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 The Happen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해프닝>은 1999년, 29세의 나이로 <식스 센스>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화제를 일으켰던 M. 나이트 샤말란이  2008년 야심차게 내놓은 SF 스릴러물이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살갗에 스며드는 공포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장담은

평론가들의 호감을 얻기에 역부족이었지만 충분히 공포스럽다.

그가 곳곳에 장치한 공포의 코드들은 지극히 정교하다.

바람소리, 먹구름, 나뭇잎과 풀들의 흔들림, 나무에 매달린 그네, 측면에서 바라보이는

시계의 움직임, 돌진하는 차 등은 죽음을 예고하는 섬뜩한 느낌을 자아낸다.

 



 

엘리엇(마크 월버그)은 고등학교 과학 교사이다.

수많은 벌들이 사라졌다.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답은? 

'자연현상은 설명할 수 없다. 과학적 지식, 어떤 이론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문답은 영화 후반부 TV 앵커와 과학자의 대화에서 반복된다.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났고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떼지어 흔들린다.

(바람소리와 함께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풀과 나뭇잎들은

인간에게 위안을 주던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극심한 공포의 대상이다)

공원을 걷던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보하는 사람들,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모두 언어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얼음(멈춤) 상태가 되어 죽는다.

책을 읽고 있던 소녀는 자신의 머리핀을 빼서 스스로를 찌르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은 높은 곳에서 하나, 둘 떨어져 죽는다.

 



 

도로의 운전자들은 차에서 나와 쓰러진다.

이를 제지하던 경관은 자신의 총으로 스스로를 쏜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고 자살한다.

목을 매서 죽고, 손목에 유리를 그어서 죽고, 전력질주한 차안에서 나무를 들이받고 죽는다.

 

영화의 도입장면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사건은 미국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메릴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엘리엇은 부인 알마(주이 디샤넬), 동료인 수학 교사와 그의 딸(제스(에슐린 산체스)과

함께 펜실버니아행 기차를 탄다.

그러나 기차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세상 모두와 연락이 끊어진다.

동료는 살아 있을 확률 62%의 아내를 찾아 프린스턴으로 떠나고.

그의 딸 제스, 알마, 엘리엇은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난다.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은 죽고 어떤 사람들은 살아 남는다.

원인이나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훨씬 공포스럽다.

식물원을 하면서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어떤 사람의 말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식물에서 내뿜는 화학물질이 인간을 해로운 존재로 여기고 다른 식물들과

연대해서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도 길 위에서 죽는다.

 





 

인간은 참으로 왜소한 존재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바로 다음 순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류멸망을 다룬 영화 <2012>에서 티벳의 노스님은

멀리서 밀려드는 해일을 보는 순간 일어나 종을 두드린다.

노스님은 마지막 순간에 매일 아침 저녁 했던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의연하게 종을 치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졌다.

 

만 하루만에 사건은 종결된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재앙의 원인들은 정부의 음모설, 핵 방사능의 유출,

테러리스트의 화학물질 살포, 수질오염,식물들의 반란 등으로 다양하다.

 

<식스센스>의 놀라운 반전과 각본의 기발함에 찬탄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내심 커다란 반전이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준 도입부에 비해 영화는 싱겁게 끝난다.

반전은 없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인간들은 과학문명의 발달로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향유한다.

그러나 풍요로운 삶을 위한 노력들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와 닿아 있다면

행복한 삶은 멀어진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

그것이 우리와 미래의 자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각본을 쓰면서 연출을 동시에 하는, 재능있는 인도 출신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독특하고 멋있는 감성을 지닌 그가 앞으로 <식스 센스>를 넘어서는

멋진 영화를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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