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 The Fair Lo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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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붙여진 이유가 궁금했다.

<페어 러브>. 사랑을 하는 두사람의 입장이 공평하다는 의미일까.

모든 사랑은 공평하다는 의미일까.

친구 딸과 아버지 친구와의 사랑... 그 역시 사랑이다. 그것도 풋풋한 첫사랑.

형만은 아무도 앉지 못하게 하는 자리에 남은이 앉자

"거긴 원래 아무도 못 앉게 하는데, 니가 처음이야."

"누군가의 처음이란건 좋은거예요. 그쵸?"

 

<페어러브>는 신연식 감독의 두번째 영화이다.

그는 2005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첫 작품 <좋은 배우>로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배우 안성기는 <페어러브> 시나리오를 읽고 3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 음악 모두 훌륭하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경쾌하다.

사진관 안에 있는 LP 판이 들려 주는 낭만적인 음악과 장면에 따른 적절한 음악의

배치는 영상미와 어우러져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

 

사진사인 형만은 나이 50이 넘도록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작업실 안에서만 생활하는

노총각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인 8천만원을 날리고 변변한 집 한 칸, 차도 없이

형네 집에 얹혀 살거나 작업실에서 생활한다.

(형이 담고 있는 김치를 집어 먹는 형만의 자연스러움. "빨래 가지고 오세요." 라는

형수의 말에 "벌써 가져다 놓았어요." 능청스러운, 약간 밉상. 헐렁한 셔츠에 후즐근한

청바지. 원래 노총각인 것만 같은 그 연기를 안성기, 그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기를 치고 도망갔던 친구는 간암으로 죽으며 설상가상으로 딸 남은을 돌봐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아끼던 고양이마저 죽고 외로운 남은을 위로하는데, 남은은 빨래를

잘한다며 형만에게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빠가 부탁한거... 나를 돌봐 달라고 한거. 마음에 내키시면 하셔도 되요."

"아저씨, 예뻐요." 하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영화는 시종일관 재미있고 발랄하다.

50 평생을 사랑한다는 고백한 번 못해본 형만은 백미터 달리기로 한달음에 달려가

프로포즈를 한다. "이 사랑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그러니..."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애틋하고 수줍다.

모든 첫사랑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영화는 12세이상 관람가이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날이 있어요? 없으면 지금부터 기억하세요." 라고 말하는 남은의 뽀뽀. 

후배의 왜 그녀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남은이가 섹시하니까"는 말도 순수하다. 

 

그는 남은에게 "아저씨라는 말은 남보기에도 그렇고 손도 잡고 다니는데 오빠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를 제안한 뒤로 남은의 전화를 받으면 "오빠야"

조카에게 물을 주라면서도 습관처럼 "오빠도"를 외친다.

2009년 <페어러브>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나왔을 때 흥행 예감 1순위였고, "오빠야" 라는

유행어 탄생을 기대했다고 한다.

"오빠야" 라는 말의 어감은 영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80년대에 <무릎과 무릎사이>라는 영화에서 그는 모시한복을 입은 인텔리 청년으로

나온다.  나는 30년 전의 그 모습을 기억한다.

젊어서는 젊어서대로. 지금은 나이든 모습 그대로. 그의 꾸밈없는 웃음과 깨끗한 생활,

그리고 자연스러운 주름살이 좋다. 젊은 안성기보다 주름이 많은 안성기가 훨씬 멋지다. 



 



노래 잘하고 꾸밈이 없는 이하나...남은의 배역에 너무나도 잘 맞는다.

 

남은이는 헤어지기를 원한다. 형만이 자신에게는 변화하고 능력을 키우라고 하면서도

형만 자신은 작업실 밖으로 한걸음도 내딛지 않기 때문이다.

20대의 청춘은 알지 못한다.

50이 넘은 사람이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이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일임을 청춘들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목사친구는 그에게 말한다. 모든 악의 근원은 두려움에 있다고...

 



 

조카는 형만에게 와서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한다.

