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모네 아이들 - 한국 아이들의 좌충우돌 인도 체험기!
이해전 지음 / 야누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자녀를 키우면서 영어를 효과적으로 시키는 방법, 조기유학,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중.고등학교의 파행적인 교육현실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이 남아 있는 현실이고 이제는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프리미엄이 아닌 기본인 시대이다. 

유학원, 어학원, 영어 학원 등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한발 더 나간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미국, 호주, 필리핀 등지에서 홈스테이, 홈스쿨링이 성행하고 있다.

이 책은 홈스쿨링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10년이 넘게 홈스쿨링을 운영하며 한국에서 유학 온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영어학습을 지도했던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녀는 엄마처럼, 이모처럼 (인도 이모는 엄마 다음으로 친근한 저자 자신을 가리킨다)

때로 무서운 선생님이 되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한다.

그녀의 교육법은 아이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다.

책 속에는 아이들의 생활일기를 통해 생각이 자라는 모습도 엿볼 수 있고 여행을 통한

성장, 놀이와 영어 공부의 병행, 동기를 부여하는 상과 벌, 부모들의 감사편지,

저자가 교육하며 느꼈던 소회들이 담백하게 기록되어 있다.

인도에서의 생활은 살아 가면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며 아이들은 

풍족함보다는 부족함을 통해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실내에서 뛰거나 침대에서 뛰어 내리면 1주일 목발 짚고 다니기

밥을 쏟으면 팔걸이하고 생활하기 1주일



공부시간에 떠들거나 다툼, 불만이 들어오면 마스크 쓰고 생활 1주일

정신 산만하고 다른 짓하는 사람은 눈가리개하고 벽 보고 앉아 있기 1주일

4가지 경우의 벌을 모두 한 사람이 받는다면???



식사 후 양치를 하지 않은 사람은 위와 같은 모습으로 동네 한바퀴를 돌며 10명에게

벌 받는 중이라고 설명하기.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학원이나 과외가 아니라 어린이 영자신문이나

하루 건너 영화 보기, 하루에 2~3 페이지씩 영어책 읽어 나가기, 연습과 반복,

문법은 나중에... 등을 실천하라고 한다.

조금씩 날마다 접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영어를 공부시킬 때 전자사전이나 컴퓨터의 사용을 금하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게

하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런데 알면서도 안되는 것이라 아이는 아이대로  학원에 다니며 많은 숙제량

(조카를 보니 어학원의 숙제 양은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을 채우느라 고생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비싼 교육비에 허덕이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몹시 가난한 옛시절에도 농촌에서 땅을  팔고 소를 팔아 부모는 점점

가난해지더라도 자식들에게 대학 교육은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요즈음 젊은이들이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는 것도 엄청난 양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옛날 나의 엄마 시대에 '저 먹을 것은 타고 난다'는 말은 이제 쏙 들어가고 없다.

인구의 감소는 국력의 감소임을 아는 정부에서도 두 팔을 걷고 나선 눈치다.

세 자녀 이상의 가정에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을 보면.

각 가정에서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것은 무지 힘들게 보인다. 

학원과 과외 수업 없이 학교만 다니고도 공부를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공교육의 정상화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인도의 시장 풍경

 

인도는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학 비용이 적게 드는 나라이다. 가난한 나라라 물가가 싸고 학비도 저렴하다.

영어를 사용하면서 인종차별도 적다고 하니 조기유학을 꿈꾼다면 필리핀과 함께

고려할 만한 나라이다.

저자는 인도의 사람들이 약속을 잘 어기고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법규도 다르다고

하면서 그네들은 언제나 '노프라브럼'을 외친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의 할아버지 시대의 정서와 비슷하니 이해하고 받아 들이자고 말한다.

 

나는 인도를 좋아한다.

고질적인 신분제도는 싫지만 갠지즈강, 명상, 수행, 영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인도는

내게 신비하고 각별한 나라이다. (요절한 수학천재 '라마누잔'의 나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이 인도에 다녀와서 갈 곳이 못된다고 한다.

