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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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와 <다크나이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한 영화 <인셉션>은

그가 25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준비한 프로젝트이다.

영화는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신선하다.

미래사회는 간단한 장치를 이용하여 같이 잠을 자는 사람들이 꿈의 세계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무의식에 자리잡은 생각을 알아내고 그 생각을

훔치는 것이 가능하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거나 생각을 훔치는 실력이 뛰어난 전문요원이다.

아내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된 그는 자유의 몸이 되게 해준다는 

사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에너지 기업의 회장이 될 피셔(킬리언 머피)의 무의식 속에

기업합병 대신 기업의 규모를 줄이는 의식을 심는 것이다.

꿈 속에 들어가 비밀금고 안에 감춘 생각을 훔치는 일은 쉽지만 타인의 무의식 속에

새로운 생각을 심는 '인셉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각 방면에 실력자들로 채워진 팀이 조직되고 꿈을 설계하고 피셔의

무의식 속에 들어가는데...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는 꿈속의 공간을 설계한다.

설계자는 기억에 의존해서 공간을 만들어서는 안되며 새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표적이 의식하지 못하도록 넓은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기억에 의존, 실재하는 공간을 만들게 되면 자칫 꿈과 현실을 혼동하게 된다.

 



 

유서프(루카스 하디)는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으로 깊어가는 꿈의 단계에서

불안정해지는 꿈을 안정시키는 진정제를 만든다.

꿈에서 죽으면 바로 깨어날 수 있지만 진정제를 투여하고 꿈에서 죽을 경우에는

림보상태에 빠진다. 즉, 꿈 속에 갇혀 있거나 깨더라도 환각상태나 치매에 이른다.

'림보'는 원초적이고 무한한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꿈의 밑바닥이다

 



 

아서(조셉 고든 레빗)는 코브의 동업자이다.

꿈속에서는 두뇌활동이 빨라져서 현실의 5분은 1시간이다.

유서프의 진정제는 꿈속의 시간을 현실의 20배 정도로 연장시킨다.

목적이 달성되면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아서는 꿈속의 꿈의 단계의 무중력상태에서 킥으로 요원들의 잠을 깨운다.

 



 

'킥'은 꿈속에 있는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 주거나 물에 담그기, 폭발 등의

충격요법을 가해 깨우는 수단이다.

 



 

임스(톰 하디)는 위장술에 능하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여자가 되기도 하고 피셔의 대부인 브라우닝이 되어 피셔의

무의식 속에 인셉션하는 일을 수월하게 이끈다.

 



 

코브의 무의식 속에서 언제나 튀어 나오는 아내 맬(마리온 꼬띨라르).

코브와 맬은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림보, 무의식의 심층에 닿기를 원했다.

림보에서 맬은 어릴 적의 기억에 의존하여 공간을 만들어갔고 결국 림보의 세계를

현실로 착각,그녀의 금고에 토템 팽이를 넣어두고 잠가 버린다.

(토템 ; 꿈속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있는 물건, 예를 들면 토템이 팽이일 경우

팽이가 계속 돌면 꿈속, 팽이가 돌다 멈추면 현실이다)

코브는 아내와 함께 현실로 돌아오기를 원했고 아내에게 '지금 이곳이 꿈이며

아이들이 있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셉션을 한다.

결국 현실로 돌아오지만...

맬은 무의식 속에 자리한 현실이 아니고 꿈이라는 인셉션된 의식으로 인해 자살하게 된다.

 



 

아내에게 인셉션을 했다는 코브의 죄책감은 그가 무의식의 세계에 진입할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아내 맬의 존재를 부르게 되고...

 



 

인셉션 표적인 피셔(킬리언 머피)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바람개비가

유언장과 함께 금고 안에 있는 것을 보고 그룹을 분해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실망..."이라는 말이

"난 네가 나처럼 되지 못해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나처럼 되려 해서 실망한 것이다."

로 무의식 속에서 새롭게 각인된 기억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인셉션의 성공인 셈이다.