3년 동안 바라만 보았던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동시에

자신이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하지만 사랑은 변한다. 이미 아까 전의 내가 지금은 아니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도 아니듯이 늘 변하고 있는 것이 인간인데 사랑이라고 어찌 변하지

않겠는가. 

삶도, 생각도, 사랑도 변해 가고 나이를 먹으며 점차 몸도 마음도 무뎌진다.

남은이는 말한다. 

"내가 변하거나 무뎌지거나 오빠가 변하거나... 그때 다시 오겠다."

 



 

형만은 고린도 전서에 나오는 '사랑'을 보면서,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않는다니 쉬운게 하나도 없다고 목사인 친구에게 투덜댄다.

목사는 "그럼 쉬운 줄 알았냐? 남들 다 너보다 어렵게 사는거야."

사랑하지만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에 힘들었던 그는 조카의 말을 들으며 통곡한다.

너희들, 모두 그렇게도 힘들게 살았느냐면서 미안하다고 통곡한다.

자신의 세계에 빠져 살던 형만이 소통해야 하는 사랑이 힘들다는 것을 통렬하게

고백하는 순간이다. 감독은 이 영화가

"사랑이 필요없는 상태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성장영화" 라고 말한다.

 

그는 목사 친구에게 고해 (고해성사는 신부에게 하는 것이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죄를 사해

달라고 박박 우긴다) 한다.

"나는 마음에 안드는 손님 카메라를 일부러 늦게 고쳐줘. 나는 형수에게 빨래를 맡길 때 마음

속으로 욕해, 나는 윤사장이 맡긴 재형이를 괴롭히고 싶어. 그리고 나는 남은이를 사랑해..."

친구는 "야, 새꺄. 그건 아니지."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그의 형수는 형만이 친구의 딸을 좋아한다는 말에 방으로 들어가

찬송가를 부르고 형만은 "차라리 혼을 내시지 찬송가를 부르시네."

  



 

무수한 남녀는 만나서 사랑하고, 그 사랑은 식고... 헤어진다.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인간은 사랑이 있어야 살기 때문이다.

사랑의 형태와 방식과 습관이 변화할지라도 인간은 평생 사랑하고 그 사랑 속에서만

존재한다.

 

사랑을 위하여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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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의 별 김진규
김보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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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동생은 업히고 나는 걸려서 '미워도 다시 한번'과 같은 영화를 보러 다니셨다.

어째서 꼭 우리를 데리고 다녔는지 그 이유는 모르지만 저녁밥 먹은 후에 서둘러

평화극장에 간 기억이 난다. 집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영화관이다.

남일극장, 목포극장도 있었는데 유독 평화극장에 갔던 기억만 난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아이가 비를 맞으며 친엄마와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장면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김진규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에 없으니... 

50~60년대 영화판에서 전성기를 누린 배우여서인 것 같다. 

나는 영화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보았던

기억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운명의 별 김진규>는 김보애 씨가 김진규 씨를 회상하며 쓴 책으로

2009년 조선일보 논픽션 부문에서 대상을 탄 작품이다.

진솔하게 쓰여진 이 책을 읽다 보면 김진규라는 배우의 면면에 대해 알게 된다.

김진규씨와 김보애씨의 모습에서 아버지 세대를 보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진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어지는 부수적인 재미도 꽤 있다.

50-60 년대의 영화계 풍경, 영화의 생생한 역사를 알게 되는 짧짤한 재미가 있고

이혼 후에 그녀가 경영하는 식당에 드나드는 정치인들과 문인들의 이야기, 

정치적인 변화들을 엿볼 수 있다.

 

 

32살의 춘향 최은희, 40살의 이몽룡 김진규.  서울인구 250만 가운데 38만 명의 관객이 보았다.



 

1960년대와 70년대 영화판은 '가께모찌'이다.

배우가 한꺼번에 여러 편의 작품에 겹치기 출연한다는 뜻의 일본말이다.

일주일이면 영화 한 편을 뚝딱 만들었다고 한다.