너무나 가난하고 처참한 사람들을 보니 눈물이 줄줄 흐를 뿐이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가난은 불편한 것이기는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 같다. 

 

만약, 아이들이 어리다면 방학을 이용해서 그녀에게 보내고 싶다.

나 대신 누군가가 훌륭하게 아이들을 교육시켜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기쁠 일이다.

저자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하늘과 약속했다고 한다.

"절대 돈에 눈을 뜨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 영어 공부에 바른 안내자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고 억만금이 내 손에 있다 하여도 아이들이 먹고 자고 공부하는데

쓰이는 돈이지 내 소유의 돈은 아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와 겨우 알파벳만 식별할 줄 알던 아이가 말문을

떼고 서툰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볼때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에 의해 인도의 문화를 알고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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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려진 스파이 이야기
송옌 지음, 김정자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이북에서 내려 온 간첩을 신고하면 나라에서 포상을 했다.

그때 돈으로 백만원인가. 더 많았던가. 요즈음 돈으로 환산하면 1억쯤 될까...

어린 마음에도 신고만 하면 돈을 준다니 땡 잡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으로 반공사상이 투철했던 시절이다. 

간첩을 신고하라는 표어들이 전봇대나 담벼락에 붙어 있었다.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면 저사람이 혹시 간첩이 아닐까...

온갖 상상을 하다가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스파이 영화는 '007 시리즈'나 '여간첩 마타하리'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마타하리라고 알려진'여간첩 김수임'에 대한 영화가 있었다. 

스파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은 지금은 구식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007 본드 영화에 등장하는 소형이면서도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신형무기(볼펜,시계), 기발하게 생긴 차와 요트, 신출귀몰한 작전과 속임수,

팔등신 미녀들과의 애정행각, 육해공을 무대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싸움 등의

볼거리가 무진장 많았기 때문이다.

포스터가 무척 화려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나는 미의 여신 그레타 가르보가

마타하리로 나온 영화 '마타하리'도 있다.

 



 

책에서는 주로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간첩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 이야기들에 살을 붙인다면 충분히 영화의 소재가 될만하다.

장면들을 상상해서 읽는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파이들은 미남, 미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적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녀와

나병환자도 훌륭한 스파이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의 정보를 빼오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교란시키는

것이 스파이의 임무이다. 

"훌륭한 스파이 한 사람(호엔로헤)은 기갑 보병부대 2그룹의 병력과 맞먹는다" 는

히틀러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정보의 정확성은 초를 다투는 전투의 승리를 결정짓는다.

 



 

실제로 존재했던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라 사건 위주의 전개여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들의 내면묘사에 치중하는 소설과 같은 장르로 꾸며 본다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저자에 의하면, 스파이가 원시시대 말기 부락 간의 다툼 속에서 처음 등장하는,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고 한다. ( 그렇다면 첫번째 직업은 무엇일까 ?? ) 

그렇게 본다면 인류 역사가 있어 온 이래로 얼마나 많은 스파이들이 있었겠는가.

진화되어 온 스파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장면마다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성공한 스파이들만 아니라 실패한 스파이들도 있고  어처구니없이 실패한 스파이들의

이야기도 있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 마타하리

늙은 장군의 금고 비밀번호는 낡고 고장난 괘종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일치한다. 

9시35분15초 ~~ 213515는 스파이 역사에서 기적의 숫자이다.

미모와 지혜로 무수한 기밀정보를 빼낸 마타하리의 일화는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 있다.

 

** 배 속에 마이크로 사진기를 넣고 영국으로 간 일본 스파이 도조 미에코

그녀는 영국이 연구 중인 군용 잠수함 자료를 촬영, 필름을 배 안에 넣고 자살한다.

영국은 미에코의 시체를 일본으로 보내고 배를 열어본 일본 관리들... 영국에서

바꿔치기 한 폭탄에 의해 폭발한다.~~일본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스파이작전

 

** 하얀 여우, 호엔로헤 ~ 히틀러의 여인

영국 스파이의 최고봉인 스티븐은 시칠리아 전투에서 하얀 여우에 의해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다. 1943년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한다는 일급기밀을 지키기 위해

사르데냐 섬에 상륙할 것이라는 거짓정보를 흘린다.