바람개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룹 합병으로 거부가 되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개인 피셔의 삶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인셉션의 성공... 그러나 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연 '킥'으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코브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까.

감독은 마지막을 열린 결말로 두었다.

영화는 꿈과 현실, 꿈속의 꿈속의 꿈..., 림보의 세계, 현실보다 긴 꿈속의 시간,

무의식 속의 죄책감  등의 복잡한 장치들을 두고 있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몇 개의 장면과 결말은 미국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은 자신이 논란이 많은 영화를 또 한 편 만들었다고 웃고 있을지 모른다.

 

삶은 한바탕 긴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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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키워드 한국문화 6
최기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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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귀신>이라는 제목을 보고 섬찟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으스스한

귀신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들은 귀신이야기들과 공포스럽게 본 영화들이 기억난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전설따라 삼천리'의 감칠맛나는 성우의 목소리,

무서워서 눈을 가리고 본 '월하의 공동묘지'등은 소리만 들어도 전신에 공포가 밀려 왔다.

이 책은 조선시대라는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귀신이야기 속에 드러난

소수자인 여인들의 억압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는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이다.

책을 읽어 가면서 작가의 시선에 공감하게 된다.

 

"귀신이 상징하는 세계의 어둠, 음모, 욕망, 질투, 배신 등 음험한 것들의 수런거림에

귀 기울임으로써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무엇이 빛이고 어둠인지 분명히 헤아릴 수 있다.

귀신은 하나같이 당대 사회의 소외된 인물, 사회적 약자라는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볼 때

귀신이야기를 향유한다는 것은 곧 마이너리티 문화, 소수 문화에 귀 기울인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 귀신의 전형이 처녀귀신이라는 것은 곧 '처녀'야말로 한국 사회의 약자,

억압받는 존재였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처녀귀신 이야기를 만들고 즐겨온 전통은 그들에

관한 사회적 책임과 죄의식이 공통의 문화적 과제로 사유되어왔음을 뜻한다." ~ 머리말

 

저자의 약력과 출판사가 궁금했다.

국문학 박사인 저자 최기숙은 젠더, 연령, 신분 등의 차이가 규정하는 소수문화와

하위주체의 문화적 위치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한국의 소수문화의 연구에 귀신이야기는 좋은 소재일 것 같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현재 '키워드 한국문화'를 10권의 시리즈로 펴냈고

<처녀귀신>은 그 6번째 책이다. 출판서에서 밝히듯이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 발간은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라고 하니 아직 미완인 시리즈의 완성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차례.

 

각 장과 장의 사이에 '키워드 속 키워드'를 넣어 본문의 이해를 돕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실었다.

 

     

 1967년    월하의 공동묘지                          1977년 엑소시스트 2

 

중학교에 다닐 적에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엑소시스트>를 보여 주었다.

미국에서 영화를 보다가 수십 명이 죽었다는 말이 떠돌았고 자연 영화를 보기 전에

두려움이 일었다. 영화는 소문대로 공포스러운 장면이 많았다.

더러운 분비물을 토하고 목이 돌아가고 침대가 덜컹거리고 방 안에서 회오리 바람이 일고...

무섭기도 하지만 더럽고 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어릴 적에 보았던 '월하의 공동묘지'가 훨씬 공포스럽게 떠올랐다.

처녀귀신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흰 소복을 입고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두 눈에

핏발이 서있다.

주인공 남자가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앞을 가로막는 여자귀신과

발밑에 묵은, 바스라지는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음산한 소리들로 음향효과를 더했던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느꼈던 공포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영화의 정한(情恨)을 다루는 귀신 이야기는 익숙한 공포심의 원형으로

내면에 자리잡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정창화 감독의 <장화 홍련전> 포스터, 1956

장화와 홍련이 귀신이 되는 내력담은 한국 영화의 공포물로 자리 잡았다.

장화와 헝련의 이야기는 비밀스런 가족사 비극을 공포의 정서로 투명하게 감싸안아

드러내는 상상의 출구를 마련해 놓았다.

