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기고 시작하라 - 승자들의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와 협상의 기술
안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7월
평점 :
<이기고 시작하라>의 부제는 '승자들의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와 협상의 기술'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뭐해라... 뭐해라...'로 일관하는 것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책의 제목처럼 굳이 이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쟁에 내몰리는 직장인이나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기업의 CEO,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타협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고 실전에 임할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에 있다.
이순신, 칭기즈칸, 빌 클린턴, 링컨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만들어 간 위인들의
삶을 꾸린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에 의하면 위인들의 삶의 방식은 '어떤 상황도 자신의 판으로 만드는 승자의 수'
에 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 왠지 바둑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은 게임의 특성상 몇 수 앞을 더 많이 내다보는 자가 이기게 되어 있다.
고수의 수는 눈앞의 수만을 보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수가 진행되면서 고수는 앞수를 읽으며 두고 있고 하수는 고수의 뒤를 따라가면서
고수가 둔 직전의 수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급수를 올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고수들이 둔 바둑을 복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승자들의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은 삶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더 좋은 길을 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들의 교훈과 위인들의 이야기들을 현재에 비추어 어떻게 처세하고
어떤 전략으로 상대의 패를 조종할지, 협상의 기술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북한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극제무대에서 협상전문가로 활동하던
자신의 경험들을 소개한 글들은 생생하고 현장감이 넘친다.
20대의 젊음을 해병대에서 보낸 해병장교라는 독특한 그의 이력은 협상전문가로서의
승부근성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 불리한 게임에서는 룰 자체를 바꾸라.
그리스의 장창밀집부대를 더욱 발전시킨 로마군단은 3중 대열로 구성
로마군단은 지중해에서 천하무적이었다. 3중 대열로 구성, 투창과 방패,
그리고 검으로 무장한 로마군단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마군단은 한니발(카르타고의 장군)의 코끼리부대를 만나면 어이없이 무너졌다.
갑옷으로 무장한, 육중한 코끼리가 마구 돌진해오는 데는 제아무리 천하무적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2차 포에니 전쟁, 스키피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단은 북아프리카의
자마에서 다시 한니발의 군대와 마주 섰다. 한니발은 로마군단의 밀집대형을 무자비하게
짓밟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게임의 룰' 대로 성난 코끼리부대를 돌격시켰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로마군단이 갑자기 옆으로 확 흩어져 코끼리가 달릴 공간을 내주더니 코끼리의 꼬리 쪽으로
투창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과거처럼 밀집대형을 이뤄 힘으로 막으려 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좌우로 흩어져 코끼리가 달릴 공간을 내주고는 뒤에서 공격한 것이다.
갑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꼬리 쪽에 창을 맞은 코끼리는 미쳐 날뛰고 결과는 한니발 군대의
무참한 패배로 끝났다.
스키피오 장군이 로마군단의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1열 종대로 조직했던 백인대를 1열 횡대로 바꾼 것이 전부다.
맨 앞줄에 제1백인대, 다음 줄에 제2백인대 이런 식으로 편성했던 종대를
제일 오른쪽에 제1백인대, 왼쪽에 제2백인대 하는 식으로 횡대로 편성하고 각 백인대의
제일 앞줄에 코끼리도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용감한 병사들을 배치한 것이다.
종을 횡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전쟁의 성패가 달라졌다.
* 침묵은 때로 상대를 압도하는최고의 전략이다.
2009년, 클린턴은 평양으로 날아가 억류된 두 미국인 기자를 구해냈고 세계는 환호했다.
자신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그는 미소만 지으며 침묵했고 그의 침묵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치솟게 하였다.
때로는 명연설이나 달변보다 침묵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젊은 시절 장황하게 떠들던 칭기즈칸 역시 통치를 하면서 달변보다는 침묵이 부하들을
권위 아래 굴복시키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깨우쳤다.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힘은
전략적 침묵을 잘 활용하는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 수어드 미 국무장관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2단계 게임
"바보 멍청이! 아무 쓸데없는 '아이스박스'를 77만 달러나 주고 사다니!"
1867년 수어드 국무장관이 러시아와 알래스카 매입협상을 마친 후, 미국의 여론이다.
사방이 얼음뿐인 알래스카를 팔아넘긴 러시아 대표는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지만
수어드는 천하의 멍청이가 되었다.
한 표 차이로 매입안을 통과시켰지만 이후로도 그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140여 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매입 후 30년 후에 금. 석유. 석유. 가스 등 엄청난 자원이 발견되면서
'황금의 땅'이 되었다.
연어 수출 하나만 해도 본전을 뽑고 남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협상이 된 것이다.
수어드 장관은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협상을 하고도 당시에는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 운명을 가른 컬처 코드
2년 가까운 기간을 남극에서 표류하던 섀클턴 남극 탐험대가 무사귀환한 것은
'위대한 실패'라고 불리는, 인류 탐험사에서 최고의 기적이다.
존 프랭클린의 탐험대가 3년 치 비상식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빙에 갇혀 표류하다
전원이 희생된 경우와 여러 이유로 비교가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비타민 C였다.
대항해와 극지 탐험을 할 때 인간을 괴롭히는 괴혈병은 오랜 기간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지 못할 때 비타민 C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섀클턴의 탐험대는 식량이 동이 나자 주변의 물개나 펭귄을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극한상황 속에서 문명의 허식을 버리고 에스키모처럼 날고기를 그대로 먹었다.
그러나 극지에서도 문명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프랭클린의 탐험대는
잡은 고기를 어떻게든 익혀 먹었다. 비타민C는 고온에서 파괴되었고 그들은
괴혈병에 걸려 죽어갔다.
결국 탐험대의 생존 여부는 현지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에서 갈린 셈이다.
"끝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놈도, 큰 놈도 아니다. 잘 적응하는 놈이다."
~ 찰스 다윈 139쪽