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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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는 내내 '철학'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고 세상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철학 안에 시대를 관통하는 올바른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철학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프랑스는 어릴 때부터 모든 과목에 우선해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라이다.

그러한 토양에서 자란 사상가들과 작가, 예술가들이 프랑스의 지성을 드러내 왔다.

저자는 19편의 단편 모음집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날카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주고 

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빈곤한 나라의 아이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세계에 대하여 말한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 이 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한때 아이였음을 잊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본 이야기들을 통해 어른들은

기억속을 더듬다가 어린 시절, 자신의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를 조우하고 배려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게 되면서 올바르지 않은 삶에 대한 질책을 마주할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를 투명한 시선으로 그리는 저자의 글은 아이들의 마음 또한

따뜻하게 품어준다.

짧은 글 속에서 함축과 비유, 상징을 사용하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드러내면서 커다란 감동을 주는 저자의 역량에 감탄을 표한다.

 

자신들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어른들의 질서는 아이들에게 폭력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이제 그만...

멀리 보지 못하고, 분별없이 자녀들을 대할 때 아이들은 슬프다.

돌 무렵에 큰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 쫓아다니며 밥을 먹였다.

시아버지는 아이들은 자연이 알아서 키워준다고 말씀하셨는데 2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그 말뜻을 알겠다.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에 아이들 공부에 강제와 간섭이 많았던 나는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그때 그러지 말걸' 이라는 후회를 하고 있다.

나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아이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을 믿고 두었어도 괜찮았을텐데.

그러면서도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좋은 엄마일 자신이 없다.

 

"어른들은 만날 싸우기만 하구, 우리 말을 들어주지도 안구, 우린 웃고 시플 때

웃을 수도 없구, 졸리지도 안는데 일찍 침대로 가야 하구, 침대에서는 쪼꼬렛도

몬 먹구, 이빨도 만날 따까야 하구. 이젠 정말 더는 못 참게써서 우린 떠남니다.

잘 이써요. 아이들로부터... " ~ 11쪽 '아이들 없는 세상' 중에서

 

저자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어떻게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엄마 아빠는 통곡했고 세상은 어마어마한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집집마다 죽음 같은 고요가 흘렀고 어른들은 더 이상 말을 건네지도,

웃지도 않은 채 헤매고만 있었다.

어느 저녁, 그 정도면 어른들에게 충분한 교훈이 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아이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온 세상은 축제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왕처럼 모셔졌고 지구 전체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이 아이들도 자라 어른이 되고 자식이 생기고.

너무나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꾸중하고, 벌 주게 되는아이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잊어버린다. 참으로 많은 것을.

무엇보다 자신도 어린아이였다는 것을 잊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내가 사는 곳은 바그다드야. 바그다드는 '신이 내린 도시'라는 뜻이야.

나는 신을 믿지 않아. 내가 사는 거나 이 도시 사는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신이

있다 해도 너무 늙었거나, 귀머거리나 장님이 되었거나, 영원한 잠에 빠졌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 사는 이 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렇게까지

모른 척할 수 없을거야.

잠시 죽은 척했다가 촬영이 끝나면 툭툭 털며 일어나는 그런 가짜 시체가 아니라

영원히 죽은 진짜 시체들이 이곳에는 즐비하단다.

잠들면서는 아빠 생각이 나. 전쟁이 시작되던 때 아빠는 돌아가셨어.

엄마는 우리가 아빠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 생각의 힘으로 아빠가 몸을 일으켜 우리에게

돌아올 거라고 하셨어.

그거 아니? 누군가가 우리를 떠올리는 힘으로 우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렇게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에는 전쟁도 손을 쓸 수 없을거야.

그 어떤 방해도 할 수 없을거야...." 65~73쪽 '우리 이웃'중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 아니 어떤 불가피한 이유라가 있더라도 전쟁은 안된다.

끊임없는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고통과 슬픔에 찬 아이들................

매일 아침 학교에서 물뿌리개처럼 총알 자국이 있는 학교 천장과 지붕을 보면서도,

세워진 빈 차에서 날마다 폭발이 일어나 이웃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학교에 지각할 까 뛰던 친구가 총에 맞아 같이 축구를 할 수 없어도,

바그다드 소년은 태어나고 자라 수많은 추억들을 안고 있는 동네가 가장 좋다고 한다.

