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오! 오페라 - 초등학생을 위한 재미있는 오페라 여행 명진 어린이책 13
코엔 크루케 지음, 정신재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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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 오! 오페라!>는 친숙한 예술 장르가 아닌 오페라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명한 오페라 가수이자 무대 연출가이면서 클래식 음악

방송을 진행하는 코엔 크루케이다.

다재다능한 그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클래식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지휘자 금난새를 연상시킨다.

저자의 친절한 글은 오페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부드러운 스케치와 고운 색상으로 표현된 잉그리드 고돈의 그림들이

오페라에 대한 흥미를 더해준다.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오! 오! 오! 오페라!>는 전문지식의 무게로 짓누르려는 책이 아니라

그 무게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책이다.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 7쪽

알아야 자유롭다.

알아야 보는 것이 즐거워진다고 생각하니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을 보고 구별하기 어려운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오페라는 대사가 전부 노래로 되어 있고 뮤지컬은 대사에 말과 노래가

혼합되어 있으며 오페라 가수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뮤지컬 가수는

마이크를 사용한다.

또한, 소재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오페라는 문학 작품이나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루는데 비해 뮤지컬은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소재를 다룬다.

한번도 접하지 않은 오페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 감동면에서 뮤지컬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지킬 앤 하이드>는 소재면에서 뮤지컬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페라 쪽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이 탄탄한 고전이기도 하지만 가사와 대본이 예술적이고 한국어 번역도

시적이고 무척 아름답다. 
장면마다 적합한 무대의 구성과 배치, 조명, 배우들의 연기, 노래, 진행과 극의
흐름 등등 모두 매끄럽고 기가 막힌 하모니를 볼 수 있었다.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지킬과 하이드의 영혼을 창조한 브래드 리틀을 보며

그가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다.

'영혼을 일깨우는 감동'을 받았고 그것은 음식을 편식하듯이 문화 장르에서도 

편식이 심한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기회도 없었고 만들지도 앟았지만 오페라 역시 관심을 가지고 접한다면

엄청난 감격과 흥분을 경험할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오페라의 아역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토마스와 리사의 이야기이다.

오디션과 리허설, 공연 과정을 통해 오페라에 필요한 기본 용어의 의미와

성공적인 오페라 공연을 위한 수많은 스텝들의 역할, 무대장치,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설렘과 떨림까지 세세한 부분을 알려 준다.

 

2장은 오페라의 역사, 오페라 극장, 오페라 즐기기, 오페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다룬다.

2장에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 초기의 오페라 극장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관객들은 공연 도중에 떠들고, 공연장을 드나들고, 음식을 먹는 등

멋대로 행동했다. 발코니의 칸막이 방에는 커튼이 달려 있어서 커튼을 닫고

음식을 먹거나 카드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거나

오페라 가수가 멋진 아리아를 부르면 커튼을 열고 공연에 집중했다.

인기가 많고 실력 있는 오페라 가수가 출연할수록 커튼이 많이 열려 있었다.

커튼은 출연자의 인기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 런던 로열 오페라 극장에서는 18세기부터 관객이 '오페라와 디너'라는 메뉴를

고르면 공연 1시간 전에 전채요리와 수프가, 첫번째 휴식 시간에 메인 요리가,

두 번째 휴식 시간에 디저트와 차가 나온다.

멋진 공연과 맛있는 식사,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멋진가.

* 영국 왕립 오페라 극장은 해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을 연다.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에 사람들은 극장 밖 잔디밭에서 직접 준비한

음식을 즐긴다.

* 대부분의 오페라 작품은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의 언어로 공연된다.

이탈리아어 공연이 많은 이유는 유명한 오페라 작품들 중에 이탈리아어로

작곡된 작품이 많은데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토스카>,

<라보엠> 등이 있다.

* 옛날에는 오페라 가수 중에 뚱뚱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뚱뚱한 사람들이

더 깊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공연이 다가오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살이 찌게 했다.

오늘날에는 인식이 바뀌어 노래는 몸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성대로 부르고

성대 근육에 지방이 많으면 노래 부르기가 힘들어 일부러 살을 찌우지 않는다.