 

'청구야담', '기문총화', '삽교별집' 등에서 전하는 자살담은 스스로 사랑을 택한 여인이

사랑을 고백하여 그 사랑이 외면당할 때 자살하여 원혼이 된다는 내용이다.

고소설의 저자들은 여인의 청이 상대 선비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절박한 요청으로 서술한다.

이야기들은 상대의 처지가 절박하다면 자신의 야망이나 사욕을 내려 놓아야 인간답다고

생각했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더 많이 가진 자가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한국 문화의

정서가 귀신이야기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명분을 따지고 출세를 위해 여인의 청을 거절하는 이야기들의 끝은 

'자살한 원혼의 저주'를 받아 단명하거나 집안이 망하고 원하던 출세를 하지 못하게 된다.

"한을 품은 원혼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경우에도 파괴적이다.

비정함은 비정함을 부르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는 자명한 논리가 옛이야기

속에 살아 서늘하게 빛난다." ~ 148쪽

 

이야기들 속에서 귀신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한을 표현했다.

귀신의 이미지가 처녀귀신으로 고착된 것은 미혼여성에게 가해진 현실적인 제약과

억압의 다른 표현이다. 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야 권리를 주장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진출의 기회는 물론 자신의 뜻을 펼치는 공정한

기회를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인식과 제도 전반에 걸쳐 모순과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본다.

"현대사회에도 약자나 소수자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힘이

발휘된다면 그것은 완전히 억압되었기보다는 언제든 호출될 수 있는 귀곡성의

형태로 은폐되어 있을 뿐이다. 귀신 이야기에서 귀신의 말은 당사자가 살아서는

할 수 없었던 말, 은폐를 강요당한 내면의 표현이자 사회적 억압이나 강제 사항에

대한 온 몸의 고백이다. 그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매너이자 의무다." ~ 174쪽-175쪽

 

이 책은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했던 귀신들이 모두 그 시대의 약자들을 대변하는

처녀귀신이었고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살피지 못한 채 보아온 그 이야기들이 기실은 

그 배경이 약자들과 그 사회에서 억압된 소수자들의 항변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잠시 시선을 돌려... 과연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참과 선을 지향하는 집단의 생각은 문화적인 힘으로 나타나고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그 힘을 소수자들에게 실어 준다면 우리 사회는 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있는 약자들 중에서도 최근에 죽은 베트남 여성이 먼저 떠오른다.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 여성들과 다문화가정, 돈을 벌기 위해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원과 한의 하소연을 들어야 하는 것은 과거 우리가 선진국에서 경험했던

비애를 되풀이해서 약자들이 겪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와 예의일 것 같다.

 

"귀신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회가 소외시키고 배제시킨 대상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발설하는 증표이다. 그것이 단발성 공포라 할지라도 전율하는 그 순간만큼은

사회의 그늘을 들추는 불편한 진실과 목도하게 된다. 사회의 모순이 존재하는 한

귀신이야기는 불멸의 공포 장르, 비극의 파토스로 살아 있을 것이며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준열한 비판 정신 또한 살아 있을 것이다." ~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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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싱커블>은 고문 전문가 H (사무엘 L.잭슨), 핵폭탄을 설치한 피의자 유스프(마이클 쉰),

FBI 요원 브로디(캐리 앤 모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세사람의 심리묘사를 통해 인간의 양심과 위선, 선악, 정의란 무엇인가,

윤리적인 선택의 문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스릴러 영화이다.

각자의 상황이 내게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개인이 당하는 폭력은 윤리적인 책임 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미국에 저항하는 테러리스트들이 마냥 부도덕한가.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응징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피의자의 공포와 고통을 적나라하게 연기한 유스프.
죽음을 결심했기에 두려움은 없다.
다만 신념에 의해 죽을 뿐. 알라가 자신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 도시 3개 지역에 동일한 양의 핵폭탄 3개를 설치한다.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그는 미국의 대중동정책에 대한 환기와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일부러 잡혀 들어간다.
은밀한 곳에서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고문이 시작되는데...

