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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 Lust, Cau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두고 두고 마음이 아플 영화 색,계...
<와호 장룡>,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감독과
<화양연화>, <무간도>, <해피 트게더>의 양조위,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신예 탕웨이.
세사람의 조합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절묘하다.
<색, 계>는 노출과 높은 수위의 정사 장면으로 중국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고
국내 개봉전에도 논란이 있었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색, 계를 며칠전 TV에서 보았다.
양조위의 슬프고, 허무하고, 쓸쓸하고, 종국에는 고통스러운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섬세하게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감독의 연출력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 양조위의 눈빛과 몸 전체에서 스며 나오는 외로움 때문이다.
그 외로움에 물들게 된다. 무서운 흡인력이다.
그 눈빛과 외로움을 <화양연화>에서 보았다.
친일과 이를 처단하려는 반일세력이 있고 전쟁이 있지만,
감독은 역사와 민족적인 문제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줄을 서서 식량을 배급받는 사람들과 마작에 열중하는 귀부인들,
신념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지만
그들 모두는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외로운 인물 이.
(일본요정씬에서 일본의 전쟁 도발에 대한 허무함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연극부에 가입하면서 뚜렷한 의식 없이
(동료들의 고향선배를 죽이는 잔혹성에 질린 그녀는 단체에서 쉽게 이탈한다)
반일단체에 들어간 왕치아즈.
영화는 그와 그녀에 대해,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묘사한다.
영화 속의 사랑은 슬픔에 깊게... 닿아 있다.

1938년, 홍콩. 왕치아즈(탕웨이)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첫사랑 광위민(왕리홍)의 권유로
연극부에 가입하게 된다.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에 열정을 가진 그녀는 연극을 공연하면서 관객과 일체감을 느낀다.

연극부는 연극을 통해 항일의식을 끌어 내려는 항일단체로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이易(양조위)의 암살을 계획한다.

그녀는 막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이의 아내(조안첸)에게 접근,
마작을 하며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는 상하이로 발령이 나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1941년 상하이.
그녀는 정부의 고위관료(장관)가 된 이의 암살작전에 다시 투입된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왕치아즈와 이는 서로 그리워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 이는 그녀를 경계하지만... 점점 더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왕치아즈 역시 실제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스파이와 암살의 대상,
영리한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연기가 아닌 실제로 마음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그럴 필요가 없다.
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그저 마음이 따르는대로...

일본 요정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이.
아름다운 장면이다.
마음을 다해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그녀.
차갑고 냉혹한 이의 마음은 그녀에게 향하고.

그는 그녀에게 6캐러트의 다이아몬드를 선물한다.
보석가게 주변은 그를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깔려 있다.
그저 반지를 낀 그녀의 손을 보고 싶었다는 이.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당신을 끝까지 지켜줄게."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죽게 할 수 없었다.
그에게 피신하라고 말하는 순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녀의 떨림과 사랑, 그의 흔들리는 표정.

이는 자신 역시 감시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에 의해 동료들과 함께 사형에 처해진다.

이는 그녀가 사랑을 선택하고 후회없이 죽어간 이후에도 살아갈 것이다.
아마도 인생의 가장 아프고 아름답던 시절로 그녀와의 시간들을 추억할 것이다.
여전히 아무도 믿지 않고 어둠을 싫어하면서 고독한 눈빛 안에 자신을 감추고...
사랑, 그 허무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