그러나 하얀여우가 연합군 작전참모에게서 기밀을 캐내고 영국군단이 시칠리아에

상륙했을 때 미리 기다리고 있던 독일군에 의해 전멸당한다.

 

** 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바꿔 놓은 시체

술에 취해 죽은 부랑자의 시체를 영국 해군소령으로 위장, 기밀작전 문서를 옷 안에

숨겨 독일군에게 노출, 시칠리아 섬을 점령, 유럽으로 뻗어 나갈 교두보를 마련한다.

~~ 군 역사상 최고의 속임수 사건

 

** 하얀 여우의 실패

스티븐은 부하인 에스튼이 하얀여우에게 유혹당할 것을 미리 예측한다.

그는 경솔한 에스튼으로 하여금  결정적인 거짓정보를 흘리게 한다.

하얀여우는 거짓 정보를 히틀러에게 전하고 노르망디에 집중배치한 독일군은

네델란드 북부전선으로 보내진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하게 된다. 

 

** 낸시 ~ 처칠의스파이, 히틀러의 여인

낸시는 히틀러의 침실에서 영국 침공작전인 '바다사자' 작전 지령을 찾아 처칠에게

전달한다. 독일의 작전을 미리 알고 대비하던 영국에게 많은 피해를 입자

독일은 영국에게 목표를 러시아로 바꾸겠다는 비밀전보를 보낸다.

 

** 스카이 다이빙 선수의 망명

1952년, 소련의 스카이 다이빙 선수인 안젤라는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즈음 나토는 작은 마을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신식어뢰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공군 참모장에게 접근, 특별공연 허가를 받고 안전모에 특수 카메라를

장착하여 공군기지를 촬영, 소련으로 전송한다.

 

** 아마추어 스파이 ~ 인도의 공주 누르

접선암호를 자주 잊어 버리는 그녀는 암호서와 지하조직 명단을 호텔방에 두고

나오기도 하고. 전보를 발송하는 발신기 소리를 크게 내는 바람에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다.

혹독한 고문으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정보를 누설하지 않아 세인의 존경을 받았다.

어수룩한 스파이, 누르는 아인슈타인의 연인 마가리타와 함께 애정이 가는 인물이다.

 

** 헐리우드 스타의 암살 계획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던 배우 존웨인은 반공산주의자였으며 소련정부와

스탈린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이에 KGB는 여러 차례의 암살 계획을 세우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 간다. 후르시초프는 사적인 자리에서 존 웨인을 만났을 때 스탈린이

5년 동안 그를 암살하라고 명령했지만 자신이 명령을 거두고 그를 살렸다고 말한다.

그 후 그는 소련에 대하여 비난하지 않았다.

 

** 아인슈타인이 사랑했던 여인

소련 스파이 마가리타는 아인슈타인에게서 원자탄의 기밀정보를 얻어 소련으로 넘겼다.

그는 원자탄 제조의 핵심공식인 E=MC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가 접근한지 모르고

수많은 러브레터를 썼다.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자 그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는 독일의 원자탄 개발을 막고 인류평화를 위해 개발된 미국의 원자탄이 인류에게

비극을 가져 왔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가 핵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과 균형을 이룰 소련을 필요로 했고,

사랑하는 여인 마가리타를 위해 소련에 정보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일,이차대전 몇 년 후까지 주로 군사, 정치적인 면에서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다루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가 된 지금, 세계 각 나라들의 서열과 파워는 

경제적인 부의 정도로 바뀐 지 한참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싸움은 나라 안팎으로 더욱 치열해졌다.

국가와 국가간에 보이지 않는 산업스파이들이 전쟁시보다 더 많이 활동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의 비밀을 빼돌리고 정보를 팔아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일 수 있는 기업 정보들을 외국에 파는 몰양심적인 사람들이 있음을

종종 본다.

