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선택하는 소설의 소재들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 
개미, 타나토노트, 뇌 등을 읽으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놀란 터라 그가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이번에는 얼마나 또 악동(?) 같은 소재로 놀래키나...들여다 보게 된다.
소설 <파피용>은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도시와 맞먹는 크기의 거대한 우주선에 14만 4천 명을 태워 1천 년간의 
우주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얼마 전에 본 영화 ’2012’와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영화는 우주를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고 희망봉에 정착하게 되고 함선에 탈 수 
있는 사람들은 10억 유로의 돈을 내야 한다.
영화가 나중에 나왔으니 ’2012’가 <파피용>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는지도 모르겠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거대한 우주선은 태양 에너지로 움직인다.
탑승자의 선발기준은 자율성, 사회성, 동기부여, 건강, 젊음, 가족이 없을 것, 전문 분야의 
특별한 재주 등이며 나쁜 성향을 적게 가진 사람들이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치인, 군인, 목사를 드는데 그 이유가 베르베르 식의 유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권력. 폭력. 신앙 즉, 정부와 군대.종교가 없는 최초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천국의 도시에서 일어난 첫 범죄는 술과 질투심으로 일어난 제빵업자의 치정살인이다.
최초의 범죄는 최초의 감옥, 법정, 무덤, 경찰, 정부, 의회, 헌법을 탄생시켰다.
지구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폭도가 되어 지구로 떠나고,  새롭게 달력을 만들어 원년을 
선포한다. 세월이 흘러 우주선 안에서는 죄수, 인질, 스파이, 고문, 반역 등의 모든 범죄가 
다시 시작되었다. 전쟁과 평화, 이후의 전쟁, 전염병이 퍼지고 인간의 뇌에서잠자고 있던 
폭력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테러와 독재자들이 생겼다.
파피용의 창안자들은 천국의 도시에 성선설을 전제로 한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하였다. 그러나 천국과 같은 새로운 공동체를 꿈구던 우주선은 자신들이 떠나온 지구와 
똑같은 곳으로 되고 만다.
이브의 "아무리 최고의 캐스팅이라 해도 그들은 그저 인간일 뿐이오. 우리 뒤에는 
수백만 년이라는 범죄의 역사가 있어요. 그게 우리 피 속에 흐르지. 
이제....<지구에서처럼> 할 때예요.  아니 그보다는 <현실감>을 되찾을 때요. 우리들은 그저 
인간일 뿐인걸요" 의 말처럼 인간의 본성이 가진 악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한계인지 모른다. 
저자는 최후의 인간인 아드리앵의 입을 빌어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고 말한다.
또한,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나비로 탈바꿈해서- 날개를 펴고- 빛을 향해- 날아야 하듯이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인류로 거듭 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최후의 인간 아드리앵은 시험관에 보관해 온 수정란의 핵과 갈비뼈에서 추출한 세포질 
막으로 태아의 수정란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에야.(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를 만드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에야의 입을 통해 아담, 
이브, 사탄 등의 말을 함으로써 창세기를 연상시킨다.~우주선에 종교인을 태우지않는다던 
저자가 창세기에 근거하여 지구의 첫 여자 에야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인간이 자기 내부의 공간도 정복하지 못하면서 외부의 공간을 정복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우리 가슴 속에 있는 별에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멀리 있는 별을 
찾아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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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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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그는 산속에서 홀로 세상을 본다.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세속의 때가 씻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가난과 단순 소박함에서 삶의 진리를 구도하는 스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하나씩, 하나씩 뭔가 얻어 가는 기쁨에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들춰보게 된다.
한국의 소로우라고 불리는 스님은 이제 더욱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있다.
30년 넘게 한달에 한 편 쓴 글들을 뽑아 잠언집으로 묶은 이 책은 스님의 깊고 명징한 
의식을 보여 주는 명상록이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존재에 대한 성찰, 행복,
자연, 기도, 고독 등등. 50년 넘은 그의 수행 길에서 들려 주는 말을 듣다 보면 마음속에서 
잔잔한 기쁨이 솟아난다.

**말과 침묵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속으로는 남을 꾸짖는다. 
그는 쉼없이 지껄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하지만 침묵을 지킨다. 필요 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

**다시 길 떠나며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는가?’  마르틴 부버가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다.
다시 한번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 보라.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하루 한 생각
나의 취미는, 취미는 끝없는 인내다.

