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 Sal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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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솔트>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등으로 유명한 필립 노이즈의 야심작이다.

그는 정치 스릴러물의 거장답게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구시대 유물이기도 한 '이중스파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블록버스터급의 영화 <솔트>를 내놓았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예전같지 않은 위상을 생각하면 러시아와

미국의 대결구도를 영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흥행을 생각하면서 자극적인 소재를 택한 감독의 고민(?)이 느껴진다.

식상한 소재, 단순한 스토리, 뻔히 보이는 결말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있다.

영화라는 장르가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솔트>는 감동은 덜하더라도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톰 크루즈의 거절로 주인공 솔트의 배역이 헐리우드의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감독이 다른 남자배우 대신 선택한 배우 졸리는 역시 대단하다.

그런 만큼 영화의 재미는 화면 가득 퍼지는 졸리의 매력에 기대고 있다.

그녀는 5년 전 <007카지노 로얄>의 본드걸로 출연제안을 받았을 때 본드걸 대신 본드 연기를

원했다고 한다.

본드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섹시한 몸매와 예쁜 얼굴로 주인공 본드의 남성다움을 치장하는

악세사리와도 같은 존재들임을 감안할 때 당당한 그녀의 본드걸 거부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자수한 러시아 간첩에 의해 러시아와 미국의 이중스파이라고

지목당한다. 그에 의하면 구소련말에 어릴적부터 철저하게 스파이교육을 받은 KGB 요원들을 CIA 에

심어놓고 때를 기다리는 러시아 세력들이 잔존해 있는데 그 요원 중 핵심인물이 솔트라는 것이다.

솔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을 위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할 위험인물로 낙인찍히게 된다.

나아가 더 큰 음모에 연관되어 있는 솔트의 운명은 앞이 보이지 않는 미궁속에 빠진다.

 



 

폭탄 제조 전문가인 그녀는 소화기를 사용, 간단한 장치로 폭탄을 만들고 거미에게서 독을 채취하여

사용하고 그녀의 몸 자체가 하나의 병기이다.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위험에 빠진 남편을 구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트럭과 유조선 위에서 뛰어내리고 오토바이를 빼앗아 질주하는 등

긴장감 넘치는 액션장면들이 계속된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과 도주 장면이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남자들과의 격투장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의 탈출 장면,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의 내부에서

지그재그로 뛰어내리고 고층건물의 벽을 타고 다니는 장면 등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윈터(리브 슈라이브)는 솔트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관여되어 있다.

 



 



 



 

그녀는 마침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는데 ...

 



 



 

그녀는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고 현장에서 잡히지만 도주와 추격은 계속되고...

 



 

미국의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스파이들의 음모는 어떻게 저지해야 하는가.

 



 



 

핵무기 사용의 저지와 미국 대통령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그녀의 남편은 어디에도 없고 ...

솔트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녀는 앞으로 평화에 해가 되는 스파이들을 없애는 일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영화는 속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녀는 최빈국의 아이들을 입양하고 여섯 아이의 엄마 노릇에 최선을 다한다.

또한 열정적인 배우이면서 자선활동 또한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행한다.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림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녀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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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늘은 맑음
김랑 글 사진 / 나무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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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그냥 훌쩍 떠나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아픔을 잊으려고,

때로는 그리워서 여행을 떠난다. 노래가사처럼 훌훌 털고 떠나 바람을 태운 바다가

전하는 말을 듣고, 바다를 기억하며 그 땅과 사람을 기억하시라.

제주는 그 모든 마음을 품어내는 곳이다." ~ 서문

 

저자는 '제주'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속에서 제주의 푸른 바람이 이는 것

같다고 그의 감성을 고백한다.

<제주 하늘은 맑음>은 그가 삶의 도정에서 외롭고 지칠 때, 누군가가 그리울 때,

눈부시게 푸르고 맑은 바다와 바람이 보고 싶을 때 그 모든 마음을 품어주는

제주의 숨은 곳곳을 아름다운 사진과 글로 소개한 책이다.