정보를 필요로 하는 집단이 있고 그 집단에 정보를 빼돌리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세계대전 전후의 양상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이기려는 목표와 더 많이 가지려는 목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자본의 흐름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싸움의 관건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전쟁스파이는 산업스파이로 대체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속편으로 산업 스파이들의 활약을 다루는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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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자인 페기 구겐하임(1998~1979)의 자서전이다.

페기 구겐하임... 20세기 최고의 컬렉터, 배고픈 예술가들의 천사, 미술의 대중화를 이끈

전시 기획자,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등이 그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그림 감상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봐도 흥미롭다.

작가는 엄청난 영감을 가지고 수고를 들여 창작하겠지만 그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별다른 고민 없이 (수고로움에 대한 지불 없이) 보고 느끼는 것이라 그런 것 같다.

자서전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 결혼과 연애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장들과의 만남, 미술품을 수집하는 일 등에 대한 열정적인 기록들을 읽다 보면

아!! 이런 삶도 있구나 ...라는 감탄과 함께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술품 수집과 화랑을 중심으로 뉴욕, 파리, 런던, 베네치아. 그리고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미술품들을 만나는 내용이라 그림과 조각작품들이 지면에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아주 조금 실려 있다. 

그나마 실린 것도 색상이나 명암 등이 어두워 작품을 감상하기 힘들어 아쉬웠다.

 



 페프스너의 구조물 앞에 선 페기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과 중.고교에서 배웠던 미술교과서가 내가 가진 미술 지식의

전부라 현대미술에 관한 이야기들은 꽤 낯설다.

만일, 현대미술과 그 화가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는 책 속의 등장인물 중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칸딘스키, 달리, 콜트 등이 내가 아는 화가의 전부였으니.

그러나 새로운 미술가들을 알게 된 기쁨이 있다. 막스 에른스트나 폴록 등등...

 

페기 구겐하임은 분명 복이 많은 사람이다.

20대에 엄청난 유산의 상속, 예술가들과의 유대관계,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소명의식 등의 일반인으로는 가지기 힘든 여러 복을 타고났다.

그러나 그녀의 어린 시절은 화려하고 부유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불행했다. 

아버지의 잦은 바람기와 그로 인한 부모의 갈등, 타이타닉 호를 탄 아버지의 죽음,

그로 인한 상실감...

정열적이고 격정적인 예술가들과의 접촉은 그녀 자신의 자유분방함에 맞물려 몇번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한다.

예술을 사랑했던 그녀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 사랑하고 재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녀는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인 마르셀 뒤상으로부터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추상미술의

차이를 배우고 아르프, 칸딘스키 등의 미술가들과 만난다.

그녀가 처음 열었던 '구겐하임 죈 화랑'의 적자는 연간 약 6000달러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여러 해 동안 후원해온 예술가들에게 연간 1만 달라에 달하는 돈을 주었던 그녀는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개인적인 비용을 줄인다.

실제로 수도사같은 생활을 하면서 옷도 사지 않고 소형 자동차를 탄다.

 



 

이상적인 현대 미술관을 꿈꾸던 허버트 리드는 구비해야 할 미술 목록을 만든다.

그녀는 그 목록 안에 있는 모든 화가의 작품을 하루에 한 점씩 사들인다.

전쟁 때문에 사람들은 그림을 팔았고 그녀는 미친듯이 그림들을 사들였다.

히틀러가 노르웨이로 진군한 날에도 페르낭 레제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의 그림을 구입한다.

 

히틀러가 파리로 진군해 오기 전에 빠르게 불어나는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전쟁에 대비, 귀중품을 프랑스 내 비밀장소에 보관할 계획이 있었다) 측에

부탁하지만 소장할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그것들은 칸딘스키, 클레와 피카비아, 브라크, 후안 그리스,

레제, 글레이즈, 몬드리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 이브 탕기, 달리, 브랑쿠시, 아르프 등의

현대 미술사에서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거장들의 작품들이다.

전쟁 중에 훼손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 작품들 때문에라도 그녀의 업적은

평가받을 만하다.