티그르강의 강물이 "이 도시 백성의 눈물'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하다.

 

"여섯 살배기 재메는 쓰레기 더미 언덕을 오릅니다.

졸려서 질질 끌려오는 남동생의 손을 잡아당겨 재촉합니다.

주위에 수많은 아이들이 보입니다.

마르고 힘없는 어린 죄인들. 갈매기와 싸워야 하는 어린 인생들.

저 도시가 써서 버리고는 잊어버린 거대한 배설물을 뒤지고 뒤지고 또 뒤져야 하는 삶.

이 가난, 지나갈거야. 내일이면 꿈꿔 온 삶이 현실이 될거야.

내일은 꽃이 피어나게 할거야." ~ 117~119쪽 '재메 이야기' 중에서

 

하루를 살기 위해 매일의 노동에 지치고 쓰러져가는 어린 영혼들................

아침이면 해가 뜨기 전 호미를 들고 쓰레기를 뒤져야 하는 수많은 재메들.

우리가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한 것입니까?

 

결이 고운, 시적인 글들은 (잘된 번역도 한 몫을 한다) 마음을 울리고 찡한 감동을 준다.

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를 가슴 저미도록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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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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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스푼>은 음식과 사람들에 관한 맛있고, 멋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뛰어난 아마추어 요리사이자 완벽한 미식가 커플인 솔터 부부는 음식에 대한

해박한 통찰력으로 세기의 미식가들의 식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소설가와 언론인이라는 각자의 일을 가지고 '요리'라는 공동의 취미를 가진,

솔터 부부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디너파티를 열곤 했다.

같은 사람에게 매번 똑같은 요리를 대접하지 않기 위해 체계적인 정리를 한

디너북을 시작으로 제2, 제3의 디너북을 만들며 세월의 흔적들을 담은 결과,

이 책이 탄생하였다.

"이 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단지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

인생을 즐겁게 하는 여러 가지 중에서 단연 최고는 음식이다." ~9쪽

 

가족이 모두 둘러 앉은 식탁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맛있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얼마나 정겹고 행복한 일인가.

아이들이 '엄마' 하면 즐겁게 떠올릴 몇가지 중에 맛있는 요리가 한, 두가지

있다면 좋겠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돌아가신 엄마가 한겨울에 해준 얼음 서린 '팥죽'과

갖은 양념으로 묻힌 간장게장이다.

식성이 좋은 남편은 시어머니가 해준 음식 중에 좋아하는 것이 아주 많다.

오이냉채, 영양탕, 콩나물국밥, 깨죽... 솜씨가 없는 내가 하는 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다.

자극이 강한 바깥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잡기가 힘들다.

그나마 작은 아이는 무엇을 해줘도 맛깔스럽게 먹어 나를 흐믓하게 하지만

큰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늘 걱정이다.

늦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요리다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과 피가 되고 아이들의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생각과 지식을 키우는 음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먹는 시간,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요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투자해야겠다.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뭔들 못하랴. 

즐거운 만찬을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노력 시작.

 

음식은 문화이며 사람 사이의 교류이고 삶 그 자체이다.

이 책의 부제들은 참으로 많다.

'한 스푼에 목숨 건 역사 속 위대한 천재들의 이야기' ~ 570명 역사 속 미식가들의 향연

'365일 미각일기' ~ 1년 365일 생생한 요리문화 체험과 80가지 신선한 레시피

'음식문화 세계사' ~ 849개의 인덱스로 총 정리된 세계의 음식문화 보고

'식탐을 풍부하게 하는 680가지 식탁 정담'

책은 일년 열두달 365일에 맞춰 일기, 칼럼, 에피소드 등의 형식으로 기록, 날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동.서양의 음식과 문화(주로 서양), 음식에 관한 역사와 유래, 인류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 어떤 음식을 사랑했고 어떻게 음식을 대했는가, 역사 속에서 그날 일어난 이야기,

문화에 따른 음식 예절, 맛있는 식당, 레시피, 와인.사케. 맥주. 우조(그리스 술),

샴페인 등의 술, 치즈와 과일, 향신료 등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음식에 대한

박학다식함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의 음식과 사케, 중국음식, 인도의 커리 등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도

우리나라 음식을 대표하는 비빔밥, 김치, 막걸리 등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점이다.

우리 음식은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음식이 문화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때 우리 문화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서일까.