 

3장에서는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오페라 작품의 줄거리와 주요배역을 소개하고

맛보기로 실제 공연 장면의 사진들을 실었다.

말미에 CD가 있어 5개 오페라 작품들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공연을 보기 전에 오페라 음반을 구입해 대본과 함께 감상하라고 조언한다.

작품 내용을 미리 알고 음악을 귀에 익히고 관람하면 작품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더 커진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 <라 체네렌톨라>,

<마술 피리>, <카르멘>, <아이다> 등의 작품을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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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과서 읽는 리딩 Basic 1 (교재 + 워크북) - 중.고등학생용(중급과정) 미교 읽는 리딩 Basic 코스 1
e-Creative Contents.Michael Aaron Putlack 지음 / 키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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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를 통독하고 부록인 WORKBOOK으로 마무리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영어교육을 소홀히 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아이들은 수학에 비해 영어를 부담스러워 하고 영어공부를 재미없게 생각했다.

수학경시를 준비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과목 안배를 골고루 해주지 못한

나의 잘못이 크다.

아이들 어릴 적에도 '국제화', '세계화', '세계 속의 한국' 등의 말들이 있었고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잘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는데...

여튼 나의 잘못으로 아이들의 영어공부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요즈음은 영어교육의 커리큘럼이 잘 되어 있어서 어학연수를 가지 않고도, 

토종으로 공부해서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더우기 과외나 학원 수업 없이 잘 짜여진 홈스쿨링의 체계적인 교육으로도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있다.

물론, 아이들이 홈스쿨링으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뼈를 깍는 고행(?)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홈스쿨링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가정의 대부분은

부모의 생활의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만 한다)

잘 만들어진 교재의 덕을 본다면 아이들 영어 교육이 한층 쉬워질 것 같다.

키출판사의 <미국교과서 읽는 리딩>과 같은 시리즈물은 홈스쿨링이 가능한 책이다.

이 책은 미국 초등학교 3.4학년 과정으로 사회.역사.지리, 과학, 수학, 언어와 문학,

미술과 음악 등의 과목을 다룬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주제를 가지고 체계적인 Reading에 접근하게 하는 짜임이 훌륭하다.

미국 초등 교과 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과목별 주제들은 미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어휘와 표현들이라 Reading을 훈련하기에 적합하다.

토플이나 특목고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번 정도 숙독하고 시험을 본다면  

배경지식을 묻는 독해 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대비도 가능하다.

다채로운 사진과 그림, 일러스트 등은 본문의 주제와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본문 ; 점, 선, 선분을 설명하는 수학의 기하부분이다. 
 


 

본문의 내용을 한눈에 알기 쉽게 그림과 사진을 실어 정리한다.

 



 

각 단원이 끝나고 이어지는 본문 숙지 여부에 대한 테스트이다.

 



 

어휘 복습을 통한 단원의 총정리 - 문자에 적합한 단어 채우기, 단어의 정의를

연결하고 그 뜻을 쓰기

 



 

36개의 본문들의 맨 뒤에 해답과 해석이 있어서 확인을 돕는다.

각 Unit 별 주요 어휘를 실어 그 부분은 단어장으로 활용 가능하다.

 



 

총 72개의 MP3 파일이 담겨 있다.

 

부모의 지도가 없어도 스스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의 진도에 따라

잘 맞추어 공부했을 때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짧고 쉬운 내용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원서의 느낌으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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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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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본 이유가 제목 <성태 망태 부리붕태>에 있었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저자 전성태의 어릴 적 살던 마을의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아이들을 유별나게 사랑했던 할아버지는 마을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별명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일종의 별명짓기 공식인데 예를 들면,

내이름 재홍은 재홍, 망홍, 부리붕홍이 되는 셈이다.

별명을 부르고 불리우는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고 받는

유쾌한 일이다.

내가 지은 내 별명 '재벙이'는 '꺼벙한 재홍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 별명이 참 좋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 남자아이들이 붙여준 내 별명은 꽁치였다.

대체 나의 어디가 꽁치를 연상시키는지 모르지만 나는 꽁치로 불리웠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무슨 어장의 '꽁치' 대목을 내가 읽노라면

아이들의 웃음보가 터지곤 했다.

남편의 별명은 헤보, 두부였다.