저자가 그리는 제주도는 유명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바람, 돌담, 낮은처마, 작은 섬들

알려지지 않은 해안가와 길, 손바닥만한 분교 등의 작고 일상적인 삶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풍경 너머의 마음을 가진 곳이다.

마을 사람들의 느린 대화에 눈 참견도 하고 느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젖은 마음에

볕이 들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북촌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다려도의 일몰

 

"지나버린 시간, 추억, 뒷모습, 뒷동산, 뒷이야기.... 정말 그리운 것들은 모두

지나버린 시간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눈에 띄지 않는 기억 뒤편에 놓여 잊고 살거나

잊은 줄도 모르고 무감각하게 지내다 어느 한순간 잊혀졌던 것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지난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더욱 향수를 자극하는지 모른다.

북촌마을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바닷가 마을. 소박한 모습만으로도 반갑다." ~ 94쪽

 

저자는 여행이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행은 기억속의 자신과 만나는 작업이다. 스쳐 보냈던 것들에 유심히 머무르다 보면...

그리운 사람들과 더불어 어떤 장소와 어떤 시간들이 유난히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소중해진다.

여행은 기억들을 새기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배경 귀덕리.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주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제고 그자리에 있어서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바다는 인간들이 겪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고통을 치유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코발트 빛 바다가 끌어당길 것 같은 애월 한담 바다.

 

"그곳에서 내 곁을 맴돌던 대부분의 생각은 그리움에 관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 사실 하나. 나에게 여행은 다름 아닌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처음엔 그저 낯선 세상으로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좋았다.

그 시절 나에게 여행은 곧 자유였다. 모든 속박에서의 자유, 모든 관계에서의 자유,

모든 생각에서의 자유. 여행이 반복되고 또 깊어지면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으면 그것들은 묻어둔 옛 기억들을

하나 둘 끌어냈다. 세상 어디에고 완벽히 새로운 세계란 없었다." ~ 259쪽

 

저자는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도 마음 한켠에 제주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섬과 푸른 바다를 좋아하고 제주 바다를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속을 알 것 같다.

나에게도 고향 바다는 그리움이다.

바다는 나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을 품고, 품었다가 그들을 놓아두고도 그대로

그자리에 수수만년 있어 왔다.

오늘 나를 품어 줬던 바다 역시 언젠가 나를 놓아 주겠지만...

저자에게 제주는 그에게 삶의 고단함을 치유시켜 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언제고 팔벌려

맞아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수모르속골 ~ 큼지막한 돌이 해안을 가득 메운 갯돌해안으로 범섬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장소가 때로 간절했던 바램으로 아주 특별한 장소가 된다.

3년 전, 시어머니와 함께 우리 가족은 작은 아들의 대학 합격 발표를 앞두고

제주도를 여행했다.

제주의 바람많은 길을 걸으며 길가 돌멩이에게도 하늘과 바다와 억새풀에도

나는 간절함을 실어 기도했다.

그 후 제주도는 간절함으로 내게 떠오른다.

 



쇠소깍~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이루는 맑은 소(沼)

 

책은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로 마음을 맑게 하는 에세이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팁으로 친절한 여행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장과 장 사이 travel note는 관광지와 식당, 교통 편이 실려 있어 처음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책의 말미에 카페와 미술관, 제주의 음식과 맛집, 올레 코스길과 코스여행,

숙소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다.

50번 이상 제주를 찾은 저자의 경험이 그대로 스며있는 이 책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한적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진짜 모습을 느끼게 한다. 

 

"가슴을 깨우는 풍경이 필요하거든 노을이 멋지게 내려앉은 쇠소깍을 걸어보라.

오묘하게 깊어지는 숲과 물빛, 멀건 하늘에 덜렁 걸린 낮달, 바다를 감싸는 선홍빛 노을도

모두 가슴으로 떨어져 굳은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보석같은 자연을 만날테니." ~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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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인간관계의 맥을 짚는 외모 심리학
사이토 이사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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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사람의 내면을 판단할 수 있을까?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모든 경우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역시 생김새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떨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종종 가진다.