 

음식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이 화려한 일러스트로 꾸며진데 반해 이 책의 요리 레시피들은

흑백으로 되어 왠지 친근하고 소박하다.

레시피에 나오는 소스는 이름조차 알 수 없거나,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있어서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그 중에 몇가지(오이샐러드. 감자로 만든 로스티) 요리는 쉽게 알 수 있어서 반가웠다. 

 

* 1889년, 에펠 탑이 세워졌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국기 게양대라며

비웃었다. 모파상은 점심 식사를 할 때 항상 에펠탑 밑에서 먹었다. 그 이유는 파리에서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장소가 유일하게 에펠탑 아래였기 때문이다.

반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쥘 베른은 에펠 탑 위의 식당을 몇 달 전에 예약, 

지상에서 133미터 되는 그 곳에서 매일 맛있는 음식과 빼어난 경치를 즐기면서 점심을 즐겼다.

모파상(1850~1893)이 파리에서 손꼽히는 명소인 지금의 에펠탑을 보며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 발자크는 빚으로 허덕이면서도 <인간 히극>을 비롯,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어떤 날은 24시간 내내 글을 쓰면서 평균 3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49살에 세상을 떠난 것이 커피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하루 네 잔 이상의 커피는 인체에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도 두 잔, 세 잔... 쌉싸름한 커피의 맛을 거절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 발렌타인데이에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최음제로 정평이 난 초콜릿이다.

맛도 있지만 신경을 가볍게 자극하는 카페인 효과가 있는 초콜릿은 처음에는 마시는

액체 형태였는데 19세기에 고체화하는데 성공했다.

초콜릿에는 28그램당 10그램의 지방이 들어 있지만 콜레스테롤과는 무관하다.

다크 초콜릿의 경우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브로콜리보다 15배나 많다.

 

* 송로버섯과 가재 역시 최음제 역할을 한다.

식당에서 남자가 여자를 위해 가재요리를 시키는 것은 흔히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전주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 쌀로 빚은 일본 술 사케는 향, 맛, 도수에 따라 6000가지가 넘는 브랜드가

있고 도수는 15~20도이다.

 

* 그리스의 전통 술 우조는 색이 투명하고 지중해에서 자라는 향료식물인 아니스 열매로

향을 낸다. 물을 타면 탁해지고 강하게 쏘는 맛을 내는 43도의 독주가 된다.

마시면 목이 타들어가는 듯 하면서 맵다.

 

* 1940 ~ 1950 년대쯤 프랑스 어느 바의 뒷벽에 있는 낙서이다.

물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56세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77세다.

둘 중 선택하시오.

 

*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4600 년경에 이미 이쑤시개를 사용하고 있었다.

헤밍웨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셔우드 앤더슨은 1941년 브라질로 향하는 배 위에서

칵테일파티 도중에 실수로 이쑤시개를 삼켜 복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그의 나이는 65세였다.

 

* 주방장의 모자에 있는 주름 하나 하나는 주방장이 만들 수 있는 달걀요리 가지 수이다.

유니폼으로 흰 옷을 입은 것은 150년 전, 요리사의 제왕인 카렘에 의해서인데

그는 재킷을 양쪽으로 여밀 수 있게 고안해서 한쪽이 더러워지면 다른 쪽으로 단추를

바꿔 낄 수 있게 만들었다.

 

* 이브의 선악과가 사과로 그려진 것은 고대에서 로마시대까지 사과가 귀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옛날 그리스에서는 사과가 귀하고 비싸 신혼부부가 첫날밤에 사과 한 개를 반씩

잘라 먹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놓았다.

지금도 이탈리아 시실리에서는 처녀가 사과를 창문 밖으로 던져 그걸 줍는 총각과

결혼하는 전통이 있다.

불행히도 사과를 성직자가 줍게 되면 그 처자는 처녀로 늙어 죽어야 한다.

 

* <성경>, <코란>과 마찬가지로 인디언 전설에도 에덴동산의 금단의 열매가 나오는데

그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이다.

벗은 몸을 가리는 데에 커다란 바나나 잎이 낫기 때문이다.

바나나, 토마토, 아보카도는 다른 과일과 같이 두어 그 과일을 숙성하게 하거나 색이

좋아지게 하는 용도로 쓰인다.

 

* 유럽에서는 식사에 초대할 때 안주인이 메뉴에 맞춰 신중하게 와인을 골라놓는 것이

전통이다. 손님은 요리에 관계된 것은 캔디조차도 가져가지 않는다.