그의 조건은 대통령의 담화 발표이다.
첫째, 미국은 이슬람의 어떤 국가든 재정적. 군사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괴뢰 및 독재 정권을 세우지 않는다
둘째, 전 이슬람 국가에서 미군을 철수한다.
 


 
하바드 법대를 나온 유능한  FBI 요원 브로디는

제네바 협정을 언급하며 잔인한 고문으로부터 피의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스프가 설치한 폭탄으로 쇼핑몰이 폭발(3개의 핵폭탄의 존재를 믿게 하기 위해 유스프가 설치한 폭팔력이 약한 폭탄),
 53명이 죽게 되자 유스프의 말이 사실(숨겨둔 핵폭탄의 존재)임을 믿게 된다.
처음에 고문을 반대했던 그녀는 폭탄이 폭발하면 수천만 명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르고
유스프의 가슴을 찌르며 폭탄의 행방을 묻는다.
그녀는 아무 죄도 없는 쇼핑몰의 53명의 죽음에 대해 따진다.
그러나... 유스프는 미국이 매일 중동에서 그만큼,
그 이상의 인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상하고 있다고 절규한다.
중동국가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동국가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평화 상비군을 주둔시키고
그 이면에서 무기를 팔아 경제적인 이득을 챙기는 미국에 대한 그의 통렬한 외침은
강대국이 휘두르는, 평화를 위장한 폭력 앞에서 약소국의 설움과 고통이 얼마나 절실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율배반적인 미국의 대중동정책을 논함이 없이
아랍국가의 테러 단체가 벌이는 테러행위의 부당함만을 논한다면
공평함에서 한참 동떨어진다.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폭력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테러 행위 역시 근절되어야 한다.
강대국이 자국의 이득을 위해 벌이는 폭력 행위와 약소국이 저항하는 형태의 폭력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한다면 아랍국가의 테러행위는 사라지지 않을까...
 



 
고문기술자 H.

그는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뛰어든 셈이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은 어떠한 고문으로도 굴복당하지 않는다.
이미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유스프와 그의 입을 열어야 하는 H.
H는 폭탄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고문을 가한다.
정신적인 고통이 극에 달한 그는 신경안정제를 계속해서 복용한다.
유스프의 입을 열기 위해 유스프의 아내를 죽이는 순간 그의 고통은 절정에 이른다.
고문을 반대했던 브로디는 H가 더욱 지독한 고문을 해서라도 폭탄의 행방을 알아내기를 원하고...
 
"내가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입니다.(unthinkable). 아이들을 데려와."
 
 
영화의 마지막에 발견된 폭탄의 존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고문의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취해야 했는지.
아이들을 위협해서라도 유스프의 자백을 받아야 했는지.
아이들에게까지 가하는 고문은 정의롭지 않아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어서
터지는 폭탄을 그대로 두어야 했는지.
 
개인의 힘과 선(善)을 넘어서는, 집단과 국가의 이름으로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은
지구상 어디에서고, 매시간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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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2 - 쉐프의 영혼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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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쉐프 1>이 일반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방세계의 진실, 코카인과 알콜에
절어 방황했던 저자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쉐프 2>는 요리에 대한

헌사와 감동, 동료 요리사들에 대한 애정, 스타 쉐프들의 영웅적인 모습 등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뉴요커인 저자는 책 뒤에 부록으로 '앤서니 보뎅의 진짜 뉴욕 맛보기'를 실어

'뉴욕에서만 잘하고 그 외 전 세계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 곳'을 소개한다.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맛집을 순례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이 모두 돌아올 수도 있기에

주방은 긴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순간 긴장하는 주방세계의 특성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주방 안의 사람들이

퇴근 후에 술과 마약에 의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27년 동안 요리사로 일하면서 손과 발에 온갖 흉터와 상처가 생겼고

손끝에 매일 만드는 음식의 냄새가 배어 있지만 앞으로도 요리의 순수함과

단순함과 완전함을 사랑하며 요리사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모험같은 삶이었다. 그동안 몇 개의 상처들이 남았다.