마냥 웃고 있어서 헤보, 살결이 하얗다고 해서 두부였다.

남편은 꽁치를 좋아했다.

5살 적에 리어카에 생선을 싣고 팔러 다니는 아줌마의 치마꼬리를 잡고

집으로 와서 어머니에게 꽁치를 사달라 졸랐다고 한다.

하고많은 생선 중에 유독 가시가 많은 꽁치를 좋아한 남편과

별명이 꽁치인 내가 부부가 되었으니 그것도 인연이지 싶다.

 

저자는 첫 산문집인 이 책의 글들을 일상에서, 어린 시절 기억에서,

혹은 길에서 주운 얘기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는 가난하고 누추하게 살던 고향의 이야기들, 근대화 과정의 풍경들,

몽골 체류기, 고독한 사람들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 자연의 풍경묘사 등을

맛깔나는 글솜씨로 풀어낸다.

 

아버지의 셈법 ~ 24-27쪽

아버지의 인생은 반 토막 인생, 담배 한 개비는 두 번에 나눠 피고

막걸리도 늘 반 되를 받아다 드셨다.

두발 검사가 있던 날, 마을 공용 바리캉으로 머리를 깍아 주셨다.

기름을 둘렀는데도 바리캉이 머리카락을 통째로 뽑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할 수 없이 이발사에게 가야 했다.

머리는 반 정도 깍여 있었고 아버지는 200원을 주었다.

(이발료는 500원이었다)

"반만 깍아 주고 제값을 다 받으면 그 이발사는 도둑놈이제."

이발사는 "머리 깍아 주는 디 면적 따져 돈을 받더냐?" 하며

200원을 내미는 나를 내쫓았고 나는 운동복 상의를 덮어쓰고 교실에 앉았다.

선생님이 머리에 둘러쓴 옷을 강제로 벗겼고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아이답지 않게 오래 통곡했다.

아버지는 일 년에 쌀 한 말씩을 주고 단골 이발소를 잡았고 우리 형제들은

그곳에서 눈치보지 않고 언제든지 머리를 깍을 수 있었다.

 

사람좋기로 소문난 어머니도 아들이 머리를 자르고 오면 항상 아들 손을

잡고 잰 걸음으로 이발소 문을 들어섰다고 한다.

요기, 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바짝 다시 깍으라는 이유에서였다.

없는 살림에 이발값이 아까웠던 어머니 눈에 흡족하게 차야 했으니...

남편은 그당시 엄마 손에 이끌려 이발소에 다시 가는 것이 무척 싫었다고 한다.

창피하고 얌체짓 같아서라나.

 

가끔 옛이야기를 할 때 ~ 56-58쪽

어느 해 질 녘, 멀리 들에서 어머니와 손수레를 끌고 오던 고갯길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뒤에서 끌고 나는 앞에서 끌었는데 수레에 짐이 가득해서

서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달이 떠서 익어갔고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차올랐다.

나는 어머니에게 어른이 되면 우주선을 만들어 달구경을 시키겠노라 말씀드렸다.

그 저녁의 일을 나 혼자 기억하고 사는 줄 알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내 아내에게 그 저녁의 얘기를 들려 주는 걸 들었다.

어머니가 병들어 눕고 모든 기억을 잃어 갈 때 그 일을 기억하고 계셨다는 것이

얼마간 위안이 되었다.

어머니를 잃어 가는 나로서는 어머니에게 달구경 약속을 한 일보다

어머니가 그 얘기를 고맙게 기억하고 계셨다는 사실이 더 소중한 추억이다.

 

저자의 추억처럼 엄마를 기쁘게 했던 말이 있었을까...

배 아플 때 솥뚜껑같이 크고 거칠거칠한 엄마손을 그리워할 줄만 알지.

정작 나는 엄마와 아버지께 해 드린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엄마, 아버지가 생전에 나로 인해 많이 즐거우셨다면 좋겠다.

 

몸을 내려놓는 일 ~ 171-174쪽

외국의 어느 작은 섬에서 사흘을 보낸 적이 있었다. 너무나 무료했다.

서양인들의 틈 속에서 휴식은 커녕 알 수 없는 초라함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짐승이 앞발과 뒷발을 함께 움직이는지

교차해서 움직이는지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던 일에 몰두했다.