 

뉴욕에서 그녀는 '금세기 미술화랑'을 열고 피카소 이후 최대라는 잭슨 폴록을 발굴해 낸다.

그러면서 재정적인 곤란을 겪는데, 오래된 거장들의 작품을 팔면서 혹은 좋은 작품을 싸게

살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녀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돈이 있으면 작품을 사들였고 미술가들이 곤궁하지 않도록 후원해주고

(예를 들면,폴록 같은 경우 1개월에 150달라의 후원), 작품을 안전하게 전시할 수 있는

화랑 등에 돈을 투자한다.

 

그녀는 '금세기 미술 화랑'의 개관식에 한쪽 귀에는 탕기의 귀고리를, 다른 쪽 귀에는 콜더의

귀고리를 달고 참석한다. 그것은 그녀가 초현실주의와 추상 미술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콜더는 모빌 조각의 창시자로 미술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는 그녀에게 귀고리와

침대 헤드를 선물한다.)

 



 페기의 베네치아에 있는 저택, 사후에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거듭 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녀의  전시회는 가장 인기가  있었다.

각 나라들의 국가 명과 나란히 '구겐하임'이라는 이름이 표시된 것을 보고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녀 스스로가 새로운 유럽국가가 된 기분이었다고 회고한다.

 

미술 평론가인 번하드 베런슨은 현대미술을 무척 싫어했는데 그녀에게

"당신은 왜 이런 일을 합니까?" 라는 질문을 한다.

그녀는 옛 거장의 작품을 살 수가 없었고 어쨋든 누군가는 한 시대의 미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답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소명의식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베네치아에서 '페기 구겐하임 하랑'을 열고, 세계 각 나라들을 돌고 12년 만에 뉴욕에 다시

왔을 때 뉴욕의 미술계는 거대한 투기사업장이 되어 있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그림을 구입해 미술관에 맡기고 높은 세금이 매겨지는 그림은

1년에 한 두 점만 거래되고 가격은 비밀에 부쳐졌다.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가장 비싼 것만 구입해 주식처럼 유리한 시점에 팔려고 했다.

페기 자신은 부인하지만 일종의 책임의식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지금의 미술은 그림을 돈으로 보는 태도로 인해 엉망이 되고 만 것 같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운동의 탄생을 돕고 부추겼다는 이유로 지금 생산되는 미술에 대해 나를

비난하지만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18년 전 미국 미술계에는 순수한 개척정신이 있었다.

새로운 미술 운동인 추상 표현주의가 태어났던 것이다. 나는 그 운동을 지원했고 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가 미술품들을 사고 팔 때 번하드 베런슨이 당시 현대미술을 혐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 자신이 활동했던 그 이후의 미술계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미술도 시대를 반영하는 만큼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이 재산축적의 한 방편이 된 지 오래이다.

그래서 위작 소동도 많고 미술계에서의 알력도 대단하다고 한다.

미술 입상의 기저에는 암묵적인 거래가 동반되고 대학입시에서도 돈으로 합격이 거래되는

추악한 일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예술이 배가 고프면 안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면 참으로 서글프다.

예술이 구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가난한 마음에서 진정한 예술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우리가 가진 위대한 보물을 대중에게 보여 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로 글의 끝을 맺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돈과 재능을 참 멋지게 잘 쓴 것 같다.

미술가가 아니면서도 자신이 사는 동시대의 현대미술에 중독되어 평생을 헌신한 그녀의

삶에 찬사를 보낸다. 그 순수한 열정과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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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과서 읽는 영단어 Grade 6 - 중.고등학생용(고급과정) 미교 읽는 영단어 6
e-Creative Contents.Michael Aaron Putlack 지음 / 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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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아니 훨씬 전부터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낙오되고

승진에서도 누락된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이 많아져 영어공부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 2 외국어까지 해야 살아 남는 형국이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로 정착이 되었다.

청.장년, 노년층까지 영어를 배우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국제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 영어는 이제 외국어로서가 아니라 조금 과장하면,

제 2의 모국어가 되었다. 

