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이북에서 내려 온 간첩을 신고하면 나라에서 포상을 했다.
그때 돈으로 백만원인가. 더 많았던가. 요즈음 돈으로 환산하면 1억쯤 될까...
어린 마음에도 신고만 하면 돈을 준다니 땡 잡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으로 반공사상이 투철했던 시절이다.
간첩을 신고하라는 표어들이 전봇대나 담벼락에 붙어 있었다.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면 저사람이 혹시 간첩이 아닐까...
온갖 상상을 하다가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스파이 영화는 '007 시리즈'나 '여간첩 마타하리'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마타하리라고 알려진'여간첩 김수임'에 대한 영화가 있었다.
스파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은 지금은 구식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007 본드 영화에 등장하는 소형이면서도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신형무기(볼펜,시계), 기발하게 생긴 차와 요트, 신출귀몰한 작전과 속임수,
팔등신 미녀들과의 애정행각, 육해공을 무대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싸움 등의
볼거리가 무진장 많았기 때문이다.
포스터가 무척 화려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나는 미의 여신 그레타 가르보가
마타하리로 나온 영화 '마타하리'도 있다.

책에서는 주로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간첩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 이야기들에 살을 붙인다면 충분히 영화의 소재가 될만하다.
장면들을 상상해서 읽는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파이들은 미남, 미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적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녀와
나병환자도 훌륭한 스파이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의 정보를 빼오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교란시키는
것이 스파이의 임무이다.
"훌륭한 스파이 한 사람(호엔로헤)은 기갑 보병부대 2그룹의 병력과 맞먹는다" 는
히틀러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정보의 정확성은 초를 다투는 전투의 승리를 결정짓는다.

실제로 존재했던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라 사건 위주의 전개여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들의 내면묘사에 치중하는 소설과 같은 장르로 꾸며 본다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저자에 의하면, 스파이가 원시시대 말기 부락 간의 다툼 속에서 처음 등장하는,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고 한다. ( 그렇다면 첫번째 직업은 무엇일까 ?? )
그렇게 본다면 인류 역사가 있어 온 이래로 얼마나 많은 스파이들이 있었겠는가.
진화되어 온 스파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장면마다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성공한 스파이들만 아니라 실패한 스파이들도 있고 어처구니없이 실패한 스파이들의
이야기도 있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 마타하리
늙은 장군의 금고 비밀번호는 낡고 고장난 괘종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일치한다.
9시35분15초 ~~ 213515는 스파이 역사에서 기적의 숫자이다.
미모와 지혜로 무수한 기밀정보를 빼낸 마타하리의 일화는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 있다.
** 배 속에 마이크로 사진기를 넣고 영국으로 간 일본 스파이 도조 미에코
그녀는 영국이 연구 중인 군용 잠수함 자료를 촬영, 필름을 배 안에 넣고 자살한다.
영국은 미에코의 시체를 일본으로 보내고 배를 열어본 일본 관리들... 영국에서
바꿔치기 한 폭탄에 의해 폭발한다.~~일본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스파이작전
** 하얀 여우, 호엔로헤 ~ 히틀러의 여인
영국 스파이의 최고봉인 스티븐은 시칠리아 전투에서 하얀 여우에 의해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다. 1943년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한다는 일급기밀을 지키기 위해
사르데냐 섬에 상륙할 것이라는 거짓정보를 흘린다.
그러나 하얀여우가 연합군 작전참모에게서 기밀을 캐내고 영국군단이 시칠리아에
상륙했을 때 미리 기다리고 있던 독일군에 의해 전멸당한다.
** 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바꿔 놓은 시체
술에 취해 죽은 부랑자의 시체를 영국 해군소령으로 위장, 기밀작전 문서를 옷 안에
숨겨 독일군에게 노출, 시칠리아 섬을 점령, 유럽으로 뻗어 나갈 교두보를 마련한다.
~~ 군 역사상 최고의 속임수 사건
** 하얀 여우의 실패
스티븐은 부하인 에스튼이 하얀여우에게 유혹당할 것을 미리 예측한다.
그는 경솔한 에스튼으로 하여금 결정적인 거짓정보를 흘리게 한다.
하얀여우는 거짓 정보를 히틀러에게 전하고 노르망디에 집중배치한 독일군은
네델란드 북부전선으로 보내진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하게 된다.
** 낸시 ~ 처칠의스파이, 히틀러의 여인
낸시는 히틀러의 침실에서 영국 침공작전인 '바다사자' 작전 지령을 찾아 처칠에게
전달한다. 독일의 작전을 미리 알고 대비하던 영국에게 많은 피해를 입자
독일은 영국에게 목표를 러시아로 바꾸겠다는 비밀전보를 보낸다.
** 스카이 다이빙 선수의 망명
1952년, 소련의 스카이 다이빙 선수인 안젤라는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즈음 나토는 작은 마을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신식어뢰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공군 참모장에게 접근, 특별공연 허가를 받고 안전모에 특수 카메라를
장착하여 공군기지를 촬영, 소련으로 전송한다.
** 아마추어 스파이 ~ 인도의 공주 누르
접선암호를 자주 잊어 버리는 그녀는 암호서와 지하조직 명단을 호텔방에 두고
나오기도 하고. 전보를 발송하는 발신기 소리를 크게 내는 바람에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다.
혹독한 고문으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정보를 누설하지 않아 세인의 존경을 받았다.
어수룩한 스파이, 누르는 아인슈타인의 연인 마가리타와 함께 애정이 가는 인물이다.
** 헐리우드 스타의 암살 계획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던 배우 존웨인은 반공산주의자였으며 소련정부와
스탈린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이에 KGB는 여러 차례의 암살 계획을 세우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 간다. 후르시초프는 사적인 자리에서 존 웨인을 만났을 때 스탈린이
5년 동안 그를 암살하라고 명령했지만 자신이 명령을 거두고 그를 살렸다고 말한다.
그 후 그는 소련에 대하여 비난하지 않았다.
** 아인슈타인이 사랑했던 여인
소련 스파이 마가리타는 아인슈타인에게서 원자탄의 기밀정보를 얻어 소련으로 넘겼다.
그는 원자탄 제조의 핵심공식인 E=MC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가 접근한지 모르고
수많은 러브레터를 썼다.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자 그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는 독일의 원자탄 개발을 막고 인류평화를 위해 개발된 미국의 원자탄이 인류에게
비극을 가져 왔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가 핵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과 균형을 이룰 소련을 필요로 했고,
사랑하는 여인 마가리타를 위해 소련에 정보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일,이차대전 몇 년 후까지 주로 군사, 정치적인 면에서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다루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가 된 지금, 세계 각 나라들의 서열과 파워는
경제적인 부의 정도로 바뀐 지 한참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싸움은 나라 안팎으로 더욱 치열해졌다.
국가와 국가간에 보이지 않는 산업스파이들이 전쟁시보다 더 많이 활동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의 비밀을 빼돌리고 정보를 팔아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일 수 있는 기업 정보들을 외국에 파는 몰양심적인 사람들이 있음을
종종 본다.
정보를 필요로 하는 집단이 있고 그 집단에 정보를 빼돌리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세계대전 전후의 양상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이기려는 목표와 더 많이 가지려는 목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자본의 흐름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싸움의 관건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전쟁스파이는 산업스파이로 대체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속편으로 산업 스파이들의 활약을 다루는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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