해변을 걷는 개들을 한나절은 구경했을 것이다.

문득 나는 외부로 향한 시선이 조용히 나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몸이 어느 손아귀에선가 놓여나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는 게으른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누구나 외치며 갈망하는 삶의 충만이 있었다.

 

고독한 사람 ~ 219-221쪽

광주에 사는 노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계엄군이 광주 사람들을 도륙하던 시절, 그의 집 근처에 어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탱크소리와 총탄이 난무한 밤을 지나고 무력한 자신이

더없이 부끄러운 발걸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는 어린 은행나무 둥치가 총탄을 맞고 구멍이 난 것을 보았다.

나무가 살까 싶어서 다음날 다시 찾아와 보고, 구멍 자리에 새살이 돋는 걸

보고 또 찾게 되고, 이십 년의 세월을 보냈다.

한동안 나무는 성장이 더디었지만 지금은 여느 나무처럼 우람하게 자라

공원에서 한 풍경을 담당하고 있다.

노작가는 말한다. "이제 그 나무를 두고 소설 한 편을 써도 괜찮을까?"

그 아득한 시간에 가슴이 서늘하다.

시간 위에 세워진 존재가 인간이고 인생이다.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자기 안에는 약하고 어리고 부서지기 쉬운 아이가 들어있다. 

 

"논물 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축축이 젖은 길가에 띠풀이 서걱대고 달개비꽃이

멀리 바다와 한 빛깔로 피었다.

참쑥 키가 껑충하게 푸른데 올콩 밭만 녹음 속에 누렇다." ~ 254-255쪽

 

노을 자리에서 나락을 거두는 사람,

호박 한 줄기 올려 돌담을 가꾸는 농부는 말한다. 

"세상이 좋다기도 하고 나쁘다고 하기도 하는 세상이 되얏제.

옛 어른들이 하는 말이 농새도 내년 일을 생각하고 하드랬네.

한 해 쏙 빼 묵고 말거이 아니란 말여.

근디 누구 인자 그러나? 사람도 그렇구 일도 그렇구......

진득허니 살어 내는 거이 인생 아니드라구." ~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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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늪 지혜사랑 시인선 34
권순자 지음 / 종려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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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권순자는 시집 <우목횟집>에 이어 두번째 시집으로 <검은 늪>을 내놓았다.

시들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은 늙고 병들고 초라하다.

바다의 풍경들조차도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 아닌, 어둡고 쓸쓸한 세계이다.

그녀는 전작 <우목횟집>에서 자신의 껍질을 옮기는 민달팽이같은 어머니와

낙엽처럼 바스라진 아버지에 대해 묘사했다.

그녀의 시들을 읽다 보면 가난한 시절, 자식들을 키우면서 먹고 사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했던 부모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알 수 있다.

'황태'에서 수십 년의 세월로 황태를 말리고 그 세월에 모든 진기가 빠진 어머니,

'홍어'에서 자식들을 위해 삭은 홍어처럼 자신을 세상에 내놓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끝없는 노동으로 생이 저물어 갔던 우리네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론가 황정산은 그녀의 시작업에 대해 말한다.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존재의 기억, 즉 시간의 흔적들을

아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이해하고 그 시간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흔들리고 희미한 사랑의 기억들을 확실한 표지로 남기고자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이 이 시집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이다." ~ 132-133쪽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녀는 자신의 시들에 고향인 바다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마도 시인은 흐르는 세월속에서, 나이가 들면서 부모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하는지 모른다.

 

이별

이곳의 기억과 먼지 묻은 신발은 아직도 머뭇거리는데

가슴 저리는 이야기 잘라먹고 젖은 눈가를 만지다가

어디로 급히 떠나가느냐.

꽃잎바람에 흩날리거든 달빛이 발길을 따라오거든

얼굴 하얘지도록 울먹이던 이 날을 기억해다오.

가지마다 잎 파릇파릇해지거든

한때 유리창에 부딪치며 출렁이던

환한 웃음들을 떠올려다오. ~ 98-99쪽

 

고무장갑

어머니가 벗어놓은 고무장갑, 붉은 손가락에 진물이 난다.