상류사회로 갈수록 주인 측이 모든 걸 갖췄다고 인정하는 의미로 선물을 자제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한 입 베어 문 순간,

어릴 적 고향에서 숙모 집에서 먹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렸다.

생생하게 떠오른 소년 시절에 대한 회상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배경이 되었고

그 이후 향기가 기억을 이끌어 내는 것을 '푸르스트 현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식품 저장실에 수백 개의 잼 단지를 갖고 있는 어느 부인은 팁트리(Tiptree) 제품을

애용했다. 그녀의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며칠 후 팁트리 회사 밴이 그녀의

집 앞에 멈추더니 잼단지 600개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라즈베리(복분자), 살구, 마멀레이드 등이 들어있는 단지였다.

죽은 후에도 아침식사 때마다 자기를 기억해 달라는 남편의 마지막 작별 선물이었다.

 

* 옛날 프랑스 왕가에서는 장차 왕이 될 아이가 태어나면 최상품 프랑스산 와인으로

갓 태어난 아기의 입술에 축여 평생 그 맛을 기억하도록 했다.

저자는 아이가 태어나자 그 입술에 샤토 라투르 레드 와인을 몇 방울 적시게 한다.

후일 아이가 포도주를 마셔도 될 만큼 자랐을 때 라투르 한 잔을 내밀었다.

"너, 이 맛을 알아보겠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그 맛을 아는 것 같았다고 한다.

 

* 영국 도버해협 샌드위치 지방의 영주인 샌드위치 집안의 4대 백작 몬태규는 일을

좋아했다. 그는 낮에 항상 사무실에 있었고 밤이면 도박 테이블에 앉아 있느라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그래서 고기를 빵 조각 사이에 끼워서 먹었는데 그것이 샌드위치의 시작이 되었고

백작의 후손들은 11대째 샌드위치 백작이라는 식품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2월 31일 위대한 만찬

저녁을 만드느라 꼬박 하루 반이나 걸렸지만 섣달그믐에 두 아마추어 요리사가

힘을 합쳐 만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보람있는 일이었다.

새해 축배를 들 수 있도록 저녁을 늦게 시작했다.

대지 위에 흰 눈이 소복하고 밤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좋은 밤이었다." ~ 4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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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러브 차일드'의 해석이 궁금했다.

(love child 의 사전적 의미는 사생아이다)

저자는 '러브 차일드'적인 존재들을 시스템이 소외시킨 존재들이라고 칭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성질서에서 도태되거나 낙오된 존재들을 일컫는 것 같다.

 

책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시간의 역순으로 글이 시작, 마지막은 처음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태아령胎兒靈' 을 화자로 정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유지하도록 이끄는

작가의 신선한 발상이 놀랍다. 

책의 말미에 문학 평론가 조형래와 작가 김현영의 대담 내용을 실어 다소

난해한 작품의 배경지식과 이해를 돕는다.

암울한 미래사회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

필립 리브의 <모털엔진> 과 비슷하다.

영화 <아일랜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더 로드> 처럼 SF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가장 처음 본 것은 난도질된 우리의 몸이었다.

 우리가 존재했던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세상의 언어도 있었다.

 세상이 우리에게 붙여준 처음이자 마지막 이름.

 유일한 그 이름은 '의료폐기물'이었다." ~ 9-10쪽

화자 '태아령'이 시작하는 말은 충격적이다.

 

극악한 죄를 저지른 사형수들이라도 그 생명은 소중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형제의 폐지론을 주장한다.

뱃 속의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는데도 엄청난 고통과 불안을 느끼며 죽어간다.

기계를 피하며 움찔, 움찔 피하는 태아들의 모습...

그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정말로 큰 범죄이다. 

 

"딸이 어미를 수거했다. 딸이 아비를 심사했다. 아들이 어미를 분류했다.

아들이 아비를 적재했다. 그리하여 자식이, 부모를, 폐기했다." ~ 65쪽 

 

60세를 기준, 늙은 사람들을 재활용 심사를 통해 분류하고 불필요한 자들은

쓰레기로 처분하는 장면에서는 온갖 종류의 동물 실험과 소, 닭, 돼지, 닭,

오리 등의 살처분이 연상된다.

