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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2 - 쉐프의 영혼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쉐프 1>이 일반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방세계의 진실, 코카인과 알콜에
절어 방황했던 저자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쉐프 2>는 요리에 대한
헌사와 감동, 동료 요리사들에 대한 애정, 스타 쉐프들의 영웅적인 모습 등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뉴요커인 저자는 책 뒤에 부록으로 '앤서니 보뎅의 진짜 뉴욕 맛보기'를 실어
'뉴욕에서만 잘하고 그 외 전 세계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 곳'을 소개한다.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맛집을 순례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이 모두 돌아올 수도 있기에
주방은 긴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순간 긴장하는 주방세계의 특성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주방 안의 사람들이
퇴근 후에 술과 마약에 의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27년 동안 요리사로 일하면서 손과 발에 온갖 흉터와 상처가 생겼고
손끝에 매일 만드는 음식의 냄새가 배어 있지만 앞으로도 요리의 순수함과
단순함과 완전함을 사랑하며 요리사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모험같은 삶이었다. 그동안 몇 개의 상처들이 남았다.
더러는 부러진 데도 떨어져나간 것도 있다. 하지만 결코 그러한 상실을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 246쪽
요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고백들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피노는 음식과 요리작업을 지극히 사랑한다. 그는 단골손님들에게 싱싱한 안초비나
정어리 요리를 권했다가 거절당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털어 놓는다.
그가 그토록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요리를 고객들이 시식조차 거부할 때 느낀다는
좌절감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 15쪽
외식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고 생활의 질이 높아진 만큼
맛있는 요리에 대한 기대와 취향 또한 고급화되었다.
'대장금', '식객' 등의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요리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채널이 늘었다. 숙련된 요리사들에게는 금전적인 보상 뿐만이 아니라
명성과 영광이 함께 주어진다.
전문적인 직업군으로서 요리사는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요리사의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근무시간, 비좁고 답답한 작업공간, 열악한 환기시설, 참기 힘든 압박감,
끝도 없는 단순노동은 오직 강하고, 진지하며 유머 감각을 겸비한 사람만이
견뎌낼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주방세계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폭로했다면
'전문 요리사의 길은 매우 험난하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주지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밝힌다.
요리사는 인생의 대부분을 뜨거운 열기가 내뿜는 주방에서의 헌신이 있어야 하고
험난하고 긴 여정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종류의 성공도 기약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어느 분야에서건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수고로움과
극기,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나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내가 만든 수프를 받아든 사람의
얼굴에 순수한 기쁨이 어리는 것을 보는 것도 나는 좋아한다.
그건 아버지가 바다의 깊은 물속을 구경시켜주었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또 하나의 세계가 거기 있음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경이로운 표정이다. 세상사에 찌든 우리의 표정은 소박한 한 접시의
음식 앞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 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