청춘처럼 빛나던 붉은 손끝이 뜨거운 냄비에 데고 뜨거운 물에 늘어지고

삭아 너덜거리는 것이 어머니 손을 닮았다.

나를 품어 길러온 세상 어떤 손보다 큰 손,

성스러운 손이 오늘은 해거름에 젖어 단풍잎같이 가냘프다. ~ 15쪽

 

하얀 달

그 여름 열탕같던 감자밭을 일구고

날마다 감자꽃 자줏빛 얼굴로 잠자리에 드셨지

어머니 지친 손발이 나무막대처럼 흔들려

어린 감자들은 눈물 바람으로 감자꽃 피워 올려댔었지.

감자껍질처럼 말라만 가시던 어머니

아직도 기억의 집 속을 굴러가고 있는 유월의 그 하얀 달. ~ 26-27쪽

 

홍어

고깃배에 실려 거칠고 고단한 길 달려온, 삭고 삭은 홍어 남자

바닷바람에 자신의 몸이 부패해가면서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부성은 아이를 찾으러,

눈물로 밤을 샌 독한 냄새 피우며 제 살을 거리로 내놓았다. ~ 73쪽

 

 

딸아이를 목발 삼아 무료 급식소를 향해 걸어가는 병든 사내,

끼니도 거른 채 잠에 떨어진 공사판의 사내,

15층 허공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는 일용 잡부 김씨 등은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삶의 어두운 현실을 모른척 하지 않는 작가는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사랑을 과장하지 않고 기억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는 작가의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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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라 - 금난새.신응수.김인식.이순재.김영세, 끈기편 MBC 희망특강 파랑새 2
MBC 희망특강 파랑새 지음, 김성희 그림 / 리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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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겨라>는 남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우리 시대 멘토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며 성공한 사람들의 몇가지 공통된 점을 찾을 것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목표를 세우기, 도전정신과 끈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 호기심, 긍정의 힘 등 훌륭한 사람들이

지닌 품성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일화, 핵심을 표현하면서 흥미를 끄는 만화, 성공 키워드,

멘토들의 일과 관련된 사진과 설명으로 책이 구성이 무척 알차다.

 

행복을 지휘하는 마술사 금난새

지휘자 금난새는 '클래식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가 설명하는 클래식은 편안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안정감을 준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도 수년째 그의 CD를 듣고 있다)

청중과 클래식이 함께 하는 무대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그의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클래식의 대중화, 작은 오케스트라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도전하는 사람만이 꿈을 이룬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궁궐 장인 신응수

그는 붉은 소나무가 있는 곳 어디든지 달려간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열일곱 살에 목수가 된 그는 나무를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끈기있게 노력하는 장인정신으로 경복궁, 불국사, 수원 장안문 등과 절,

한옥에 이르기까지 전통건축문화재를 탄생시켰다.

 

믿음의 야구감독 김인식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김인식은 재활치료를 받고 긍정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선수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끈기,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는 '믿음의 야구'는 그가 진정한 덕장이며

훌륭한 리더임을 보여준다.

 

국민아버지 배우 이순재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이순재는 멋진 배우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솔선수범하는 그는 2009년 백상예술대상 공로상을

받고 "내년에는 연기상에 정식으로 도전하겠다."는 멋진 수상소감을 남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연기를 향한 끝없는 도전으로 보여주고 있다.

 

블랙박스 디자이너 김영세

빌 게이츠는 김영세를 '디자인계의 지도자'로 칭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그는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히트상품을

만드는 "디자인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다.

그는 손님이 구체적으로 디자인을 부탁하기 전에 디자이너가 먼저 상품을

내놓는 블랙박스 방법을 사용한다.

휴대전화의 폴더를 좌우로 움직이는, 가로로 스케치한 디자인인

가로본능 휴대전화도 블랙박스 형식으로 탄생하였다.

차가 밀려 꼼짝도 못하는 순간

'이 차가 200m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내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스케치한

그는 실제 디자인 작업에서 이를 이용한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생각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그의 성공 비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해 보세요.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것은 좋은 기회가 왔다는 신호니까요.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은 미래를 잘 설계하도록 도와줄 거예요." ~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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