저자는 이 책의 숨은 제목은 '살처분'이고 동물들의 자리에 인간을 대체했다고 한다.

이 책은 쓸모가 없어진 인간이 좀더 유용한 인간들에 의해 폐기물로 분류되고

매립과 소각 등의 방법으로 처리되는 참혹한 미래도시를 통해 국가와

인류문명의 허구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부족함은 그것으로 인해 폐기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연민과 배려의 대상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

 

애완생물로 영원히 어린이로 머물러 있으면서 지도계급의 성의 노예인 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국가에 아이를 낳아주는 수,

도시의 시스템에 공모하는 민간인들,

모든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지도계급,

도시의 바깥쪽 경계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인간의 질서를 가진 '우리 동네'

사람들이 등장한다.

수와 진은 어린 시절 만나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헤어져 다른 생을

살아가며 만나기 위해 포기하고 싶은,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 동네'라고 칭해지는 쓰레기 도시에서 폐기 직전에 구출되는 진과 수의

결말에서 저자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도시는 여전히 경계로 나뉘어 늙고, 힘없고, 능력이 없는

'러브 차일드'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쓰레기를 먹고 쓰레기를 입고

쓰레기와 함께 살아갈것이다.

 

작가는 인터뷰 후기에 '지금 여기'의 사실들을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비참에 대한 외면은 세계 전체에 대한 유기적 상상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

.......... 비정규직원들, 파견근무자들... 은 부품과 다를 것이 없다.

가장 싼 가격에 자재를 구입하겠다는 마인드로 기업들이 구인활동을 한 결과이다.

약간의 과장을 걷어낸다면 '지금 여기, 나의 현실'과 명백히 만날 수 있다." ~ 261쪽

 

"자기는 절대로 속하고 싶지 않은 집단을 만들어 나는 거기 포함되지 않는다고

안심하기 위해 그 집단을 계속 소외시키고 내 안의 두려움도 거기에 투기한다.

반면 자기가 속하고 싶은 어떤 집단에 대해서는 그 집단과 나 사이에 아무 접점이

없는데도 동일시하려 들고 그들의 가치가 마치 자기 것인양 내면화한다." ~ 269쪽

 

저자는 소설이 허황하게 읽히지 않게 하기 위해 현실과의 접점이 필요했고

용산참사가 그 씨앗이었다고 밝힌다.

난해한 이 책의 주제는 저자의 후기까지 읽고 보니 확실해진다.

빈부격차와 소외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각성, 나아가 지구촌 안에서 나의

잉여가 상대를 부족하게 하는 일임을 알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기...

저자는 물질이 만능인 사회에서 덜 가지고 소외된 이들의 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못사는 사람이 계속해서 못산다면 결국, 참을 수 없는 상황이 와서 모두가

소외되고 공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서로, 같이,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공동선을 지향하고 지구인의 한사람으로 살기...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은 곧 내게,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다." ~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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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 The God 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역사상 최고라고 여겨지는 영화 <대부>는 2010년 코폴라 감독의 의견을

들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파라마운트 회장을 설득하여 38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살아났다.

 

1972년 개봉한 영화 <대부>는 마피아 출신의 작가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 셀러를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영화화했고 <지옥의 묵시록>, <드라큐라>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연출을 맡았다.

마론 브란도의 명연, 푸조의 완성도 높은 각본, 코폴라의 치밀한 연출, 니노 로타의

아름다운 음악이 한데 어울려 영화사에 잊지 못할 한 편의 명작이 탄생했다.

1974년에 2편, 그리고 16년 후인 1990년에 3편이 나온 <대부>시리즈는, 수 많은 일화를

남겼고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1939년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후 33년간 깨지지 않던 흥행기록을 세운

<대부>는 45회 아카데미 11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남우주연상,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마론 브란도는 영화사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부, 인디언 여성을 대리인으로 보낸다.)

배역의 결정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코폴라는 대부 비토 꼴레오네의 배역으로 마론 브란도를 점찍었지만 파라마운트는

브란도를 반대했다.

40대 중반인 그가 대부의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염색한 회색 머리와 늙은 얼굴로 분장하고 저음의 허스키하고 쉰듯한 음성을

내기 위해 입안에 솜뭉치를 끼고, 입술을 비틀고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인 마론 브란도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비토 꼴레오네 그 자체였다.

셋째 아들이자 후계자가 되는 마이클역도 갈등이 있었다.