배우가 대충 대사를 외운 후 성우들이 배우의 입모양을 보고 대사를 창조하는 방식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성우 고은정이 문희, 남정임, 윤정희, 엄앵란의 목소리를 전담했고 성우 박영민이 김진규의

목소리를 대신 했다.

이 시대의 영화를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어색한 이유가 바로 성우들의 목소리에

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은방울 구르듯이 애처로운 목소리가 사람들의 애간장을 끓게 했을지 모르지만. 

신성일 역을 도맡아 하는 성우의 목소리는 어찌나 껄렁껄렁한지...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는 왠지 느끼한 (아마, 성우의 목소리 때문에 더욱

느끼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성일보다 호감이 가는 배우이다.

 



 

스크린의 신사로 지식인의 역할을 도맡아 하던 그의 실제 생활은 난봉꾼과 가까운 것 같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는 주사가 심하고 손찌검을 했다고 한다.

그 시절은 가부장적인 시대이다. 남편들이 부인들을 때려도 참고 산 시대이다.

요즈음 같으면 당장 이혼이고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아직도 맞고 사는 부인들도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때린 뒷날에는 선글라스를 쓰게 하고 보석이나 명품 가방을 사줬다고 하니. 원...참.

그의 삶은 가난했던 유년시절과 일본에서 양자로 들어가 생활하던 사춘기, 무대에 서서

전국을 유랑하던 가난한 청년기, 첫부인과의 파국 등등 스크린 밖의 삶은 온통 슬픔과 상처

투성이의 삶이었다.

4.19 이전의 연예계를 지배하던 임화수의 폭력,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일급배우라는

자부심과 정신적인 중압감.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병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그의 아들에게 말한다.

"죽을 만큼 노력해라. 1등이 되어야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거란다."

책을 읽으며 배우 김진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그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주사, 폭력성, 바람 피우는 일 등이 합리화될 수는 없지만...

배우의 삶은 참 고단한 삶인 것 같다.

그를 봐도, 몇몇의 연예인들을 봐도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김진규는 <성웅 이순신>과 <난중일기>의 제작, 흥행에 실패한다.(박정희의 독재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아마 그의 영화도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박정희는 그들 부부에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이혼 이후, 그녀는 한식당 세보를 열고 정. 재계인사들, 문인들과 인연을 맺는다.

 

20년이 흐른 후에 골수암에 걸려 6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그를 가족이 받아 들인다.

그는 가족의 사랑 속에서 5년 넘게 살다가 향년 77세로 세상을 떠난다.

예사롭지 않은 그녀, 김보애는 90년대 이후 북한과의 문화연대에서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잇다.

최근에는 남북 합작 영화의 기획을 하고 있다니 세월을 잊은 그녀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70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인 그녀, 김보애는 마지막으로 고백한다.

배우 김진규는 자신의 운명이었노라고...

한 인간, 한 여인으로 겪은 70 평생의 진솔한 한바탕 이야기들을 들으며

지나온 세월의 대선배, 내 어머니 세대인 그녀에게, 그 지난했던 삶의 고백들에

머리 숙여 연민과 감탄을 표하는 바이다.

 

 



 

"역시 최고는 김진규다. 이 순결하면서도 복잡한 남자를 신성일이나 신영균은 죽었다

깨도 연기하기 힘들 것이다.

눈꺼플이 반쯤 흘러 내리는 무기력한 표정, 꼭 필요한 말조차 조금 늦게 꺼내는 우유부단함,

주위의 온통 공격적인 인간들을 상대하기 버거워 자꾸 한쪽으로 기우는 어깨,허적허적

힘없는 걸음걸이." ~~ 120-121 쪽 한국 영상자료원 원장을 지낸 조선희의 '클래식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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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 엄마 - 딸이 읽고 엄마가 또 읽는 책
백은하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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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엄마는 도둑이 화분에서 화초를 뽑아 간 것을 보고 편지를 써서

화분들 사이에 꽂아 두었다.