**다 행복하라
며칠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보일때 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계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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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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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산문집 ’호미’는 저자 박완서가 70살이 넘어서 쓴 글들이다.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 작업이 호미자루를 쥐고 자신의 안팎에서 김맬 터전을 
찾아 김매기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자연, 사람들, 엄마와 딸, 스승, 그리움 등등 정감 가득한 어머니처럼 들려 주는 
그녀의 이야기들에는 따뜻한 감성이 가득하다.
그녀는 "날마다 나에게 가슴 울렁거리게 만드는 경탄과 기쁨을 자아내게 하는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 깃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읽는 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녀의 전원생활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원해서가 아니다. 
아파트가 지나치게 편해서 자신에게 맞는 노동하는 불편을 주기 위해 마당을 
가꾼다고 한다. 그녀는 마당을 가꾸며 70년 인생에서 겪었던 삶에 대한 애증과
애환, 행운과 기적, 행운과 나락 등을 반복해서 몰입한다.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고작 반나절에 건져올릴 수 있는 장면이 대여섯 번도 더 
연속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 밖에 안되는 허망함에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집 앞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모든 건 다 지나간다~라는 속삭임을 듣고 
위안을 얻는다.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마당에서 호미를 쥐고 잔디를 다독이면서 지나간 생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가버린 
세월의 허망함에 잠시 하늘을 보고 그리워 하다가, 집앞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것이 다 지나간다. 흐르는 세월이다 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모습이...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서정주의 ’풀리는 한강가에서’
묵은 김치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인다면 봄은 짧아도 찬란한 봄이 될 것이다. 

저자는 큰아이가 입시를 치르는 날 아침에 밥그릇 뚜껑을 가볍게 떨어 뜨렸는데 그것이 
깨졌다고 한다. 큰소리가 났으니 합격은 떼논당상이라고 해석한 시어머니 의 순발력에 
고맙다고 한다. 
좋게 해석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부정에서 긍정의 자기장으로 바꿀 수 있으니 사람의 일은 
매사에 낙관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한 것 같다. 작은 아이 수능시험 보는 날, 하필이면 밥그릇이 
깨졌다. 가슴 떨리는 일이지만 아무 연관이 없는 것에 나를 묶어놓지 말자고 다짐했다.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고 지금 잘 다니고 있으니 그때 걱정했더라면 나만 손해볼 뻔 했다.

그녀는 손자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글자를 가르쳤는데 글자에 관심이 없는 한 손녀에게는 
직접 이웃과 동네를 묘사한 글로 얇은 공책을 만들어 읽어 준다. 
역시... 작가 할머니를 둔 손녀는 한글을 깨우치게 된다.
그녀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동물과 식물, 곤충과 소통하고 우정을 나누고 
아름답고 우호적인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를 바랬다.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 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만나자고, 싹 트면 반갑다고,
꽃 피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  9쪽 꽃과 나무에게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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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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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은 작가 최인호의 글들에 화가 김점선의 그림들이 들어 있어 유난히 예쁜 책이다.
 화가 김점선은 암 투병 중에 이 책의 그림들을 그렸고 애석하게도 2009년 3월에 작고했다.

1987년 카톨릭에 귀의한  최인호의 작품 세계는 더욱 부드럽고 깊어지는 것 같다.
그는 우리들의 인생이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라고 말한다.
화려하게 차려 입은 이 꽃들은 우리들에게 플로베르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들은 죽어간다." 라는 
시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말해 주고 있다.

최인호. 그는 백 권이 훨씬 넘는 책들을 출간했고 그의 책들은 7백만 권이 넘게 팔렸다.
그는 <별들의 고향>의 경아, <길 없는 길>의 경허, <상도>의 임상옥이 친구이자 분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보다도 미래의 주인공들을 더욱 그리워한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주인공을 창조하기 위해 고뇌하고 꿈꾸고 사유하고 절망하는 
천상 작가이다.

이 수필집에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는 불친절한 사람, 무례하고 거만한 상대에게 더욱 친절한 아내에게서 배운다.
만만한 사람들에게 화풀이하고 따지는 다혈질적인 성격에서 스스로 친절한 사람이 되려 한다.
모래처럼, 바람과 먼지와 풀처럼 작은 사람, 겸손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는 20년 전, 인상을 써서 양미간에 새겨진 주름 때문에 아들에게 수술을 받으라는 말을 상기하고 
보톡스 주사를 맞을까도 생각하고... 그래도 마음수술로 주름살을 없애버리고 싶어한다.

그는 어머니가 가신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머니의 다리를 안마한 손끝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
너무 오래되어 과거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과거의 추억이 맞는건가 생각해 보지만 부모님의 
다리를 안마하던 기억이 있어 스킨십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한다.
나는 기운이 없어 엄마도, 아버지도... 병이 걸리셔서 통증을 호소할 때에도 주물러 드리지를 
못했다. 많이 후회스럽다. 
그래도 엄마가 그 큰 손으로 배 아플 때 배를 쓸어 주시던 감촉은 기억한다. 
일을 많이 해서 솥뚜껑같은 그 손도...

저자는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의사를 물을 때 세 번 이상 질문을 던지라고 충고한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질문한 것은 베드로를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 나게 하려 함이고 성철 스님이 "네 그 말이 참말이가"라고 세 번 
물었던 것은 ’참말을 하는 진인’으로 만드려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는 아픈 친구에게 그리스도를 믿으라는 세 통의 편지를 보내고, 친구는 세례를 받고 죽는다.
원고료가 나오지 않는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저자는 원고료 대신 천상에서 기도해 달라고, 
천상의 양식으로 갚아 주라고 말한다.