파라마운트는 로버트 레드포드나 라이언 오닐같은 스타를 원했으나, 코폴라는

눈매가 멋있는( 순수하면서도 단호하고 우수에 젖은 듯하면서도 냉혹한 눈빛이다)

신인 배우인 알 파치노로 결정한다.

영화는 관객들과 비평가들 모두에게서 찬사를 받았으며 흥행과 예술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1947년 이후, 이태리 시실리섬 출신의 이민자인 돈 비토 꼴레오네는 패밀리,

즉, 가족과  친구, 그리고 조직을 지키고자 한다.

그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친구가 되고 그에게 대부라고 부르는 이들의

청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가 목적을 관철시키고자 할 때 날리는 명대사

"거절 못할 제안을 하지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는 아직도 비즈니스, 정치, 경제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어둡고 음산한 톤의 화면 안에는 피가 튀는 살인과 범죄가 난무하지만 

아련함과 애잔함이 가슴을 두드린다.

아마도, 영화 내내 흐르는 대부의 맹목적이고 철저한 가족사랑과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 때문이 아닐까.

니노 로타가 작곡한 대부의 주제곡인 'Love Theme from The Godfather' 

'The Godfather Waltz' 등 각 장면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화면 가득 울려 퍼진다.

마이클이 피신해 있던 시실리섬의 시골 풍경이나 복고적인 뉴욕의 거리와 변두리

풍경 등은 눈을 행복하게 하지만 그것 마저도 마음이 아리다.

왜일까. 지나와 버린 세월이, 앞으로 흘러가버릴 시간이 아쉽게 여겨진다.

 



큰아들 소니, 비토, 세째 마이클, 둘째 프레도.  

 

소니와 프레도는 비토의 밑에서 사업을 돕지만 마이클은 아버지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공부하는 인텔리이다.

비토는 마이클이 주지사나 상원의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비토는 카리스마와 냉정함을 지니고 겸손하면서 온화하고 의리를 지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리더이다.

다혈질에 성급하면서 뒷일을 고려하지 않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소니, 유약한 프레도에

비해 마이클은 냉정하고 단호하면서 주도면밀한 리더이다.

 



딸 코니의 결혼식. 평화로운 시기

 

이들을 지키기 위해 비토는 전생애를 건다.

 



 

월츠의 영화에 대자를 출연시키기 위해 월츠가 가장 아끼는 말을 죽여 침실에 둔다.

비토의 '거절하지 못할 제안'인 것이다.

이 장면을 위해 실제 말머리를 잘라 얼음물에 넣어 두었다가 촬영했다고 한다.

  



 

마약거래는 술과 도박, 매춘보다 훨씬 악하다고 생각하는 비토는 솔레조와의

마약 거래를 거절한다. 

솔레조 일당에게 저격당하는 비토.

 



 

아버지 비토를 저격한 솔레조와 마약을 거래한 경찰관을 죽이는 마이클.

화장실에서 총을 챙기는 순간 마이클의 표정에 스치는 긴장감과 함께

기차의 기적소리가 크고 빠르게 울려 퍼진다.

 



 

시실리섬으로 피한 마이클. 섬의 풍광이 멋지다. 수려한 선율과 함께...

가장 아름답고 목가적인 장면이다.

 



 

소니가 살해되고, 비토는 5대 페밀리들에게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협상을 제안한다.(실제 마피아의 반대와 테러위협으로 '마피아'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페밀리'라고 한다)

비토는 모든 페밀리에게 큰아들에 대한 죽음을 묻지 않겠지만 막내 마이클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경우 용서하지 앟겠다는 경고를 보낸다.

 



 

형의 죽음, 그리고 시칠리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마이클은 후계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비토는 마이클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마이클은 가족의 죽음을 지켜 보면서 점차 냉혹한 리더가 되어간다.

조카의 세례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악을 끊어 내는가? "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믿는가? "네."

세례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 밖에서는 계속해서 마이클의 명령에 의한 살인이 벌어진다.

세례장면과 살해 장면이 교차해서 화면에 보여진다.

마이클은 비토의 죽음 이후 새로운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조직의 재정비를 위해 

상대 페밀리들의 보스들을 죽이고 새로운 리더로서 권위를 세운다.

(알 파치노는 2부, 3부에서도 계속 대부로 출연, 영화팬들을 즐겁게 했다.