"사람도 집을 바꾸면 적응하는데 힘 드는 것처럼 화초도 그래요.

다음에 가져갈 땐 화초째 가져 가세요."

젊은 날, 남편을 보내고 홀로 4자녀를 키운 지은이의 엄마는 소녀처럼 감성적이고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할 만큼 호기심도 많다.

 



 

지은이는 꽃잎그림 작가이다. 꽃잎으로 사람을 표현하는데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책의 갈피 갈피에는 엄마의 사랑 만큼이나 따스하고 정감 넘치는 그림들이 가득하다. 

다양한 색색의 꽃잎들과  일상의 모든 것들을 재료로 작품이 된, 책 속의 풍경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엄마에게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신경질내고

함부로 무시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가장 정다운 일은 엄마를 가슴에

꼭 껴안는 일, 엄마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지은이는 몇 해 전 엄마를 바다에 모시고 갔다고 한다.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를 향해 엄마의 한마디 "네가 할 효도는 다 했다."

나는 그런 효도를 못해서 참말 슬프다...

나는 엄마 살아 생전에 무엇으로 엄마를 기쁘게 해 드렸을까...

 



 

지은이는 일이 힘들고 지치면 엄마가 사는 춘천으로 간다고 한다.

찾아갈 수 있는 엄마가 지척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작가가 부러웠다. 나는 엄마에게 기억에 남는 효도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할 수 있을것만 같은데 계시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효도할 수 있는 작가가 부럽고 찾아가는 엄마가 있는 것이

부럽고 젊은 나이인데도 효도하는 것이 부럽고 엄마에게 이 책으로 헌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부러웠다.

엄마가 계시지 않아서 효도를 할 수 없는 나는, 대신 아들들에게 효도하라고 말한다.

내가 가고 난 뒤 자식들이 회한으로 슬퍼할까 봐 안스러워서이다.

"너네는 다행인줄 알아. 효도할 엄마가 있으니. 나는 너네들이 제일 부러워.

엄마가 아직 살아 있잖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 엄마한테 잘해. 알았지?"

 



 

어머님이 저하고 마주 긴 의자에 앉아 어머님의 양말 끝을 코바늘로 뜨고 계시게만

된다면 저는 제 삶의 절반이라도 내놓겠어요." ~~ <인간 카잔차키스>중에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 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의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정채봉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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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남인숙 지음 / 시작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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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혼이 해볼만한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미혼들에게 결혼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짚어 보라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이 책은 결혼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삶의 자세, 남편과의 관계, 시댁과의 관계, 자기관리 등에서 현명하게 처신하는 법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결혼도 직장에서처럼 기획, 영업, 정치가 필요하고 결혼형 인간으로 변신하라고

조언한다. 괜찮은 결혼생활을 위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과 배우 뺨치는 연기력,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착한 마음과 현명함을 추가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덕목으로 선한 마음을 꼽는 나는 훌륭한 결혼, 훌륭한

가정생활에 가장 필요한 덕목 역시 선한 마음씨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 관계 속에서 중심을 가지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이 착한 마음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이 아무리 생각해도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의 인생이 결혼으로 완성된다면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완성된다는

말인지 자꾸만 제목에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결혼은 해볼만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이 덜 팔릴라나??

 



 

결혼하지 않고 사는 친구가 있다.

대학교 1학년일 때 야학 써클에서 만난 그 친구는 어느날 문득 미국으로 갔다.

그녀는 한글로 쓴 편지마저도 거절하고 독하게 영어를 공부하고 법을 공부했다.

5년 후에 친구는 국제변호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잘 나가는 로펌에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로펌에서 나와 법대 교수가 되어 있다.

청춘이 한참 푸르던 날, 나는 결혼하고 그 친구는 자신의 길을 홀로 걸어 갔다.

가끔씩, 문득 문득, 생각해 본다.

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나는 그 친구가 절반쯤 부럽다.

아마 그 친구도 나를 절반쯤 부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일도, 결혼도 성공적으로 하는 분들이 참 많다.