이제 초중고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몰입교육이 도입된다고 한다.

이미 국제중이나 외국어고에서는 영어로만 수업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키출판사에서 Vocabulary Key 시리즈로 초등 1학년에서 6학년 과정까지 6권의 교재를 내놓았다.

1학년에서 5학년 과정의 책은 보지 않았지만 6학년 과정의 교재를 보니 분명히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Key Words ~~ 주제와관련된 핵심어휘 10개를 교과서식 예문과 함께 익힌다.

MP3 CD를 3번씩 반복해서 듣고 우리말 뜻을 알고 소리로 익숙해지도록 연습한다.



 ** Power Verbs ~~ 주제와 관련, 교과서에 빈번하게 나오는 핵심동사를 유의어와 함께

2~3개씩 짝을 지어 마스터한다.



** Word Families ~~ 헷갈리기 쉬운 연관 어휘와 표현을 묶음으로 묶어서 마스터한다.

각 단어의 차이와 쓰임새를 잘 알아 둔다.



 ** Check Up ~~ 어휘 쓰기, 어휘가 나오는 예문을 외우기, 연습문제를 통해 단어를 익히기,

사진 및 그림과 풀이를 통해 어휘 외우기.



 ** 각 단원의 주제와 관련된 <장문 읽기 연습> ; 교과서식 지문에 익숙해지고 배경지식과

시험의 적응력 키우기



 ** Review Test ~~ 다섯 과마다 한 번씩 과목별 어휘를 총 복습하는 테스트.



 ** Work Book ~~ 매 단원마다 그날 배운 것을 체크하는 테스트로 문제를 풀면서

피드백 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본문의 Key Words, Power Verbs, Word Families 전체의 단어와 예문,

Check Up의 E. Read and Answer 의 장문 텍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별책부록의 듣기 문제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사용되는 영어는 모두 미국의 학교에서 미국의 학생들이 배우는 어휘와 표현들이다.

몰입교육을 할 때 우리나라 교과서에 맞게 수업이 이뤄진다 해도 기본적인 어휘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나 표현들을 알고 수업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수학과 같은 경우 확률, 제곱근, 지수, 인수 등과 같은 단어들의 영어 표현을

모른다면 수업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즉,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라도 각 과목들에서 필요한 어휘 학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의 주요 내용들은 언어, 미술, 음악, 사회, 과학, 수학 등 미국의 학과목에서 나오는

핵심단어들을 사진, 일러스트를 이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고 예문을 같이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회.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과 용어들이 들어 있어서 iBT 토플 등 각종 영어시험

준비에도 유리하다.

또한, 특목고 입학시험에 대비하는 초중생들에게도 적절한 교재가 될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책의 구성이나 편집 또한 뛰어나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교재이다.

30 단원으로 이루어진 이 교재를 잘 이용하여 매일 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영어에 자신감도 붙고 다양한 예문들을 해석하면서 얻는 소소한 기쁨도 얻을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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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사랑하는 시 55편과 각 시들의

느낌을 담았다. 동서고금을 통해 잘 알려진 세계의 시인들과 명시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시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쓰고 읽는 것으로 여겨져 다른 장르보다  읽지 않았다.

좋은 시는 그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러한 해석집이 오히려

불편한 감이 있다.

아마도 중,고교에서 시를 배울 때 시를 분해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탓일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시 중에는 '피라미드에서의 주문', 일본의 단시와 같은 이색적인 시들도 있고,

타고르, 예이츠, 니체, 바이런, 워즈워드, 셰익스피어 등의 시인들이 쓴 익숙한 시들도 있다.

다른 어떤 시보다 우리 나라 시인들의 시가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좋아하셔서 늘 암송하던 '귀천'의 천상병, 김기림 의 시는

쉽고 감동적이다.

아마도 외국시들의 원어의 의미나 운율을 모르고 있어서 그 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한국적인 정서가 내마음 속 깊이에 스며 있어서일 것이다.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읽는 그 자체로만 감동을 주는 시, 아무런 주해 없이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가 아름답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학년, 학기의 교과서마다 시는 일정 부분의 자리를 차지한다.