마론 브란도는 아카데미상을 거부한 것처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2부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는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마피아들 사이에서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이 대유행하고 영화 상영 이후 미국 내에

범죄율이 늘었다고 한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도 그렇고 주윤발과 유덕화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깡패들의 세계,

우정과 사랑이 멋있게 그려지지만 살인과 범죄가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가 주는 감동은 참 오래 간다.

각본과 연출, 영상과 음악, 모든 배우들의 열연, 알 파치노와 놀라운 배우 마론 브란도,

멋진 영화이다.

 

예고편 1



메이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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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 2,600년 동안 파묻혔던 붓다 본연의 가르침
바스나고다 라훌라 지음, 이나경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처음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무슨 내용일까? 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법정 스님이 가시고 스님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받은 감동과 여운이

남은 터라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붓다 이후 260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후대 사람들은 불교 경전을 자의적으로

인용하고 해석함으로써 그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초기 팔리어 경전의 구어체 그대로 전해오는 붓다의

설법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붓다의 가르침의 본모습을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팔리어경전 ; 대승불교의 경전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중국인의

관점에서 한문으로 번역된 것이다. 이에 비해 팔리어 경전은 붓다의 가르침을

구어체 그대로 전하는 경전의 원형原型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유럽에서 구한 불교 경전 번역본을 한두 권 읽고

염세주의 철학론을 정립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무상함이 보편적인 불교 철학이고 인생이 고(苦)라는 불교의 염세적인

면만을 유럽에 소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불교 철학의 핵심은 무상함이다.

"형체 있는 모든 것은 변한다.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려면 이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을 때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 298쪽

그러나 붓다는 속가제자들에게 적극적인 삶의 방식들을 강조한다.

붓다의 가르침은 물질을 소유하라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유한 만큼 이웃에게 베풀 때 그 물질의 소유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설법한다.

그는 부의 성취와 자비행을 권장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올바르게 처신하는

방법, 화목한 결혼생활과 부모의 도리 등 속세에서의 성공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상세한 가르침을 전했다.

이 책은 2600여년 전의 붓다의 가르침을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되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붓다는 부와 행복, 성공에 대해 2가지를 강조한다.

하나 ; "꿀을 모으되 꽃을 다치게 해서는안된다." ~ 42쪽

즉, 남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부를 늘려야 하고 반드시 정당한 수단을

통해서만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 ; "부를 올바르게 사용하라." ~43쪽

한 사람의 부가 그 자신과 가족, 넓게는 사회 전체에 '생명의 빗물'처럼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재산과 귀금석과 먹을것을 가진 사람이 이를 혼자서 독식한다면

그는 파멸의 문으로 향하게 된다." ~ 46쪽 <파라바바 숫타>

결국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제목은 내가 소유하는 재화로

자비행을 펼칠 때 나도, 상대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책의 원제는 The Buddha's Teaching On Prosperity이다.

무소유여서 행복해질 수 없다고 번역한 제목은 이해하기 힘들다. 

왠지 시류에 묻어가는 듯하다.

 

세상의 근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숫타 피타카>에는 행복으로 이끄는 일곱 가지의 방법들이 담겨 있다.

1. 마음이 만드는 망상에 휘둘리지 마라.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면 이를 부풀리고, 자신의 추측을 덧입혀 재현해낸다.

그 결과 왜곡되고 과장된 생각들이 자신을 해친다.

망상 때문에 지금 느끼는 행복을 잃고 만다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행복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2. 욕심과 원한을 버려라.

악한 마음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감정의 노예가 된다.

마음속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파악하고 단호하게 결심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자신을 지킬 수 있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3. 목표를 향해 전진하라. 성과의 기쁨을 만끽하라.

가치있는 목표를 달성한 기쁨은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주는 샘과 같다.

4. 남의 불쾌한 행동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여라.

사람들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을 볼 떄마다 그들을 위해 기원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5.남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라.

자신의 욕심을 채울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믿음은 허상이다.

남을 위해 도리를 다하고, 남의 고통을 짊어지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에게 베풀 때 행복도 같이 커진다.

6.원칙에 입각한 삶을살아라.

너그럽고 진실하며 비폭력적인 선한 행동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

7. 인간이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라고 받아들여라.

사람의 몸은 집착의 대상이 아닌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같은 자연의 이치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마음의 평화는 이런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라고

수긍하고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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