나는 그들이 참 많이 부럽다. 슈퍼우먼 같은 그들의 능력이...

가정과 아이들에 헌신하고 온 힘을 다 바친 것도 아닌데 세월이 물처럼,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갔다.  

친구와 내가 서로 가지 않은 길을 절반쯤 그리워하는 것...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결혼을 했고, 아내로, 시댁 식구의 일원으로, 두 아들의

엄마로 비교적 잘 살고 있다.

내가 어느 길을 택했건. 걸어 왔건. 걸어 갈 길이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다. 열심히 그리 살자...

 



 

사람들은 행복한 결혼을 꿈꾸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면 무조건 행복하다거나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착각이다.

저자는 결혼 이후 삶의 허와 실을 말하면서 결혼은 환상이 아닌, 최선을 다해야 할

삶의 중요한 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 강력한 자존감을 가지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행복하려면

"친구보다 조금 더 가지면 된다."고 말한다.

모든 면에서 친구보다 더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교 대상과

부딪히지 않겠다고 마음 먹으면 모든 인간관계를 끊을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이 '강력한 자존감'이다.

어떤 상황, 사람을 만나도 '나는 나'라는 생각을 하라.

 

** 배우자는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 상태에서 행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결혼 전보다 훨씬 긴 것이 결혼 후의 삶이다. 노력하는 여자가 좋은 팔자를 만든다.

 

** 남편에게 의존하지 마라. 외로움이나 정서적 트라우마, 경제적 문제까지 남편이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사람은 언제나 외롭다.

결혼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은 나만의 책상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거리, 그리고

굳건한 자아다.

(소설가 이순원은 여자들이 결혼 전 친정에서 쓰던 책상을 두고 와 집안에 남편의

책상만을 놓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그에 의하면, 집안에서 엄마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책상 위에서 나온다. 즉 자신만의 삶의 영역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 '결혼이 새로운시작'이라는 말은 같은 사람과 전혀 다른 의미의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 불화를 관리하라. 서로 힘들고 감정이 상할 때 상대의 말을 끈기있게 다 들은 후 목소리

톤을 낮추고 대화를 시도하라.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은 거짓이다.

 

** 남편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하고 싶으면 그 방향으로 자존심을 북돋워 주라.

 

**'미켈란젤로 효과'는 심리학 용어이다. 그것은 조각가가 대리석 안에서 이상형을 찾듯

부부나 연인이 서로 독려해서 상대방을 자신의 이상적인 모델에 가깝게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제작하는데 2년이 걸렸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기간이 필요하다.

 

** 부부가 대화를 멈추는 순간, 그 가정은 끝이다. 대화는 행복한 가정의 삶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 끊임없이 부부 공동의 목표를 찾으라.

 

** 시댁 식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라.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작년 말에 욕심내서 김장을 (80kg~~32포기) 담는 바람에 남편이 많이 도와 주었다.

시장보기에서 양념 만들고 버무리기까지. 남편이 버무리는 과정을 핸드폰에 저장했는데 이것을

시어머니께 보여 드렸다. 어머니께서 웃고 계셨다.

그런데 며칠전에 큰아들이 "엄마, 나도 결혼하면 아빠처럼 시장도 같이 보고 청소도 도와줄까?"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두 번을 거퍼 놀랐다.

'헉!! 안되... 아들아...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허걱!!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죄송합니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에 의지하지 말라. 사랑을 시작하는건 사랑 그 자체이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의지와 노력, 꿈꿀 수 있는 자아다." ~~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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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 Wedding Dres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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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참 밝고 따뜻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죽음이 영화의 소재이지만 어둡지 않다. 

엄마와 어린 딸의 이별이 가슴 아프면서도 사랑의 느낌과 추억을 공유하는

두 모녀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모녀지간으로 분한 송윤아와 김향기의 눈물연기, 따뜻한 마음들을 가진 조연들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죽음, 인간에게 만약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시몬느 드 보봐르의 <인간은 모두가 죽는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그 아픔에

몸부림치며 죽기를 소원하지만 죽을 수 없는, 영원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영원히 산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아 차라리 죽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일 모두가 죽지 않는다면...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할 것 같다.