더러는 부러진 데도 떨어져나간 것도 있다. 하지만 결코 그러한 상실을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 246쪽

요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고백들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피노는 음식과 요리작업을 지극히 사랑한다. 그는 단골손님들에게 싱싱한 안초비나

정어리 요리를 권했다가 거절당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털어 놓는다.

그가 그토록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요리를 고객들이 시식조차 거부할 때 느낀다는

좌절감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 15쪽

 

외식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고 생활의 질이 높아진 만큼

맛있는 요리에 대한 기대와 취향 또한 고급화되었다.

'대장금', '식객' 등의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요리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채널이 늘었다. 숙련된 요리사들에게는 금전적인 보상 뿐만이 아니라

명성과 영광이 함께 주어진다.

전문적인 직업군으로서 요리사는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요리사의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근무시간, 비좁고 답답한 작업공간, 열악한 환기시설, 참기 힘든 압박감,

끝도 없는 단순노동은 오직 강하고, 진지하며 유머 감각을 겸비한 사람만이

견뎌낼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주방세계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폭로했다면

'전문 요리사의 길은 매우 험난하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주지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밝힌다. 

요리사는 인생의 대부분을 뜨거운 열기가 내뿜는 주방에서의 헌신이 있어야 하고

험난하고 긴 여정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종류의 성공도 기약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어느 분야에서건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수고로움과

극기,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나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내가 만든 수프를 받아든 사람의

얼굴에 순수한 기쁨이 어리는 것을 보는 것도 나는 좋아한다.

그건 아버지가 바다의 깊은 물속을 구경시켜주었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또 하나의 세계가 거기 있음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경이로운 표정이다. 세상사에 찌든 우리의 표정은 소박한 한 접시의

음식 앞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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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1 - 쉐프의 탄생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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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쉐프>의 저자 앤서니 보뎅은 27년 이상을 미국의 유명한 식당의 주방장으로 일해 왔다.

미국 인기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의 원작이기도 한 책 <쉐프>는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주방의 세계를 샅샅이 파헤친다.

그는 요리사로서 언급하기 곤란한, 요식업계와 요리들에 대한 특급비밀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낸다. 위트와 장난기 어린 그의 고발 내지 고백들은 음식을 먹는 고객의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들이다.

비록 그것들이 맛과 음식, 요리에 대한 신비감을 없앨지라도...

음식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빛을 바랬다.

풍요를 향유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맛을 찾아 기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저자가 밝히는 이야기들은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다.

그의 불경스러운 고백들은 솔직하지만 당혹스럽게 만든다.

 

귀찮기도 하고, 솜씨가 없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기념일이어서 등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외식을 하게 된다. 

외식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물을 마셔대는 가족을 보면서

'아! 오늘도 내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했구나' 하는 후회를 한다.

짜고 고칼로리에 비위생적일 수도 있는 바깥 음식들 대신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알면서도 주로 게으름때문에 유혹에 넘어간다.

이 책을 보니 더더욱 외식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가지고 손님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식당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일류 호텔의 별 몇 개 달린 호텔의 최상층 식당에서 그들의 부자 고객들에게

전날 남은 음식 재료들에 소스를 뒤집어 맛있어 보이는 음식으로 둔갑시킨다는

저자의 고백은 실로 놀라울 뿐이다.

 

"나는 록펠러센터(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 중심가의 70층짜리 건물) 고층에 위치한

76년의 전통의 진짜 일류 식당인 레인보우룸에서 근무했다. 단골손님들을 위한

점심 뷔페 요리는 전날 밤에 남은 찌꺼기들로만 준비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묘기를

부려야 했다. 구운 돼지고기 덩어리와 쓰고 남은 끄트머리, 못 쓰게 된 익힌 콩,

너무 익힌 파스타, 데친 야채 등을 남은 소스로 뒤덮어 보기좋게 위장하였다.

