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은 맑음
김랑 글 사진 / 나무수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궁금해서, 그냥 훌쩍 떠나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아픔을 잊으려고,

때로는 그리워서 여행을 떠난다. 노래가사처럼 훌훌 털고 떠나 바람을 태운 바다가

전하는 말을 듣고, 바다를 기억하며 그 땅과 사람을 기억하시라.

제주는 그 모든 마음을 품어내는 곳이다." ~ 서문

 

저자는 '제주'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속에서 제주의 푸른 바람이 이는 것

같다고 그의 감성을 고백한다.

<제주 하늘은 맑음>은 그가 삶의 도정에서 외롭고 지칠 때, 누군가가 그리울 때,

눈부시게 푸르고 맑은 바다와 바람이 보고 싶을 때 그 모든 마음을 품어주는

제주의 숨은 곳곳을 아름다운 사진과 글로 소개한 책이다.

저자가 그리는 제주도는 유명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바람, 돌담, 낮은처마, 작은 섬들

알려지지 않은 해안가와 길, 손바닥만한 분교 등의 작고 일상적인 삶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풍경 너머의 마음을 가진 곳이다.

마을 사람들의 느린 대화에 눈 참견도 하고 느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젖은 마음에

볕이 들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북촌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다려도의 일몰

 

"지나버린 시간, 추억, 뒷모습, 뒷동산, 뒷이야기.... 정말 그리운 것들은 모두

지나버린 시간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눈에 띄지 않는 기억 뒤편에 놓여 잊고 살거나

잊은 줄도 모르고 무감각하게 지내다 어느 한순간 잊혀졌던 것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지난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더욱 향수를 자극하는지 모른다.

북촌마을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바닷가 마을. 소박한 모습만으로도 반갑다." ~ 94쪽

 

저자는 여행이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행은 기억속의 자신과 만나는 작업이다. 스쳐 보냈던 것들에 유심히 머무르다 보면...

그리운 사람들과 더불어 어떤 장소와 어떤 시간들이 유난히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소중해진다.

여행은 기억들을 새기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배경 귀덕리.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주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제고 그자리에 있어서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바다는 인간들이 겪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고통을 치유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코발트 빛 바다가 끌어당길 것 같은 애월 한담 바다.

 

"그곳에서 내 곁을 맴돌던 대부분의 생각은 그리움에 관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 사실 하나. 나에게 여행은 다름 아닌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처음엔 그저 낯선 세상으로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좋았다.

그 시절 나에게 여행은 곧 자유였다. 모든 속박에서의 자유, 모든 관계에서의 자유,

모든 생각에서의 자유. 여행이 반복되고 또 깊어지면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으면 그것들은 묻어둔 옛 기억들을

하나 둘 끌어냈다. 세상 어디에고 완벽히 새로운 세계란 없었다." ~ 259쪽

 

저자는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도 마음 한켠에 제주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섬과 푸른 바다를 좋아하고 제주 바다를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속을 알 것 같다.

나에게도 고향 바다는 그리움이다.

바다는 나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을 품고, 품었다가 그들을 놓아두고도 그대로

그자리에 수수만년 있어 왔다.

오늘 나를 품어 줬던 바다 역시 언젠가 나를 놓아 주겠지만...

저자에게 제주는 그에게 삶의 고단함을 치유시켜 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언제고 팔벌려

맞아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수모르속골 ~ 큼지막한 돌이 해안을 가득 메운 갯돌해안으로 범섬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장소가 때로 간절했던 바램으로 아주 특별한 장소가 된다.

3년 전, 시어머니와 함께 우리 가족은 작은 아들의 대학 합격 발표를 앞두고

제주도를 여행했다.

제주의 바람많은 길을 걸으며 길가 돌멩이에게도 하늘과 바다와 억새풀에도

나는 간절함을 실어 기도했다.

그 후 제주도는 간절함으로 내게 떠오른다.

 



쇠소깍~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이루는 맑은 소(沼)

 

책은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로 마음을 맑게 하는 에세이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팁으로 친절한 여행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장과 장 사이 travel note는 관광지와 식당, 교통 편이 실려 있어 처음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책의 말미에 카페와 미술관, 제주의 음식과 맛집, 올레 코스길과 코스여행,

숙소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다.

50번 이상 제주를 찾은 저자의 경험이 그대로 스며있는 이 책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한적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진짜 모습을 느끼게 한다. 

 

"가슴을 깨우는 풍경이 필요하거든 노을이 멋지게 내려앉은 쇠소깍을 걸어보라.

오묘하게 깊어지는 숲과 물빛, 멀건 하늘에 덜렁 걸린 낮달, 바다를 감싸는 선홍빛 노을도

모두 가슴으로 떨어져 굳은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보석같은 자연을 만날테니." ~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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