아마 이별의 아픔이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것 같다.

2000년 이전에 나의 행복의 조건 하나는 부모님이 살아 계신 것이었다.

엄마와 아버지가 가시고... 그후 엄마와 아버지가 말할 수 없이 그립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떠오르고 그리워진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고운이(송윤아)는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그녀는 씩씩하고 밝고 낙천적이다.

예쁜 딸 소라(김향기)와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지만 위암에 걸린다.

그녀는 그동안 소라에게 하지 못했던 엄마 노릇을 하려 한다.

자전거도 홀로 탈 수 있도록 가르치고 학교를 결석하고서라도 같이 여행가고, 비오는 날

우산도 가져다 주고 목욕도 같이 한다.

그녀에게 소원이 있다면, 소라가 친구들과 마구 어울려 다니고 발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소라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싸웠던 친구와 화해하고 어렵게 발레를 배워

공연하는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 준다.

 

소라의 소풍 전날, 늘 있던 소풍과는 다르다.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고 슈퍼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샀던 여느 소풍과는 다르다.

소라를 위해 생전 싸지 않았던 김밥을 만드는 고운이.

재료를 산같이 쌓아 놓고 열심히 만들지만 김밥은 옆구리가 터지고...

어렵사리 만든 김밥과 도시락. 하지만 소풍날 아침에 비가 내리고...



 





 



전날 힘겹게 쌌던 김밥 도시락을 챙겨서 비가 오지 않는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물론 학교는 결석이다.

소풍이자 추억여행인 셈이다. 엄마와 딸, 영화 속 배경은  밝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슬픔이 준비되어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한국영화가 외국의 슬픈 영화보다 훨씬 더 슬프고, 외국의 무서운 영화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운 것은 우리의 정서가 영화 속 깊이 스며들어 있어서인 것 같다.

 



 

비누거품 목욕 장면은 참 따뜻하다. 가장 아름답다.

어미 눈에는 보기에도 아까운 내자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으로 눈 감기 전에

가지고 갈 추억이고 소라에게도 가장 따뜻한 기억을 줄 것이다.

엄마와 마주보고 웃고 말하고 뽀뽀하고...엄마의 냄새, 목소리... 따뜻했던 추억 한조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홀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결벽증이 있는 소라는 다른 사람과 같이 반찬을 먹지 않는다. 물도, 음료수도 같이

마시지 않는다.

혼내는 엄마, "누가 그걸 다 받아준대 누가 !"

"엄마가, 엄마가 오래 살아서... 다 받아 주면 되잖아"

 





 

딸에게 줄 마지막 선물로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엄마.

엄마는 자신이 디자인한, 세상에서 오직 한 벌뿐인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소라에게

선물로 남기려 한다.

엄마의 눈물과 정성, 사랑, 손길이 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날 울고 있을 소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엄마가 소라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이상 그 슬픔도 따뜻한 추억이 되어

소라의 삶에 등불이 될 것이다.

 



 

소라는 일어나서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된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오늘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니 엄마랑 놀아 줄게."

하며 병실 밖으로 나가 의사들의 출입을 막는다. 가장 슬픈 장면이다.

 

"엄마, 엄마 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겠어요. 엄마, 많이 많이 최고로 사랑해요."

"엄마에게 소라는 선물인데 소라에게 엄마도 선물일까... 사랑한다. 소라야."

 



 

소라는 따뜻하고 소중한 엄마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영화의 엔딩 장면은 비가 내린다. 소라는 밝은, 노란 우산을 꺼내 들고 씩씩하게

빗속을 내딛는다.

 

모든 이별에 사랑과 추억이 꼭 함께 하기를...

그리하여 세상 끝날까지 그 훈훈하고 따뜻했던 사랑과 추억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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