

우리 조상들은 금강산을 몹시 아끼고 사랑했다.

중국의 화풍을 벗어난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정선이 아름다운 금강산 그림을 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림의 위쪽에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 첩첩산과 바위 봉우리들, 곳곳에 있는 절과 암자들 등등 실제

금강산에 있는 것들이다.

이 작품은 웅장한 크기와 더불어 세밀한 묘사가 잘 어우러진 명작이다.

 



 김홍도 <서당>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 <서당>은 전체적인 구도가 치밀하고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성격을 정확하게

잡아낸다. 또한 익살과 해학적인 분위기가 그림의 품격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훌쩍이며 발목의 대님을 잡고 있는 아이, 훈장님의 찌푸린 얼굴과 책상 옆에 있는 가느다란 회초리,

킥킥대는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띠게 하는 작품이다.

 



 신윤복 <단오풍정>

 

단오날에 그네를 타는 여인과 목욕하는 여인들, 이들을 자연스레 묶어 주는 시냇물과 나무,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는 동자승들.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동자승들의 출현으로 그림에

긴장감이 돌고 그 익살맞은 표정이 그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여 준다.

 



 

이 책에 소개된 즐겁고 유쾌한 그림들은 아름다운 우리 그림의 세계로 잘 안내해 준다.

앞으로 우리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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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걸음만 앞서 가라 - 정치학자 강상중, 아시아의 리더 김대중에게서 배우다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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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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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더십론'이라는 형태를 취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가르침, 선생이 생각하는

리더관을 알 수 있게 한다.

선생이 가고... 그 생각들을 접할 기회가 목말랐던 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재일 한국인인 저자 강상중은 "김대중 납치 사건'을 계기로 민족적인 뿌리의식을 깨닫고 선생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살아 온 사람이다.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여 준 리더십의 진수를 새로운 일본의 리더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민주화를 얻기 위한 우리의 역사는 피의 투쟁사이지만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거저 얻은 민주화이다.

일본의 역사가 그러하니 축적된 민주적인 역량이나 리더,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는 당연할 것이다.

저자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극장형 (보여주는 쇼맨십 리더) 정치가 고이즈미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민주화를 위해 쉼없이 노력했던 선생의 리더십이 뚜렷한 리더가 없어 보이는 일본에 소개된다니

한편으로 자랑스럽다.(일본에 훌륭한 리더가 없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사실은 잘 모른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읽히고 '진정한 리더란 어찌해야 하는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저자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어떤 부모로 어떻게 자식들에게서 반걸음 앞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우선 책을 많이 읽고 세 번 이상 숙고하여 말하고, 의견이 다를 때 아들들의 말을 들으며 이해하려

노력하고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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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9년 봄에 선생과의 대담 중에 "나는 민중의 반걸음 앞을 걷는다."라는 선생의 말을 듣는다.

그는 '반걸음'이 김대중 선생의 리더십이 갖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절대로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이 따라오지 않으면 반걸음 물러서서 그들 안으로 들어가

이해해 줄 때까지 설득하고 동의를 얻으면 다시 반걸음 앞을 걸어간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정보화사회는 개인의 공동의식,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이 약화되는 사회이며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회이다.

저자는 리더십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은 '반걸음 앞'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그 기본방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란 초인적인 리더가 아니라 주위와 조금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람들을 잡아 당기는 리더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충족시킬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그 실천편으로 7가지를 들고 있다.

1.비전을 보여라 ~~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2.기업이나 조직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설정한다.  

3.사람들을 동원하는 힘 ~~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4.자신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5.관리와 운영 능력 ~~ 김대중이 내각을 조직할 때 박태준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점을 예로 든다.

어제의 적이라도 유능하면 오늘의 친구로 정당하게 평가한다.

6.판단력-날것 그대로의 지성과 건조된 지성 ~~ 날것의 지성은 활동과 경험을 토대로 한 상황

판단력이다.

반면, 건조한 지성은 독서와 축적된 공부를 통해 얻은 지성을 현실 상황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생선회를 예로 들고 있다. 생선회는 확실히 신선하고 맛이 있는 반면 상하기 쉽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반면 말린 것은 오래 숙성된 감칠 맛, 즉 보편적인 지혜로 가득 차 있다.

진정한 리더라면 현장의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항상 독서하며 연구하는 자세가 겸비된 사람일 것이다.

7.결단력~현대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초지일관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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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이 돼라"는 유언을 남기고 간 정치가 김대중은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가장 두려워했고

역사와 승부하겠다며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에 가서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켰다.

내전과 증오, 군정과 탄압의 시대, 한반도의 50년 묵은 구조적 폭력인 냉전의 논리 등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햇볕정책... 김대중...

선생의 말대로 그 공과에 대해서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힘찬 한걸음이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올해 두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를 잃었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슬픔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현실의 이익보다 훗날 내가 역사에 어떻게 평가될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왔습니다."~~김대중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도 성취하지 못한다." ~~막스 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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