화려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소박한 사람도 있고 대범해 보였던 겉모습과는 달리

소극적인 사람도 있고 자기 표현을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이도 자신의 하고자

하는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니 겉모습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와 접하는 많은 사람들도 나의 모습을 제각기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인간관계는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굳이 표현하자면 제눈에 안경이랄까.

자기가 보는 눈으로 상대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면 선입견을 지우고 겉모습으로

상대를 잘못 판단하는 오류를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왕국'이라는 말은 그 근본 뿌리가 같다.

표면으로는 외모로 인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취업과 혼인 문제에서 좋은 외모가 간택되고 외모가 부의 기준으로까지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식스 팩이 있는 남자가 멋지다. 예쁘면 용서가 된다. 몸매가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착한 여자라는 생각이 존재하는 한 타고난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성형을

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그래서 나이 불문, 성별 불문 행해지는 성형으로 인한

'성형왕국'의 불명예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성형으로 만든 미 역시 시간이 흐르면 늙음으로 인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모습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마음을 성형할 수 있다면...

그전에 외모로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된다면... 참 좋겠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머리 모양이나 복장 같은 겉모습의 매력도나 호감도는

상대가 동성인 경우보다 이성인 경우 훨씬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대방이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는 5.4.1의 법칙, 즉 5는 표정에서

4는 말투, 1은 상대가 말하는 내용으로 그 호의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이야기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표정에서 상대방의 호의를 읽어낼 수 있을까?

어떤 말투에서 상대방의 심리를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1장 ; 겉모습의 심리분석

2장 ; 표정의 심리분석

3장 ; 동작의 심리분석

4장 ; 매혹의 심리분석

5장 ; 플러스알파 심리분석

6장 ; 사랑에 자신감이 붙는 심리분석

7장 ; 대화의 심리분석

 

저자 '사이토 이사무'는 연애와 인간관계의 맥을 짚는 책 <외모 심리학>에서

남녀간에 데이트할 때 어떤 식으로 자기를 어필하면 좋을지,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사랑을 쟁취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겉모습을 보이면 좋을지를 소개하고,

연애를 성공시키기 위한 '심리판단' 방법과 '접근' 방법 양 측면을 분석, 제시한다.

연애를 시작하는, 진행중인 남녀 청춘들이 일독하면 좋을 책이다.

 

중요한 것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으로 꾸미는 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진심을 읽어내는 것이다.

겉모습이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마음이 아름다운 상대를 만나는 것이 오래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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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도 넘은 저편의 세계, 고향을 다녀왔다.

기억 속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아버지, 엄마와 함께 떠오르는 바닷가 갯마을.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고기를 잡으며 김을 말리고 굴을 따서 살아가던

내 아버지들의 고향 동고리.

장사를 하는 부모님은 나를 취학 전까지 할머니에게 맡기셨다.

둘째딸을 보고 싶어 오셨을까.

그 시절, 젊디 젊은 아버지는 가끔은 꽃신을, 운동화를, 새옷을 안고 찾아 오셨다.

집의 골목길 어귀에 세워진 이정표 큰 돌에 기대어 아버지가 오실까 기다리고

초승달도 없는 어두운 밤에도 오실까 기다리다 지쳐 집에 가다... 오실까 다시 돌아와 기대고 섰던

그 돌은 없어졌지만...

새벽이면 갯내음 풍기는 모래사장을 뛰놀다 키질하는 아저씨들의 볏잎 날아가는 소리도 기억 저편에 있지만...

이제는 오실 아버지도 가시고 기다리던 아이도 아이보다 훨씬 큰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지만...

불어나는 빗물에 찰박찰박 건너던 개울도, 둠벙에서 놀던 그 아이들도 다 흩어졌지만...

모래 속에 옷을 묻고 지나는 스님이 옷을 가져가 버릴까봐 물속에서 마음 졸이던 그 아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할아버지 산소에서 떨어져 있던 달큼한 유과사탕의 향에 행복해했던 아이도...

산소의 할아버지가 학교 갔다 왔냐고 물으셨다고 태연스레 거짓말을 하던 소녀도...

그 모든 것들이 옛날과 달라졌지만...