시를 외우게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단어,구, 절을 조각내어 해석하는 참고서를 달달 외워야 

그 시에서 나오는 문제를 맞출 수가 있다.

물론 그런 교육하에서도 그 시절 배웠던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박목월의 나그네,

황지우의 즐거운 편지 등등 아름다운 시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지만.

뭔가 잘못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 '널판자에서 널판자로 나는 디뎠네' ~ 에밀리 디킨슨

널판자에서 널판자로 나는 디뎠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머리 근처에 별을 느끼며 발밑에는 바다가 출렁이는 것 같아

나는 알지 못했어 다음 걸음이 내 마지막이 될는지-

 

저자의 감상 ; 살아 가려면 우리 모두 불안을 감추고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한다.

 

시를 읽으며 깊이 공감했다. 작은 아이 대학 입시 기간에 느꼈던 불안감은

나를 옥죄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과에 대한 초조함과 두려움...

인생은 의식하고 산다면 매번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려놓음을 끝없이 실천해야 할 것 같다.

 

** '그대가 늙었을 때' ~ 에이츠

그대 늙어 백발이 성성하고 잠이 가득해, 난롯가에서 꾸벅 졸거든,

이 책을  꺼내 들고 천천히 읽으시기를,

그리고 타오르는 장작더미 옆에서 몸을 구부려 약간 슬프게,

중얼거리시기를, 사랑이 어떻게 도망갔는지

 

저자의 감상 ; 예이츠가 사랑이라는 언어를 잉태하기까지 그의 가슴은 가망없는

연애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리.

 

나는 늙어서 백발이 성성하고 눈이 침침해도...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다가...지나간 추억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욕심없이 늙고 싶다.

 

** '불행한 우연의 일치' ~ 도로시 파커

저는 그의 것이에요, 라고 맹세하며 당신의 몸이 떨리고 한숨이 나올 때

그리고 그 역시 당신을 향한 그의 무한한, 영원한 열정을 맹세한다면-

아가씨, 이걸 알아 둬 당신들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저자의 감상 ; 남녀 사이에 변하지 않는 열정은 없다. 나이 지긋한 여인이

젊은 아가씨에게 넌지시 충고하는 대화체이다.

신춘문예를 위해 억지로 만든 작품에는 이런 생동감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변화한다.

그 순간에는 진실이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보면 한 사람이 아니라 두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아들을 꾸짖다' ~ 도연명

백발이 성성하고 살결도 전같이 윤택하지 못한데 비록 아들놈이 다섯이나 있다지만

모두 글공부를 싫어한다네 이것도 하늘이 내린 운명이려니 차라리 술이나 마셔야지

 

저자의 감상 ; 아들 복이 없는 신세를 한탄하는 쓰라린 현실과 체념하는 시인의 여유가 느껴진다.

 

다섯이나 되는 아들들 중에 공부하려는 아이가 없다면 참 슬프겠지만...

시를 읽는 나는 그의 한탄과 체념이 재미있다.

 

**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저자의 감상 ; 만해가 속세의 눈먼 열애에 푹 절어보지 않고서는 이런

징그러운 문장이 나올 수가 없다.

 

만해의 시들을 보며 남녀간의 애상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아

나도 저자와 같은 생각들을 예전부터 해 왔다.

아마도 출가하기 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은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저자의 감상 ; 새를 읽으며 저자는 거퍼 운다.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화두였던 천국의 아이, 천상병

 

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그를 무척이나 좋아 하셨다.

'귀천'에서 지상에서의 삶이 아름다운 소풍이었노라는 부분을 특히 더 좋아 하시고

노래 '한계령'을 사랑하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그립다.

 

** '길' ~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누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난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김기림의 '길'은 며칠전에 고등학교 2학년 문학 문제집에서 보았는데

이 책에서 보니 참 반가웠다.

'길'은 봐도 봐도 눈물나는 시이다. 최고로 좋은 시 같다.

그저 가슴에서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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