그는 피카소에 대한 의문 두가지를 가진다.  나역시 그렇다.
첫째, ’여인들의 영혼을 양식 삼아 창조한 뱀파이어’라는 피카소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익사하지 않고 그토록 불가사의한 열정을 가질 수가 있는가.
둘째, 많은 부를 소유한 피카소는 창조와 예술정신이 가난 속에서 나온다는 정설을 무참히 깨버린다.
5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그림의 암살자’ 피카소. 
피카소가 평생 사랑한 것은 자신의 작품일까...자신일까...

"나의 마지막 소망은 내가 불어넣은 입김에 영성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마침내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 되듯이."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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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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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은 아들이 선물로 사 준 책이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고... 인도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인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의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신분으로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살아 있는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는 너무나 가난하고 비참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여행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영적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인도는 티벳과 함께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어느나라 어느 시대에나 사람이 사는 모든 사회에는 계급이 존재하였다.  
오늘날에는 국가간에, 한 나라 안에서 부에 의해 신종 계급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특히 불가촉천민에 대한 실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바닷속을 헤엄치는 눈먼 거북이가 백년만에 
한번 표면으로 떠오르는데, 그 거북의 목에 바다표면을 둥둥 떠 다니던 목걸이가 낄
확률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귀한 존재인 사람이 카스트 제도 하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게도 불합리한 제도가 종교라는 미명하에 이어져 내려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고통을 견디는 것이 숙명처럼 굳어진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과 불가촉천민의 삶이
나아지기를...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신이 카스트 제도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사제인 브라만, 군인인 크샤트리아, 상인계급인 바이샤, 노예계급인 수드라가 사성제이다.
노예보다 더 못한 '아웃 카스트’는 최하층민인 불가촉천민(달리트)이다.
수드라와 불가촉 천민은 개와 당나귀 이외의 재산을 갖지못하며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베다를 들으면 귀에 납물을 붓고, 암송하면 혀를 자르고, 베다를 기억하면 몸뚱이를 둘로 가른다." 
3500년이 넘은 계급제도는 아직도 인도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4개의 카스트와 달리트는 오늘날 3000여 개의 집단으로 세분화되는 것으로 변했을 뿐,
타고난 카스트는 평생 바꿀 수가 없다. 
달리트는 인간이 신의 섭리에 도전할 수 없다는 논리, 카르마(업, 운명)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전생에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고, 내세에서 나은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현재에 주어진 미천한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달리트 출신의 바바사헤브(암베드카르 박사)는 인도의 평등혁명을 이끌었다.
그는 50만의 달리트들을 이끌고 계급제도를 합리화하는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한다.
1947년 인도가 독립하면서 불가촉제도는 법적으로 폐지되었고, 관직, 교육기관, 의회 등에 
의석을 할당하여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힘을 키워 나가고 있다.
교육과 할당제를 통해 능력을 갖춘 달리트 출신의 중산층이 출현하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과거의 박탈과 착취가 너무도 컸기에 오늘날 달리트들의 빈곤은 다른 계층보다 훨씬 심각하다.
암베드카르 박사가 이끌던 달리트 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하고, 단합하고, 궐기하라" 고 외치던 그의 목소리는 널리 퍼져 나갔고 한때 불가촉천민으로 
고통받던 달리트들은 느리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저자의 아버지 다무도 카스트 제도의 독재에 맞서 저항했다.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가 저자에게 들려준 그들 삶의 이야기이다.
저자의 부모는 달리트로 살면서도 자존심을 지키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인생의 소명으로 생각했고 아이들이 
바바사헤브와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무는 저자에게 "뭘 하든 최고가 되라는 것. 도둑이 되고 싶어? 좋아.하지만 솜씨가 대단해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게 만들어야 해.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고 "야, 진짜 훌륭한 도둑이다! 
어쩜 이렇게 솜씨가 대단할까? 라고 감탄하게 만들란 말이야." 라고 말했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투박한 인생철학을 이해하고 야심을 키웠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후에도 계속 공부만 하는 아들에게 그만 좀 쉬라고 닦달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 다무는 학위는 운전면허 같은 거여서 면허를 따려면 계속 운전을 해야지 
썩히면 안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을 넓게 보고 생각이 깊은 아버지와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소박하게 살았던 어머니, 
지혜로운 할머니와 형제들의 우애 속에 행복하게 산 사람이다. 
카스트로 인한 차별대우를 빼고...
그는 카스트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경멸과 모욕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한다.

"나는 마하르 카스트 출신이다. 내 아버지는 간신히 문맹을 면했고 변변찮은 막일로 가족을 먹여 
살린 노동자였다. 내 조상들은 불가촉천민이었다. 
그들은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오지 항아리를 목에 걸고 다녔고 발자국을 즉시 지울 수 있게 
엉덩이에 비를 매달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의 하인이 되어 이글거리는 태양 밑을 입에 
거품을 물고 숨이 끊어지도록 달려서 관리들의 행차를 알려야 했다. 
나는 내 힘으로 존엄성을 입증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성공한 천민’으로 불렀다. 
왜 아직도 내가 태어난 카스트가 거론되어야 하는가?
'천민임에도 성공했다.''천민임에도 교양있다'가 아니라 나를 나 개인으로 봐 주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 ~~ 296쪽 나렌드라 자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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