이제 다 자라 어른이 되었어도 그시절 그 이야기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그곳 동고리에 갔다.

백사장에서 뛰며 소리지르며 아버지를 기다리고 들로 산으로 뛰다니던 나를 만났다.

 

 

 

여기쯤일 것이리라.

여기쯤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있을 것이리라 했던 곳에 정자가 놓여 있었다.

정자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 두 분에게 여쭈었다.

아버지를 알고 있었다. 집에서 부르던 아버지의 아명을 대자 그 딸이라며 신기해 한다.

옆 슈퍼 주인에게 물어보면 내가 어릴 적에 살던 집을 알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먼 친척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들었던 이름인 듯하다.

동고리는 정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고 옆마을 실리는 임씨들이 살고 있었다.

임씨인 엄마는 1남 8녀의 딸부자집에서 2대독자인 아버지 정씨와 중매로 만나 결혼하였다.

효자였던 아버지는 젊어 홀로 된 어머니와 아내 가운데에서 어머니를 조금 더 생각하였고

그러기에 엄마는 할머니에게 호된 시집살이를 하였다.

남의 집에서 점원살이로 출발한 아버지와 집집마다 돼지밥을 얻어다 돼지를 키웠던 억척 엄마는

결국 자수성가하였고 두분은 한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셨다.

 



 

세상을 이만큼 살았으니 어린 시절 고향을 마주하고 싶었다.

마음속에 언제고 자리하고 있었던 그 고향바다. 섬마을 동고리.

나는 고향집을 찾지 않았다.

굳이 변해버린 그 모든 것을 마주할 필요는 없었다. 

충분히 나는 어린 시절의 나와 그 시절의 엄마와 아버지 모두 마음에 소중하게 담고 왔다.

하늘과 그 바다를 보고 왔다.

나는 또 그 힘으로 살 것이다.

그리운 것들은 맘껏 그리워 하면서...

여전히 아이들의 엄마로, 아내로, 형제들의 형제로, 또 나 자신으로 살 것이다.

내 어릴 적 고향바다와 함께 하는 따뜻한 추억들을 되새김하며 멋지게 살 것이다.

고향을 찾았을 때 따뜻하게 감싸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혹시라도 있을 내 마음의

쓸쓸함을 위무해 주는 남편과 아들이 있기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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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시작하라 - 승자들의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와 협상의 기술
안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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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시작하라>의 부제는 '승자들의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와 협상의 기술'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뭐해라... 뭐해라...'로 일관하는 것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책의 제목처럼 굳이 이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쟁에 내몰리는 직장인이나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기업의 CEO,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타협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고 실전에 임할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에 있다.

이순신, 칭기즈칸, 빌 클린턴, 링컨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만들어 간 위인들의

삶을 꾸린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에 의하면 위인들의 삶의 방식은 '어떤 상황도 자신의 판으로 만드는 승자의 수'

에 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 왠지 바둑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은 게임의 특성상 몇 수 앞을 더 많이 내다보는 자가 이기게 되어 있다.

고수의 수는 눈앞의 수만을 보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수가 진행되면서 고수는 앞수를 읽으며 두고 있고 하수는 고수의 뒤를 따라가면서

고수가 둔 직전의 수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급수를 올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고수들이 둔 바둑을 복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승자들의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은 삶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더 좋은 길을 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들의 교훈과 위인들의 이야기들을 현재에 비추어 어떻게 처세하고

어떤 전략으로 상대의 패를 조종할지, 협상의 기술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북한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극제무대에서 협상전문가로 활동하던 

자신의 경험들을 소개한 글들은 생생하고 현장감이 넘친다.

20대의 젊음을 해병대에서 보낸 해병장교라는 독특한 그의 이력은 협상전문가로서의

승부근성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 불리한 게임에서는 룰 자체를 바꾸라.

 


그리스의 장창밀집부대를 더욱 발전시킨 로마군단은 3중 대열로 구성
 

로마군단은 지중해에서 천하무적이었다. 3중 대열로 구성, 투창과 방패,

그리고 검으로 무장한 로마군단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마군단은 한니발(카르타고의 장군)의 코끼리부대를 만나면 어이없이 무너졌다.