우리의 늙고 부유한 고객들은 전망창으로 뉴욕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상의

꼭대기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찌꺼기들과 쓰레기를 잡수셨다." ~ 191-193쪽

 

정말 끔찍한 일이다. 경악스럽지 아니한가.

이 책이 나온 후에 별다른 파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여러 식당과 일류 요리사들의 환대를 받았다고 하니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솔직한 고백에 관대한 것인지, 요리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공공연한 비밀들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식당은 어떨까.

대부분의 식당은 주방이 보이지 않고 보인다 하더라도 들어가서 샅샅이

살펴볼 수 없다. 요리사와 주인 외에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송에서도 여러번 나왔지만 음식 재료들의 재활용은 여전할 것 같다.

 

저자는 식당에서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준다.

* 월요일에는 생선 요리를 시키지 않는다.

월요일 해산물들은 4, 5일이 넘은 것이다. 시장이 보통 금요일 저녁에 문을

닫기 때문에 금요일 아침에 배달받기 위해 목요일에 생선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까지 여전히 팔리지 않는 생선들은 손님들을 식중독에 걸리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생선 특선요리로 탄생한다.

* 브런치 메뉴는 비즈니스 정찬 코스에서 쓰고 남은 재료들과 금요일과 토요일에

음식을 모양에 맞게 썰다가 남은 부스러기들을 처분하는 하치장이다.

살짝 구워 레몬 한 조각 곁들이면 좋을 생선이 소스가 버무러져 나온다면

오래되고 위장된 음식임을 의미한다.

* 손님이 손도 안대고 돌아온 빵은 거의 50%에 달한다. 다른 사람의 식탁에서

재활용된 것인지 모르지만, 빵은 먹도록 하자.

* 등심 중에서도 질긴 우둔살의 끄트머리 부위는 웰던(바짝 익힌)용으로 남겨둔다.

풍미도 없고 가죽을 씹는 것과 같은 탄소 덩어리가 될 때까지 고기나 생선을

태워서 먹는 것을 선호하고 자기가 먹는 것이 음식인지 허섭스레기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는 촌뜨기들에게 내놓는다.

*순환이 되지 않는 한가한 식당의 조개, 홍합, 가재와 생선은 손님이 주문해주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냉장고 속에서 조금씩 부패하고 있다.

* 닭은 불결하고 살모넬라균이 엄청나게 많다.

* 완벽한 식사를 위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분주하고

식재료의 회전율이 높으며 교대 근무가 있는 식당을 찾는다.

화요일의 재료는 신선하고 일, 월요일에 쉰 요리사는 재충전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외식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이제 외식을 하지 말아야 할까? 그럼에도 인생은 모험이다.

가판에서 파는 이탈리아 소시지나 판 위에 한두시간씩 얹혀 있었던 게 뻔한

피자 조각을 위해 미식(美食)을 시도해 보자.

복어 내장을 본격적으로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 낯선 극동 지방에 들렀다가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할 상황이라면 - 나는 도전할 것이다.

인생에 기회는 단 한 번 뿐이기 때문이다." ~ 131-133쪽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이며 세상은 호의적이기도 하고

더러는 적대적인 박테리아로 가득 차 있지만 음식을 먹는데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권유한다. 모든 정통요리의 위대한 발견들은 최초 누군가의 시도가

있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쉐프>는 미식가들이 알아야 할 주방의 진실 외에도 식당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경고,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들, 스타 쉐프들의

세계와 초일류 식당에 대한 보고, 음식을 즐기고 사랑하는 법까지 요리세계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안내한다.

주방세계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들과 요리에 대한 각종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일독하면 좋을 책이다.

 

"어머니가 만든 소박한 미트로프(다진 고기에 식빵, 달걀 등을 넣고

잘 반죽하여 구운 대표적인 미국음식)가 나에겐 얼마나 경이롭게 느껴지는지,

얼마나 내 기운을 북돋우고 즐겁게 만드는지, 함께 곁들인 뭉글뭉글한

매시드 포테이토( 으깬 감자요리)조차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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