갑옷으로 무장한, 육중한 코끼리가 마구 돌진해오는 데는 제아무리 천하무적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2차 포에니 전쟁, 스키피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단은 북아프리카의

자마에서 다시 한니발의 군대와 마주 섰다. 한니발은 로마군단의 밀집대형을 무자비하게

짓밟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게임의 룰' 대로 성난 코끼리부대를 돌격시켰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로마군단이 갑자기 옆으로 확 흩어져 코끼리가 달릴 공간을 내주더니 코끼리의 꼬리 쪽으로

투창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과거처럼 밀집대형을 이뤄 힘으로 막으려 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좌우로 흩어져 코끼리가 달릴 공간을 내주고는 뒤에서 공격한 것이다.

갑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꼬리 쪽에 창을 맞은 코끼리는 미쳐 날뛰고 결과는 한니발 군대의

무참한 패배로 끝났다.

스키피오 장군이 로마군단의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1열 종대로 조직했던 백인대를 1열 횡대로 바꾼 것이 전부다.

맨 앞줄에 제1백인대, 다음 줄에 제2백인대 이런 식으로 편성했던 종대를

제일 오른쪽에 제1백인대, 왼쪽에 제2백인대 하는 식으로 횡대로 편성하고 각 백인대의

제일 앞줄에 코끼리도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용감한 병사들을 배치한 것이다.

종을 횡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전쟁의 성패가 달라졌다.

 

* 침묵은 때로 상대를 압도하는최고의 전략이다.

2009년, 클린턴은 평양으로 날아가 억류된 두 미국인 기자를 구해냈고 세계는 환호했다.

자신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그는 미소만 지으며 침묵했고 그의 침묵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치솟게 하였다.

때로는 명연설이나 달변보다 침묵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젊은 시절 장황하게 떠들던 칭기즈칸 역시 통치를 하면서 달변보다는 침묵이 부하들을

권위 아래 굴복시키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깨우쳤다.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힘은

전략적 침묵을 잘 활용하는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 수어드 미 국무장관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2단계 게임

"바보 멍청이! 아무 쓸데없는 '아이스박스'를 77만 달러나 주고 사다니!"

1867년 수어드 국무장관이 러시아와 알래스카 매입협상을 마친 후, 미국의 여론이다.

사방이 얼음뿐인 알래스카를 팔아넘긴 러시아 대표는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지만

수어드는 천하의 멍청이가 되었다.

한 표 차이로 매입안을 통과시켰지만 이후로도 그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140여 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매입 후 30년 후에 금. 석유. 석유. 가스 등 엄청난 자원이 발견되면서

'황금의 땅'이 되었다.

연어 수출 하나만 해도 본전을 뽑고 남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상이 된 것이다.

수어드 장관은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협상을 하고도 당시에는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 운명을 가른 컬처 코드

2년 가까운 기간을 남극에서 표류하던 섀클턴 남극 탐험대가 무사귀환한 것은

'위대한 실패'라고 불리는, 인류 탐험사에서 최고의 기적이다.

존 프랭클린의 탐험대가 3년 치 비상식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빙에 갇혀 표류하다

전원이 희생된 경우와 여러 이유로 비교가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비타민 C였다.

대항해와 극지 탐험을 할 때 인간을 괴롭히는 괴혈병은 오랜 기간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지 못할 때 비타민 C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섀클턴의 탐험대는 식량이 동이 나자 주변의 물개나 펭귄을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극한상황 속에서 문명의 허식을 버리고 에스키모처럼 날고기를 그대로 먹었다.

그러나 극지에서도 문명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프랭클린의 탐험대는

잡은 고기를 어떻게든 익혀 먹었다. 비타민C는 고온에서 파괴되었고 그들은

괴혈병에 걸려 죽어갔다.

결국 탐험대의 생존 여부는 현지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에서 갈린 셈이다.

 

"끝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놈도, 큰 놈도 아니다. 잘 적응하는 놈이다."

 ~ 찰스 다윈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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